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헤어진 친구 이야기...

저도 조회수 : 596
작성일 : 2010-06-29 12:33:03
하긴 이젠 친구가 아니네요.
이미 오래 전에 헤어졌으니까...^^;

대학시절 같은 써클에서 만나 어울리게 됐어요.
공부 그럭저럭 가정형편 그럭저럭인 아이들이 모여있는 지방 국립대,
전 솔직히 별 열등감 없이 지냈는데 고교시절 공부를 제법 잘했다던 그 친구는 대학이 큰 컴플렉스였던 것 같아요.
(치대 떨어져서 자연과학계열 왔다던데, 약대라도 갈걸 그랬다며 많이 후회하더라구요.
약대 넉넉히 들어갈 점수는 나왔지만 기초과학 공부해보고 싶었대요.)

우리들은 학교 졸업 후 대부분 생활 근거지를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옮기게 됐는데,
그 친구는 졸업 후 카이스트에도 합격하고 서울대대학원도 합격했는데 서울대 쪽으로 가더군요.
그런데 거기 다니면서부터 왠지 모르게 이전 대학에서 만났던 우리들을 좀 부끄러워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딱히 뭐라할 순 없지만, 가끔 우리들 만나면 별 관심도 없는 대학원 이야기, 거기서 새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자랑하듯 자주 하더라구요.
그거야 그렇다쳐도 만날 때마다 본인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는 건 좀 기분이 안 좋긴 했어요.
물론 공부하느라 바쁜 건 알지만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한 건데,
늘 그 아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로 우리들이 이동해야 했거든요.

가장 화가 났던 것은 그 친구 결혼식 때였어요.
신랑이 서울 명문대 출신이라 그 친구들 레벨이 우리들 보다 높다고 생각해서인지 몇 번이나 옷 잘 입고 오라고 다짐을 받더라구요.^^;
그것까진 이해했는데, 결혼식 끝나고 피로연에서 남자쪽 친구들이 식사만 끝내고 우르르 가버리던 그 황당함이라니...
그렇다고 제 친구들이 폭탄들은 아니거든요.^^
지방에서 올라간 친구들이 많긴 했지만 나름 다 평균이상의 외모(이런 표현까지 써야하는 게 서글프지만^^;) 였어요.
평소 그 친구가 우릴 대하던 것과 신랑친구들의 무례함이 어우러져 기분이 참 별로더라구요.

그래도 친구니까 계속 만남을 이어나가긴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친구의 태도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지더군요.
연이어 약속을 펑크내고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는 것,
절대 먼저 연락 취하지 않는 것... 등등
물론 그런 것들의 바탕엔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섭섭함이 깔려있었겠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는데,
몇 년 후 제 자취방으로 전화가 왔더라구요.
전 그때 시골로 발령을 받아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제 본가에 전화를 해서 제 연락처를 알아냈다고 하더라구요.
이미 마음 속에서 지워진 친구라 그런지 좀 냉랭하게 전화를 받았더니 그 친구가 머쓱해하며 끊더군요.
물론 섭섭했겠지만, 그 친구의 섭섭함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아마 그 친구는 본인이 친구라는 위치에서 밀려났다는 걸 모를 거예요.^^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멀어진 거라 생각하겠죠.

어느 분이 친구 이야기를 꺼내시기에 저도 한때 친구였던 한 관계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아봤어요.
가장 빛나는 시절을 같이 한 친구인데도 한 자락의 그리움조차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한 번 닫힌 마음의 문은 정말 되돌릴 수가 없는가봐요.^^;




IP : 117.111.xxx.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5241 한나라당의 ‘민생 타령’ 듣기 민망하다 14 verite.. 2009/07/25 562
    475240 글삭제했습니다 2 불편함마음 2009/07/25 269
    475239 아이들 책상구매 5 책상 2009/07/25 607
    475238 초중고 과목수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4 ... 2009/07/25 705
    475237 사마귀 없애려면? 6 사마귀 2009/07/25 672
    475236 명품 이미테이션 구별 할수 있으세요??? 17 .... 2009/07/25 2,112
    475235 그 오빠가 남긴 두 아이,, 11 하나뿐인 오.. 2009/07/25 6,035
    475234 63빌딩부페는 한화직원이면 dc받나요? 4 궁금이 2009/07/25 1,540
    475233 혹시 코스트코 가시는분 부탁좀.. 1 죄송합니다 2009/07/25 623
    475232 오늘 5시부터 서울역집회 5 김미영 2009/07/25 335
    475231 장농 냄새 어떻게 없애나요? 3 ... 2009/07/25 1,032
    475230 123님.. 14 나그네 2009/07/25 391
    475229 쌍용차 사측 교섭에 나타나지않겠다 4 2009/07/25 260
    475228 김형오 홈피에 쓴글을 삭제하고 있습니다... 6 쥐를잡자 2009/07/25 622
    475227 광주광역시!! 근교에 포도따기 체험 할 수 있는곳 있을까요? 1 포도 2009/07/25 162
    475226 구순구개열 어린이 수술시켜주고 싶다고 하네요 6 기특한 우리.. 2009/07/25 484
    475225 고등학생을 상대로 경제 교육하는곳? 2 ~~ 2009/07/25 239
    475224 하루에 몃개 정도가 적당 할까요 9 계란 2009/07/25 856
    475223 123아 여기서 난리치지말고 박정희동상모금좀하라고 24 참내 2009/07/25 352
    475222 노건호씨 lg전자 휴직 3 음~~ 2009/07/25 1,377
    475221 7월 25일자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조선찌라시 만평 3 세우실 2009/07/25 197
    475220 코스트코 다우니 파란뚜껑 향은 어떤가요? 6 궁금이. 2009/07/25 2,683
    475219 MBC조차 파업종료. 오바하는 불쌍한 정세균,발빼는 이강래 1 ㅉㅉㅉ 2009/07/25 445
    475218 고민끝에올립니다 이야기들어주시고 해결책좀 내주세요 의견도좋구요 참고할께요 3 밥순이 2009/07/25 496
    475217 '미디어법 날치기' 딴나라당 대구시당에 달걀 세례 6 세우실 2009/07/25 635
    475216 간이나 담도가 나빠도 등이 가려울 수 있는 거였나요? ㅠㅠ 4 아아...... 2009/07/25 770
    475215 갠적인 궁금 3 방송용어 2009/07/25 244
    475214 [평택쌍용자동차24일상황]특공대, 용역 차체 2팀 옥상 투입 중... 3 ▦마.딛.구.. 2009/07/25 189
    475213 제가 어제 쓴 글이 없어졌어요 9 귀신이 곡할.. 2009/07/25 588
    475212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시해했나요? 15 갑자기 궁금.. 2009/07/25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