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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야겠지만 말이죠...
저를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말이죠.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 진심이 저를 흔들어요.
말발이 안 되는 사람이에요. 말을 예쁘게 꾸며서 할 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저보다 가방 끈도 훨씬 짧아요. 그 때문에 부끄러움도 있죠. 동경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말을 꾸며서 할 줄 모르니, 자존심이고 뭐고 챙기지도 않고 그냥 말해 버리네요.
직업도 외모도 (심지어 키도;) 학벌도 그 무엇도
제가 만나 온 사람들과 다르고, 사실 떨어지고, 본인도 저를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그 진심이 참.
그 마음이 진심인 줄 제가 어떻게 알까요...?
진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느낀 그 힘이 가짜는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처음엔 참 별로였는데
말도 거칠게 하고, 무뚝뚝하고, 제가 보아 온 세련된 도시 남자들과 달리
상당히 야생의 느낌(?)이 강한, 말 그대로 '남자'인데
저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하는 그 모습이 참, 딱하다 싶게 마음을 흔드네요.
아직 제가 정신이 어디 가지는 않아서,
이거 이러다 끌려들어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하면서
어쨌든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생각이 나요. 그가 했던 말이.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봐 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던 말이.
...으으. 제가 딱 한 가지 여지를 남기긴 했거든요.(아주 자르질 못했어요. 저답지 못하게.)
어쩌면 그에게서 전화가 다시 올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걸 은근히 기다리는 저를 보게 되고
아니야, 나를 안 보는 동안 그 마음은 어쨌든 식을 것이고 그러면 전화가 안 올 테고,
그건 내가 바라던 바이고 다시 정상적인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는 거다, 하는 멀쩡한 생각이 들고
다시 마음 복잡하고
그 거친 사람이, 통화하면서 가슴이 쿵쿵 뛰어서 힘이 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고
참.
...그래요.
저에게 대쉬하던 그 조건 좋고 학벌 좋고
평생 놀고 먹어도 먹여 살려줄 수 있던 남자들이 다 싫던 저였는데요.
그 이유는, 조건 좀 나빠도
말이 좀더 잘 통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해서였는데
그런 사람을 못 만나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 생각하던 저였는데
이건 뭐
조건은 최악인데다
말도 그다지 안 통할 것 같은 사람이 왜 나를 흔들 수가 있는 건지
어쩌자고 이러는 건지
이 사람과 가까이 지내 봤자 나만 답답하고, 잘난 척 하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고
서로 비슷한 점은 하나도 없을 것을 뻔히 아는데 왜 흔들흔들, 흔들리는 건지
아- 헷갈려서 잠도 안 와요.
정신 차리라는 질타가 쏟아질 거 뻔히 알지만
그냥 답답해서 써 봤어요. 이따가 글 날릴지도 모르겠어요. ㅠ_ㅜ
1. 인생선배
'09.4.10 2:09 AM (121.186.xxx.13)님 저는 가방끈이 짧진 않지만 그래도 아쉬워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나왔다는 사람을 골랐어요.샤프하고 계산적인 사람이 싫어 학구적이고 서정적인 사람택했구요.좋은 학벌탓인지 좋은직장얻어 풍족하진 않지만 쪼들리진 않고 살고 있답니다.그런데도 사람욕심이 .왜 그때 그조건의 그사람 택하지 않았지해지더라고요.지금의 느낌만으로 결정하지 마세요.
2. 좀 더
'09.4.10 2:10 AM (24.13.xxx.167)시간을 가지시고 침착하게 생각을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주위에 그런 분들 몇 봤는데 처음의 그 열정은 이내 사라집니다.
조건은 뒤로 하더라도 말이 안통하시는 분이라고 하니....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혹시 님께서 결혼 적령기라 조급한 마음에 그 분의 무모한 용기와 열정에 마음이 살짝 끌리셨던 건 아닌지...
