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남편은 아직 원하지 않는 둘째가 생겼어요.

. 조회수 : 1,172
작성일 : 2010-08-30 21:31:46

제가 일을 하다가 출산 육아를 위해 그만둔게 2년여가 되어갑니다.
저희 딸은 이제 막 18개월에 들어섰구요.
대학 졸업 후 계속 일을 하던 사람이 딱 그만두고 집에서 애만 보고 있자니
정말 말로는 표현 못할 그 답답한 시간들이 벌써 이렇게 많이 흘렀네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생각하기를.. 외동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아서
아이가 얼만큼 크면 두돌 터울 정도 지도록 둘째를 낳아서 그 둘째가 돌정도 될 때 까지
계속 집에서 제가 두 아이를 키우다가 그 무렵에나 큰애는 어린이집 보내고 둘째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나도 다시 일을 해야겠다.. 그렇게 막연히 계획해 왔었지요.


남편은 저도 아이도 사랑하기는 하지만 가족을 우선으로 배려하거나 돌봐주는 그런 성격은 아니라서
아이가 이만큼 클 때까지 저도 남편도 많이 힘들었답니다. 저도 애기를 막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낳은 내 자식이니 처음엔 의무감처럼, 아기와 뭘 하나를 해도 큰 부담감을 가지고 그렇게 길러왔지요.
이제 18개월 정도 되니 아이와 함께 있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고 정말 가슴이 미어지게 사랑하구요,
남편도 애기가 이제 말문도 좀 트이고 아빠를 워낙 잘 따르니 애기도 종종 잘 돌봐주고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저는 저대로 익숙치 않은 육아에 힘들고,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을 덜 챙겨주는 그 상황에 서운해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면서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종종 남편은 농담처럼 애는 하나로 끝내자.. 그렇게 얘기하기도 했었구요.
아주 둘째에 대한 생각이 없는건 아닌데 아마 자신이 없어서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제가 임신을 했답니다.. 아침에 테스트 해보니 딱 맞네요.
사실 계속 피임을 해 오다가 8월 초 확실한 가임기 때 제가 피임을 거부했는데,
근데 그게 딱 바로 임신이 된 것이지요....


아마 내년 4월 말이나 5월쯤 애기가 태어날테고 제가 생각했던 그 순서대로는 될 것 같은데..
아직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첫애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처럼 마냥 환하게 웃으며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차차 사실을 받아들이고 배운대로 책에서 읽은대로 저를 임산부로서 챙겨주기는 하겠지만
과연 남편에겐 좀 갑작스러울 것도 같은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일지..


저는 저대로 또.. 앞으로 아홉달 배부르고 애기 낳고 젖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이유식하면서..
애기가 뒤집고 앉고 기고 서는걸 지켜보면서 보내야할 그 시간들을 과연 또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구요.
첫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매일매일 더디 가는 시간을 느끼면서 그 시절을 보내왔는데.
둘째는 어떤 시간들이 펼쳐질지 너무 잘 알겠는.. 그래서 미리부터 이렇게 겁을 먹고 있는.. 그런 상황이네요.


여자로서 배속에 새 생명을 품고, 내 몸에 심장 두개가 뛰는..
그 훌륭한 순간을 가지는 것은 분명 행복하고 정말 축복받아야 할 사실인 것은 맞지만.
그에 뒤따르는 인내와 희생, 책임감이 아직까지도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는 걸 보니
저도 참.. 엄마로서는 별로인 사람인가 봅니다..
IP : 121.147.xxx.21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8.30 9:38 PM (222.232.xxx.31)

    힘네세요 ..
    전 너무 부럽네요..큰아이가 10살인데 둘째가 안생겨서 포기한 상태입니다..ㅠ.ㅠ
    둘째는 더 예쁘데요..^^화이팅!!

  • 2. ..
    '10.8.30 9:39 PM (121.135.xxx.171)

    피임거부한거 아셨으면 남편분도 둘째생각있으신거 아닌가요?

  • 3. ...
    '10.8.30 10:09 PM (175.116.xxx.252)

    어차피 둘째 낳을 계획이셨으면 2년터울 좋습니다..
    아이들한테도 키우는 부모입장에서도 좋은선물 즐겁게 받아서
    낳아 키우세요.^^~

  • 4. ..
    '10.8.30 10:26 PM (112.151.xxx.37)

    남편분은 모르겠구..원글님이 원해서 일부러 피임끊고
    가진 아이인데 뭘 그리 전전긍긍하시나요^^
    남편에겐 '여보~~내가 씩씩하게 둘째 잘 키울테니까
    당신 걱정마~~'라고 용기주시구요.

