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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신 82님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3남 2녀의 제일 맏며느리입니다
지난주 막내 동서네가 이혼했습니다
그나마 시댁에서 가장 가깝게 지냈고 이뻐라 했던 동서라 우리끼리는 연락하고 지내고 가끔 만나 밥도 먹자꾸나
하면서 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전에 말씀드리자면
제 아랫동서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
제가 결혼하기 전부터 살림을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결혼한 뒤로 지금까지 동서는 단 한번도 설겆이도 방청소도 하지 않습니다
구정 추석 에는 상 다 차려놓고 문 두드리면 나와서 음복하고 들어갑니다
저는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까지 계신 자리에서 어른들이 아무 말씀 안하시는데 뭐라고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뭐라고 해 주시기를 기다렸지만 오늘까지도 아무말씀이 없으십니다
할머니는 가끔 어머니에게 쫓겨날 정도로 힘이 없으시고
아버지는 간혹 들어가는 동서 뒷꼭지에 대고 같이 좀 하지 그러냐 라고 하지만 들은척도 않고
어머니는 봉사 흉내 냅니다
그리고 구정 추석 제사에 올때는 항상 제사 빼고는 밤 12시가 넘어야 옵니다
한번은 조카에게 뭐 하느라 이제 왔니 했더니
외갓집에서 자다가 왔다고 하더군요
저는 소심하고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 큰소리 안내고 살려고 하고 일년에 겨우 서너번 참고 말지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막내 동서가
형님 이제 더이상 참지 마시고 한번 엎어버리세요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네요
막내 동서가 3월에 결혼을 했는데 어버이날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 언제 올테냐?
- 오전중에 갈란다
- 밤에 와라 늦게 늦게 준비 다 해 놓을께 느지막이 와라 저( 막내 시동생 ) 하루 품 버리고 뭐하러 빨리 오냐 일
다 끝나고 그러고 와라
- 알겠다
집에 와서 먹고 놀고 저 도우러 일어서니 잡더랍니다 앉아서 놀으라고 그까짓것 혼자 해도 된다고 그래서 죄송스
러우면서도 같이 놀았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버지 생신 할머니 생신 추석 구정 제사 다 그러더랍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뿌리치고 나와서 도왔는데 도울때마다 막내 동서를 불러댑니다
추석에 나갈려는 동서를 잡고
혼자해도 돼 혼자해도 저것은 장사꾼 딸년이고 애비놈은 술주정뱅이였단다 ( 시아버지도 술주정뱅이입니다 )
저는 가장 먼저 가야하고 가장 나중에 와야 합니다
동서들 시누이들 다 떠나고 나서도 동네 사람 잔치 한번 해야 겨우 벗어날수 있습니다
결혼한지 19년
화는 나지 않고 그냥 슬프기만 했습니다
가끔 저도 모르게 헛웃음도 나오고
괜히 햇빛 쏟아지는 마당을 보는데 눈물도 쏟아지구요
시외숙모들께서
7년을 병수발한 큰 외숙모를 제일 무시하고 아래 외숙모들만 싸고 돌면서 외숙모들간에 이간질 시키고 다니는게
일이였다며 자네 어머니도 만만치 않을걸세 하시더니
이제야 알겠습니다
친척들간의 결혼식도 툭하면 안 알려주시거나 당일에 알려주셔서 헐레벌떡 찾아가게 만들고
제가 해드린 선물이 툭하면 둘째 며느리가 해준 선물로 둔갑해 있고 ( 제앞에서 우리 둘째가 해 줬어 하면서 제게
눈을 찡긋거리십니다 )
난 죽어도 우리딸들은 큰며느리로 안 줄란다 소리를 제 앞에서 태연하게 하시는 신경줄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저 나 하나 죽은듯이 입 다물고 있으면 집안이 조용하다는걸 아니까 참았다고 생각했지만