친한 언니(36세.)에게도 그런 분이 저돌적으로 대쉬를 하는데,
그 언니께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적거리는 태도로 대하더라구요. 싫다고 말은 하나 아예 확-끊지 못하는....처음에는 언니 가족에게도 열렬하게 대하고 물직적 공세도 장난아니었지만..조금씩 언니가 냉담하게 대하고, 관심이 없어지는 듯 하니까 순박하지만 열정적인 성격이 이상한 스토커 기질로 바뀌고, 숨겨놨던 자격지심이라고 해야하나...그런 성격들이 막-뿜어져 나오는데 식겁했습니다.3. 동정과 사랑
'09.4.10 2:17 AM (123.204.xxx.252)동정과 사랑을 구분하시고요.
동정으로 이루어진 쌍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 짐작이지만 원글님이 이상주의자같이 느껴져서 하는 말인데요.
이상주의인 여자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자신보다 못한 남자가 대쉬했을때
'나는 조건때문에 남자를 차는 속물이 아닐까?'로 고민하면서
정작 본질은 보지를 못합니다.
속물은 나쁜거야,난 속물이 되면 안되...하는 대의명분에 허우적거리면서
사태를 파악 못하는거죠.
이상주의에 빠진 여자는
평생 놀고먹게 해줄 수도 있는 남자 차기 쉬워요.
자신이 속물이 아닌거 증명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조건 나쁜남자는 차기가 어렵죠.
자기가 속물이라는걸 증명해주는거 같으니까....
쓰다보니 같은말의 반복이지만..
원글님은 지금 그사람을 사랑하고 있지도 않고,
배우자로 적합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러면 게임끝난겁니다.
다른 복잡한 추상적인 생각은 하지마세요.4. 동정과 사랑
'09.4.10 2:19 AM (123.204.xxx.252)덧붙여서,
그남자에게 희망고문 하지 마세요.
그것이 원글님께서 해줄 수있는 최선입니다.5. .
'09.4.10 2:41 AM (121.166.xxx.6)동네 가스배달부에게 빠진 공주, 가끔은 곱창을 먹어줘야 하는 케이크애호가.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항상 보면,, 여자 조건이 얼마나 좋냐나쁘냐를 떠나서 이런 남자에게 빠지는 여자들 알고보면
백이면 백 자존감이 부족한 문제가 있더군요. 잘 티도 안나요 이런건..
원글님 가능하면 좀 제대로 된 사람한테 가서 정신분석같은거 한번 받아보세요.
왜 조건좋은 남자는 말이 안통해서 싫었고 어차피 말 안통하는 저런 사람이 마구 미친듯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땡기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겁니다.
제 말은 조건 좋은 남자만 찾아서 고르라는게 아니에요. 저도 조건좋은 사람 필이 안오면 다 찼습니다.
지금 결혼해서 사는 사람은 보자마자 저 사람과 결혼해야겠다 생각들더군요.
조건도 좋고 말도 통하는 남자를 골라야 합니다. 그 남자는 두 가지 다 안된다면서요. 그럼 원글님이 지금 상당히 미친겁니다.
제 생각에 원글님은요, 그냥 잠깐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야생마타입의 내면이 궁금한겁니다.
솔직히 굉장히 재밌을 거 같은데요 저라도요. 그런 남자가 대쉬해 오면 막 흥분되고 가슴두근대고
지루했던 삶에 활력이 솟을 듯.
하지만 그게 신뢰나 이어질지는..?? 사랑은 그런게 아닙니다 원글님.
나이도 적지 않으신 거 같은데,,
쌓아온 불만이 있던 모범생들이 결혼할 때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아요.. 은근히..
호기심이 든다면 그냥 그정도 수준으로 가벼운 만남으로 즐기시던지요.
잠자리나 스킨쉽 얘기하는게 아니라 진지한 결혼상대 말고 데이트 정도.