  • 5. 딱 좋아요
    '10.8.30 10:28 PM (203.90.xxx.196)

    봄에 아기 낳으면 산후조리하기도 좋구 아기도 금방 바깥 바람 쐬기도 좋아요
    뭘 그리 염려하세요

  • 6. 마음단단히 먹고..
    '10.8.30 10:51 PM (142.68.xxx.222)

    남편분의 성격 잘 아실테고 첫애도 키워보셨으니
    님이 어떤 각오를 해야할지는 잘 아실겁니다...
    키우면서 힘들다 어쩐다 그러면 가정에 문제만 생기고 애들한테도 스트레스예요...
    내가 좋아서, 원해서 한 일인만큼 위 점두개님 말씀처럼 걱정하지말라고 안심시켜주시고
    잘하시면 남편분도 스스로 잘하실거예요...

  • 7. ..
    '10.8.30 11:49 PM (112.159.xxx.27)

    저는 첫애가 워낙 예민하고 까다로운아이라 정말 힘들었어요. 거기다 밤이면 밤마다 깨서 울고불고.. 잠한번 실컷 자보는게 소원이었답니다. (4돌까지..) 그리고 둘째가 생기고 물론 기다리던 둘째였지만 경기가 않좋아 신랑 회사도 위태위태하면서 둘째에 대한 부담감이 무척 컸어요. 신랑이랑 다투기도 하구요.
    지금은 둘째 19개월 인데요.. 신랑 매일하는 말이.."정말 얘보면 이뻐서 미칠꺼 같아. 어떻게 표현할수가 없어" 예요. 회사일이 바빠서 아이와 지낼시간은 적지만 집에만 오면 "이쁘다 이쁘다.." 오로지 그말만 하고 살아요. ㅋㅋ 물론 간난아기였을때 육아 힘들긴해요. 그런데 첫애가 힘들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둘째는 정말 쉽게 키웠어요. 아직도 갈길은 멀지만... ㅎㅎ
    힘내세요. 남편분이 좀 서운하게 하시더라도, 너무 섭섭해하지마시고 이쁜 둘째만 생각하세요.
    이쁜 둘째 만나시면 남편분도 마음 확~ 열리실꺼예요.
    그러고보니 울신랑은 저 친정에서 몸조리할때 주말에 친정오면 둘째는 별로 쳐다보지도 않았네요. ㅋㅋㅋ.. 지금은 물고 빨고 난리지만요. 몇달전엔 잠자는 둘째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런말을 하데요. "얘가 정말 복덩이 같아."라구요.
    울신랑 둘째 낳기전에 하던말.. "첫애가 이렇게 이쁜데, 둘째가 더 이쁘다고 하는 사람들말 이해할수가 없어. 난 둘째 낳아도 첫째만큼 이쁘지 않을꺼 같아."

    두서없이 주절거렸네요.
    둘째가 얼마나 축복인지 곧 알게 되실꺼예요. 기쁜맘 행복한맘 가지세요.
    곧 두아이의 엄마가 되시겠네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 8. ㅎㅎㅎㅎ
    '10.8.31 1:39 AM (180.71.xxx.214)

    큰딸 18개월에 둘째 낳은 저도 있어요.ㅎㅎㅎ
    제가 첫애 돌도 안되어서 임신한거 알고 너무나 심각하게 고민하니까 남편이 그럼 알아서 하라고(자기가 미안하니까...안 낳아도 된다는...) 그 말 듣고 갑자기 오기가 발동해서 꼭 낳아야지 결심하고 낳았습니다.
    연년생이라 둘이 같이 젖병 물고 기저귀 차고....둘째 낳고 어찌 살았는지 기억도 안나요.
    어느날 둘째가 앉을 수 있게 되었는데 갑자기 집이 조용해요.
    가서 봤더니 글세 첫애랑 둘째랑 같이 마주 보고 앉아서 장난감 사이에 두고 놀고 있는거에요...아....둘 낳기를 정말 잘했구나....하는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더군요.ㅎㅎㅎ
    지금도 지지고 볶고 살고는 있지만....낳기를 잘 한것 같아요.
    남편은 첫애때는 뭘 어찌 해야 할지 몰라서 손 놓고 있는것 같더니 둘째 낳고는 첫애 목욕도 시키고 놀아도 줍니다. 지금은 둘째만 보면 눈이 초생달이 되고 입이 귀끝에 걸려요.ㅎㅎㅎ

