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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때문에 힘이 드네요
7세 말에 피아노 레슨(개인레슨)을 시작했는데 선생님도 놀라실만큼 엄청난 재능을 보이더군요.
절대음감에(뭐, 요즘은 워낙 절대음감이 많긴 하지만요...^^)다,
명곡집 악보를 한동안 독서하듯 들여다보더니
여덟살부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언젠가 봤던 악보를 찾아 촥~ 펴면서 이 부분이라고
가리키고,
무슨 음악을 듣건, 조표를 한 두 마디 듣고 다 알아맞추곤 했어요.
이 음악은 내림 가장조니, 다단조니...중간에 다른 조표로 바뀌네~~해가면서... 전 들어도 모릅니다만, ㅎㅎ
레슨 진도는 1년 반 조금 넘어서 체르니 40을 들어갔어요.
그것도 선생님 말씀으론 다른 아이들이 어느 정도 됐다 싶음 진도를 넘어가곤 하는데
우리 아이는 훨씬 더 꼼꼼하게 완성도가 더 높을 때까지 일부러 늦추시는 거라고 했거든요.
피아노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작곡도 하는데
선생님들 비롯해서 사람들이 다 놀랍니다.
음대 교수님께 작곡에 영재성이 있으니 시켜보자는 말씀도 들었구요.
그 밖에 여기에 일일이 쓰긴 그런데...
암튼, 엄마인 제가 봐도 음악에 재능을 확실히 타고나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ㅠㅠ
아이가 언젠가부터 피아노 연습하는 걸 너무너무 안하려고 해요.
학원이 아니고 개인레슨이다보니 매일 주어지는 숙제가 있잖아요.
양이 꽤 되고 난이도가 있다보니 꼬박 앉아서 쳐도 1시간 정도는 소요되는데
제가 잔소리하기 전까진 피아노 앞에 절대 안가구요,
숙제 하자~ 하면 억지로 한번 치고는 또 나와서 딴 거 하고
연습 해야지~ 하면 또 한번 치고 나오고 수다 떨고...
그러다보니 숙제 마치는데 따지고보면 몇 시간이 걸리는 셈이네요.
이제 3학년이니 학과 공부도 신경써야 하고 영어도 더 해야하는데
이건 뭐, 피아노 하나땜에 나머지가 다 흐트러지네요.
뭣보다 피아노 숙제하라는 잔소리를 달고 살아야 하는 제가 너무너무 지치고 힘들어요.
어떨 땐, 순간 폭발해서
피아노고 뭐고 다 그만두고 피아노도 팔아버릴거야!! 막 소리도 지르고 그러네요.
그러면 울 아이는 안된다고, 피아노 절대 안그만둘거라고, 피아노 팔면 안된다고 눈물 질질 짜고...ㅠㅠ
어차피 음악 전공은 본인이 안하겠다고 했으니
그냥 제 욕심 같아선 피아노를 평생의 취미로 즐겁게 쳤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연습하기를 싫어하니 이걸 대체 그만둬야 할지 어쩔지 모르겠네요.
그만 두자니, 전공을 적극 권유받았을 정도로 타고난 재능이 너무나 아깝고
또 계속 하자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매일 잔소리를 달고 살아야 하는 제가 미칠 노릇이고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레슨 시간에도 가만 들어보면 예전보다 집중도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체르니 40의 15번 연습 중인데
치는 걸 보면 악보보는 능력이 뛰어나서인가 한두번만 쳐도 잘 치니 정말 신기할 정도예요.
아마 자기딴엔 몇 번만 치면 틀리는 곳 없이 잘 치는데
선생님께선 자꾸 반복을 시키시니(물론 전문가 선생님께선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니 고쳐주려 하시는 거겠죠)
지겨워서 그러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건 전문가가 아닌 제 입장에서 선생님께 참작을 요구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렇다고 숙제 전혀 없이 일주일 달랑 레슨 두 번으로 계속 이어나간다는 건 별 의미가 없을테고요...
에휴,
선배 82 맘님들 자녀중에도 우리 아이같은 경우가 있으시겠지요.
경험하신 분들 조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ㅠㅠ
1.
