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인 어제,
꼴랑 월요일 하루 일하고 벌써 우울한 저를
솔약국집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게 해줄 친구들이 도착했습니다.
세권의 잡지를 책상에 늘어놓고 므흣한 마음으로 누구부터?를 고민하는 순간이 젤 좋죠.
보통때라면 서두를 것 없이 표지를 보며 느긋하게 간을 보곤 합니다만...
이번 주는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시사IN(사실 늘 좀 밀리는)부터 집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표지가 '고양이'였습니다.
지금같은 난세에 까칠하고 묵직한 정통 시사 주간지가 표지에 고양이를?
헤드 타이틀을 볼까요? [길고양이와 함께 춤을...]
아니, 집고양이도 아니고 길고양이?
그 야생이 살아 숨 쉰다는,
인간의 도움은 커녕 어지간한 인간쯤은 마주쳐도 눈빛 포스하나로 기냥 눌러 버린다는,
21세기 서울 한복판, 특히 청계천을 중심으로 출몰하는 쥐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바로 그 길고양이가 아니신가 말입니다.
여러분, 뭔가 삘이 팍 오지 않으십니까?
아, 드디어 시사IN기자분들이 제가 가장 선물해 드리고 싶었던
'난세를 이겨내는 풍자와 여유'를 갖추게 되신 게 분명합니다.
얼마나 촌철살인의 위트가 있을 것이며 얼마나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실까요.
표지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는데...
낚였습니다.TT
시사IN이 잘못한 게 아니라면 제가 '외상후스트레스성장애' 환자인게죠.휴우
심술이 나서 편집국장의 편지는 패스~ (남기자님, 편지 진짜 잼 없쓰요)
1.
'나는 다른 제3자가 내 메일을 읽어도 좋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 - [검찰, 여론 재판에 목숨 걸었다]중 PD수첩 김은희 작가
저를 포함해 이 글 읽으시는 회원분들중에 '내 글 다 읽으면 바로 구속이다'라고 걱정하실 분들이 30% 넘는다에 한표 던집니다. 음~ 남편만 안 보면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50% 넘는다에도 두표 던집니다.
2.
'MB가 디지털 시대 정보화 세대에게 땡볕에 나가 삽질이나 하라고 말하는 것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예술가에게 기능에나 전념하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동일한 현상' - [특집1.위기의 유인촌 장관 - 진중권씨 인터뷰 중]
평소 일사불란한 단체행동과는 거리가 먼 '현장문화예술인들'까지 발끈해서 벌이고 있는 '유인촌 퇴진운동'의 내용과 향후 전개방식을 취재, 보도한 기사입니다.지난 번 작가선언에서도 보셨듯이 저항의 방식이 참신합니다.지극히 반문화적인 권력에 대해 고도의 창의성으로 상대하는 예술인들이 대한민국 품격을 이나마라도 유지해주고 있다는 건 양촌리 김회장도 안다는 거~.
3.
'대중이 더 이상 박정희 신화는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아버지 시대의 유산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박 의원에게는 이명박대통령이 처한 고도성장 없는 시대에 대한 답을 내놔야..." -[이명박이 무너뜨린 '박정희'신화 중]
박정희대통령에 대해 우리국민이 가지는 '양가감정'은 10년간의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복고풍 향수'로 되살아나 따님조차 재끼고 그 유산을 독차지한 지금의 가카를 탄생시킵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답이 안나오는 가카 이후, '반이명박 반사이익'을 누가 차지할까요? 기자는 '다음 대선은 죽은 자들의 대결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소개하며 미래가 부재한 상태에서 현실은 복고주의로 흐를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우리모두 가카에 쏟는 관심 중 일부를 '노무현 + 알파'만들기에 돌려보면 어떨까요?
4.
