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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맘이에요...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요..

에휴 조회수 : 2,151
작성일 : 2010-09-15 17:15:33
두돌 안 된 딸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딸애를 직접 돌보지 못하고 남 손에 맡기고 매일 출근합니다...
감기라도 걸릴라치면...다 내 탓인것만 같고..
퇴근해 돌아와서 딸애 얼굴이 환하지 않으면 하루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싶어 괜히 걱정부터 앞서는.....

내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맛난 것도 해주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해달라는 거 그때그때 잘 해줘서
소리지르고 울 일 없게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데 워낙 가진거 없이 시작해서리...

나중을 생각해서 애한테 배우고 싶은 건 최대한 해보게 해주고 싶은 맘때문에 계속 다녀야 합니다.
30초반 여자 월급치고는 적지 않은 걸 잘 알거든요...세후로 350조금 안되는 금액이에요..분기별로 보너스도 종종 나오구요...글고 칼퇴근도 하는 분위기구요...
근데도 자꾸만.....그만두면 어떨까..이 생각을 하면서 우울해져요..
남편이 지금보다 좀 더 잘 벌면 그만두고 아이랑 행복하게 지낼 텐데...
둘째는....돈 때문에 낳을 생각도 없구요.

남편이 직장 생활을 늦게 시작해서 저보다 연봉이 적거든요...
둘이 벌면 평균 600 조금 안되게 버는 셈이니 정신바짝 차려서 저축에 올인하자 싶다가도..
보육비며 뭐며 직장맘이기에 여기저기서 세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그게 그거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서울 변두리 전세살면서...더 가열차게 모아야지, 그만두고 애만 보기에는 내 직장이 넘 아깝공...
그런데..매일같이 아이를 보면 왜그리 맘이 아픈지...걸핏하면 눈물이 나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는걸까...하고 생각하노라면....초등학교 가서도 이렇게 직장맘으로
살뜰히 챙겨주지 못한다면....내 아이는 얼마나 쓸쓸할까 싶고.....

엄마가 결혼할 때...집도 못가져 오는 사람이랑 왜 하느냐며 말리실 때는..그저 울 엄마도 속물 근성있으시네 하고 웃어넘겼더랬지요..뭣도 모르는 철부지였던 거죠...

사랑...
그런 감정도 이제는 모르겠어요...
고작 결혼한지 3년 지나놓고.....

전반적으로 우울해서 걍 넋두리 하다 갑니다.
저의 우울이 다른 분들에게 전염되지 않기를 바라면서....(음...사실은 선배 직장맘님들, 공감 좀 해주십셔..라고 말하고 싶은....)

아..술도 안마셨는데 왜 이리 감상적으로 흐르는 걸까요...
IP : 63.216.xxx.3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락
    '10.9.15 5:17 PM (115.136.xxx.104)

    아우 밥하러 가야 하는데 댓글달고 있네요. 저도 곧 복직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함께하는 워킹맘'에 찾아오세요.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워킹맘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실 거에욤

  • 2.
    '10.9.15 5:24 PM (150.150.xxx.114)

    저도 원글님같은 상황이예요. 19개월 딸아이는 베이비시터가 보시죠.
    그런데 전 씩씩하게 일하고 돌아와서 아이앞에서 씩씩하게 인사하고,그래요..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할 때도 있지만, 제가 그걸 표현하고 얼굴에 드러내면, 아이도 그걸 느끼게 되고 같이 우울해 할것 같아서요.
    원글님..왜 아이에게 미안해 하세요.
    아이와 함께있는 시간만으로 엄마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함께 있을때 집중해서 놀아주고, 스킨쉽도 많이하고 낮에 못본만큼 더 아껴주고 그러세요..
    아이도 엄마를 따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요.

  • 3. 파이팅
    '10.9.15 5:26 PM (121.253.xxx.126)

    안녕하세요
    저도38세 직장맘입니다.
    아이 딸둘이구요.
    힘드시죠? 일단은 톡톡톡 힘내시구요..

    제경험을 말씀드릴께요

    제또래 직장맘들이 지금의 직장맘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직장에서 살아 남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주위눈치, 열악한 근무조건, 낮은 임금..
    저도 님과 똑같은 고민을 너무나 오래 했었습니다.

    감기만 걸려도 내탓이고, 애가 다쳐도 내탓이고, 열이 안떨어져도, 내탓이고..

    그리고. 또 직장맘 아이는 어떻더라..이야기 안들을려고 아둥바둥 정말 힘들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저에게도 위기가 왔죠
    그래서 12년 다닌 직장을 (과장까지 달았었어요) 냉정하게 박차고 나갔더랬습니다.

