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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 사회 조직 생활 한다는거..

깨어있기 조회수 : 1,017
작성일 : 2009-04-20 00:22:31
저 그냥 평범한 엄마고
직장인이고
착한 남편 있습니다..
배경도 평범하고 능력도 평범하고
지금 회사에서의 포지셔닝도 평범, 아니죠 평범하지 않고
자꾸 절망 스러워져 가고 있습니다.

20대엔 성공하고 출세하고 싶었습니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죠..
처음엔 부모의 부족한 경제력과 관심을 원망했죠
대학원이나 유학을 원했지만 할 수없어서요..
그 다음엔 신이 있다면 그를 원망 했어요
타고난 재능을 주지 않을거면
그런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눈도 질투심도 주지를 말지..하면서요..

30대 몇번의 사랑의 실패와 경제적인 난관으로 힘들었지만 늦게나마
착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사랑스런 아이도 생기고
대기업 끝자락 정도의 회사에 다니고 있지요...
어렸을 적 꿈도 많이 접고 그냥 평범한 소시민으로
행복한 가정에 만족하고 살자 했어요

이회사로 옮겨 올때만 해도 이곳이 너무 만만해 보였죠
그런데 해가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해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조의 여왕 보면서 전 다른 부분을 보죠...
아, 부장이나 이사한테 저렇게까지 해야하는 건가
물론 오버액션에 과장이 많이 되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팀장급 이상이 되니까 일만 잘해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후배나 아랫사람들과의 관계는 문제 없는데
정치,인간관계,상사와의 관계 그런 걸 너무 못한거죠..
이제 그게 보여요...
찍혔다거나 일을 못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구요
그냥 음지에서 일만 하는  임원들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그런 상태인거죠

한마디로 서로 모함하고 뒷담화에 아부나 나 하는 참 같잖은 상사에 재수없는 동료들 너무 많고
그런 실제 모습도 모르면서 이뻐하는 사장도 한심하고
더 이상 비전도 미련도 없어 보여요


그럼 심플하게 관두면 되지 했는데
덜컥 남편이 먼저 회살 관둬 버리네요...
선수를 친거지요...
극 중 김남주 말처럼 남편이 다시 자리 잡을때까지
젖은 휴지처럼 바짝 붙어있어야 하는데...
뭐 그렇다고 여길 관둔다고 해도 어딜가나 오십보 백보라는 것도 압니다.
뭔가를 바꾸고 싶으면 나부터 변해야겠지요마는
그럴 능력도 없고...

사회 경력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이 마당에
내 적성과 진로를 고민하고 잇는게
정상적인 일인지...


언젠가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한 외국인 스님이
강연을 하시며 "Come back to this moment'라고 하셨던 말이 며칠째
머리를 맴 돕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으라는 말씀이지요..

정말 지난 일 미래의 일을 고민하지 않고 현재에만 열심히 살면 되는 걸까요...

저는 불교신자도 아니고 종교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만
요즈음 어느때 갑자기 울음이 나려고 한다거나
어떨때는 뭐라도 확 집어 던지고 싶다거나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거나
(아마도 정신상태가 불안정 해서 생기는 감정이겠지요)
그럴 때가 있어서 벽안의 외국인이 가사를 입고 한국말로
설법을 하시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잠시 리모콘을 들고
바라보다 설법이 끝날 때까지 들었습니다...

몇년 전 힘들땐 티벳이나 인도에 가서 명상원 같은곳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있을 자신은 없지만
일주일, 아니 한달 정도라도
그렇게 조용히 깨달음을 얻고 싶었습니다

무슨 깨달음이 얻고 싶었냐구요...

글쎄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라고 한다면 한심하고 진부하겠지만요...

나이 들어가면서 자꾸만 작아져 가는
자신을 견뎌내는 것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물론 이러다가도
또 내일이 오면 마스카라까지 하고
출근 준비를 하겠지만요...










IP : 116.39.xxx.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동감
    '09.4.20 12:34 AM (118.33.xxx.220)

    쓰신 글이 20대, 30대 어쩜 그리 동병 상련을 느끼게 하시는지요?
    저도 40대 중반 나이에 남편 반 실직으로 어쩔수 없이 젖은 낙엽처럼 바짝 붙어 있습니다.
    정말 집에서 케익 굽고, 아이들 돌보고 그러실 수 있는 능력있는 남편 가진 전업 주부들 너무 부럽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길 이외에는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
    내일도 또 출근 해야 하는 군요.

  • 2. ....
    '09.4.20 12:51 AM (203.158.xxx.152)

    사실..

