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좌파와 우파의 차이

새로운학설 조회수 : 379
작성일 : 2009-02-15 18:46:41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김어준씨가 좌파와 우파의 차이를
잘 설명해 놓았네요.
뒷부분의 풍자 몇 개는 상당히 짜릿하고 품격도 있네요.



순결한 자연주의자여 그대는 MB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Q 좌파·우파가 뭔가요?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은 그럼 좌파인가요?
안녕하세요, 형님. 저는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을 접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정부 대응을 비판하자 한 친구가 그건 전형적인 좌빨 주장이라고 하면서 촉발된 논쟁에 결론을 보지 못해 형님에게 질문을 드리려구요. 평소 언론에서 좌파, 우파 할 때도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은 매우 진보적이라는 발언도 했고 또 얼마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더군요. 그럼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라는 말인 건가요. 그리고 군사시설보다 롯데월드를 우선하는 건 뭔가요. 친구들이랑 논쟁할 때도 사실 좌파, 우파가 뭔지도 모르면서 좌빨 어쩌고 하게 되는데 뭔지 잘 모르니까 딱히 반박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그런 게 알기 쉽게 정리된 책도 없고. 해서 묻습니다. 좌파, 우파가 뭔가요.


A 0. 호, 이런 질문, 고3이. 좋아. 먼저 난 몸으로 직접 겪어 그 원리를 오감으로 체득하기 전엔 책에 뭐라 쓰여 있든 관심 접는, 경험주의자라는 것부터 밝혀두자. 뭐 자랑 아니라 내 답변의 한계 지점부터 자백해 두는 거다. 이제, 가자.

1. 일단, 책 덮어라. 잡소리만 많다. 상식으로 족하다. 자, 초원의 유인원이 가장 두려워한 게 뭐였을까. 사자. 아니다. 보이는 사자는 대처할 수 있다.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를 모르는 거, 불확실성, 그게 가장 두려운 거다. 우린 신이 아니니까. 내일 모르니까. 해서 굿도 벌이고 십자가도 걸고 염주도 찬다. 그거 좀 어떻게 해보려고. 오늘 식량 있다고 내일도 식량이 보장되는 건 아니던 그 시절부터, 삶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에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두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니까 공포와 대면하는 서로 다른 두 태도, 그게 바로 좌우라.

어떻게 다르냐. 우는 세계를 약육강식 정글로 본다. 그 두려움, 스스로 포식자가 되어 해결하려 한다. 더 많은 자원 독점해 자기는, 살아남는 게다. 획득한 자원의 사유 보장과 그 질서유지 위한 위계, 매우, 중요해진다. 그로 인한 불평등은 자연의 이치. 뒤처지는 자, 남 탓할 거 없다. 약한 건, 제 탓이니까. 하여 우는 근본적으로 혼자된 자의, 공포 리액션. 키워드는 경쟁이요 그 엔진은 욕망이라. 자기도 무서운 거 감추려고 혹은 스스로 너무 대견해, 엄숙하고 비장한 표정이 그 트레이드마크.

반면 좌는 정글 자체를 문제 삼는다. 개인이 아니라 결국 정글 탓인 게라. 정글의 공포는 잘게 나눠 각자가 감당할 공포의 규모를 줄여 대처하려 한다. 제한된 자원을 비슷하게 분배해 각자 공포의 크기를 균등하게 만드는 게 중요할밖에. 균형 깨지면 결속도 깨지니까. 그래서 평등에 민감한 수평적 관계지향성은 좌의 생존법. 하여 좌의 키워드는 연대, 그 엔진은 염치. 도덕적 우월의식과 지적 오만은 그 콜래트럴 데미지.

그런 전차로, 우는 지 다 처먹고 흘린 떡고물을 경제라고 하고, 좌는 생산도 전에 나눌 계획부터 이미 경제라 친다. 좌의 이념이 정교해진 건, 근대 들어서. 우는, 이념 아니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지. 그럼 뭐가 그 둘을 나눈 거냐. 이념 이전에 기질. 이념은 그 주석일 뿐. 정보를 처리하고 그에 대한 해법 내는 기질의 작동이, 환경에 대처하는 나름의 적응이 서로 다른 게라. (적어도 난, 그리 생각한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양육 중요하나, 기질부터다.) 다 커서 좌에서 우로 전향, 그래 나온다. 학습으로 좌연한 자들, 애초 기질이 우면, 결국 욕망이 염치에 승하는 시점에, 우 된다. 그러니 그거 변절 아니라 복귀. 여기까지가 직관의 좌우다.

2. 이제 이명박으로 점프하자. 우리네 우가 왜 비정상인지부터 학벌강박은 공포의 우파적 해결 시도가 낳은 사회병리란 이야기까지 무지 많은 할 말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그대 고민, 대통령에만 집중하자. 대체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이 뭐냐.

복잡하게 생각할 거 하나 없다. 키워드만 보라. 용산 사건, 에스비에스(SBS) 원탁대화에서 키워드 하나 내놨다. 법질서. 그래, 맞다. 저 윗줄에 있던 유인원의 질서유지와 위계, 그거와 같은 뜻. 사람 살리라고 있는 법질서가 사람 죽였는데 여전히 법질서다. 좀 더 볼까. 종부세, 우씨 이미 획득한 사유는 건들지 말라니까. 복지 삭감, 불평등은 자연의 이치니까 뭐. 부동산은 그럼. 욕망이지. 영어는, 경쟁이고. 표정은, 비장하잖아.