    첨에 두세달..아니 고용보험이 나오는 일곱달 학원을 다닌 아홉달은요..^^
    근데..갈수록 불안한 뭔가가 생기더라고요

    올인할것 같던 아이에게 올인은 커녕 집착이 생기고
    가사일은 여전히 과거에 하던 대로 하고있고
    씀씀이는 줄이고 있는데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나만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경제적인 스트레스..

    여차여차해서
    복직을 했는데..
    직급다 떼고 다시 들어왔어요..

    그래도 다시 나오니..좋고..(물론 아닌면도 여전히 있죠)
    행복합니다.

    지금의 고비를 잘 현명하게 넘기시기 바라구요..
    님의 월급은 우리 회사에서는 차장월급정도되겠네요.
    거기다 칼퇴근이라니...오마이갓!!

    영원히 다니시기 바랍니다
    애들이 커갈수록 엄마의 손보다는 경제력이 필요하답니다.

    이상..선배맘^^

  • 4. 에효
    '10.9.15 5:39 PM (115.90.xxx.3)

    그래도 저보다 훨씬 상황이 좋으시네요..월급도 많으시고...그리고 저는 어린이집 보냈는데........
    베이비시터에..저는 님이 부러운데요..^^....백일에 어린이집 맡겼는데..다행히 딸래미 아푼곳 없었어요,,,,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거 같아요...저는 어린이집 맡기면서도 ...매일 제가 데리고 자고..주말에 올인했어요,,,그리고는 스스로 주문 걸었어요...그래도 나는 누구 도움 없이 혼자 키운다....우리딸에게 떳떳한 엄마이다 이렇게 자부하면서요....힘내요..그래도 어떤분들은 직장맘 하고 싶어도 ...일 못하시는분들 많잖아요,,,그런분들은 저희가 너무 부러울꺼에요

  • 5. ..
    '10.9.15 5:50 PM (61.78.xxx.173)

    베이비시터분한테 맡기고 월급 많으신걸로도 저는 님이 부럽네요.
    어린이집에 아침 7시에 깨지도 않은 아이 맡기고 7시 퇴근해서 집에 가면 8시
    저녁까지 어린이집에서 먹이고 데려와도 할일이 어찌나 많은지...
    저도 한편으로는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제 나름은 열심히 키우는거니까
    자책은 안하려고 하네요.

  • 6. 선배맘2
    '10.9.15 5:51 PM (203.238.xxx.67)

    저도 전쟁처럼 회사다니며 두 아이 다 키운 선배맘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고 안타깝네요
    나름 아이들 잘 키웠다고 하면서 직장내 여자 후배들이 육아상담을 요청해옵니다.
    제 단골레파토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직장맘 최악의 적은 '죄의식'이다. "
    사람은 본능적으로 정치적 동물입니다. 아기들도 사람과의 관계를 본능적으로 이용합니다.
    상대방이 약자인지, 강자인지, 자기가 타협할 사람인지 떼를 쓸 사람인지.
    직장맘이 죄의식 갖는거 인지상정이지만 아이에게 절대 도움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스스로의 감정일 뿐입니다.
    엄마가 먼저 감정 정리하세요. 아이에게는 안정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신뢰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엄마를 존중하고 그래야 육아가 쉬워집니다.

    갑-을의 관계가 바뀌면 안된다.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입니다. 독립하지 못한 자녀는 부모의 권위를 존중해야 합니다.
    물론 부모가 억지 권위를 내세우면 안됩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지지 마세요. 어떻게 하면 이기느냐구요? 간단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 그리고 이길 수 있는 것만 갖고 싸움하면 됩니다.
    웬만하면 아이 말 들어주세요. 형식적으로는 아이에게 져서 들어주는 게 아니라 엄마가 허락해주는 겁니다. 그런 심리전에 능해야 엄마가 편해집니다.
    아이가 갑, 엄마가 을이 아닙니다.

    저도 아이 어릴 때 벌 수 있으면 돈 모으시라는 데 한표 던집니다.
    지금 제 꿈은 '은퇴'입니다. 50이 다 돼가는데 정말 힘들어요.
    은퇴 못하는 것은 아이들 교육 때문입니다. 큰애 미국서 사립대학 다니고 작은애 곧 대학갑니다.
    왜 젊어서 돈 많이 못모았나 후회됩니다. 아이가 남들 다 가고 싶어하는 외고 합격한 뒤 유학반 들어간다고 할 때 잠시 말렸습니다. 지금도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비용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 못한다고 말하는거 너무 미안했어요. 요즘 허리가 휘다못해 꺾어집니다. 젊어서는 넉넉하게 번다고 생각했는데 재테크를 못했거든요. 지금도 적게 버는건 아니지만 아이 뒷바라지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아이가 클수록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아이를 위해서 엄마가 마음 추스르시고 강해지세요.
    현명하게 원칙있게 육아하시면 나중에 아이가 커서 직장맘 엄마를 자랑스러워할겁니다.
    직장맘이든 전업맘이든 아이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마구 퍼붓기보다는 절제되고 원칙있고 현명하고 믿을 수 있는, 든든한 바위같은, 바람막이같은 엄마가 되도록 스스로 성장하세요.

