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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1

코스모스파크 조회수 : 398
작성일 : 2010-10-16 02:15:36
아마도 첫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오빠를 따라 덩달아 '퀸(Queen)'과 김수철에 열광했다.
음반을 사고 노래를 듣고 프로필을 외우고 관련 자료를 찾아 모으곤 했다.
어떤 날엔, 저물 무렵 그의 집이 보이는 곳으로 산보를 나갔더랬다.
어쩌다 운수 좋은 날이면
해바라기처럼 노란 점퍼를 입은 그를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엔 그냥 뒤돌아서며 허기진 맘 속을 노래로 가만가만 채웠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그때가 중학생 때였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보다 몇 곱절 나이를 먹었고
설레임은 담담함으로 바래진 지 오래되었다.
세상도 변해 손글씨보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게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시들해진 내가,
자꾸 누군가의 작은 집을 엿보고 그의 지저귀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처럼...

첫사랑의 순수한 열꽃이 지고 난 후에는
어느 배우나 가수에게도 그 시절만큼 집중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달랐다, 그는, 무언가.
섹시한 걸오 사형, 시크한 문재신 정도까지는 여유있게 보아줄 수 있었다.
그저 캐릭터일 뿐이니까 하고 살짝 뒷걸음치며 맘을 다독일 수 있었다.

그러길래 미니홈피나 트위터 따윈 거들떠 보지 말았어야 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어느새 나의 관심은 캐릭터에서 배우 유아인으로, 인간 엄홍식으로 옮아갔다.

부끄럽고 부족하고 두려워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용기,
뜨겁게 고민하고 날카롭게 상처받고 병드는 청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모든 걸 무릎꿇게 만드는 젊음.
사진 속 그의 웃음이 강원도 가을 밤 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차곡차곡 모아둔 그  자체의 모습과 기록을 보고 있는 나는,
가슴 저리게 울고 있다.
좀더 치열하게 살지 못한 내 쓸쓸한 인생에 많이 미안해진다.

가야할 길이 정해진 것일까.
긴 헛사랑의 시작이다.

IP : 125.177.xxx.16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10.16 4:48 PM (125.142.xxx.85)

    저랑 같은 길로 접어드셨군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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