근데 일단 만남 시작하면 원글님 스스로 자제를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런 리스크는 감수하시도록..6. 흑.
'09.4.10 2:49 AM (203.171.xxx.172)원글이에요.
즉각 도움되는 댓글이 달려서, 감사 인사는 꼭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이건 바로 위에 답글 달아 주신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음, 허우적거린다든가 하는 표현이 꼭 제게 맞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신랄하게 비난하거나 하지 않고 핵심을 딱딱 잘 짚어 주셨어요... ... .
저, 이런 글 처음 써 보는데
상처 안 받고 좋은 상담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이상주의자 성향 있는 거 맞아요.
그리고 저는 이거 못 고친다는 것도 알아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마음이 안 가면 죽어도 싫은데 어떡하나요.
이 점은 어쩔 수 없는데...
위의 댓글을 읽고, 아, 조금 더 속물이 되어 보자,
하는 생각을, 살면서 처음으로... 했어요.
이건 저에게 속물적 성향이 전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보다 이상주의적 성향이 더 강해서, 사서 고생하곤 했거든요,
그게 꼭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고려할 걸 고려하는 것이 꼭 속물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는 얘기랍니다.
음... 그리고 변명 같지만^^;
이 조건 나쁜 그는, 차는 제가 속물 같아서 차기 어렵다기보다는...
말하는 재주는 달리는 사람인데도, 같이 있으면 즐거웠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그래서 이렇게 말려들면 안 되겠다는 경계 경보도 울린 거고요.
이런 느낌이 오는 사람, 별로 없었거든요-.
에고. 제가 말이 너무 많네요.
핵심은, 말씀해 주신
- 원글님은 지금 그사람을 사랑하고 있지도 않고,
배우자로 적합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
이 점이겠죠.
사랑하게 되기 전에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야겠어요.
조건은 둘째 문제고 나중에 가슴 치며 답답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같이 있으면 즐겁다는 건 순간이고... 더 깊은 얘기는 못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거, 맞죠?
객관적인 답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심한 시각에.
다른 분들도 모두 감사해요!7. 흑.
'09.4.10 2:57 AM (203.171.xxx.172)다시 원글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바로 위의' 분은 '동정과 사랑'이라고 쓰신 분이에요.
지금 바로 위의 댓글은 읽자마자 허걱 싶네요. 아이고;
글을 쓴 제가 원인 제공은 했지만
너무 섣불리 판단하진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자존감 낮아서 자기 무덤 파는 스타일,
저 그거 어떤 건지 아는데요; 저 아니에요;
제 입으로 아니라고 해 봐야 일단 그렇게 보신 분에게는 그렇게 보이기만 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잘 다시 읽어 보세요.
저는 미친 듯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땡긴다고 하지 않았답니다.
저 역시 글 쓰신 분이 말씀하신
<저도 조건좋은 사람 필이 안오면 다 찼습니다. > 여기에 해당할 뿐이에요.
지금 살짝 고민이었던 건
왜 별로인 사람에게 필이 오고 난리야, 나 곤란하게,
이거였던 거고요.
너무 심각하게 보지 말아 주세요.
만약 이게 대단히 심각한 문제였다면 저는 여기에 글 쓸 정신도 없었을 거에요.
그냥, 흔들려서, 털어 놓고 잊어 버리고 싶어서,
쓴 정도로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섣부른 잣대는 거두어 주시길 부탁드리면서.(저 상처 받아요-.-;)8. .
'09.4.10 3:08 AM (121.166.xxx.6)반드시 "미친 듯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땡긴다"고 써야 그런건가요.
원글님 지금 쓰신 글에서 느껴지는건 보통이상의 강렬한 임팩트인데요.
뭐, 댓글 보면 알아서 하실 수 있는 분 같은데 그렇다면 알아서 하시겠지요.9. 저라면..
'09.4.10 3:15 AM (211.176.xxx.242)당분간 만나 보기는 할 것 같은데요.