'10.2.5 10:12 AM (125.181.xxx.215)와.. 정말 음악에 재능이 있나봐요. 본인이 흥미를 잃은것 같은데, 어짜피 전공시킬거 아니면 레슨을 잠시 중단하는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본인이 아쉬워서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그때 다시 시켜도 늦지 않을것 같아요.
2. ..
'10.2.5 10:17 AM (121.176.xxx.100)저의 아이는 좀 더 어렸을 때 일이오니 안맞을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선물을 부모가 준비해서 선생님에게 드리고 그 선생님이 아이에게 선물로 달래 주는 겁니다.
요즘 힘들지만 이 맘큼이라도 따라 와 주니 대견하다.... 등등 칭찬꺼리는 만들기 나름이고.... 암튼 이런식으로 몇번의 고비를 넘겼네요.
전공은 안하겠다니 그건 참으로 잘 선택하신 겁니다.
이유는 잘 아실꺼구요....
합동 연주회(?) 등에 몇번 무대 경험 시키면 달라질겁니다.
그러다 혹, 전공하겠다고 덤비면 곤란한데....?
그리고 경연 대회에서 수상 경험 두세번 등등.... 그 정도의 경험이면 평생 지녀야 할 악기 하나는 마련하는 겁니다.3. 양평댁
'10.2.5 10:24 AM (59.9.xxx.62)원글님 말씀대로라면 아이가 정말 재능이 있어보입니다.
저 재능 하나 없이 거의 친정엄마의 강요로 전공까지 가기는 했지만...
전공하지 않더라도 아이 인생에서 악기 한두가지 잘 다루면 성인이 되어서의 인생이 조금은 더 다양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 어려서 피아노가 재미있어서 친 적은 정말 단 한번도 없는것 같아요. 하지만 다 자라서 생각했을때 엄마가 강제로라도 이끌어주신 부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진도가 꽤 나간듯 한데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조금씩 천천히 하면 어떨까요?
대신 다른 부분으로 아이가 음악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주시구요.
재능이 아깝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가 있으니 참 부럽네요^^4. 음
'10.2.5 10:25 AM (119.196.xxx.57)꼭 클래식 피아노로만 재능을 살릴 필요는 없잖아요? 다른 악기도 하게 해보시던지 기타 같은거요. 그러면서 음악을 즐기게 되면 언젠가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것 같아요. 요즘 아이돌 가수 중에서도 타고난 재능이 있는 아이가 결국은 오래가고 최고가 되잖아요.
5. 피아노샘
'10.2.5 10:45 AM (120.50.xxx.87)입니다
끈기없으면 할수없는 악기입니다
죄송하지만 듣고 조맞추고 악보금방읽고 이게 유리하긴 하지만
절대 다는 아니란 말씀이지요
대충 악보읽고 지겨워서 빨리 넘어가고 싶어하는거
재주있는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엉덩이 무거운아이가 결국은 이깁니다6. ㅠㅠ
'10.2.5 10:47 AM (222.237.xxx.55)저희 아이도 피아노땜에 애먹인적 있는데요.지금은 재즈피아노 배우고 있어요.자기가 좋아하는 드라마 ost,가요.이런거 하다보니 재미있어 하더라구요.전공할거 아님 넘 심하게 시키지 마세요.제가 봐도 피아노 넘 기나긴 지겨운 과정입니다ㅠㅠ
7. 재능이아까워
'10.2.5 10:49 AM (114.205.xxx.236)그러게요...잠시 쉬면 다시 열심히 하고픈 의욕이 넘치게 될까요? ㅠㅠ
슬럼프가 한번씩 온다고는 하는데...이해는 하는데 지금 제가 넘 지치고 다른 공부들 때문에
조바심이 자꾸 더 나는 것 같아요.
양평댁님 말씀을 들으면 아이가 하기 싫어하더라도 억지로라도 끌고 나가는 것이 나중엔 후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얼마 전부턴 아이 아빠가 한번 다른 악기도 시켜보자해서 주1회 바이얼린도 시작했는데
음감이 예민해서인지 튜닝이 조금만 어긋나면 아이가 음이 계속 안맞다고 못견뎌해요.
한번은 자신이 음 맞추겠다고 조절하다가 툭 끊어져 놀란 이후론
바이얼린도 잘 안꺼내네요. 레슨은 재미있다고는 하는데...
