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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어떠셨어요?-좀 길어요

평생 못잊을 여름 조회수 : 733
작성일 : 2010-08-30 11:32:48
제가 참 이런글 쓸줄은 몰랐네요.

제 평생에 올여름은 아마 평생 못잊을듯합니다. 지금도 진행중인 상태지만요.

아무리 어렵고 힘든일이 있다고 해도 죽을뻔한일이 가장 공포인것 같습니다.


8월첫째주말에 남편과 아이와 여름휴가를 떠났어요. 청산도로요.

완도에서 배타고 40분거리인데. 남편회사에 데리고 있는 직원이 거기가

고향이고. 또 부모님이 아직도 거기에서 어업을 하고 계신다고 몇번 놀러오라고

놀러오면 잘해주겠다는 얘길 듣고. 큰맘먹고 먼길 갔습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사실 그때도 저는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어요.

1박2일 프로그램을 보거나 여기 82에도 제가 묻기도 했는데. 너무 너무 좋은곳인것

같긴하지만 왠지 그렇게 멀리 가는게 영 내키지 않았어요.

어쨌건 그 직원 커플이랑 다른 직원 가족. 그리고 우리가족. 이렇게

세팀이 출발했고.

생전처음 선글라스에다가 보트. 구명조끼까지 마트를 몇번을 가서 제대로 한번

물놀이 하자고 해서 놀러갔네요.

도착한 첫날. 재밌게 놀았고, 둘째날 낮까지는 진짜 재밌게 놀았어요.

물도 맑고. 100미터쯤 나가도 물이 허리까지 밖에 안차서 아이들 놀기에도 좋고.

거기다가 직원 아버지가 무료로 배 낚시까지 몇시간을 시켜주셔서 즐거운 시간이었죠.

같이간 직원 가족도 아이가 하나라 제 아이랑 잘 놀더라구요.

문제는 그날 저녁.. 직원 부모님이 멀리서 왔다고 저녁 대접을 하겠다고 초대를 해서

극구 사양했지만 어쩔수 없이 저녁을 먹었는데. 사실 섬 음식이 제 입맛에는 그렇게

맞지를 않더라구요. 그냥 평소에 못먹던 전복구운거만 10여개를 먹었을꺼예요.

점심도 라면으로 떼어서 과식을 좀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안먹도 소주도 꽤 많이 마셨구요. 필름이 끊길정도로요.


크게 실수는 안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 새벽에 4시부터 정확히 엄청난 복통이 찾아왔어요.

진짜 저도 아이 낳아봤지만 그것과는 비교할수 없는 오장육부가 찢어지는 고통으로

저는 몸부림 쳤고. 7시정도 됐을때 그동네 병원을 갔더니 빨리 완도로 나가라는 겁니다.

완도의 무슨 병원을 가라고 하네요. 자기네는 치료할 능력이 안된다고.


부랴부랴 8시 넘어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완도에서 제일 큰 병원 응급실에 왔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소장이 엄청나게 부었다고, 장염같다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도 그때 전복먹은거 때문에 장염이라고 믿었구요.

제가 장이 좀 안좋아서 과식을 하거나 그러면 가스가 쉽게 차고. 몇년전에도

장염때문에 3일을 출근을 못한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설사를 엄청했는데. 이번엔 그냥 배만 아픈겁니다.

어쨌건 거기 응급실에도 어차피 서울갈 사람이니 긴급한 처방만 해준다고

진통제.항생제. 수액정도 처방해져서 그거 맞고 있고.

남편은 다시 청산도에 짐가지러 들어갔고. 뱃시간때문에 그날 4시나 되서 완도에서

출발할수가 있었어요. 그때까지 저는 진통제 힘으로 버티고 있었고.

걸을때도 그 움직임 마저 너무 고통스러울 정도였구요.

휴게소도 하나 들리지 않고. 그로부터 제 사는곳까지 거의 날라서 왔네요.

다행히 집근처에 대학병원이 있어서 거기 응급실로 직행했는데.

차타고 오면서 내내 제가 미심쩍었던것이. 하루종일 소변을 한번도 안봤다는 겁니다.

물은 거의 안마셨지만 수액을 한통을 다 맞았는데. 화장실 가서 소변을 볼수가 없더라구요.

힘주면 힘주는대로 고통스럽고 한방울 떨어지지도 않고.

응급실에 가서 그 얘길 하니 소변줄을 달아줬고. 그때 나오는 소변양이 어마어마 했고

색깔은 콜라색.

병원에서는 장도 엄청 부었지만 콩팥치수가 정상인의 1/5수준이라고 저더러

평소에도 신장이 안좋았냐고 물어대고.  혈뇨에다가 당백뇨까지 난리가 아니라고 하네요.

ct를 찍어봐야 하겠는데 이렇게 콩팥이 안좋아서는 조영제를 넣을수가 없고,

그런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하고요.

이때 잘못 처방하면 급성신부전증으로 투석까지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콧줄 매고. 소변줄 매고. 수액 놔주고 진통제 맞으며 4일을 버텼어요.

당연히 금식이었고.

4일정도 지나니. 신장수치가 어느정도 좋아졌다고 해서 ct 촬영을 했더니.

방광에 2군데나 상처가 났다네요. 찢어졌다고.

바로 응급수술 했구요.

저는 사실 필름이 끊겼는데. 그날 밤에 제가 비틀거려서 넘어진적이 있답니다.