지금 자르면 아쉬움이 남을듯,,,
조금 더 만나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자르세요.10. 차라리
'09.4.10 3:19 AM (220.90.xxx.223)글쓴분이 20대 어린 나이라면 굳이 반대글이 이렇게 안 달렸을 거 같아요.
저도 20대에라면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굳이 조건이나 맞는 성격 안 따지고 좋아하는 마음자체로도 사귀면서 추억도 만드는 거 괜찮다고봅니다.
그런데 나이가 저도 글쓴분 정도 되다보니,
자기만 좋다고, 추억하나 만들거만 생각하고 연애 덜컥 할 건 아닌 거 같아요. 일단 상대방이 결혼까지 생각하는지가 중요하고요. 대부분 여자든 남자든 30대 넘어서면 연애자체만 원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특히 남자들은 더 그렇죠. 그런데 나만 그런 콩닥대는 감정이 좋아서 어영부영 사귀다보면 결국 결혼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와요.(상대방은 당연히 좋아하니까 결혼 생각하거든요)
좋았던 추억도 좋지만 곧 40살이 돼 가는 입장에서 결혼의 현실성을 무시 못하죠.
아예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람이야 밑져야 본전이지만 상대방이 그러지 않는 경우는 결과적으로 피해를 주는 겁니다.
당장 나이가 30살 넘어가는 사람들의 연애 고민이 올라오면 대부분 신중하게 사귀어라고 해요.
그리고 상대방과 달리 결혼생각이 없다면(결혼은 싫고 사귀고는 싶고) 대부분 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빨리 놓아주는 게 낫다는 글이 많이 달릴 수밖에 없죠.
청춘의 특권도 요새는 다 때가 있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20대엔 연애 많이 해보란 소리도 하는 거겠죠. 자칫 의도치 않게 상대방하고 결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농락했다는 소리 듣기 딱 좋습니다. 슬프지만 30대란 나이가 그래요. 아예 두 사람 다 결혼 생각이 딱히 없다면 모를까...11. 윗님
'09.4.10 3:21 AM (121.186.xxx.13)맘이 내맘이에요..
12. 글쎄요...
'09.4.10 3:32 AM (115.137.xxx.31)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살면서 그런 경험있었거든요.
머리로는 아닌것이 확실한 남자인데,
모든 것이 나보다도 못하고,(이건 세상의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말하는 거예요.이런 표현써서 죄송합니다.ㅠㅠ)
내가 보통때 좋아하던 타잎도 전혀 아닌데,
이상하게 감정적으로 끌리는 남자를 만났어요.
그래서 그 감정에 충실하게 연애해 봤지요.
서로 좋아할 때는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왔죠.(이런 경우 대부분 금방 제정신이 들어요.
뭐하나 맞는게 없거든요. 아! 성적으로는 뭔가 맞아요. 이런 이상한 이끌림은
결국은 성적인 것이더군요.)
내가 동물도 아닌데 말도 안통해, 사고방식도 전혀달라, 취미도 달라,
심지어 돈에 대한 가치관까지 다른데 단지 눈에서 불꽃이 튄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맞지않는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부끄러워지더군요.
그런데 헤어지려고 하자 문제가 생겨요.
그런 남자 잘 안떨어져요.
자기로써는 잘 만날 수 없는 아가씨를 사귀었는데,
그리고 여전히 그 아가씨가 좋은데,
쉽게 헤어져주겠어요?
저 그남자랑 헤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에 대해
특히 객관적으로 나보다 못한 남자와 사귀다가 헤어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배웠어요.^^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은 정말 제 인생의 금과옥조가
되었어요.
제가 보기에 원글님 어린 나이도 아니신것 같은데 결과가 뻔한 일을 궂이 겪어보며
연애의 시행착오를 경험하실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그냥 칼같이 끊으세요. 정말 단호하고 냉정하게 끊으세요.13. 조건이
'09.4.10 4:39 AM (220.90.xxx.223)최악이고 성격도 안 맞는다면,
결국 추억도 최악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커요.