    기운내세요. 엄마잖아요.

  • 7. 오호
    '10.9.15 5:53 PM (61.32.xxx.50)

    선배맘2님 대단하세요.
    아이는 없지만 당연히 직장생활 계속할거라 직장맘님들 글 읽고 항상 마음이 아팠는데 님의사고방식 정말 맘에 듭니다.
    계속 화이팅입니다.

  • 8. 팀장
    '10.9.15 5:54 PM (203.246.xxx.172)

    휴우..저랑 비슷한상황이시네요
    저 38세 직장맘(현재 IT벤처회사 팀장)이구요..아들7세, 딸 4세..
    요새 회사가 매각중이라 여러가지 생각이 많습니다.
    당장 아들 내년에 학교가는데 엄마손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제 친구들보면서 능력있는 친구들이 육아때문에 전업주부가 되는거 보면서
    악착같이 버텼는데..
    요샌 남편도 은근 절 기대는거 같아 그것도 서운하고
    에공 좀 아끼지 하는 맘에 그만둘까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까지 고생한게 아깝자나요..
    님~ 제 경험을 보면 애기들은 커가면서 점점 좋아지는거 같습니다.
    기운 내시구요 (모..저한테 하는 이야기도 되겠네요~)
    힘내자구요 아자아자 ^^

  • 9. @.@
    '10.9.15 5:58 PM (203.128.xxx.169)

    선배맘2님 말씀이 주옥같아서...카피해서 제 일기장에 붙입니다...
    혹시 블로그 운영은 안하세요? ㅎㅎ

  • 10. 선배맘2
    '10.9.15 6:27 PM (203.238.xxx.67)

    아참.. 빼먹은 거 하나. 아이에게 필요한 건 뒤치닥거리 하며 쫓아다니는 엄마보다는 '내편'인거 같아요.
    엄마가 꾸중을 하더라도 엄마가 자신을 평가하고 비난하기 위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거라는 믿음을 줘야 하는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엄마 속은 썩어 문드러집니다.
    예를들어서 애가 시험 잘못보고 오면 직장에 있는 저한테 전화해서 울고불고 난립니다.
    전 잊어버려라 괜찮다. 너 열심히 했잖니.. 방법을 찾아보자. 일단 한잠자고 내일 시험에만 집중해라... (제 속은 얼마나 터지겠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꾹 참아야지.. )
    그러고는 시험 끝난 뒤 뭐가 문제였는지 따져보고 꼭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척이라도 합니다.
    말처럼 다 한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어려서 관계를 분명히 설정해 놓으면 커서 좀 편해지더라구요. 아이들 사춘기때는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했구요.
    제 몸에서 사리가 열다섯개는 나올겁니다.
    블로그는 있지만 죄지은게 많아서 다 비공개구요.
    육아보다는 일에 필요한 자료 정리로 씁니다.
    요즘 82에 뒤늦게 꽂혀서 불쌍한 대한민국 엄마 후배들에게 잔소리하는 낙으로 살고 있는 아지매입니다.

  • 11. ...
    '10.9.15 7:06 PM (59.12.xxx.26)

    전 직장맘은 아니지만.. 선배맘2님의 말씀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뒤치닥거리하는 엄마가 아니라.. "내편"인 엄마가 되주는 거..
    매일 되새기고픈 말이네요.
    앞으로도 양육에 관한 고민글 올라오면.. 고정닉으로 도움되는 팁 좀 많이 주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선배맘으로 모시고 싶어요. ^^

  • 12. 그래도
    '10.9.16 11:36 AM (159.245.xxx.100)

    급여는 많으시네요. 전 18개월 아들이고요. 돈은 님보다 훨씬 작게 받지만 시터이모에게 맡기고 일합니다. 매일 일과가 12시정도에 끝나요. 그것도 어떤날은 다림질을 못하고, 어떤날은 애 반찬을 못해놓기도 하는데 그러네요. 그래도 이제는 좀 이력이 되서 견딜만 하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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