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 밑에 부산 벚꽃 얘기가 나오니까, 아련하게...

현랑켄챠 조회수 : 530
작성일 : 2009-03-11 21:11:44
아...아련하게 고등학교 때....대면식하던게 생각나네요.
여학생들이랑 만난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설레였던 그 때...
대청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는 어떤 시인의 시 한편을 두고 토론을 했었죠...
아마도, 정호승님의 '서울의 예수' 였던가 그래요...그 땐 신간이었는데,
예수님은 귀에 들어오는지 마는지 내 앞엔 그저 마리아들만 있었습니다.~~ @.@...

꼭, 문예부같은데 보면 있잖아요. 동그란 뿔테 안경쓰고
포니테일 머리에다가, 손수건 같은 거 손에 꼬옥~ 쥐고 있는 애들...
(컨셉인가요? ㅡ,.ㅡ)
뿅갑니다.....4월 말이나 5월 초되면 딱, 벚꽃이 눈처럼 날리거든요......
온 길이 하얗게 수놓이고..........그 위에 그녀가 서서 시를 낭독하고 그 뒷배경으론
하얗게...벚꽃 잎들이 바람에 날려 대각선으로 그녀 뒤를 휩쓸고, 내 마음도 휩쓸고....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 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다. ' (정호승, '서울의 예수' 중에서...)


그땐 이런 말들을 이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추억이며 소주잔이며 빈대떡이며......
뭘 그렇게 아는 척을 했던지, 우쭐대며 한번이라도 시선을 더 받아 볼까 하고
철딱서니 없게 사람 말이나 잘라먹고 있었을테지요.

지금은,... 그렇네요. 추억도 있고 술맛도 알고, 빈대떡은 만들 줄도 아는데.....
그 사실들을 알아가는 나이에는
그렇게 그리움들을 그리워하게 되나 봅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마리아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요?
IP : 123.243.xxx.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3.11 9:21 PM (117.20.xxx.131)

    그 마리아도 켄챠님같은 수줍은 소년을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전 아직 20대라서 이런 로맨스 얘기 들으면 뭐랄까. 참 신기하면서도 재밌고 그렇습니다.

  • 2. 현랑켄챠
    '09.3.11 9:23 PM (123.243.xxx.5)

    저도 아직 외국 나이론 29입니다만....어험~!

  • 3. 저도
    '09.3.11 9:43 PM (121.145.xxx.173)

    문학소녀.. 고등학교 졸업하고 여학생 5명,남학생 5명이 문학토론 모임을 했었지요
    남포동 홍실 다방에 앉아서 클라식음악을 배경으로 오규원님의 '한잎의 여자'를 암송하면서
    노을이 지는 태종대 자갈밭에 열명이 줄지어 앉아서 해가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가슴 앓는 20대를 보내습니다. 그러고 보니 25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되었네요. ㅠ ㅠ
    그네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 4. ㅇ...
    '09.3.11 10:03 PM (221.162.xxx.86)

    켄챠님이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 같아요.
    전 켄챠님이랑 나이도 같고, 예술전공했는데 켄챠님 보면 저 보다 좀 더
    복고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니신 듯 합니다.

  • 5. 켄챠님
    '09.3.11 10:06 PM (119.198.xxx.176)

    부산분이셨어요?

    전 고등학교때 남자, 여자 같이 만나는거 날라리들만 하는줄 알았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순진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네요.
    덕분에 고교 졸업까지 남학생과의 아련한 만남같은건 꿈도 못 꿨네요.
    그저 벚꽃아래서 친구들과 좋아라 했을뿐.....
    그런 추억 부럽네요.

  • 6. 현랑켄챠
    '09.3.11 10:34 PM (123.243.xxx.5)

    ㅋㅋ..복고적이라고 이쁘게 말씀해주시니까 좋네요...
    사실 꼬린내 나는 꼬장꼬장한 할배같은 30대입니다.

    부산은 스무살 초반에 떠났네요......이리저리 떠돌다가
    결국 여기까지 와선...ㅎㅎ...어디까지 또 가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아직 꿈이 있으니까 날아봐야죠.

