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취직하려고 면접보며 겪은...17년 전 이야기

만약 그때 조회수 : 1,165
작성일 : 2010-08-06 15:30:53
저 올 해 4학년?됐구요 ... 아이들 열심히 키우며 사는 전업인데요.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텐프로 아가씨 일기라는 것도 읽어봤는데

어쨌든 전 너무나 평범하고 눈에 안띄는 - 학생 때나 지금이나 그런데요...

제가 비서일에 관심이 많아 전공과 상관없이 그쪽으로 취업을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아는 선배 언니가 중견그룹 사장 비서실에 있으면서 여의도 모모모 그룹 회장실에서 사람 구한다는 얘길 듣고

면접 자리를 알아봐 줬어요.

구비 서류며 미리 보내고 약속한 시간 맞춰 깔끔하게 입고 찾아갔는데

의외로 회장님이란 분이 넘 젊어서 놀랬지요.

의례적인 질문과 대답... 서류들 훑어보시고... 전 긴장해서 앉아 있고...

다시 연락 주겠단 말씀과... 약속이 있어 나가는 길인데 제가 다니는 학교 지나 가야 한다고

학교 앞 까지 태워다 주겠다시네요.

4학년 2학기 말이라 학교 도서관에 자리 맡고 공부하던 때라 감사히 타고 왔지요.

그 이후로 넌 입사 결정됐다. 언제부터 출근해라는 연락은 없고

계속 회장님이 보자시는 다른 비서를 통한 연락만 오는데

회장님 지인이 하는 bar로 오라고 하기도 하고

회사로 오라고 했다가 강남역 가라오케로 델꼬 가기도 하고

자기는 술을 못 마신다고 저만 따라주며 자기 가족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하고

노래는 안 부르면서 계속 가라오케 반주는 틀어놓고 블루스를 추기도 하고

장난처럼 가볍게 스킨쉽을 하기도 하고

여자 화장실은 룸 밖에 하나 있지만 남자 화장실은 룸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스킨쉽 좀 하다가 넵킨 왕창 들고 화장실 다녀 오기도 하고 글더군요.

집이 신도시여서 심야버스 타고 가야 했는데 위험하다고 모범택시 불러 태워주며

차비하라고 5만원, 10만원 꼭 신권으로 줬는데

차비는 제 돈으로 내고 그 돈은 차마 쓰기 뭐해 그냥 모아 두니 것두 제법 돈이 모이더군요.

하여간 만날수록 이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점점 더 많아졌어요.

근데 어느 순간엔 취업 하지말고 이렇게 놀아주고? 용돈 받고 살아볼까도 싶은 생각이

한번도 안 들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그때 사귀던 남친한테며 가족들한테 자꾸 비밀이 많아지고 여러가지로 옳은 일이 아닌 거 같아

회장님께, 전 이 회사에 입사하지 못할 거 같고 이젠 연락 안하셨음 좋겠다...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받았던 돈, 신권 그대로 봉투에 넣어 만나기로 한 가라오케 데스크에 전해달라고 돌려 줬지요.

그땐 핸드폰이 아닌 삐삐 시대여서 회장 비서실 번호며 회장실 직통 전화번호 엄청나게 찍히고

음성 사서함에 숱하게 녹음되더군요.

솔직히 너무나 평범한 대학생인 제게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인터넷도 활성화 안된 시절이라 모모모 그룹과 회장님에 대해 자세히 찾아보진 못했지만

지금도 가끔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그분 기사나 가족 이야기 보면 그때 들은 이야기가 맞더라구요.

만약 그때 취업을 안하고 계속 그 회장님과의 만남을 더 유지했더라면 지금 나의 인생은 어찌 바뀌었을까

오늘은 문득 그때 일이 생각나고 궁금해지네요...
IP : 211.178.xxx.24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람
    '10.8.6 3:47 PM (125.187.xxx.175)

    나름이겠지만 돈 있으면 딴생각들을 하나봐요.
    오래전에 여름방학동안 잠깐 작은 출판사에서 알바 했었는데
    보통은 식사를 직원분들과 같이 했거든요.
    근데 하루는 사장님(완전 할아버지)이 같이 밥먹자 하시더군요.
    콩국수집에서였는데
    예전에도 종종 여대생이 알바를 했다는 둥
    가끔씩 밥이나 같이 먹고 하면 용돈을 두둑히 줬다는 둥 그런 얘길 하시더군요.
    제가 그쪽 방면으론 좀 둔해서
    그냥 그러시냐고 하고 말았더니
    며칠 후에 짤렸어요. ㅎㅎ
    나중에야, 아 그런 뜻이었구나
    코딱지만한 출판사의 호호할배 사장도 사장이라고 그딴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어요.
    곱게 늙어야 겠다...생각했습니다.

