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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보낸 시 <대추 한 알> 해설 - 82자습서

깍뚜기 조회수 : 1,631
작성일 : 2010-08-26 23:05:55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천둥 몇개 벼락 몇개
저 안에 번개 몇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게 저혼자서 둥글러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밤
저안에 떙볕 두어달
저안에 초승달 몇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version 1]

시적 화자 : 며느리가 철이 없고, 아직 자기 맘에 안 들어 답답해 하는 시어머니

어조 : 훈계와 촉구가 응축된 애상조 (인생 더 살아봐라, 니가 아직 멀 모린다)

핵심시어 풀이
대추 : 온갖 시월드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탓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선 맏며느리의 이데아를 가리킴
붉고, 둥근 대추는 5일장 경매에서도 가장 높은 값을 받는 최상급 대추로서
이 경지에 도달해야 온 가족으로부터 수고했다, 너 뿐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음

태풍, 천둥, 벼락, 번개 : 과거부터 지금까지 + 앞으로도  며느리가 감내해야하는 시월드의 각종 시련을 불가항력적인 자연물에 대입한 객관적 상관물
'몇 개' 라고 갯수를 모호하게 말하고 있으나, 태풍, 천둥, 벼락, 번개를 각각 하나씩만 맞는다고 해도 대추 입장에서는 치명적임을 상상할 수 있음

무서리, 땡볕, 초승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련, 고통, 감내해야할 운명' 을 나타내는 자연물

저절로~ 저혼자서~ 없다 : 다 너의 수련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강조하는 구문

마지막 연 : 흐름상 앞의 두 연의 과정을 거친 후 올곶게 우뚝선 마뜩한 며느리를 의미하며,
이에 감탄한 시적 화자인 시어머니가 비로소 며느리를 따스하게 불러주며 인정함
(자알~ 하면 앞으로 그리 불러주겠다)


------------------------------------------------------------------------------------------
이건 순전히 웃자고 써본 소리구요 ㅠㅠ
제가 볼 땐 시어머님이 보낸 버전은 저게 아닙니다.
정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version 2]
시적 화자 : 가을바람이 솔솔 부니 늘 고생하는 며느리의 생일을 맞이하여 잘 영근 대추를 보고 있는 시어머니

어조 : 그간 고생한 며느리가 고맙고 기특하게 느끼는 시어머니의 감정이 잘 드러난 회상조의 시

대추 : 시집와서 온갖 풍파를 겪고, 집안 건사하랴, 열심히는 살지만 흠많은 자기 아들 챙기랴, 아이 키우고 일하랴 고생많은 며느리를 은유한 자연물, 실제 시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과실이기도 함


태풍, 천둥, 벼락, 번개 : 그간 알게 모르게 며느리가 감내했던 시월드의 각종 시련들, 대추에게는 치명적임을 인정하는 시적 화자의 정확한 현실인식을 보여줌,
마음 써준다고는 했는데,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는지라 그래도 '몇 개' 가 아닐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침  
무서리, 땡볕, 초승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련, 고통, 감내해야할 운명' 을 나타내는 자연물

마지막 연 : 흐름상 앞의 두 연의 과정을 거친 후 올곶게 우뚝선 마뜩한 며느리를 의미하며,
이에 감탄한 시적 화자인 시어머니가 비로소 며느리를 따스하게 불러주며 인정함  (결론은 같습니다)


행간 : **야, 귀뚜라미 우는 가을, 결실의 계절에 태어난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힘든 일이 많더구나.
         한다고 해도, 내 맘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거 같고, 속썩이는 가족들 하며...
         그간 고생많았던 널 보니 잘 견뎌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대추가 떠오르더구나.
         태풍, 번개, 무서리가... 없으면 좋겠지만, 우리 인생이 또 그렇게 녹녹치는 않더구나.
         그래도 이 만큼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어주고, 이제 함께 늙어가는 처지이니
         저 대추처럼 세상과 통하면서 위로하며 살자꾸나.
         생일 축하한다.
         ** 한테 생일상 잘 얻어먹거라.




IP : 122.46.xxx.13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좀짱!!
    '10.8.26 11:10 PM (110.9.xxx.133)

    오메!! 그저 놀라울 뿐이고~~

  • 2. 샤샤베컴
    '10.8.26 11:13 PM (58.77.xxx.54)

    깍두기님 나도 밥 사줄께요.태양양과 함께 시간 내보아요.

  • 3. 깍뚜기
    '10.8.26 11:19 PM (122.46.xxx.130)

    샤샤베컴 / 헉! 아...안녕~ 맛있는 걸루 ㅋㅋ

  • 4. 대단
    '10.8.26 11:26 PM (58.227.xxx.70)

    님 정말 대단하세요...

  • 5. 82좋아
    '10.8.26 11:26 PM (121.135.xxx.50)

    내가 이런 글 때문에 82를 못 끊는다니까ㅋㅋ
    깍뚜기님 혹시 학교 국어교사, 학원 언어영역 샘ㅋ

  • 6. 아놔
    '10.8.26 11:35 PM (68.38.xxx.24)

    돌겠당. ㅋㅋㅋ
    깍뚜기님 님 좀 짱인 듯.

  • 7. 마뜩
    '10.8.27 1:30 AM (121.162.xxx.111)

    마뜩-하다 〔마뜨카다〕
    [형용사]『…이』{주로 ‘않다’, ‘못하다’와 함께 쓰여}제법 마음에 들 만하다.

    나는 그의 행동이 마뜩하지 않다.

    이성신 교장은 김형수의 전학 서류를 갖춰 결재를 맡으러 들어가자 몹시 마뜩지 않은 인상으로 트집을 잡았다. 출처 :전상국, 음지의 눈

  • 8. 원글님
    '10.8.27 1:33 AM (121.162.xxx.111)

    논술 만점 플러스(A+)
    획득하셨습니다.
    거의 상위 0.1% 수준이신데요.

  • 9. 깍뚜기
    '10.8.27 1:45 AM (122.46.xxx.130)

    마뜩 / 엇, '주로' 부정형으로 쓰인다는 게
    긍정으로는 쓰면 안 된다는 것인지 (그러기까 저 위의 표현처럼 ' 마뜩한 며느리' (=제법 마음에 드는 며느리)처럼), 아니면 일반적인 용례상 많이 안 쓰이는 편이라서 어색하다는 것인지 궁금해요.

    마뜩한 설명, 마뜩한 사람, 마뜩한 해결책 등등의 표현을 꽤 쓰길래요 ㅋㅋ

  • 10. ^^
    '10.8.27 8:24 AM (211.172.xxx.142)

    학원 언어샘 아니고 언어영역 교재 필자 이신듯..
    우와 정말 놀랍습니다. 후덜덜....

  • 11. .
    '10.8.27 8:30 AM (119.203.xxx.176)

    힛~ 저 깍뚜기님 은근 팬이예요.
    오늘 해설 짱인듯.

  • 12. 와우~~
    '10.8.27 9:00 AM (122.252.xxx.200)

    깍뚜기님 반가워요. 왠지 저랑 전공이 같을 거 같은데..^^
    센스만점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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