그리고 피아노 연습은 그리도 안하면서 컴퓨터로 작곡하는 건 엄청 열심히 합니다.
온갖 오케스트라 악기를 동원해서 휴일엔 몇 시간도 꼼짝않고 해요.
기특하고 신기하면서도 한참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거 보면
또 저걸 말려야 하나, 내비둬야 하나..갈등의 연속입니다. ^^;;;
차라리 이런 고민 안하게 아예 재능을 안타고 났으면 좋았겠단 생각까지 드네요. 휴...8. 변화
'10.2.5 10:51 AM (219.255.xxx.53)체르니를 원래 지겨워하죠...그때가 된것 같아요...더군다나...본인에게는 한두번 쳐보면 간단하니..
좀 다른 환경을 주세요...어른들 틈에서 배우게 하든지...연탄곡 위주로 앙상블을 주로 하든지
작곡에 재능이 있다니...다른 악기도 한번 겸해서 해보시구요....다양하게 즐기도록 해주세요..
체르니를 빨리 진도 뽑고....베토벤이나....쇼팽 같은 작품으로 들어가는것도 괜찮을듯한데..--;
영재성이 있다면...본인이 쉬워하는 부분을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아마...지금처럼..체르니 진도만 빼다간 쉽게 질릴거예요.....ㅠㅜ
도전하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필요한....^^;;9. 재능이아까워
'10.2.5 10:52 AM (114.205.xxx.236)답변 달고보니 또 답글을 주셨네요.
피아노 선생님...그렇겠지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노력앞엔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ㅠㅠ
윗님 말씀처럼 한동안 재미있고 흥미있는 교재로 잠시 진행해주십사...고 말씀드려볼까
생각도 드네요.
바쁘실텐데 정성어린 답변 주시는 모든 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10.
'10.2.5 10:54 AM (125.181.xxx.215)컴퓨터 작곡 말리지 마세요. 피아노 잘치는것보다 작곡잘하는게 훨씬 낫습니다. 저도 음악 좋아하지만 음악성의 정점은 작곡이라고 생각해요. 막말로 피아노 때려치고 작곡하는게 낫습니다.
11. .
'10.2.5 10:56 AM (125.139.xxx.10)당분간 연습은 조금만 하고 레슨을 좀 늦춰서 하면 어떨지요
피아노같이 지겨운 악기가 또 어디 있겠어요
절대음감이었던 울 큰아이~ 6살때부터 제가 피아노에 소질이 있어서 토끼몰듯이 몰았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때 피아노 접었어요
미술선생님이 우리 아이가 피아노 그린것을 보고 전화를 해주셨는데 피아노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었던가봐요. 바로 끊었어요
그런데 2달도 안돼서 우리 아이 낮은 음자리를 못읽더군요.
정말 허무했지요.
원글님 아이는 음악신동인가봐요. 부럽네요12. 자세히는
'10.2.5 11:14 AM (220.86.xxx.176)모르지만 예술의 전당에서 음악신동 뽑아서 교육시키던데 ..
초3이면 한번 알아보세요13. ..
'10.2.5 12:14 PM (118.41.xxx.105)피아노뿐 아니라 모든 악기는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가 관건입니다..현재 대가라고 명성이 높은 음악가들도 연주회를 앞두고는 하루 8시간 이상씩 연습을 하죠...연습을 한번하고 두번하고 백번하고 소리가 달라집니다...아이가 연습할때 녹음을 해보세요..그리고 아이에게 들려줘보세요..그리고 씨디음악과 비교도 해보세요..아이에게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고 뭐가 다른것 같냐고도 이야기해보세요..녹음해서 들으면 자신의 자만심에 고개를 숙일겁니다.정말 듣는귀가 있는아이라면 말이죠.
14. 글쎄요
'10.2.5 1:53 PM (121.166.xxx.151)제가 선생님들 감탄을 하던 재능을 가졌었는데요...
30년전에 절대음감, 4살때부터 피아노 시작하고, 한번 들은 곡 그대로 피아노 치고,
심심해서 간 기타학원에서 딱 하루 배우고 다른 친구들 안기타 안맞는 음 튜닝해줘서
선생님들 완전 놀래고..
