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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과거사
자랄때 힘들었다면 힘든거고...그까짓거 고생도 아니다 하면 아닌건데...
아빠가 외국에서 사업을 하셨는데 그 사업이 좀 어려워지셔서
엄마 혼자서 일하면서 저희 자매 학교보내고 그러셨어요.
전 뭐 공부는 잘 못해도, 선생님들과 잘 지내는...다소 특이한 아이였구요.
근데 하루 선생님께서 혹시 사정이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얘길해라.
장학금 받은 아이 어머님이 그 돈을 다른사람 돕는거로 내놓았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비밀로 해주마. 하시구요..
엄마한테 물어보니,기회가 되면 장학금 받으면 좋겠다...
둘 학비며 학원비며 나가려니 좀 힘들다...하시길래
그걸 신청을 했어요.
(엄마는 그냥 학교활동으로 받는 장학금인줄 아셨어요. 생활이어려워서 신청한건 모르시구요)
항상 밝게만 지내는 저만 보시다가, 그런얘길 하시니, 선생님도 좀 당황하시기도 하셨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처음으로 선생님과 대화하는 그 시간이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더 묻진 않으시고, 그 장학금을 제가 받게 되었고
그 뒤에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신 그 분께 카드를 한장 쓰면 어떻겠니..하셨어요.
그때...정말.............
너무너무 쓰기 싫더군요.
너무 어렸나봐요....
받고 좀 지나서 누구 부모님인지 알게되었는데...
내가 그 카드를 쓰게되면 그 아이도 알게될꺼고
그 아이와는 그리 사이가 좋은편도 아닌데... 알려지면 너무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네 많이 어렸죠.
정말 억지로 억지로 썼습니다.
티가 다 났을꺼에요. 억지였다는게...
시간이 10년넘게 훌쩍 지난 지금도
가~끔 결혼식같은 모임에서,
그때 우리반 그 아이를 보게되면
왠지모르게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 아이가 절 바라보는 눈빛이 곱지 않은것 같습니다.
고마움도 모르는.... 혹은, 뭔가 나만의 비밀을 아는것 같다는 그런
저만의 자격지심 이겠지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공부 못하고, 잘살지 못해도
솔직하고, 떳떳하고, 자신감, 주눅들지 않는...그런 마음으로 살았었는데 말이죠.
아직도 제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지금이라도 그 아이를 통해서 감사인사를 전하는게 맞는건지.....
아니면, 저의 이 마음을 약소하게나마 옛 담임선생님 반 누군가를 돕는데 쓰는게 맞는건지......
왠지모를 제 마음의 짐을 털고 싶네요.
1. ..
'10.5.6 1:55 PM (180.227.xxx.94)너무 마음에 담지마세요
그 나이때 충분히 부끄럽다고 생각할수 있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고마움에 편지같은거 쓰기 싫을수도 있구요
원글님아이보다 못한 아이를 도우시면서 조금씩 잊으세요
충분히 그럴수 있는 나이에요2. 충분히
'10.5.6 2:07 PM (115.21.xxx.195)그럴 수 있는 나이라 해서 그 행동이 잘한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 일이 원글님의 마음이 짐이 되어 있다는게 가슴 아프네요.
그 친구에게 새삼스레 그 얘길 꺼내지는 않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대신 그냥 지금부터라도 마주치게 되면 진심으로 잘 대해 주시고 마음의 짐은 잊으셨으면 합니다.3. 흠..
'10.5.6 2:25 PM (123.204.xxx.9)원글님께서 도움받았던 고마움을 잊지않으시고
다른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시는게 좋지않을까요?
제가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는데요..
제 도움을 받은 아이가 제게 고맙다고 하기보다는 나중에 자신의 능력안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베풀기를 바래요.
원래 사는게 내가 도움받았던 사람에게 되갚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돌고도는 인생의 채무관계를 해결하게 되는 듯 하더라고요.
갑돌이는 을식이를 돕고 을식이는 병만이를 돕고...그러면서요...4. 부끄럽게 생각하지마
'10.5.6 4:53 PM (119.192.xxx.231)당연한거랍니다.
원글님이 어린 만큼 선생님도 순진하셨던거 같네요.
제가 우연히 그런 강의를 들었는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서로 모르는게 좋은거라네요.
그래서 중개를 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필요한거라고.
지혜로운 선생님이 였다면 두 사람을 알게 하지 않았을테고
알았더라도 카드 얘기는 안했을겁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훌훌 털어내세요.5. 세요.
'10.5.6 4:55 PM (119.192.xxx.231)윗글 쓴입니다. 왜 글이 잘렸는지 모르겠네요.
반말처럼 되버렸네요;;;6. 원글이
'10.5.7 9:50 AM (203.235.xxx.39)감사합니다. 저도 유니세프같은 기관에서 아이들을 돕는걸 하고있기는 한데...그거랑은 다르게 계속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이렇게라도 얘기하고 나니 좀 마음이 풀리는거 같기도 합니다. 학교에 혹시 힘든아이가 있는지 선생님께 여쭤보고 저도 등록금을 도와주는방향을 한번 알아볼까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