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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식) 문수야~! 불 들어간다!

-용- 조회수 : 1,385
작성일 : 2010-06-04 23:41:21

문수스님의 조계사 빈소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오늘 12시 영결식에 참석하라고 당부를 하고 들어 왔으나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어떻게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편도 차비만을 갖고

고속버스를 타고 소신공양을 하신 문수스님의 영결식, 다비식을 다녀왔습니다.

종교는 다르지만 그 분의 뜻을 기리기 위해

또 그 분의 뜻을 남아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기에 저질렀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가 있을 거라 생각되었는데 의외로 조계종의 무관심속에서

조촐한 영결식이었다.

문수야 잘가라~~~

다 타다 남은 가벼운 법구는 크지 않은 나무관을 빌어 운구되었다.



문수야~! 불 들어간다!

일갈과 동시에 십여분의 스님, 신부님, 지역 유지, 가족들의 거화로 불이 짚여졌다.



묵언을 하시던 문수스님께서 소신공양 전날 견월스님에게 말을 건넸다. 달 밝은 밤이었다.

밤 10시30분, 평소 같으면 인사만 하고 지나쳤을 텐데 말을 걸어와

견월 스님은 놀랍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문수 스님은 3년 만에 방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견월 스님은 법당 마당 한켠 작은 방으로 문수 스님을 이끌었다.

아직 두툼한 겨울 승복을 입고 있던 문수 스님은 본인에게 냄새가 많이 난다며 방에 들길 꺼렸다.

견월스님은 괜찮다며 그를 잡아끌었다. 대화는 30여분이나 이어졌다.

문수 스님은 1998년 승가대학 총학생회 회장 당시를 회상했다.

학생회 일을 할 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의지했던 이야기, 속가에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평소엔 들을 수 없는 개인적인 얘기였다.

하지만 주된 내용은 지금 정부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4대강 사업을 정부가 왜 하는지 격앙된 마음을 드러냈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걱정도 했었다.

누군가 나서 4대강 사업을 막아야 하는 건 아닌지 물었다.

대화를 마친 스님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오전 7시20분께 문수 스님은 절에서 차로 이십분 거리의 동부 주유소에 있었다.

2만5천원 어치 가량의 휘발유를 샀다. 400m를 걸어서 위천이 보이는 잠수교 옆 둑까지 올랐다.

위천은 4대강 사업 구간 중 가장 규모가 큰 낙동강의 제1지류다.

오전 10시30분께 사찰에선 견월 스님이 문수 스님 방 앞에서 그를 불렀다. 신발이 있는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열 번 쯤 문수 스님을 불렀지만 나오지 않아 문을 열었더니 방 가운데 유서가 있었다.

'원박 스님, 각운 스님 죄송합니다. 후일을 기약합시다'라는 내용이었다.

견월 스님이 사람들을 불러 산을 훑어보게 했다.

오후 2시20분, 이태만 군위읍 부읍장은 곧 있을 선거 때문에 투표장을 점검하러 '우사랑' 식당을 지나고 있었다.

둑길 옆에 크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부러 태운 건지 불이 난 건지 알 수 없어 일단 현장으로 향했다.

불길 옆에는 가지런히 접힌 승복과 흰 고무신이 놓여 있었다.

승복엔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는 내용이 볼펜으로 쓰여져 있었다.

휘발유통도 보였다.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 다가갔더니 둑 아래 밭쪽에 거의 다 타고 일부 불길이 남은 사체가 가로로 누워 있었다.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이 타 버린 문수스님이었다.


문수스님~~~~  부디 이명박없는 세상에서 성불하소서!

오래된 핸펀으로 사진을 찍었으나 올리는 방법을 몰라서...

  


IP : 124.197.xxx.89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0.6.4 11:46 PM (125.187.xxx.16)

    윗님, 근조는 왜 빼라는건지요?

  • 2. ...
    '10.6.4 11:46 PM (210.94.xxx.8)

    글만 읽었는데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조촐한 영결식도 가시기 전 날 밤의 이야기도....
    스님의 몸 바쳐 세우고자 한 뜻이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빕니다.

  • 3. nobody
    '10.6.4 11:49 PM (220.121.xxx.40)

    글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오네요. 살아있는 사람들이 가신분의 뜻 꼭 이뤄드려야 할텐데..

  • 4. ..
    '10.6.4 11:50 PM (116.125.xxx.83)

    왜 그렇게까지 거슬리시는지...ㅡㅡ;

    너무 지나치게 조촐해서 슬프기까지한 그 분의 다비식을 생각한다면
    이런 정도는 그냥 못 본 척이라도 하고 싶네요....
    참...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는...

  • 5. 부디
    '10.6.4 11:51 PM (119.197.xxx.46)

    극락 왕생 하시길....

  • 6. ..
    '10.6.5 12:07 AM (211.178.xxx.102)

    마지막 가시는 길이 이리 쓸쓸하셨다는게 더 슬프네요..
    부디 좋은 세상에서 환생하시길...

  • 7. -용-
    '10.6.5 12:07 AM (124.197.xxx.89)

    스님께서 입적하시면 '근조(謹弔)'가 아니고 '원적(圓寂)' 또는 '귀적(歸寂)'이라 표식한다는 군요

  • 8. 스님...
    '10.6.5 12:27 AM (122.37.xxx.87)

    극락왕생하시길 빕니다.
    스님
    편히 쉬십시오 그 따뜻하고 고운 마음 고맙습니다

  • 9. 스님
    '10.6.5 1:13 AM (121.182.xxx.91)

    스님..
    스님...부디 극락왕생 하소서

  • 10. 가슴이
    '10.6.5 1:29 AM (180.71.xxx.2)

    아픕니다.
    그리고 스님께 미안합니다.,
    다만, 이정권에 감시의 눈을 거두지 않겠다는,
    작은 힘이나마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 11. ㅠㅠ
    '10.6.5 5:23 AM (112.152.xxx.184)

    극락왕생 하세요.
    그 뜻 잊지 않겠습니다.ㅠㅠ

  • 12. 저,,
    '10.6.5 7:39 AM (119.67.xxx.101)

    사진을 봤는데...
    휘발유를 마시기도 하셔서 내장까지 타셨다고,,,
    ,,,
    그래도 끝까지 자세는 가부좌하신거 같더라고요
    ,,
    정말,,
    ,,ㅠ

  • 13. .
    '10.6.5 8:21 AM (121.176.xxx.212)

    휘발유 마시기 전에 소식? 단식? 을 하여 마른 장작 처럼 신체를 만드셨다네요.

    나무 관세음보살. 극락왕생하십시오.

  • 14. ..
    '10.6.5 9:14 AM (98.14.xxx.229)

    왜 훌륭하신 분들이 가셔야 하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 염원을 이 정권이 얼마나 귀 기울여 들었을 지.. 걱정입니다.

  • 15. 조계사에
    '10.6.5 9:48 AM (110.9.xxx.43)

    가서 분향하고 온 딸이 그렇게 잘 생기신 스님은 처음 뵈었다고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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