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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해서도 안되고 배아파 해서도 안된다는거 알고 있어요

휴우... 조회수 : 1,261
작성일 : 2009-02-26 15:42:51
10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갓 성인이 된 저는 머릿속에 꿈으로 가득차 있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는것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사치스럽게 키우지는 않으셨지만 돈은 써도 써도 계속 있는건줄로만 알았는데
돈이 한꺼번에 모두 사라지기도 하더군요

한번도 돈이란걸 벌어보지 않으셨던 저희 엄마 그길로 돈벌이로 나섰죠
대학생이 둘...
보험회사 정수기 회사 ...사모님 소리 듣던 엄마가 아줌마 소리 들으면
주변에 동료 사모님들 친구들에게 아쉬운 소리 들어가며  팔았습니다
저희 집 괜찮을때 찾아오던 수많은 보험 아줌마 정수기 아줌마 너무 귀찮았었는데
.....

아빠가 사업하면서 무언가를 잘못하셨었겠죠...네...그 책임을 어떻게 세상에 다 묻겠어요
그렇지만 참 씁쓸합니다
할아버지 안계신 집안에 장남 노릇하느라
형제들 뒤치닥거리 다해주고 막내작은 아버지 결혼해서 자리잡을때까지 저희 엄마가 반찬해다주시고
시누이들 한번 오신다하면 무슨집 잔치하는것처럼 몇날 몇일을 전국에서 공수해온 귀한 음식들 해먹이고
사업하다가 잘못되면 은행대출부터 그 회사 경영까지 다 저희 아버지가 도맡아 하셨습니다.
형제들끼리 무슨 돈거래냐고 차용증안쓰고 빌려준돈부터
녹음기로 녹음한 구두차용증이며 은행 대출금....
모두다 합하니 50억이란 돈이 넘고도 넘습니다.
사업을 할줄 모르는 동생들 사업이며 영업이며 자금줄까지
저희 아버지가 다 해주었습니다.
가르치고 가르쳐서 삼형제가 다 잘 사는 모습으로 완성시켜놓겠다는 혼자만의 욕심이었을까요
정신차리고 보니
아버지 평생 피땀흘려 돈모아 지어놓은 빌딩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고
아버지 돌아가시자마자 저희가 살던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가 20평 아파트로 쫒겨나갔지요
그때까지만해도 정신없이 모든게 들이닥쳐서 몰랐습니다
세상살기가 이렇게 어려울줄은.....
그리고 남잘되는게 이렇게 배아플줄은.....
풍족하게 산게 죄라면 죄일수 있을까요?
그래도 남한테 아쉬운소리 한적없고 나쁜짓 한적없고..
종교가지고 봉사활동하면서 겸손하게 살았습니다 저희 가족

통장에 만원 넣어놓기도 힘든 시기에.....
아버지 형제들..강남에 아파트에 버젓이 살고 있었고 얼마전에 비싸디 비싼 신도시 경기도 어디로 이사갔지요
그리고 아직도 한분은 60평대 아파트에 살고 계십니다
거실 벽면에 꽉차게 큰 티비와 투자가치가 있는 각종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서재와 취미용 화실과 아이들이 가끔 왔을때 쓸 수 있는 깔끔한 방으로 집이 꾸며져 있지요
그러면서도 힘들다 힘들다 하십니다
아직도 아버지 사업 잔재를 처지하느라 힘들어죽겠다 하십니다.
또 다른 작은 아버지...저희 아버지의 보살핌을 가장 많이 받으셨고
아버지에게 가장 큰 돈을 빌려가신 분
강남에서 가장 오래 사셨고 저희 어머니 정수기 팔고 보험 파실동안 작은 어머니 일 안하셨고
그의 자녀들 셋중 둘은 어학연수로 외국생활까지 오래 하다가들어왔습니다
대학원까지 마쳤고 좋은 대학원에 이어 좋은데 취직도 했지요