원래 안 가본 길은 미련이 남는 법입니다. 그때 이래볼 걸...후회하는 이유도 그 선택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는 여유일 수도 있어요.
용감하게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서(특히 이성적으로는 절대 아니란 걸 알고 주변에서도 말이 많은 만남일 경우) 그 관계를 선택하게 됐을 때,
얼마나 많은 후회와 자괴감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은지요.
오히려 차라리 말렸을 때 그만뒀으면 그 사람의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좋은 추억이라도 간직해서 아쉬운 미련이라도 가끔 꺼내서 되씹어 볼텐데 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리고 자꾸 나이 운운해서 그렇지만 나이가 먹을 수록 함부로 선택을 하는 건 그만한 부담감이 배로 옵니다. 어릴 때 충동적이고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과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이 배로 더 커요. 그래서 더 나이 많은 선배들이 신중하란 말을 자꾸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차라리 나이라도 젊고 기운이라도 뻗칠 때야 연애 하면서 갈등도 좀 겪을 수도 있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 보는 눈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나이가 좀 있을 때 굳이 가지 말라는 길을 가서 감당하는 대가가 버거우면 사람을 순식간에 많이 늙게 합니다. 진짜 폭삭 늙어요.
이십대엔 청춘 불살라도 몇날 며칠 울고 불고 끝하면 또 다시 찾아오는 사랑에 회복하는 것도 빠르지만 나이들면 그러기 쉽지 않아요.
조건이야 정말 좋아하면 과감하게 제쳐놓는다해도, 성격이 글쓴분과 많이 다르다니까 저도 잘해보란 소리가 안 나오네요.
글쓴분처럼 남자의 조건중 중요한 부분을 대화 잘 통하는 것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차분하게 서로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가고 서로 존중도 하면서, 험한 소리도 안 나오는 타입을 원하신다면 더더구나 저 환상이 빨리 깨질 겁니다. 그때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예전엔 다 넘길 수 있었던 상대방의 그 야생적이고 거친 부분이 이제는 참을 수 있는 괴로움으로 다가올수밖에 없어요. 결국 변한 건 자신이고 상대방은 잘못이 없는 거니까요. 원래 그런 사람인 거 알고 선택한 건데 더 이상 그런 부분이 참아내기 힘들다는 걸 느끼게 되면 스스로가 참 고역입니다.
제 친구가 글쓴분과 좀 비슷한 타입이었어요. 책 안 읽는 남자는 싫어했고, 말 통하고 어떤 일이 있을 때 고집보다는 말로 서로 풀어나갈 수 있는 남자를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입이 좀 거친 사람하고 사귀더군요. 좋아할 땐 그게 다 참고 넘어갈 수 있었대요.오히려 입은 좀 거칠고 감정 조절을 못하긴 해도 그 대상은 친구가 아니었기에 지켜보는 입장에선 나름 매력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확실히 오래 못 가고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상황이 좋을 땐 괜찮았는데 이게 사귀다보니 서로 안 맞는점도 있고, 어떤 일에 대해서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보니 그때 상대방 반응이 거칠고 그 대상이 친구 본인에게 향하는 일이 잦아지다보니, 친구는 그때마다 뭔가 하나씩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더군요. 자기는 이 정도면 충분히 말로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런 게 없어요. 완전 저돌적이고 거침없고.
끝날 때도 당연히 좋게 끝나지 않았죠. 윗분 경우처럼 저런 경우는 남자가 매달리거나 못 헤어지겠다는 경우가 많아서 여자가 감당할 후유증 장난 아닙니다. 체면이나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기 때문에 동네 부끄러운 행동도 서슴없어요. 새벽 5시에 집 앞에 찾아와 행패부리고 동네 방네 잠자리까지 다 까발린다고 협박 받고서야 경찰 부르고 어쩌고 별 일을 다 보고나서 결국 가까스로 끝냈습니다. 그나마 제 친구는 그때 서른 앞둔 나이였기라도 했네요.
