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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가 글 읽다 문득 든 생각...

.. 조회수 : 381
작성일 : 2010-06-23 17:31:50
시어머니와 합가를 한 후, 1년 가까이 참 많이 제게 모질게 구셨습니다.
저 맞벌이입니다. 손주들 봐주신다고 합가하자 하신 건 어머님이셨죠.
저는 그 말씀 그다지 반기지 않았고요.
합가 이야기 나오신 후 어머님이 제게 이야기하신, '함께 사는 며느리가 가져야 하는 모습'이
제게는 너무 버거웠거든요.

제가 친정에서 산후조리하는 사이에 남편과 둘이서만 논의하고 짐을 싹 옮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조리 끝나고 어쩔 수 없이 시집으로 들어가게 되었지요.
지금도, 그 때 그냥 들어가지 말걸 생각합니다.

딱 1년.
정말 모진 말 많이 들었고, 마음에 상처도 많이 입었고, 자존심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은 못하겠다 싶더군요.

시어머니께, 어머님이 원하시는 대로 이혼한다 했습니다.
저도 더 이상 결혼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어요.

애들 데리고 힘들게 살아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싶었어요.
제 정신을 가진 엄마와 사는 게, 이혼하지 않은 가정에서 사는 것보다는 중요하지 않겠냐 싶었고요.

참 우습게도 그 말을 하고 나니 모든 게 달라지더군요.

시어머니, 며칠 후 저를 부르시더니 너무 다정한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인데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아느냐, 미워할리가 없지 않냐
네가 뭔가 오해한 것 같다 등등.
그 이후 시어머니, 너무도 다정한 말씀만 하십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아이들 키우려면 몸이 튼튼해야 하니 한약 지어먹으라 하시며 돈까지 쥐어주시네요.

저 아이 낳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산후조리 하는 중에 집에 오셔서
돼지고기 한 덩이 달랑 놓고 가시며
내 아들 너 출산하고 잘 못먹는 거 같으니 이걸로 매콤한 불고기 재워서 구워줘라 말씀하고 가신 분입니다.
미역 한 줄기, 고기 한 덩이 못 받았네요.
그리고 하신 말씀이, 점쟁이가 너 사주 때문에 내 아들 사주에 있는 아들을 못낳는 거라더라
기초체온 잘 재서 아들 낳는 날 임신해야 되는데 아무 날이나 임신해서 딸을 낳았다.
저렇게 말씀하셨지요.
기초 체온 아무리 잘 재도 그 날 임신시킬 능력도 없는 당신 아들 처지도 모르면서요.

늘 어머니만 최고이던 남편도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둘째 낳은 이후로는 애들이 조금만 울거나 보채면 애들에게 소리지르고 때리려 들던 남편이
육아서적 몇 권 읽더니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하더군요.
이제 큰 애는 다시 남편을 잘 따릅니다. 작은 애는 아직 아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요.
작은 애에게 아빠란 존재는 태어나서부터 몇 달 전까지
집에 잘 있지도 않으면서 가끔 보면 자기에게 소리지르고 화내는 사람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걸 보면서 기쁘지가 않아요.
시어머니에게도 남편에게도 화가 납니다.

내가 애들 때문에 이혼 못할 걸 알고 그렇게 둘 다 기고만장했구나.
그래서 막 대했구나. 인간 취급 안한 거구나.
타고난 본성이 저러니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는데
알고 보니 사람 정말 바보 취급해서 저런 거구나.
그렇게 하면서도 내가 당신들 늙어서까지 함께 살면서 수발들줄 알았던 거구나.

그렇게 자기 아들이 최고고 자기 엄마가 최고면, 결혼하지 말고 둘이 살지
왜 결혼을 하고 날 괴롭힌 건가.
며느리와 아내는 필요없어도 대 이을 손주는 필요했고 수발들 사람은 필요했나보구나.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제게 그럽니다.
'이제는' 엄마가 당신에게 아주 잘해주지 않냐. 그런데 뭐가 불만이냐.
어머님이 제게 빈말로라도 잘해주지 않으셨던 그 때 남편은 우리 엄마가 못하는 게 뭐냐 되려 제게 화를 냈죠.
이제는 잘 해주시지 않냐는 말을 하는 것 보니, 그 때 잘 해주시지 않았던 걸 알긴 아나 봅니다.

저는 이제 분가고 뭐고 다 떠나서 한 가지 생각을 계속 합니다.
애들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남편과 이혼하고 싶습니다.
나이 들어서, 제게 그렇게 모질었던 시어머니 수발도 들고 싶지 않고
그런 제 앞에서 '우리 엄마'만 우선이었던 남편과도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얼마 전 시어머니께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다가,
"그래도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다 용서되고 잊혀지지 않니?" 하시더군요.
저는 짧게, "저는 그렇지 않은데요" 한 마디 했습니다.

어머님, 저는 어머님이 설사 돌아가셔도
어머님이 제 엄마를 두고 한 그 폭언들은 못 잊을 거 같아요. 용서도 되지 않고요.
제게 한 폭언은 둘째 치고요.

그러니 그렇게 자상한 가면 쓰고 이러다 세월 지나면 잊겠지.. 그런 생각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IP : 121.50.xxx.12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0.6.23 11:22 PM (219.241.xxx.143)

    제가 안아드릴게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좋은 꿈 꾸고 푹 주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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