  • 7. 들꽃베로니카
    '09.3.11 10:52 PM (125.131.xxx.177)

    그 마리아도 켄챠님같은 수줍은 소년을 기억하고 있을겁니다.2222222

    켄챠님 항상 멋져요~!
    젊음이 부러워요..
    이렇게 쓰고 보니 전 많이 늙은듯~ㅎㅎ
    꿈이 있으니 항상 열심히 나는 켄챠님 되세요~
    화이팅 해줄께요~

  • 8. 오랜만에..
    '09.3.12 11:17 AM (218.237.xxx.139)

    고등학교 대면식...^^ 오랜만에 생각나네요. 참 철없던 시절이었네요.^^;
    저흰 학교 지리상 UN묘지(신성한 곳에서 ), 광안리, 어린이대공원 이런데였던 것 같은데...
    이젠 삼심대 중반의, 양손엔 귀여운 혹 둘달린 아줌마가 되어 감수성 다 잊고 살고 있네요.^^

  • 9. 필력이!
    '09.3.12 12:50 PM (211.54.xxx.245)

    역시 켄챠님의 글발-원천이 다 있었군요..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5093 공부잘했다고 하는분들... 16 궁금해요 2009/03/11 2,922
445092 밑바닥 다 타버린 스텐 주전자...어떻게 하나요 2 새까맣게 2009/03/11 422
445091 어딘지 조금 어색한 광고 6 우유 2009/03/11 880
445090 로타바이러스 접종...2차접종, 언제까지 해야하나요? 4 예방접종 2009/03/11 525
445089 당췌 이게 무슨 화장품인지? 11 화장품 2009/03/11 1,278
445088 초등 1학년 공부 어떻게 시키시나요? 8 궁금 2009/03/11 871
445087 방문형 자석모기장 써 보신분들 어떠세요? 2 질문드려요... 2009/03/11 642
445086 요즘 보온도시락에 싸주나요 아님 그냥 도시락 싸주나요? 6 도시락 2009/03/11 555
445085 스킨*9 BB크림 써보신분? 좋은가요? 3 어제 홈쇼핑.. 2009/03/11 509
445084 오늘 아이랑 걸어다니다가 7 구미댁 2009/03/11 791
445083 실비보험 가입 7 보험 2009/03/11 997
445082 여러분 화장 어떻게 하세요? 8 칙칙 2009/03/11 1,533
445081 20대가 할만한 여성가방좀 추천해주세요~ 3 질문 2009/03/11 682
445080 이런말해도될지모르겠지만 신랑이 너무 밝혀요(?) 6 ㅜㅜ 2009/03/11 1,710
445079 서른둘에 지금 라이더자켓 사입는 거 너무 주책일까요? 30 유행 2009/03/11 2,392
445078 왜 점점 사회성 제로 인간이 되어 갈까요.. 7 방콕 2009/03/11 1,221
445077 반쯤은 물러버린 땟깔좋은 김장김치!! 16 앙드레 wo.. 2009/03/11 1,054
445076 일전에 올린글이지만 다시 한번 더올려볼게요.. 3 빨간문어 2009/03/11 525
445075 너무 키큰 아줌마,,어떠세요? 23 ww 2009/03/11 2,369
445074 교회전도하시러 다니시는분들 혹시 월급도받는건가요? 12 무교인 2009/03/11 1,171
445073 예금보험공사 주변에 다니는 분 계세요? 희망 2009/03/11 363
445072 자모회 꼭 참가해야 하나요? 3 초등 1년 2009/03/11 739
445071 이따 봐 가 맞나요? 있다 봐 가 맞나요? 3 궁금 2009/03/11 1,824
445070 말많은 남자아이 키워보신분 19 ㅠㅠ 2009/03/11 1,983
445069 고1인데 오늘 학평 결과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2 선배님들께 2009/03/11 755
445068 아, 밑에 부산 벚꽃 얘기가 나오니까, 아련하게... 9 현랑켄챠 2009/03/11 530
445067 세계 독재자 순위를 통해 본 박정희 평가 6 회색인 2009/03/11 517
445066 남편이 힘들때 어떤문자 보내세요... 17 에네지 2009/03/11 1,184
445065 영어받아쓰기 언제쯤이면 가능할까요 3 답답 2009/03/11 654
445064 카드로 결제하시는분.. 12 학원비 2009/03/11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