저라면 굳이 기운 빠질 선택일 게 다 보이는 건 안 할 거 같습니다. 당장 며칠만 맘고생해도 앞머리에 흰머리 느는 게 보이는 걸요. 적당히 애달프고 끌리는 감정까지만 담아두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남들이 가지 말라는 길은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살면 살수록 느끼니까요.14. ,,
'09.4.10 8:18 AM (219.248.xxx.67)성적이끌림 맞아요,,,지금 본인만 인정안하지 엄청 어쩔줄 모르는 상태시구요,,
지금은 본인이 제어할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엄청난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설사 20대에도 이런 케이스는 조심하세요,,추억이고 뭐고 헤어진 다음에도 뒷맛이 씁쓸하더군
요,,괜히 죄책감들고 그러더군요,,,사실 조건이 좋아도 만나다 아닌것같은데 싶어도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비교적 쉽게 빠져나올것같은 이런 상황도 그리 쉽지 않아요ㅡ,,꼭 먹어봐야 맛을 아
는게 아니잖아요,,향기로도 알수있죠,15. 이야~
'09.4.10 9:03 AM (220.245.xxx.238)드라마 같아요~ 저도 막 읽으면서 그남자가 궁금해지고 하네요~~
막 두분이 잘되어서 신데렐라 스토리(남자가 신데렐라겠죠?) 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하지만 아시다시피...
인생은 절대 드라마가 아니라는거...
앞에 펼쳐진 50년을 생각하셔야 해요...ㅎㅎ
결혼 해보니까 알겠네요. 사람들이 했던 말들...16. 궁금
'09.4.10 9:05 AM (59.5.xxx.126)여기서의 자존감은 무엇을 뜻하나요?
흔히 눈이 높다는게 자존감인가요?17. ^^;
'09.4.10 9:28 AM (122.43.xxx.9)원글님이 자존감 낮아서 자기무덤 스스로 파는 타입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주변에 자존감 낮은 여자들을 하도 많이 봐서요.(끼리끼리 다닌다고 했나;;;)
자존감 낮은 여자들은 이런 조건의 남자가 데쉬해 오면
조건이 안좋고 말도 안통하는데, 왜 내마음이 흔들릴까?라는 고민도 잘 안해요.
그냥... 누가봐도 아닌 길을 가면서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고 그게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지요.
또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면서도 많이 끌려다니구요.
많은 분들이 걱정 안하셔도 원글님이 알아서 자르실 거 같아요.
말안통하는데 설레는 감정은 길어야 두세달??? 정도...
다만 윗님 말씀처럼 여지를 남기는 것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구요.
짧은 두세달이 상대방의 남자에게는 아주 큰 의미가 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원글님 성격이 단호해서, 이건 아니다 싶어 매몰차게 잘라도,
쿨한 정리가 아닌 쫌 질척질척하고 안좋은 감정을 남기는 정리가 될 수 있을거 같아요.
왜? 원글님의 감정만 감정이 아니라 상대남의 감정 또한 감정이니까요.
남자들이 집요해지면 참 무섭더라는....^^;18. ^^;
'09.4.10 9:31 AM (122.43.xxx.9)궁금님,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자세라고 알고 있어요.
그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죠.