더 깊은 곳에서는 내 방패막이가 하나도 없다는걸 알고 제가 물러선 것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 그래요 사람으로만 보면 착하다고 해도 됩니다
하지만 남편으로서는 전혀 아니었던 겁니다
그저 저를 속이려고 착하다 좋은 사람이다 하면서 모른척 했던 겁니다
명절이나 제사 지낸 후에
[ 수고했네 우리 마누라 며칠 쉬었다 오소 ] 라고 하는 남편이었습니다
가기전에 편하지 않다고 한시간을 쉬어도 집에서 쉬고 싶다고 그러지 말라고 사정을 해도 일 마치고 나면 저말을
하는 남편
시댁에 가자마자 소* 치우고 외양간 고치고 개집 치우고 닭장 고치느라
다른 가족들 다 모여서 이야기 하고 있을때 혼자 외양간 올라가서 지붕 고치고 있는 남편
조카들은 지 아빠 엄마 무릎에 앉아있을때 우리 아이들은 항상 한쪽에 치어있었습니다
아이들이
[ 왜 우리 엄마만 일해? ] 하고 물으니까
[못써 그런 소리하면] 하고 야단치는 그런 할머니한테서 감싸주지도 않았습니다
시고모들이나 시외삼촌들만 오시면 우리 아이들에게 눈을 흘기면서 버릇이 없다고 하시고 저에게 갑자기 버럭 거
리셨습니다
외숙모가 전화를 하셔서 저를 몇번이나 위로해 주시고는 했습니다
여기까지 참았습니다
19년 동안 참았는데 못 참을게 무어냐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밤에 비 내리는 마당을 그냥 쳐다보고 있는데 남편이 위로한답시고
[ 우리 마누라는 착해 그래도 시아버지 시어머니 잘 모실거야 ]
하는데 제 속에서 뭔가가 확 타올랐습니다
이 사람은 저를 사랑한게 아니었습니다
왜 그동안 이 사람이 자기네 집에서 등신 취급을 당했는지 알아버렸습니다
자기를 등신 취급하고 자기 마누라를 등신 취급하고 자기 자식들을 등신 취급하는데도 여전히 헤벌쭉 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자기 엄마 자기 형제 사랑하든지 말든지
하지만 저는 싫습니다
막내 동서가 말해주기 전에도 저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전해들은것과 그냥 알고있는것과는 정말 다릅니다
제 마음이 다릅니다
둘째 동서오면 어머니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어서 오라고 인사 좀 해라 멀뚱거리지 말고..........
그냥 어디서 바람이 부나 보다 흘려들었던 말들이 왜 새삼 가슴을 찢는지.....
네 제 잘못도 큽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엎어보기도 했어야 하는데
술주정뱅이딸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어려서부터 정말 정말 노력했습니다
남의 것이라면 종이 부스러기 하나 건드린적도 없고
공부도 집안살림도 행동거지도 조심하고 또 조심했습니다
어쩌면 어머니께 대들지 않은 것도 저의 착한 여자병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저를 물어뜯어야 하는 이유가 되서는 안되는거 아닌가요?
제가 착한 여자로 살고 싶은게 그렇게 나쁜건가요?
시아버지도 시어머니도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남편이 너무 싫어졌습니다
시아버지 74세
시어머니 70세
제가 모셔야 하는가요?
저는 싫습니다
지긋지긋하게 싫습니다
지난 19년 동안 제게 했던 모든 눈빛과 조롱과 멸시들이 생각나서 이만 살고 싶습니다
아들이 고3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헤어지고 싶습니다
1. 에고
'09.7.1 9:23 PM (58.122.xxx.67)읽는 동안 님의 심정이 절절이 심장에 박히네요
장하세요
힘내세요. 힘도 못돼드리고....2. 아....
'09.7.1 9:25 PM (211.202.xxx.74)이왕 그렇게 마음먹으셨다면 조용히 계시는것은 님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습니다.
한번쯤은 '악'소리 한번 지르고 나오셔야지 이혼하시더라도 마음이 편하실겁니다.
뒤집어 엎으시고 나오세요.
나이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닌것을 그분들은 왜 모르실까요.3. ㅠㅠ
'09.7.1 9:33 PM (211.200.xxx.18)그동안 마음고생 참 많으셨겠어요.
