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같은 사안으로 계속 글 올렸던 임산부입니다.
첫애 21개월 둘째 아이 가진 엄마에요.
이제 힘든 시기를 좀 지나가는 거 같아요.
지난 주말 신랑과 이혼 위기까지 갔었어요.
신랑은 제가 너무 싫고, 구속 받기 싫고 그래서 이혼을 하자고 했고..
저는 안된다고 하다가 그렇게 원하면 금이 간 부부채로 살 수 없어서 이혼에 동의했어요.
신랑이 일요일 저녁 말하더군요.
잘 못 했다고.
네. 잘 못 했죠.
모임이 아무리 중요해도.. 가정보다 우선 순위에 있을 순 없는데..
언제오냐는 전화 한 통화에 그렇게 분노를 했으니 말이죠.
신랑은 순한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그때와같이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른 적이 처음이랍니다.
아마 처음일거에요. 지금까지 살면서 신랑의 그런 모습 처음 봤거든요.
그렇게 신랑을 바닥까지 몰아 간 제 자신도 참 싫더라구요.
의심 받는거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아마 못 견뎌 했을거에요.
그래서 의심한거 정중히 사과했어요.
제가 쓸데없이 의심이 많습니다. 그 의심이 한 사람을 바닥까지 몰고 간 거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화해를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참 알뜰하게 살았습니다.
신랑 계절마다 정장 사 주고, 시부모님한테도 한번도 용돈으로 서운하게 한 적 없어요.
명절, 생신, 어버이날 정말 후하게 했지요. 일년에 두번 옷도 꼭 사드리구요.
저 후줄근합니다. 친정엄마가 돈 벌어서 대체 어디다 쓰냐고 해요.
구두도 맨날 보세에서 샀구요. 임신해서 임부복은 친구한테 빌려서 입었습니다.
월세에서 시작해서 지금 15년 된 아파트를 산 것도 보조를 맞춰 준 신랑의 알뜰함도 있었지만..
정말 아끼고 신나게 저축하는데 올인한 제 덕분도 있을거에요.
그런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그냥 적당히 살려고 해요.
우선 다음 달에 휴직을 하려고 신청해 놨어요.
저 첫 애 날때도 첫애 낳는 날까지 일하고 밤 10시에 가서 유도분만해서 애기 낳았거든요.
그런데 둘째는 한달 일찍 들어가서 우리 첫애랑 놀아도 주고.. 출산 준비도 하고 그럴려구요.
그리고 둘째도 제 손으로 키울려구요. 첫애는 베이비시터한테 맡겼는데.. 둘째는 제가 키울려구요.
명절날에는 아울렛 가서 구두도 좋은 걸로 한 켤레 샀어요.
원래 뭐 살 때 한번에 산 거 처음이에요. 마음에 들길래 그냥 샀어요.
출산하고 나면 동생하고 같이 백화점 가서 코트도 하나 살려고 해요.
막 사치하고 살지는 않겠지만.. 그냥 제 자신이 원하는 건 선물해 주고 살려구요.
82님들 저에게 따뜻한 댓글 달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정말 친정언니처럼 따뜻한 댓글에 많이 힘이 났어요.
그 동안 전 제 자신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저도 나름 능력 있는 여자더라구요.
많지는 않지만 연봉도 3천5백 정도 되니..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한데 말이죠.
제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어요.
그리고 남편에게 쏟은 집중을 이제 제 자신에게 그리고 제가 무얼 원하는지 관심을 가져야겠어요.
82님들..
제가 우리 둘째 가지고 많이 울고 힘들어해서 둘째한테 너무 미안해요.
건강하게 똑똑하게 태어나라고.. 기도해 주세요.
82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복 받으세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82님들 고맙습니다.
임산부 조회수 : 701
작성일 : 2010-09-24 16:53:52
IP : 211.57.xxx.10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국제백수
'10.9.24 4:59 PM (220.79.xxx.18)또 한 분이 이렇게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하시네요.
아릅답습니다. 응원합니다~~2. ..
'10.9.24 5:08 PM (211.212.xxx.45)잘하셨습니다
신랑 아마 앞으로 잘하시면서 살거예요
원글님..남편한테 애들한테 올인하면서 살 필요없어요
본인 자신이 제일 중요한 사람입니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겨줘야 남들도 나를 그렇게 대한답니다
결혼생활 27년 하고보니 제일 후회되는게 저 자신에게 후하지 못했다는 것이예요
원글님..첫아이 많이 사랑해주시구요
태어날 아가에게도 사랑 뜸뿍 주시길 .....앞으로 님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3. 광장
'10.9.24 5:16 PM (114.205.xxx.254)참 잘하셨어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며
행복한 가정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