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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이야기-2<노천탕에 빠지다>

우윳빛깔 조회수 : 264
작성일 : 2010-07-08 16:10:38

며칠 전, 급히 여의도에 갈 일이 있어 봉천동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보라매공원을 지나 대방로 교차로에 들어서자 신호에 묶인 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서있더군요. 그러자 기다림에 지친 운전기사가 이렇게 투덜댔습니다.

“가만히 둬도 잘 흘러가는 강바닥에 돈을 쏟아 붙지 말고 이렇게 꽉 막힌 길바닥이나 잘 흘러가게 해야 할 것 아녀. 빌어먹을 놈들!”




그러면서 대방로 교차로의 정체가 심한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진과 좌회전신호를 동시에 줄때는 차가 안 막혔는데, 직진 후 좌회전으로 신호체계를 바꾸면서부터 이렇게 막히는 거여! 그런데도 대통령은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그런 대통령은 나도 하겠다. C-8”

“그건 너무 심하신 것 아니에요? 대통령이 어떻게 신호체계까지 살필 수 있겠어요.”




어찌되었든 국가원수에게 쌍말을 하는 것이 너무하다 싶어 한 마디 하자 운전기사분이 더욱 흥분하며 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통령이 뭐여! 국민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똥 누는 것까지도 신경 써줘야 하는 거여!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길바닥이 밥줄인데 그건 팽개쳐두고 하지 말라는 4대강사업이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까 욕을 하지 괜히 욕하겠쑤?”




듣고 보니 그렇겠다 싶더군요. 국민의 불편부터 꼼꼼히 살피는 정치, 그래서 국민의 생활을 따뜻하게 해주는 정치를 기대하는 마음이야 모든 이들의 공통된 바람이겠지요.

저 역시 그러한 정치를 원했고, 참여정부에 감사하는 것도 모두가 외면하던 취약계층의 어려움부터 꼼꼼히 챙겨주는 모습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천호선 대변인의 ‘챙김’으로 수월하게 대학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의 별명이 ‘알바센터’일 정도로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아르바이트현장을 누벼야 간신히 학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두 분의 도움으로 책이 많이 팔리는 바람에 두 학기 등록금을 거뜬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의 제 기분은 정말 빵빵했었지요. 그러니 제 인생에서 그때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있겠어요?

  

2007년 12월 초, 청와대로부터 뜻밖의 연락이 왔습니다.

“대통령께서 시아 씨의 시집을 구입하시겠다고 하니 직접 책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점에서 구입하면 저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을 것을 염려하여 저에게 직접 가져오라 하셨던 것입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총괄하시는 대통령께서 딱 한 번, 그것도 참여정부의 주거복지정책 수혜자 신분으로 잠깐 뵈었을 뿐인 저의 어려움을 1년이 넘도록 잊지 않고 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마음을 써주다니! 그 자상함과 취약계층에 대한 남다른 배려에 눈물이 왈칵 솟구쳤습니다.  

  

그것만 해도 감격하고 감사한데 이건 또 무슨 일입니까.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제 책을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주셨고, 천호선 대변인께서 그 일을 직접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있었습니다.




“오늘 대통령께서는 한 여학생의 시집을 구입하여 국무위원들에게 선물하셨고, 앞으로도 청와대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선물할 것입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비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처지를 돕기 위한 차원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기자 여러분들에게 제가 직접 설명 드리는 이유는 이 가난한 학생의 책이 많이 팔려서 학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에서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천호선 대변인 두 분을 <노천탕>이라 지칭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성씨를 이용한 합성어인데 실내온천에 비해 노천탕에서 느끼는 감촉은 유별나게 따뜻하고 상쾌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노천탕은 열린 곳이잖아요. 그렇듯 내 마음속의 <노천탕>도 춥고 배고픈 한 사람 한사람의 삶까지를 걱정하며 언제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는 따뜻한 지도자였고 상쾌한 공직자였습니다.

보셨잖아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 땅의 수많은 민초들이 일상을 팽개치고 만리장성의 조문행렬을 이룬채 애통해 하던 모습을... 그리고 그들이 오늘도 참여정부를 그리워하며 <노천탕>에  빠져사는 이유도 그 따뜻하고 상쾌한 감촉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 시 아(시인. 희망우체국 카페운영자)  

IP : 119.192.xxx.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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