크게 외상은 없었는데. 술로 가득찬 방광이 빵빵할때 잘못 넘어지면 풍선처럼

찢어지는 일은 종종 있다고 하네요. 의사선생님 말씀이..


수술하고 일주일 있다가 퇴원했고. 소변줄은 집에와서까지 달고 있다가

지난주 금요일에 병원가서 떼고 왔습니다.

사무실에는 한달 병가를 내놓은 상태인데. 처음 위험했던 급성신부전증으로

진단서를 제출했더니 친한 언니가 울면서 전활하지않나..

하여간 엄청 큰병 났다고 소문이 났고.

소변줄만 떼면 당장에 백화점 가서 예쁜옷을 지르고 말꺼야 결심했는데.

너무너무 피곤하고 체력이 딸려서. 그냥 집에와서 오후 내내 자고 말았네요.

병원비야 보험들어놓은것때문에 오히려 두배이상 더 나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참 세상사가 이렇게 종이 한장 차이일수가 있을까..

요즘 참 무섭기도 합니다. 제가 청산도에서 나온날 저녁부터 태풍온다고 했는데.

만약에 태풍이 왔을때 내가 아팠으면 꼼짝없이 복막염으로 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방학끝이라고 초딩 아들녀석과 큰맘 먹고 연극 예매도 해놨는데. 그것도

위약금 내면서 취소해야했고.

사무실에 공인인증서가 다 있는데 카드대금 결재날이 다가와서. 소변줄 매고

은행가서 이체해놓고 오기도 하구요(퇴원후에)

참. 남편은 울면서 평생 잘해주겠다고 하기도 했네요.  

그리고 집안일이며,아직까진 엄청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배가 아파서 죽을것 같았을때는. 진짜 이러다가 원인도 모르고

죽는거 아닌가. 참 공포였거든요.

아직 아이도 2학년밖에 안됐고. 친정엄마...응급실까지 그 밤에 쫓아오셔서

나이 마흔먹은 딸 뒤치닥거리에 힘들어 하시고.

콧줄만 빼면 살것 같더니. 콧줄 빼고 나니.. 소변줄 빼면 살것 같고.

소변줄 빼니. 지금은 내가 보는 소변이 진짜 내소변 맞나 싶기도 하고.



근데요. 큰사고를 당한 사람이 그런 기억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하는데.

요즘 제가 그러네요.

병원에 있을때는 독한 항생제때문에 잠은 잘잤고. 퇴원하고 소변줄 뺄때까지도

항생제를 먹었더니 저녁에 잠이 잘왔는데.

지금 그냥 휴식만 하는 상황에서는 밤에 잠을 못자겠어요.

이 생각. 저생각. 그날 내가 술을 좀 덜 마실껄. 왜 그렇게 마셨을까.

평소에 먹지도 않는데.

그날 그냥 그 어른댁에 안가고 우리끼리 밥해먹었으면 잘 놀다가 기분좋게

올라왔을텐데.

갈때부터 내키지 않았는데. 그나마 아이가 안다치고 내가 다친거니 다행이려니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평소에 가던 강원도나 가지. 너무 멀리 안갈껄.싶기도 하고.


그랬으면 아이랑 연극도 보러가고 출근도 하고.


이런 생각으로 잡생각이 엄청 납니다. 이러다가 또 아픈건 아니겠지 싶기도 하구요

원래 누우면 바로 자는 스타일인데..

뭐 이런것도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만요.

어쨌건 올 여름.. 저는 진짜로 진짜로 힘들었어요. 아직도 병가중이지만..

전신마취는 할짓이 아닌것 같구요.

그러면서도 고질병이 아니라 수술이든 치료든..해서 낫는 병이니 얼마나 감사한

노릇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냥 현재에 충실히 살아야지. 미래를 준비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후회없이 현재에 충실해야지 싶습니다.
IP : 210.0.xxx.11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앞으로 좋은 일만~
    '10.8.30 11:44 AM (125.142.xxx.233)

    금방 지나갈 거에요. 수술도 무사히 잘됬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 2. 아이구야
    '10.8.30 11:51 AM (180.68.xxx.186)

    진짜 고생하셨네요.

    술은 적당히..
    에구 원글님 글읽다 보니 술이 웬수다..그 말이 생각나네요..

    하여튼 액땜하셨다 생각하시구요.

  • 3. ...
    '10.8.30 11:52 AM (125.133.xxx.11)

    정말 두번은 겪고싶지 않은일을 경험하셨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무사하신거니
    그냥 훌훌 털어버리세요
    내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으시고요
    건강하시고 아이들과 지금까지보다 더 행복한삶 사시구요

  • 4. ㅓㅓㅓ
    '10.8.30 12:09 PM (118.223.xxx.252)

    저두 가기싫은거 다른 팀이랑 억지로 갓다가 차가 옆에서 박았는데....일행 4명중 저 혼자 다쳐서 병원 신세 지고 지금도 그 휴유증으로 무릎이 아파서 잘 구부러지지도 않아요.

  • 5.
    '10.8.30 1:14 PM (220.89.xxx.152)

    저도 여기 저기 섬으로 며칠씩 여행 잘 다니는데
    올해 욕지도 갔는데 바닷가에서 막배 떠나는 것을 보니
    왜 그리 불안한지? 만약 이 밤 사이에 무슨일이 있다면
    난 여기서 어떡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섬이어서 큰 고생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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