네...사촌들까지 미워하고 싶진 않습니다.
공부 하라니 했을테고 시킬 수 있을테니 시켰겠죠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어야만 했고 돈버는것외에 그다지 남자에게도 관심 없었어요
덕분에 연애도 많이 못해보고 나이만 먹었습니다.
빈티나지 않는 외모덕분에 사람들은 제가 아직도 부잣집 딸인줄 알지만
속은 문드러지고 문드러졌습니다.
친척들은 그럽니다.
넌 왜 이리 얼굴이 좋으냐고.....너무 좋은가보다고
그럼 미혼인 제 얼굴이 썩어 문드러지고 기미로 뒤덮혀야 불쌍해보여서 돈이나 좀 갚으실라나요?
50억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 용돈 10만원이라도 줘보셨나요
저희 엄마한테 진심어린 말로 힘드시냐고 위로의 말씀 한번 해보셨나요...
에쿠스 체어맨 그랜져 타고 다니면서 경차 기름값 아까워 못 몰고 다니는 저희 엄마 보고
정말 아무 느낌이 없으셨는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자주 왕래하진 않는 사촌동생의 소식을 들었네요
금융계 남자친구를 지금 꽤 오래 만나고 있는데 가을쯤 결혼할것같다나요....
이러면 안되는데 생각하면서도 저절로 마음속에서는 빌고 있었습니다.
그 결혼 안이루어졌으면 좋겠다구요
심보 참 고약해졌습니다.

아버지쪽 집안과 더이상 얽히는것이 너무 싫습니다
명절때 억지로 화목한척 하면서 만나야 하는것도너무 싫습니다.
혼자 계신 저희 어머니한테 안부 전화 먼저 한번 안하면서
본인들에게 안부 전화 안하는 저를 질책하는 말도 너무나 듣기 싫습니다
저에겐 결혼 늦게 하면 어떠냐고~요즘은 다 늦게 한다고 하면서
25살된 사촌동생에게 의사 남자 선보게 하는 가식도 너무 싫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랬다고 제가 더 열심히 살고 성공하면
모든게 용서되고 너그럽게 보일까요?
아니요...
아마도 전 계속 심보 고약하게 굴고 배아파하면서 그들을 바라봐야할것 같네요






IP : 121.162.xxx.25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의 아내
    '09.2.26 3:55 PM (211.212.xxx.87)

    님(토닥토닥),

    이런 말 당장은 큰 도움이 안 될 거라는 건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조심스레 댓글 달아봅니다.

    인생이 정말 길답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면 좋겠지만...
    이런 일 겪으면서 얻는 게 있다는 걸 저는 알아요.

    님은 평생 무서울 게 없을 거에요.
    님은 평생 남한테 허무하게 당하는 일 없을 거에요.
    (꼭 그렇게 되도록 어깨에 힘 주고 살아 주세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
    누구에게나 굴곡은 있지만
    힘든 일은 가능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당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나이 들어 험한 일 갑자기 당하면 심정적으로 극복을 전혀 못하기도 하더라구요.

    님 자신을 가장 큰 재산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귀하게 대해 주면서...
    주변의 생각 없는 사람들이 님의 고귀한 정신에 요만큼이라도 자국 내지 못하게 하시면서...
    오늘을 충실하게, 나에게 충실하게 살아주시기를...

  • 2. 님...
    '09.2.26 3:58 PM (165.132.xxx.113)

    님의 경우처럼 심하게 차이나지는 않지만, 저희 부모님도 그렇게 동생들 뒷바라지하면서, 사고 치면 뒷수습 하면서... 그렇게 지내셨네요.
    근데 그분들 전혀 고맙다고 생각 안하십니다..
    님의 작은 아버지처럼 자식 유학보내고, 체어맨타고... 그러면서도 수억대 돈 절대 안갚으세요.
    하지만..
    그런 생각에, 비교하면 할수록 님의 속만 썩고 문드러져요.
    그냥 잊으세요.
    그쪽으로 눈 절대 돌리지 마시고, 아버지 안 계시다면 관계 끊고 지내세요.
    아직 인생 길게 남아 있으니
    님의 삶을 새로 꾸릴 생각만 하세요...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에게 만족하실 날 오지 않을까요..

  • 3. 하늘은
    '09.2.26 4:20 PM (210.221.xxx.85)

    나중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님에게 복이 올 것 입니다..
    고마운 것 모르고.. 사는 그런 사람들.. 양심이 있다면 평생 마음의 짐 짊어지고 살겠죠.
    그런 방식으로 계속 살다가.. 언젠가는 큰 코 다칠 일 있을거구요.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 부끄럼없이 삽시다...

  • 4. 세상인심이..
    '09.2.26 5:49 PM (211.178.xxx.195)

    엄마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꼭 성공하세요.
    그런 사람 그냥 잊으세요.
    억지로 만날 필요도 없고 명절이라고 갈 필요도 없어요.
    소식끊고 살다가 어느정도 성공하면 그때 짜잔 하고 나타나세요.
    건강 챙기시고 꼭 성공해서 여기에 다시 글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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