    치열하게 뭔가 성취하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남자 잘 잡아서 윗분 말대로 케익 구워주면서 살 것인가..

    이거 빨리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란 여자라면 후자가 더 나은 팔자라고 봅니다..솔직히 오히려 후자의 성공이 여자에겐 더 접근성도 높고요.

    딸에게 어차피 대학 이후에 서포트는 못 해줄 것 같다면
    일찌감치 대학 들어가자마자 후자의 삶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시키는게 옳다고봐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남자의 성공과 여자의 성공은 다르지요.
    사회에서 성공한 여자는 어느정도 사기캐릭 내지는 허상이라고 봐요.
    대체로 여자가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남자에 비해 가지고 태어나는게 많아야 하거든요.
    친정 아버지의 경제적 서포트와 남편의 도움이라고 하는 것들이 거의 절대적이거든요.
    두 남자의 도움 없이 여자는 남자 위주의 사회에서 절대로 혼자 노력으론 성공할 수 없어요.

    그러니 원글님 너무 좌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글님의 능력이 모자라서 라고 볼 수만도 없는 문제거든요.

  • 3. 월요일
    '09.4.20 1:13 AM (121.139.xxx.164)

    작아져가는 자신을 견뎌내려고 애쓰고
    실패를 넘어 깨어있으려고 노력한 것만으로도

    결코 작지 않고,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땐 모르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서 맨 끝에 도착했을땐 지금과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요...

  • 4. 후배
    '09.4.20 9:24 AM (220.64.xxx.169)

    사회생활 20년이시라면 40대이실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 힘드시겠지만 견뎌주세요!!
    견뎌주시는것 만으로도.. 뒤따라가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실수 있습니다. 견뎌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신거에요.

  • 5. ...
    '09.4.20 9:31 AM (222.98.xxx.123)

    전 한참 모질나는 스펙입니다. 하지만 윗분 말씀처럼..견뎌주시길 바랍니다~
    길잡이가 되어주세요~ 저도 오래 사회생활 하려구 합니다.
    원글님..힘네세요~

  • 6. 깨어있기
    '09.4.20 9:45 AM (211.60.xxx.178)

    공감하시고 위로 해 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 드립니다...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마음이 훈훈 해 지는군요...사실은 저 어릴때부터 거동 할 수 없을때까지 사회생활하고 일 하고 싶어했습니다...견뎌보겠습니다...오늘 아침 빨간 하이힐 신고 스모키 화장하고 장기하 노래 들으면서 블루 먼데이 모닝을 견뎌보려 합니다. ..

  • 7. 저도
    '09.4.20 10:34 AM (59.5.xxx.203)

    응원합니다. 30대 후배입니다. 견뎌주세요..결국 최후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승자라고 하더라구요..화이팅입니다.선배님...

  • 8. 공감
    '09.4.20 10:43 AM (211.229.xxx.169)

    합니다
    저는 40넘은 나이에 늦게 사회생활 시작해서
    이제 후반을 달려가구요
    할수록 힘들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할 수 있을때까지 할려구요
    정리해고도 한번 겪어봤구요
    주어진 여건에서 충실히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도 된거 아닐까요

  • 9. 왕공감
    '09.4.21 11:04 AM (211.177.xxx.154)

    하는 사람 여기 하나 또 있습니다. 저도 올해 40인데요. 조직생활하는거 정말 녹록치 않네요.

    더군다나 저는 결혼하고 한 6년 쉬었다가 재취업했는데 다시 들어온 직장이 어찌나 치열하고 경쟁도 쎄고 시기와 질투도 많고 한지요 병이 다 왔습니다.

    하는일은 점점 중요해지니 요구하는 지식도 많아지고 그러려니 가정에는 아무래도 더 소홀해지게 되니 그 또한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닌지라 속상하구요. 그리고 시기하는 자들 때문에 어찌나 스트레스 쌓이는지 딱 그만두고 싶습니다.

    다른일 뭐 좋은거 없을까요. 하긴 저두 후배 만나면 견디는 자가 승리하는 거라고 언니 견뎌봐요 하는데..이렇게 견디다가 몸에 큰 병 올까 두렵습니다. 그러고나면 내가 과연 이렇게까지 하며 다녔어야 했을까 하게 될것두 같구요...

    이런 생각 하는 사람두 있습니다. 여러분들 힘 드리는 말 추가드리고 싶지만 에휴..저의 경우는 이게 현실이네요...

    아 괴롭다 직장생활하기....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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