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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무명 아티스트 총각 (김사랑, <Feeling>)

깍뚜기 조회수 : 1,020
작성일 : 2010-10-13 23:31:24
동네 운동 트랙을 산책하다보면 노래하는 총각의 목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8월 말이던가, 타지에서 공부 중인 남편의 동기이자 제겐 선배인 횽아가 잠시 한국에 와서
술을 거하게 한 잔하고 일행들과 산책을 하는데,
그 날도 이 총각이 우리와 약간 떨어진 곳에서 기타를 뚱땅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요.

이 선배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시대의 마지막 (까진 아니고, 암튼 몇 안 남은) 로맨티스트라서
다 쓰러져가는 자취방을 옮겨다니면서도 피아노를 렌트해서 방에서 똥똥거리고
자기 졸업식 날에는 학교 강당에 지인들을 초청해놓고 노래하고 연주를 했었더랬죠.
사실 되게 연주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 자기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늘 부러운 선배였죠.
기차길에 올망졸망 앉아서 맥주캔을 까먹던 생각도 진하게 나네요.

암튼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여름 밤, 생음악을 들으니 오랜만에 기타를 치고 싶었는지,
계단에 앉아서 홀로 외로이 연주를 하는 무명의 아티스트에게
다가가 기타를 좀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구요. 저와 일행들은 약간 민망 ^^
그런데 그 청년이 그건 좀 어렵다면서 좋게 거절했더니 (저 같아도요!! ㅋㅋ) 그럼 우리 자리로 초대하여
노래를 들려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죠.

청년는 조금은 수줍지만 또 한 편으로는 기쁜 맘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와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U2, 레드 제플린, Once OST 등이 흐르고, 우린 오랜 만에 만난 우정을 나누며 기쁜 맘으로 노래를
들었지요. 우리들의 박수 소리와 잔잔한 환호가 인상적이었는지, 트랙을 돌던 아줌마, 아저씨, 팔장끼고
걷던 연인들도 하나 둘 합세하여 무명 아티스트를 둘러싸고 제법 무대라고 할 만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우리가 호객을 제대로 한 것 같아서 나름 뿌듯 ㅋㅋ)
로맨티스트는  감정이 절정에 이르자, 예의 자기들의 우상인 김광석, 김민기, 정태춘의 곡을 하라고 떼를
써보았지만, 20대 초반(?)의 청년은 그건...잘 모른다며 멋적어 하더라구요.
홍대에서 종종 공연도 한다고 들었는데, 잘 되어가고 있는지...

암튼 그러던 총각을 어젯밤 또 마주쳤는데 (아는 척은 안했지만)
그날은 김사랑의 Feeling 을 부르고 있더군요. 어제는 주말도 아니라서 늦은 시간 사람도 별로 없었고,
또 굳이 자리에 앉아서 경청하는 사람도 없어서 조금은 쓸쓸해보였지만,
공학도라던 그 청년의 음색이 반가워서 멀리서나마 응원을 했어요.
그리고 나니 몇 년 전 놀러가서 흘리고 왔던 내 기타도 그리워지고 (나름 픽업달린 갠춘한 거였는데 엉엉)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맘이 절절해지고
그렇다면 일단 당장 기타를 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네요. ^^;;;


링크는 제가 참 좋아하는 뮤지션, 김사랑의 <Feeling> 입니다~
얼마 전 콘서트를 했다던데, 실력있는 싱어송 라이터죠.
혹시 이 노래 안 들어보신 분~ 진짜 강추에요!!!
IP : 122.46.xxx.13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깍뚜기
    '10.10.13 11:31 PM (122.46.xxx.130)

    http://www.youtube.com/watch?v=X_RZN1VEh74

  • 2.
    '10.10.13 11:37 PM (121.172.xxx.237)

    웬지 영화의 한장면이 떠오르는데요.^^
    참 좋은 추억 가지고 계시네요. 부러워용~

  • 3. 링크
    '10.10.14 12:10 AM (68.38.xxx.24)

    잘 듣겠습니다.고맙습니다.
    아까비~ 제가 함께 있었으면 기필코 그 청년과 두엣으로 부르게 만들었을텐디.
    아, 남편님하가 쟤(링크)랑 놀지마 라고 하실 수도 있겠당. ㅎㅎ =3==33

  • 4. 깍뚜기
    '10.10.14 12:19 AM (122.46.xxx.130)

    음님 / 저도 이런 추억을 남겨주는 그 청년이 고맙더라구요 ^^

    링크님 / ㅋㅋ 안 그래도 막 들이대고 싶더라구요. 사실 With or without 부를 때 어설픈 화음 넣었음 -_-;;;

  • 5. ,,
    '10.10.14 12:35 AM (218.232.xxx.210)

    이 글 읽고 필 받아서
    기타 꺼내어
    김연우씨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코드 따고 있네요
    아침에 고마운님께 받았는데
    너무 좋은곡이네요

    김사랑의 곡도 잘 듣고 가요


    올가을
    좀 독하게 앓고 지나갈거 같아요....

  • 6. 깍뚜기
    '10.10.14 12:42 AM (122.46.xxx.130)

    아 윗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김연우씨 말씀하셔가지고는 흑 슬프잖아요.
    이 노래 가사가 대체 왜 이런가요 흑흑

    코드 같이 따요.
    아흑 기타없는 저는 걍 입으로 땁니다요.

  • 7. 필링
    '10.10.14 12:46 AM (110.35.xxx.245)

    아... 이 노래 정말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듣게 되니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 8. 깍뚜기
    '10.10.14 12:47 AM (122.46.xxx.130)

    G Am C G
    Em Bm?? Am D (이하 좀 멋있는 코드인 것 같은데;;;)
    G Am C G
    Em Bm?? Am D G

    일단 여기까지 맞는지 튕겨보소서~
    대강 맞으면 필받아 더 해보게요 ^^;;;

  • 9. ..
    '10.10.14 12:55 AM (218.232.xxx.210)

    거의 맞구요 DR가 D7같습니다 ^^

  • 10. 진짜진짜 좋아했어요
    '10.10.14 1:02 AM (121.128.xxx.30)

    이 노래 정말정말 좋아했어요.
    김사랑 나중에 나왔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안좋아서 안타까웠었죠.
    너무 좋은 노래에요.

  • 11. 저두
    '10.10.14 1:11 AM (119.64.xxx.152)

    아................
    너무 좋아했던 노래에요. 오랜만에 넘 좋아라~~~~ㅎㅎㅎ

  • 12. 후렴은
    '10.10.14 1:35 AM (218.232.xxx.210)

    땄는데 내맘에 덧댄 부터 막히고 있어요 ㅋ

  • 13. ..
    '10.10.14 1:47 AM (218.232.xxx.210)

    CM7 G

    C Am D7 G
    CM7 Bm Am D7

    Bm Em Am D7
    Bm Em Am D7 G

    간만에 잡았더니 왼손이 후덜덜 ㅎ
    깍뚜기님 재미있었어요^^

  • 14. 와..
    '10.10.14 7:56 AM (116.40.xxx.9)

    저 이 씨디 있어요^^

    가사도 다 알고요..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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