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두개의 이름과 두개의 생일.

이야기 조회수 : 245
작성일 : 2010-02-02 17:41:09
00리  오지마을에서 태어난 저는
한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서른하고도 몇살의 나이가 되도록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옛날엔
못먹고 살고  못먹어서 배고파 죽고
병들어 죽는 일도 흔해서
어린 아이가 태어나면 돌을 넘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제가 태어났던 그때 산골마을은
일부러 시간내서 면까지 내려와야 면사무소나
우체국,약국 등을 갈 수가 있는데
워낙 바쁜 시골생활인데다
하루 하루 먹고 사는 일이 중요했던 부모님께서는
정말이지 중요한 일이나 한시가 급한 일이 아닌 이상은
면으로 내려오는 시간을 낼 수가 없었지요.


딸이 귀한 집에 막내딸이 태어났지만
워낙 작고 여린 아가여서,
그런데다가  아들 셋을 모유로 키워냈더니
막내딸에겐 줄 모유가 나오지 않아서
보리쌀이나 쌀 조금 넣고 희멀건 쌀물을 끓여 먹여야 했던
상황인지라  과연 이 아이가 별탈 없이 잘 클 수 있을지
꽤 많이 걱정스런 상태였나 봅니다.


새벽부터 나가 어둠 짙게 깔린 저녁이 되어서야
초가집으로 돌아오시던 부모님이니
그런 상황에서 출생신고를 급히 할 상황이 안돼기도 하였고
혹여  출생신고 하고 몇달 지나 안좋은 일이 생길수도 있으니
제 출생신고는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출생신고도 미뤄진 상태에서
제 이름은 또 어땠을까요?
호적에 올릴 이름을 정해놓긴 하셨지만 이 또한
어찌될지 모른다하여  진짜 이름은 뒤로하고
임시 방편으로 불린 이름이 있었으니
옛날 흔하게 사용되던 0옥.이...


그래서 저는 출생신고가 5달이나 미뤄져서 원래 태어난 달보다
주민등록증상의 생일이 5달 후인 8월생이 되었답니다.
그거야 흔하디 흔한 일이고.ㅎㅎ
출생신고 하기까지는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저는 0옥. 이로 불리웠을테고
출생신고도 하고  돌잔치는 했나?  돌잔치는 안했을 겁니다.
다만 돌때쯤  초가집 마루에 앉아
하얀 니트 상하복에 하얀 모자를 동여메고
눈 똥그랗게 뜨고  손가락에 옥반지인지 뭔지 반지 비스무레한 것을 끼고
찍힌 돌무렵의 사진 한 장이 있긴 하지요.


초가집 마루 밑에 강아지도 같이 찍힌
그 한장의 사진을 볼때마다  3살때까지 살았던
초가집의 잔상이 아른 거려요.


그렇게 돌까지 아무 탈없이 자랐어도
제 이름은 호적에 올리려고 만들었던 실제 이름만으로 불리워지는게 아니고
0옥. 이란 이름하고 섞어 쓰이게 되는 상황이 생겨 버렸지요.
집에서는 호적상 이름이 불리는데
마을에 나가면 마을 어른들은 0옥. 이라 불러대시고


그렇게 4살 초에 떠나와 이사온 평지의 00리 마을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0옥. 이라 부르는 탓에
어찌나 그 이름이 듣기 싫었는지 몰라요.
하다못해 작은 어머니 한분은 아직도 가끔 저를 0옥. 이라 부르신다는...


결혼하고 명절이 되어 친정을 갔더니
친척분께서 저를 부르시기를 0옥. 이라 하니
제 곁에 있던 남편이 나중에  당신 이름이 왜 0옥.  이야? 하기에
구구절절 까지는 아니어도 어린날 이름때문에 심퉁나게 했던
0옥. 이에 대한 사연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지요. ㅎㅎ
IP : 61.77.xxx.153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3953 일본여행경비바꿀려고하는데요.지금보다 더 내려갈까요... 1 궁금 2008/10/13 310
    413952 애국을 강조하는 인간들 34 조심조심 2008/10/13 1,552
    413951 도와주세요 10 홀로서는맘 2008/10/13 547
    413950 경리장부 잘 아시는분? 1 장부 2008/10/13 281
    413949 10월19일 촛불시즌2 춘천에서 뵈요. 1 휘나리 2008/10/13 133
    413948 사춘기 아들을 어쩌지요.. 6 원주맘 2008/10/13 933
    413947 靑 "아날로그화법으로 IT감성 어루만져" 6 노총각 2008/10/13 332
    413946 우유 어떤거 먹이세요.. 4 아이우유 2008/10/13 604
    413945 스팀다리미 어때요..? 다리미 2008/10/13 199
    413944 몸무게요.. 7 정말궁금 2008/10/13 999
    413943 오늘 주식 폭등인데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5 주식 2008/10/13 1,547
    413942 추천좀 해주세요.. 1 아이옷 2008/10/13 166
    413941 신한 탑스클럽이신분들 4 공짜좋아! 2008/10/13 1,132
    413940 (펌)지하철에서---뒷북 유머 2 .. 2008/10/13 511
    413939 독일에서 50회 생일 선물 2 스텔라 2008/10/13 272
    413938 국제중특성화중학교지정고시에 대한 헌법소송단모집 국제중은 안.. 2008/10/13 142
    413937 노트북 하드드스크 교체비용이 얼마정도인가요? 6 몰라요 2008/10/13 587
    413936 금산분리 완화 `재벌 은행` 탄생한다 ㅅㄱ 2008/10/13 148
    413935 (급질 죄송) 냉장고에서 5일된 쇠고기 먹어도 될까요?? 4 ㅠ.ㅠ 2008/10/13 573
    413934 집 내 놨어요 (은행 질문도 있어요...) 2 저희도 2008/10/13 959
    413933 이 커피머신 어때요? 5 좀 보아주세.. 2008/10/13 711
    413932 펀드 중도환매 수수료? 의문 2008/10/13 205
    413931 버스타기 힘드네요-- 6 이해불가.... 2008/10/13 534
    413930 고등학생학부모님께 여쭙니다 2 답답한 고2.. 2008/10/13 668
    413929 금강제화 세일 언제 하는지? 3 세일 2008/10/13 798
    413928 여의도..아이들 교육환경 어떤지 조언좀 주셔요~ 6 조언 2008/10/13 447
    413927 세상에서 젤 싫은 가사일이 설겆인데 식기세척기 사볼까해요 13 게으름이 2008/10/13 969
    413926 입가 양쪽이 찢어져 아픈데요. 5 입병 2008/10/13 471
    413925 중국펀드 어떡합니까? 3 ㅠㅠ 2008/10/13 1,145
    413924 느끼한 음식만 땡기는 저주받은 입맛 3 러브핸들 2008/10/13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