  • 2. @.@
    '10.8.6 3:47 PM (115.178.xxx.253)

    원글님 계속 나가서 만났다는거네요.
    거기서 멈췄으니 다행이지만 아니면 세컨드 라는 소리듣고 사셨겠네요.

  • 3. 소설같군요
    '10.8.6 4:28 PM (115.143.xxx.72)

    흠냐;;;;;
    어쨌거나 잘하셨어요....
    아...남자들은 왜그런걸까요....여자들도 높은 자리에 있으면 저러고 놀까요? ;;;;;

  • 4. 원글
    '10.8.6 4:41 PM (211.178.xxx.240)

    그러게요...
    전 취업을 하고 싶고 상대방은 그걸 결정하는 갑과 을같은 관계여서
    취직되나 싶어 나가고 나가고 했던 거 같아요.
    꽤 일찍 결혼해서 큰 딸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여전히 잘 나가시더군요. 근래 사진 보니 제법 나이드신 티도 나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2846 연금 준비 어떻게하시나요?? 2 보험연금 2009/09/25 451
492845 친정없는 분들은 어떻게 명절 지내시는지.. 17 친정 2009/09/25 1,330
492844 커튼 고르는거 힘드네요. 4 커튼 2009/09/25 897
492843 노무현재단 공식출범! 간절히 후원 부탁드립니다 23 사람사는세상.. 2009/09/25 838
492842 저 젖먹이는데 살이 너무 안빠져요ㅜ.ㅜ 3 우울 2009/09/25 549
492841 박진성의 시 '가을산' 13 프리댄서 2009/09/25 676
492840 큰 낭패... 2 빅맨 2009/09/25 296
492839 아이들 오메가3 먹이나요?? 6 9살 2009/09/25 1,571
492838 소외감 2 학교 2009/09/25 387
492837 턱관절 장애 4 -_- 2009/09/25 619
492836 D생명 보험회사에 남편 친구(중학 동창)가 다니게 되었는데 10 신중 2009/09/25 808
492835 올케가 우울증 앓아요. 4 ㅠㅠ 2009/09/25 1,139
492834 분당 중앙공원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커플 봤어요 6 삼겹살 2009/09/25 1,570
492833 제가 이상한건지 한번 봐주세요 14 이해불가 2009/09/25 1,583
492832 대학순위에 대해 잘 아시는분 부탁드립니다. 26 궁금 2009/09/25 1,831
492831 호수공원에서 개털깎는 부부~ 5 aippo 2009/09/25 930
492830 해피투게더에 나온 견미리씨.. 16 방금 2009/09/25 8,926
492829 12년된 세탁기 걸름망이 없어요.. 11 구형 2009/09/25 672
492828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요.. 12 어쩔꺼나 2009/09/25 2,014
492827 시누한테 듣기 싫은 얘기.. 18 ...나도 .. 2009/09/25 2,057
492826 제딸아이.. 14 .. 2009/09/25 1,367
492825 풍년 압력솥 쓰시는분들 도움 좀 주세요~^^ 4 aippo 2009/09/25 746
492824 전기밥솥 내솥만 구입 가능한가요? 3 조지루시 2009/09/25 751
492823 조롱박 먹을 수 있나요? 3 2009/09/25 775
492822 이 기사에 이니셜들 알아맞춰 보실분~ 34 이니셜싫어... 2009/09/25 7,833
492821 너무좋고..슬퍼요.. 11 바비킴 2009/09/25 865
492820 한살림 매장이용시 11 궁금혀요 2009/09/25 2,366
492819 어른들이 말씀하시는..(낮에 올렸었는데 또;;죄송;;) 5 -.- 2009/09/25 915
492818 친정부모님이 식구들 생일 챙겨주고 그러셨나요? 1 . 2009/09/25 270
492817 하이패쓰 차선 문의... 5 어떻게 해야.. 2009/09/25 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