'시민이 민주주의에 대한 존경심을 거두고 있거나 중산층이 도리어 반민주 세력이 되거나'- [특집2.요동치는 아시아] 중 아시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원인을 말하며
우리의 가카께서는 앞치마까지 두르고 몸소 고기구워 맥여가며 친목을 도모하시기 여념이 없지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시아를 미국보다 훨씬 더 낯설게 여기는 듯 합니다. 가택연금해지를 앞두고 수치여사를 재수감한 버마, 취임 1주년을 맞은 총통의 취임 축하일에 축하는 커녕 반대 시위하느라 수십만명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타이완을 비롯 20세기 후반 들어 간신히 권위주의독재를 무너뜨린 필리핀,인도네시아,타이 그리고 한국이 약속이라도 하듯 민주주의의 퇴행과 권위주의의 부활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우리 모두 범아시아 연대의식을 가지는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참, 말레이시아에서는 대표적인 야당지도자가 '동성애자'라는 누명으로, 차세대 야당 리더는 남자친구가 보궐선거 직전 공개한 나체사진으로 정치적 매장을 당했다네요.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음모와 협박이 난무하는데 특히 효과가 큰 건'망신주기식 기획 수사'라고 합니다.이쯤되면 다들 모여서 '제발 고기만 구워먹다 헤어지시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5
'인간이 모든 도시 공간을 점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폭력적으로 내쫒고,베어버리고,부숴버리고...이런 심성이 용산 철거민 사건처럼,결국 인간에게도 향하는 것 아닐까요?' - [커버스토리-골목길 헤매는 나비와 함께 춤을...]중 길고양이를 그리는 일러스트 박은경 작가의 말
이번 주 표지 모델이신 길고양이들의 삶과 애환, 길고양이를 위한 활동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고양이와 좀 더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요령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저는 고양이를 아주 매력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PS.미련을 못 버리고 혹시 삽화 어디 구석에 뭔가 표식이라도 발견할까 싶었지만...혹, 다음주에?
그밖에
주부들이 관심을 가지고 '태도를 결정'해야 할 '대형마트의 24시간 영업' '기업형 슈퍼(SSM)'문제를 다룬 기사 [성난 민심,홈플러스를 때리다]에서는 충북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간만에 '관'과'정'까지 뜻을 함께한 '홈플러스 불매운동'부터 6월17일 입법예고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짚어줍니다. 자동차도 만들고 아파트도 만들고 극장 체인도 하고 신용카드도 하시고 심지어 활주로 보고 비키라고 하고 어마어마하게 높은 빌딩도 짓는 스케일 겁나 큰 '우리동네 슈퍼마켓 예비 창업자' 대형 유통업체께서 일련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달라며 억울해 한다고 합니다.
[왕따당한 '영혼의 노숙자'들]은 40대 남성이자 가장인 우리들 남편들 이야기이구요
[서평]에서는 최근 4대강 못지않게 심각한 파괴를 당하고 있는 '모국어의 생태계'회복을 희망하며 '거위,맞다와 무답이'를 추천합니다. 그거 빨리 회복하려면 몇 분에게 '우쥬 플리즈 닥쳐'부터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늘 딴지보다 품위있고 시사인에서 젤 재미있게 칼럼을 쓰시는 최내현 장르 전문지 판타스틱 발행인은 [까칠거칠]에서 정치가 적성에 안맞는 우리 가카가 마치 '강아지를 싫어하는 수의사'처럼 불행할거라며 그런 가카가 대통령직을 수행해야하는 심정이 마치 '보신탕 집을 오픈하는 브리짓바르도' 에 버금갈 거라는 위로와 함께 보통은 그럴 때 적성을 바꾸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데, 적성을 바꾸기는 좀 어렵고 미적거리다보면 가끔은 짤리기도 한다는 충고를 보내셨습니다.
덧붙여) 이거 스포일러가 아닙니다.시사IN 중 정말 재미 없는 부분만 뽑은 거랍니다. 가끔이라도 사서 일독하시면 원래 많으신 교양이 날개를 달게 될거구요, 그 교양에 지성까지 더해져서 주변을 밝히게 될 겁니다.(라고 제가 존경하는 어느 교수님이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Pick out! - 6월 마지막주 시사IN
담비부인 조회수 : 418
작성일 : 2009-06-24 15:26:45
IP : 61.254.xxx.9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떡돌리는 날
'09.6.24 4:07 PM (211.253.xxx.88)저두 어제 왔길래 사무실 가져와서 틈틈이 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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