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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기억...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봐요 ㅎㅎ
전 어렸을 때 공부를 참 잘했어요. 중고등학교 들어가면서는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스카이에는 갈정도...)
초등학교 때는 정말 공부를 잘했어요. 초딩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어딨겠냐만 ㅎㅎ
저희때는 달마다 시험치는 것도 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있었거든요.
항상 일등을 했었죠...
그런데 전 참 불행했어요.
엄마는.. 자세히 얘기는 안해주시지만 공부를 정말정말 못하셨던 것 같더라고요.
반면 아빠는 공부 잘하셨는데... 아빠는 저희 클 때 자의 반 타의 반 거리가 좀 있었고요.
엄마는 본인이 공부 못하셨던 게 한이 되셨는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절 붙잡고 공부를 시키셨어요.
저는 지금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해요.
큰 상을 펴놓고 문제집 이만큼 쌓여있고 엄마가 무작정 문제집이랑 참고서 외우고 풀게 시키던 것...
시험 때라도 다가오면 항상 옆에 딱 붙어 앉아서 감시하셨지요.
초딩 공부였는데도 가르쳐주실 정도는 안되셨고 그냥 감시만 ㅎㅎ
그때는 그 자체가 불행하단 생각은 잘 못했어요.
그냥 엄마가 시키니까 하는 거...
또 저희 엄마가 성격이 격하셔서 저는 지금까지도 엄마 말에 '아니다' 소리를 못하거든요. 겁나서요.
근데 저는 학교에서 항상 왕따였어요.
저는 그게 제 성격 때문인 줄 알았어요... 지금도 사회성 없거든요... 분명 제 성격 탓이 컸겠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저희 엄마가... 저 공부시키는 것만큼 치맛바람도 장난 아니셨어요.
돈봉투 기본이고 그래서 선생님들이 절 눈에 띄게 차별대우하셨고, 그 영향이 분명 있었다 싶어요.
근데 저는 선생님들이 절 진심으로 잘해줬다는 생각은 지금도 전혀 들지 않고,
속으로는 절 싫어하시면서(성격 문제나 이런저런것...) 그냥 돈받은 티만 내주셨던 것 같아요 ㅋㅋ
항상 왕따로 밥 혼자 먹고 아무도 안놀아주고 이런 거 정말 고통스러웠죠...
얼마 전에 한 번 어릴 때 얘기가 나와서 용기내서 말했어요.
학교 다니면서 쭉 왕따여서 넘 힘들었다고...
근데 엄마는 그걸 부정하시는 거에요.
전 정말 너무 착한 애였고, 정말 말잘들었고, 공부잘해서 학교생활도 잘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순간적으로 가슴 안쪽을 콱 찔리는 느낌이었어요...
제 성격은 제 탓인 거 맞아요. 근데.
엄마가 그렇게 만들었단 생각이 순간... 많이 드는 거에요.
엄마에겐 내가 엄마 눈에 착한 애, 말잘듣는 애인 것만 중요했구나.
그것 때문에 내 성격이 그렇게 됐구나...
오랜 왕따의 기억 때문에 지금도 사람 대하는 게 많이 불편한데,
이제는 엄마가 저한테 도대체 왜 그렇게 친구도 없고 사회성 없냐고 이해안된다 그러시네요 ㅎㅎ
본인은 학교다닐 때 친구도 많고 인기 많았다고 하시면서...
좋은 학교 나와봐야 별볼일 없다고 비아냥도 종종 섞으시고 ㅋㅋ
후....
쓰면서도 이런 거 써봤자 무슨 소용 있나 싶고...
저런 것도 다 저를 사랑하셔서 그러셨던 거겠죠?
지금 엄마 미워해봤자... 엄마 떠나시면 후회될테니 최대한 안그럴려고 내 맘 다스리는 게 맞겠죠?
그게 참 맘대로 안되네요.....
1. 토닥토닥
'09.11.20 2:51 AM (112.104.xxx.199)꼬옥 안아드리고 싶네요.
똑똑하신 분인게 글에서 느껴지네요.
서점이던 도서관이던 가셔서...심리나 상담쪽책들을 한번 읽어보세요.
극복 하는데 도움이 될거예요.2. 저도
'09.11.20 3:31 AM (220.88.xxx.227)꼬옥 안아드리고 싶네요.
부모님들은 별 거 아닌 일이다, 생각도 안난다 하실지 모르지만 어릴 때 부모님게 받은 영향과 상처가 클수록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곤해요.
가끔 어릴적 생각에 슬플 땐 잘 때 꿈속에서 어릴적 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꿈 속에서라도 만나면 꼬옥 안아주려구요.
스스로 어릴 때 자신을 보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3. 한국사회
'09.11.20 4:28 AM (122.36.xxx.37)나무의 뿌리로 비유하자면....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뿌리를 가지치듯 잘라버리죠.
큰 뿌리도 잔뿌리도 마음대로 뻗지 못하는 반쪽을 만들어놓고 부모는 뻔뻔하게 자기 도리엔
한계가 있겠지만 최선이었고 결국 무죄라고 합니다.
그런 교육의 결론은 기대에 부응못했거나 자랑스런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자녀의 유죄죠.
용서할 성질이 아니죠. 화해할 계제도 아니구요. 부모가 각성하기엔 무리죠.
서로가 일상에 젖거나 사회가 요구하는 매단계를 밟아 나가느라 무심하게 지나가지요.
윗님들 말씀처럼 그 시절의 자신의 만나 꼭 안아주세요. 이 상처는 너무 오래된 상처라서
단번에 치유되지 못합니다. 그래도 자신을 돌아본 성과는 있는거죠. 앞으로 점점 행복해질 겁니다. 토닥토닥..^^
많은 사람들이 님처럼 느끼지 못하고 많은 남자들이 헛된 기대를 아내를 통해 계속 부응하려고도 하지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백년전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좋은 계기가 되었네요.
홧팅!!!! ^^4. 111
'09.11.20 5:03 AM (222.108.xxx.143)글 잘읽었어요. 저도 님과 같은 과거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모님이랑아직 같이 살고있고 앞으로 쭉 그럴꺼같고
아직도 부모는 자기가 뭘 잘못한줄 모르고..
윗분리플이 정말 와 닿네요.. 그리고 나이먹은 지금도 제 힘들었던인생에 대해생각하고 있는데 저와 비슷한 분 글읽으니 위로가 좀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