    원글님께도 그때 제 친정어머니께서 해준 말씀 그대로 해드릴게요.
    어차피 낳을 둘째 늦던 빠르던 상관 없잖니....죄 짓지 말아라. 애가 아무때나 오는거 아니다.

  • 9. 22개월차
    '10.8.31 3:36 AM (124.56.xxx.81)

    애둘 달랑 묶어서, 외국 보내고 열심히 일 하는 엄마 입니다.
    하나 였으면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둘이 서로 의지하면 얼마나 잘 사는 지요. 축복입니다.
    저도 기를땐 죽다 살았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3353 옛날 라면, 뭐 좋아하셨어요? 27 라면 2009/11/25 1,264
503352 전기밥솥 안에 넣어둔 밥.. 며칠동안 먹을 수 있나요..?? 3 ... 2009/11/25 776
503351 okoutdoor 회원분 5 회원이신부운.. 2009/11/25 452
503350 왼쪽 상단의 맥가이버 다리미판 어떤지요? 실 경험이 .. 2009/11/25 291
503349 참착한면...안튀긴면...다른점이 있나요? 어떤게 맛있나요? 3 삼양라면 2009/11/25 401
503348 김치에 갈치, 조기 등 생선을 넣는경우 3 김장 2009/11/25 812
503347 디자인VS기능 2 설문조사중 2009/11/25 248
503346 서랍장 맞추려고 하는데요, 괜찮은 곳 있을까요? 1 영선맘 2009/11/25 436
503345 중학교 배정원서 쓸때 사진도 필요한가요? 2 .. 2009/11/25 352
503344 부인취업을 거부하는 남편, 이혼한다네요. 진짜일까요? 12 .. 2009/11/25 1,937
503343 전 동안이 싫어요 13 동안 2009/11/25 1,717
503342 강남 노보텔 부페 어떤가요 2 ㅇㅇ 2009/11/25 1,532
503341 사골육수로 동치미 담그는법 아시는분? 1 사골 2009/11/25 1,039
503340 시연or취소반품된 가전제품 사도 괜찮을까요? 홈쇼핑.. 2009/11/25 414
503339 대치동 엠솔 1 학원 2009/11/25 3,119
503338 삼양라면 더 클래식~ 이런 감동의 맛이라니!! 9 ^^ 2009/11/25 1,480
503337 엄마가 갑자기 글자를 못읽겠다네여 5 치매?? 2009/11/25 889
503336 무조건줄서서가는 4년제를 보내야할까요??(너무 기초가 없는 아들) 4 조언좀 해주.. 2009/11/25 736
503335 성당 다니시는 분께 여쭙니다... 4 신앙 2009/11/25 673
503334 인하대 아태물류vs 중대 경영학과 24 고3맘 2009/11/25 3,193
503333 이 정도는 의처증은 아니죠?; 8 설마 2009/11/25 1,013
503332 택배가 글쎄 집 앞에 덩그러니 있네요 21 뭐냐 2009/11/25 1,657
503331 브라이텍스 카시트 왜 이렇게 비쌀까요? 3 향한이맘 2009/11/25 588
503330 백화점 직원을 널리 칭찬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4 친절 2009/11/25 837
503329 호텔부페 어디가 대세인가요? 12 요즘은.. 2009/11/25 1,862
503328 백화점에서 진짜 깎아주나요? 20 궁금.. 2009/11/25 2,547
503327 인치바이인치, 바디슬림.. 효과보신분 계세요? 혹은 관심있으신분? 1 혹시 2009/11/25 972
503326 복합기, 칼라 레이져 복합기 뭐가 좋을까요? 2 잉크? 2009/11/25 403
503325 뭐 이런 개풀뜯어먹는 소리를-조기취학 15 ... 2009/11/25 958
503324 김영희표 '일밤', MC군단 20명 전격 공개 9 verite.. 2009/11/25 2,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