흔히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잖아요?19. 그렇게
'09.4.10 9:39 AM (59.8.xxx.227)결혼하고 평생 살면서 내가 미쳤지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그렇다고 대접이라도 좋으냐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좀 비슷한 남자거나 나보다 나은 남자가 낳다 생각합니다
결혼은 현실입니다20. 다른맥락
'09.4.10 9:58 AM (219.248.xxx.136)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전 좀 다른맥락에서 얘기를 해볼께요
자존감이란거 또는 열등감이란거 살면서 사람을 참 엄청 괴롭히는 감정이죠
결혼한지 14년차이지만 남편이 참 온순하고 착해요 그런데 이 사람이 한때 굉장히 엇나가고 삐딱했던적이 있었어요
직장일이 잘 안풀리고 하던일도 잘 안되고 이래저래 많이 어려울때였죠
이럴때 남자들이 자존감이 떨어지고 열등감이 생기나봐요
제가 무슨말만 해도 자기 무시한다하고 성질내고 그러더군요
그전이랑 똑같은 상황 똑같은말인데도 열등감이 있을때는 그랬어요 막 화내고
전 글 읽으면서 다른것보다 이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남자들 자존심이란 아무리 착하고 순한 남자라도 여자보다 본인이 더 못났다고 느낄때 엄청 상대를 힘들게 하고 괴롭혀요 아마 본능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힘도 세고 여자를 먹여살려야 한다는게 깔려있는것 같애요(이건 남성 우월이 아니고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봤을때 그런거 같애요)
님보다 조건이 많이 떨어진다면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꽤 많다고 생각되어지고요
그렇게님 말씀대로 결혼은 그냥 비슷한 남자이거나 본인보다 나은 남자가 경제적인거 이런걸 떠나서 다른 측면에서 볼때도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해요21. ^^;
'09.4.10 10:06 AM (122.43.xxx.9)위에 댓글 단 사람인데요.
ㅎㅎ 요건 걍 재미로 적는 글입니다.
제 주변에 저런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어요.(제 친구)
남자의 학력은 우리나라 평균 학력보다 낮구요.
집안 환경은 한마디로 최악..
근데 웃긴건
그 남자에게 멀쩡해보이는 두 여대생이 달라붙어 삼각관계가 이루어지더라는..
나중에 과거의 여인까지 등장, 사각관계로 발전..
이 여인네들이 그 남자에게 느끼는 감정의 무엇일까?
바로... 원글님도 말씀하신 그 야생의 느낌, + 약간의 모성애 였던거 같아요.
안쓰러워 보이는 남자, 조~~~심하셔야 합니당...
ㅎㅎ 근데 또
네멋대로 해라에서 고복수같은 남자라면 그건 괜찮을거 같네요.^^;22. 원글
'09.4.10 12:38 PM (203.171.xxx.189)다시 원글입니다.
그새 답글이 늘었네요^^;
음... 근데 제가 너무 노숙해 보이게 글을 썼나 봐요.
다들 저를
나이도 좀 있으신 거 같은데...로 생각하고 계시네요. 왤까-.-;;
저 나이 그렇게 많은 아가씨 아니에요. 아니고요;
오해하게 해서 죄송해요.
주옥같은 답글들 잘 읽었습니다.
그 중 어떤 건 지우셨네요. 저는
이것도 참고할 만 하다- 싶어서 꼼꼼히 읽었는데.
그 분께도 감사드려요.(닉네임이 세 글자셨는데, 기억하지만 안 쓸게요^^)
네, 이 사람, 약간 고복수같은 스타일 맞아요.
하지만 그건 드라마죠. ^^; 정신 차릴게요.
다시 제가 쓴 글을 읽어 보니, 오해의 소지도 있겠다 싶고
설명이 부족했다 싶기도 하고, 참 바보같은 글을 썼구나 싶기도 하네요.
이렇게 지나가겠죠?
...넵. 차근히 잘 생각해 보고 냉정하게 행동할게요.
저 사실 82 초창기부터 쭉 있었지만
이런 글 쓴 것, 처음이에요. 저에겐 저의 상황을 잘 아는
저 자신의 고민이 가장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그런데 답글들 쭉 읽다 보니 참,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네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언니들, 선배님들! ^^
저는 원래 답글 열심히 다는(주로 정보 제공) 답글쟁이랍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달게요. 받은 거 돌려드려야죠. ^^
즐거운 금요일,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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