님 가슴 시커멓게 타있는듯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결혼하고 8년쯤 되었을때 터뜨렸어요.
착한며느리 그거 안좋더라구요.
말로만 알아주는 것이지 행동은 전혀아니구요.
조금이라도 신경안써주면 왜이러나 하구...
그래서 확 터뜨려 좀 시끄러웠지만 2년지난 지금 전혀 후회 없습니다.
아직도 더 터뜨려야된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님...아직 살아갈 날 많으시잖아요.
지금이라도 님의 모습 찾으세요.
고개 숙여 지내면 원래 고개 숙여 사는 사람으로 봅니다.
무엇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님....터뜨리세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드셨는데...
왜 그런 시부모를 모셔야 합니까?
3남이라는데 맏며느리아니신거 같은데요...
모시자하면 요양원 말씀하세요.
다른 자식들도 책임가지구요.
모시는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모셔야 님도 편하고 온가족이 편하지 않겠어요.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지금이라도 변하세요...파이팅!!!4. ...
'09.7.1 9:38 PM (124.49.xxx.5)그니까 시어머니가 그러셨다는거죠?..계속 이대로 가시면 님이 홧병나실 것 같아요
한번 뒤집으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다만 아이에게는 좀 시끄러워지더라도 신경 안써도
된다고 다독여 주시구요.5. 자유
'09.7.1 9:55 PM (110.47.xxx.25)저는 10년만에 엎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인 줄 알고
선한 마음으로 잘하고자 하면, 그것을 이용하는 심리
지나고 생각해 보면, 제가 그리 해도 참으리라는 것을 알아서였겠지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잖아요.
원글님 지금 심정, 억울함 이해되고도 남습니다.
귀머거리3년, 벙어리3년,장님3년 다 지났으니
나도 이제 할 말은 좀 해야겠다고, 10년차에 뒤엎었어요.
막내동서가 입 여니, 다들 놀라고 또 수용해 주시고 하더라구요.
참 우스운 것이
저 혼자 애쓰고, 발 동동 구르면서 시어머니 병수발할 때에도
뒷짐 지고 앉아서 돌아가며 제 욕하던 사람들이
제가 한번 화내고, 한판 뒤집고 나니
제가 잘할 때보다 오히려 더 잘해주더군요.
동서 애쓴 것 안다면서 공치사도 하고, 제 눈치도 보고
가마니가 아니라, 사람인 것을 알게 된 모양이고
막내가 튕겨져 나가면, 그 짐이 오롯이 형님들 것이니
어떻게든 보듬어 보려고 뒤늦은 행동들을 하구요.ㅉㅉ
막내도 아니고, 맏며느리시라면서,어떻게 19년을 그리 살아오셨는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터뜨리시라고, 내려놓으시라고 하고 싶네요.
하지만 아드님이 고3이라니, 몇달만 잘 버티세요.
(터뜨리고 나니, 시부모님 포함 시댁 식구들은 그 즉시 제 눈치 보기 바빴지만
효자 막내둥이 우리 남편과는, 대략 반년간 3차 대전 이상 벌였습니다.)
수험생이 있으니, 당장 집이 소란스러우면 곤란하겠지요.
몇 달간, 이런 저런 마음의 준비 잘 준비하셔서
아드님 시험 끝나는대로 한번 제대로 뒤엎으세요.
남편이 그러더군요. 왜 사람이 변했느냐고...
강산이 바뀌는 세월 동안, 난들 안 변할 수 있느냐고
아니 내가 그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당신 형수들이 문제이지
아이 셋 낳고 변한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끝낼 생각하고 덤비니, 시댁 문제에 대해선 고집 센 남편도
결국 인정해주더라구요.
착한 아내 뿔 났다고, 이혼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마지 못해 제 편이 되더군요.
할 말 하고 산다 해서 나쁜 며느리 되는 것도 아니구요.
하실 말씀 하시고, 받을 권리 받으시면서 행복하게 사셔야지요.
기운 내세요. 원글님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