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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는 음식들.
여름더위가 며칠 지속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살갗을 태울듯 무섭게 타오르던 여름날의 태양이
한가득 쏟아져 내리던 들녘도 생각이 나고
이맘때쯤의 여름날 어린시절 생각도 나고요.
햇살을 피해 새벽과 늦은 오후엔 일을 하고
낮엔 몇백년도 더 된 아주 큰 당산나무 밑 정자에
누워 산바람 맞으며 낮잠을 자거나
수박을 먹거나 밭에서 갓 베어온 솔(부추)을 넣어 노릇하게 지져낸
부침개를 맛나게도 먹거나.
여러가지 잡곡 섞어 빻아낸 미숫가루 한가득 타서 벌컥 벌컥 마시면서
더운 여름의 한낮을 이겨내고
햇살이 조금 부드러워진 저녁나절엔
밭에 나가 배추처럼 크지만 오이처럼 아삭이는 상추 뽑아다
씻어 놓고 밭에서 캐온 양파와 마늘 씻어 놓고
그냥 밥에 맛난 된장 올려 쌈싸먹던 여름 저녁밥이 생각나요.
늦은밤 가까운 강으로 나가 다슬기를 잡아다
다음날 끓여먹던 다슬기 수제비의 푸른맛도 생각나고
아, 이맘때 나오는 햇감자 밭에서 우두둑 뽑아다 분나게 쪄서
소금에 찍어먹던 맛도 생각나고
밭가에 열리던 빨간 산딸기 따다 벌에게 쏘여
손에 한가득이던 산딸기를 내던지던 아찔함도.
탐스런 오디 따먹고 손바닥이고 입술이고 시커매졌던
그날의 제 모습도 그립고.
오늘은 아침부터 이상하게 여름날 먹던 것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네요
깨금도 생각나고요.
요즘 간식이 그리웠나 왜이러지...
1. 추억속으로
'10.6.17 10:37 AM (121.154.xxx.97)님의 글 읽으면서 저도 옛날 생각이 나고 뭉클하고 아련해 지네요.
그죠. 이맘때 이런저런 열매들 따 먹으며 어린시절을 보냈지요.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아련히 그립긴 합니다.2. 전
'10.6.17 10:37 AM (180.64.xxx.147)한 여름에 마루에 배깔고 누워 있다가
엄마도 안계시고 점심은 먹어야겠고...
부엌을 뒤져보니 먹다 남은 된장국과 된장에 박았던 무장아찌 무친 것 밖에
없어서 찬밥을 찬 된장국에 말아 장아찌 올려 먹던 어느 여름날 점심 밥상이 생각나요.3. 이야기
'10.6.17 10:41 AM (211.195.xxx.3)아참! 특히 여름날에 확돌에 콩 갈아서
해먹었던 진하고 코소한 콩국수도요. 그 콩물은 정말.
또 지금은 너무 귀해져 버린 고추장에 넣어 만든 감장아찌.
찬물에 밥 말아 감장아찌 하나 올려 먹으면...아~4. ^^;;
'10.6.17 11:01 AM (211.182.xxx.1)저는 그런..자연식들은 잘 기억은 안 나네요..
그런데.. 학교 다닐때 매점에서 먹던
"빠빠오~" 아시나요??
서주식품인가 그랬는데....
무~~더운 여름.. 매점에서 사온 얼린 빠빠오 하나면..
친구 세네명이 나눠먹으면서 정말 행복했는데...
이렇게 더울 때면.. 주홍빛깔 오륀쥐맛 빠빠오가 생각나네요..5. ㅋㅋㅋ
'10.6.17 11:24 AM (211.108.xxx.67)전라도분이세요???
솔....오히려 부추라고 하면 안 되는..
솔이라 해야 더 맛있을 것 같아요6. 이야기
'10.6.17 11:41 AM (211.195.xxx.3)빠빠오는 잘 기억이 안나요.ㅎㅎ
사실 용돈이나 이런걸 받아서 과자 사먹은 적이 없던터라
그냥 자연에서 먹는 게 많았던 거 같거든요.ㅎ
ㅋㅋㅋ님 맞아요. 부추하면 왠지 향이 좀 떨어지는 느낌.
솔이라 해야 제맛.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