지금도 클래식 공연가면 오케스트라나 연주자 음 어긋나는게 언듯 들려요...
근데요, 아무리 재능 있으면 뭐해요.
저에겐 끈기라는게 없습니다. 오래 앉아서 하는법이 없어요.
남들 10번 연습할때 2-3번 연습하면 10번 연습하는 효과가 나니까
얼렁뚱땅 잘 넘겼는데, 진짜 노력으로 하는 진검승부 나오니까 안되더군요.
재능이 있으니 제 모습, 제 수준이 너무 잘 보여 이건 아니라는걸 딱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관둬버렸어요.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끈기 인내 노력 없으면 안됩니다.
끈기 노력을 능가하는 재능은 진짜 진짜 천재의 재능이죠...
본인이 안하겠다는 말....제 경우가 아닌지 잘 파악해보시고,
진짜로 작곡이나 취미(숙제 안하고 그냥 재미있는 곡으로 연습) 쪽으로 돌려보세요..15. 예당
'10.2.5 1:57 PM (120.50.xxx.87)음악신동이라기보대
영재라는 타이틀로 레슨받는제도인데
여기 아이들은 평균 8시간이상 연습합니다
에원입시때는 1년간 학교안보내는 엄마도 있구요
재능보다는 연습으로 만드는 아이들입니다16. 악기는
'10.2.5 3:11 PM (180.64.xxx.80)재능도 중요하지만 끈기가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전공 하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다들 원글님 아이정도의 재능은 어느정도 갖추고 있고
그 중 누가 더 끈기 있는 지가 성공의 관건입니다.
예술의 전당 영재랑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시험 한번 치르게 해보세요.
전문가들이 보는 건 또 다르더라구요.
예원 입시 준비하는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에 가서 출석도장만 찍고
하교해서 하루종일 레슨과 연습으로 1~2년을 보냅니다.
끈기가 없으면 절대 할 수 없죠.
같은 곡을 무한반복해야 하는데 체르니가 질려서 그런다면 전공은 안하는 게 좋습니다.17. 안드레아
'10.2.5 3:21 PM (120.50.xxx.87)쉬프는 누구?
안드라스 쉬프얘기인가요?
그리고 '사사하다'는 '스승으로 모시다'라는 뜻이니까
..께 사사받다는 반대의 뜻입니다18. 감사...
'10.2.5 4:02 PM (114.205.xxx.236)답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재능 있으신 분들도 많으시고 전문가다운 답변들도 주시고...
역시 82님들이세요. ^^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우리 아이의 얄팍한 엉덩이 힘으로는 그릇이 안되는 걸 알기에(또한 본인 역시 전공은 안한다 했구요) 이미 피아노 전공에 대한 꿈은 약간 꾸다 접었구요,ㅎㅎ
그냥 취미로라도 꾸준히 쉬지 않고 즐겁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나마도 앞으로 너무 힘들게 끌고가야할 것 같아 넋두리 조금 섞어 여러분들의 경험담을 듣고 싶었답니다.
작곡은 일단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니 위의 어느님 말씀처럼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두고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피아노로 작곡하게 해보란 말씀도 계신데, 처음엔 피아노로
작곡하다가 이젠 피아노 하나의 소리만으론 단조롭다 느꼈는지
갖은 악기를 다 동원하네요. ㅎㅎ
암튼, 주신 답변들 모두 큰 도움이 되었구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19. ...
'10.2.7 7:06 PM (125.177.xxx.13)저희 아이도 예술의 전당 작곡영재 다녀요. 거기 작곡하는 아이들은 반복연습을 못 견뎌 하는 아이가 많더라구요. 피아노 교본 치기를 싫어해서 째즈피아노만 하는 아이도 있구요.
정말 예술의전당 오디션 보시기를 권유드려요. 전공시키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좋은 자산이 될 거예요.
작곡과정은 숙제도 많지 않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요. 악기하는 애들은 레슨끝나면 울고도 많이 나오더라구요.
한예종 영재교육원은 작곡과정은 중학생밖에 안 뽑구요 예술의 전당 오디션은 6월달에 있어요.
그리고 악기는 더 어려서 시작하지만 작곡은 3~4학년 정도가 적당하다고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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