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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돌아 보니 속병이 나았어요.

여름향기 조회수 : 1,181
작성일 : 2010-09-28 11:04:12

추석 내내 앓았어요.  그 좋은 연휴 기간 내내 토하고, 설사하고, 위경련에.. 주욱 침대에만 있었어요.

업무 스트레스도 심하고, 강도도 심하고, 10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하고는 몇 달전에 헤어지고..

하루하루 억지로 끌고 온 날들인데 추석에서 부모님과 늘 같은 문제로 부딪히다가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몸에 탈이 났더라고요.

아픈 내내 상황을 원망만 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안 아픈 게 기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상황이 날 힘들게 하고 있다만 생각했거든요.

날 떠난 남친.. 늘 억압적이고, 틀렸다고 야단만 치고, 일방적인 부모님. 재미없고 힘든 직장생활, 그나마 괜찮다고 맘 주었으나 연락 끊긴 소개팅남.  

이것들이 날 아프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

그런데 갑자기 깨달았어요.  내가, 내가 싫어하는 우리 부모님 모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여기에 한번 글 쓴 적 있어요.  저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었지만, 우리 부모님 한 번도 칭찬해 주지 않았다고요.  늘 그것밖에 못 하니, 더 해라 더 해라 채찍질만 하던 분들이었다고.. 그 바람에 자존감 엉망이 되었다고.

근데 그 모습이 어느 새 내가 되었더라고요.

이제 우리 부모님은 어느 새 제 모습에 만족하세요.  그래요 그냥 소박한 분들이었지요.  딸 S대 나와서 사자 붙은 전문직된 것으로 만족하시고요 계세요.  

근데 만족 못 하는 것은 바로 저였어요.

전, 더 나은 삶을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마냥 바라고만 있었어요.  찾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요.

연봉도 나쁘지 않으면서 저녁에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바라기만 하고, 그러면서 지금 있는 이 로펌이 가져다 주는 명성을 포기하려고는 하지 않았구나.
나중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기서 잠깐 힘들지만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게 어디냐.. 하고 감사해하게 되었어요.  돈과 명예를 같이 주는 직장은 드무니까요. 게다가 우리 직장은 다른 직장에 비해 꽤 인간적이고 선배들도 존경스럽고요.

내가 마음 준 소개팅남이 나한테 연락 안 줘서 패배감 들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내가 싫다고 연락 끊은 남자들이 더 많고, 좋은 인생 선배로 저에게 이런저런 조언주는 소개팅 상대도 있더라고요.  내가 나 좋아하는 것은 너무 당연히 생각하고, 나 돌아보지 않는 사람만 쳐다보며 속병을 키웠구나.. 싶더라고요.

10년된 전 남자친구는.. 내가 평생 안고 갈 슬픔이지만, 그래도 서로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니,,, 아주 아름다운 슬픔으로 남을 거구요.  죽을 때까지 기억할 아름다운 사랑이고요.  그런 사랑 주고 간 게, 슬프지만 고맙고요.

우리 부모님.  없는 집에서들 혼자 힘으로 공부하고 크셔서 자기 주장 강하고 자기애 강하신 분들이라, 자식들을 당신들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일단 자식들에게 헌신적이고 자식 폭력 이런 것 모르는 분들인데,
내가 너무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부모님(전 남친의 부모님이 이러셨어요.  아주 이상적이고 따뜻하고 긍정적이신 분들이었지요)"만 롤모델로 삼은 채 우리 부모님을 원망하고 업수이여겼구나.. 싶었어요.  인간인 이상 당연히 부족한 것뿐, 그래도 도덕적으로 하자 있으신 분들이 아닌데, 내가 그분들을 원망한 것은 잘못되었다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늘 부모님께 드렸던 말씀이 바로 이거였거든요.
"내가 도덕적으로 그르지 않은 한,  일단 내가 하고픈 대로 그냥 둬 보세요!!!"

결론은.

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히 생각하고, 더 나은 것, 나에게 없는 것만 바라보며 욕심내고 성질내고 있었던 거에요.  우리 부모님보다 제가 더 욕심쟁이가 된 것이죠.  

"아직 안 돼. 더 더 더 !!'

이렇게 생각하니, 속병이 사르르 낫더라고요.
그래요. 결국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죠.
지금의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 한 채 그저 치장만 거추장스럽게 치렁치렁하려던 것이었지요.

이렇게 되자, 이제 슬슬 에너지가 충전되었어요. 한동안 아무 것도 하기 싫었는데, 이제 영어 소설도 손에 다시 쥐게 되었고, 등산도 나갈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일도 계획을 짜서 하게 되었고요.

나 자신을 사랑하자.  이게 삶의 기본 에너지더라고요.

그냥 털어놓고 싶었어요.  오늘은 하늘도 예쁘고, 기분도 좋고 그래서요.  조잘조잘 언니들에게 친구들에게 말하 듯 그렇게 털어놓고 싶었어요.






  


  
IP : 218.233.xxx.25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하
    '10.9.28 11:24 AM (121.134.xxx.19)

    드려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 나 자신을 갈아먹고 있는 악순환 속에서
    벗어난걸 축합니다~

  • 2. 혼자설때
    '10.9.28 11:39 AM (112.154.xxx.221)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사랑은 나누어 줄때 증폭된다지요?
    부모님에대한 원망. 이별한 옛사랑. 날 거부한 사람. 모두 사랑의 부재입니다.
    부모님에대한 연민. 추억을 남겨준 고마움. 인연이 아닌사람 떠나보내 주기.
    사랑을 다시 찾으신거예요~~ 사랑에너지 증폭 되신님~~~!! 축하드려요~

  • 3. 여름향기
    '10.9.28 11:42 AM (218.233.xxx.250)

    제가 겪은 것을 이미 모두 겪으신 인생의 선배님들. ^^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 4. 지나고
    '10.9.28 11:42 AM (211.108.xxx.67)

    보면 별거 아닌걸 애태었구나 란 생각이 들어요...
    윗님 말씀처럼요...
    오늘 날씨 정말 좋아요...
    회사겠지요??? 점심식사때 커피 들고 거리를 걸어보세요..
    햇빛 받으면 더 상쾌해집니다...
    그리고 더 멋지고 좋은 남자가 다가올테니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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