그렇다면 롯데월드는. 우는 혼자된 자의 공포 반응이라 했다. 하여, 우는 자위와 국방에 대단히 예민하다. 미국 봐라. 총기 소지에 대한 입장으로 좌우 나눈다. 우야 당연히 소지 허용. 정글에선 제 몸 스스로 지킬 무한권리 있는 게, 우에 맞는 세계관이니까. 그런데 군사기지보다 빌딩 건축이 우선이다. 왜. 돈 벌라고.

    
여기서 우 일반과 갈린다. 대통령의 모든 반응은 전부 하나로 귀결된다. 삶의 모든 불확실성을,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만으로 환원시키기. 이명박이 불편한 건 그래서다. 인류가 유사 이래 축적해 온 정신의 성과물과 자산들, 그 흔적이 없다. 이건 뭐 유인원 세계로의 온전한 회귀라. 하여 난, 이명박 대통령을, 순결한, 자연주의자라 부른다. 우왕, 멋져.


PS - 이명박과 오바마의 공통점. 하나 있다. 둘 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거. 이상.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
워낭소리를 대통령이 관람했다고 합니다.
관람이 끝난 뒤 "영화 만드는 데 얼마 들었냐?" "관객이 얼마나 왔냐?"고 질문했다고 합니다.


IP : 59.18.xxx.17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얼마전
    '09.2.15 10:06 PM (211.221.xxx.89)

    유럽에 오랫동안 사셨고 지금도 살고 계시는 시숙께 들었습니다.
    유럽은 좌파와 우파가 공존하지요.
    보통 유럽에서 좌파 우파의 구분은,

    어떤 사람이 돈이 없어 굶고 있습니다.
    이 때,
    '내꺼 같이 나눠 먹자..' 하는 사람 또는 그리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은 좌파라고 한답니다.

    그럼 우파는?
    '야~ 너도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밥 사먹어~'라고 하거나 그리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이라고 한답니다.

    이날 함께 식사를 하던 가족 중 딱 한 명 우파가 있었습니다.
    그냥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었답니다.

    여러분은 좌파? 우파?

  • 2. 한겨레
    '09.2.15 10:12 PM (59.31.xxx.183)

    에서 읽었는데 정말 적절하게, 알아듣기 쉽게 써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 3. 멋진 글...
    '09.2.16 12:02 AM (124.49.xxx.194)

    너무 쉽게 이해되고 공감가는 글인데..제목이 매우 정치적이어서 그런가 조회수가 많지 않네요^^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노력해서 성취하라는 말..경쟁도 견뎌야 한다는 말 할 수 밖에 없지만 이젠 어른들이 나서서 사회시스템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수는 없을까 하는 허망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 4. 저는
    '09.2.16 5:06 PM (125.186.xxx.114)

    이런 비유도 들었네요.
    두친구가 한회사를 다녔는데 한친구는 열심히 저축하고 또 투잡으로
    십년후에 다른친구의 2배를 저축해 놓았더랬니다.
    다른 친구는 매일 집에 돌아와 그냥 안이하게 놀고 쓰다가 무엇엔가 쓸
    자금이 충분치 않게되자 "친구야, 돈 좀 나눠서 2등분하면 좋겟다"

    어느 논리에던 그곳만의 타당성을 호소하는 말들이 많지요.
    흑백논리로는 어필하지 않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9130 그것이 알고싶다-라면교2!!!! 3 아라레 2003/12/05 882
279129 털고 또 턴다니.. 낼 집털이한데요. 4 깜찌기 펭 2003/12/05 877
279128 헉...82쿡은 무서웠다..ㅋㅋ 12 러브체인 2003/12/05 1,621
279127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마음수련하는 곳 알려 주세요. 4 가을 2003/12/05 934
279126 저 밑에서 조카 데리고있는 이야기가 나와서... 10 안젤라. 2003/12/05 1,295
279125 이럴땐... 5 노처녀 2003/12/05 911
279124 공업용 미싱 필요하신분 계세요? 2 글쎄 2003/12/05 895
279123 전 생선요리가 정말 귀찮았었는데요~ 1 초보주부 2003/12/05 883
279122 파뿌리 머리 검은 머리되는 비결 좀... 3 클라 2003/12/05 904
279121 친구네서 얻어온 정보로 올리는건데요 저두좀 알려주세요~~~~~ 2 옥수수 2003/12/05 889
279120 싱가폴 크루즈 여행 갑니다. 7 후추 2003/12/05 1,071
279119 참나...호박씨까려니까... 14 치즈 2003/12/05 1,192
279118 sbs 방송에 "약이 되는 TV" 에서 "쌀겨" 에 관하여 방송이 되었는데...... 6 쌀농부 2003/12/05 972
279117 식탁유리요.. 8 예랑맘 2003/12/05 929
279116 냔냐 - 가입인사에 갈음하며 1 냔냐 2003/12/05 874
279115 [결혼 준비 문의 3] 가족 이용할 미용실 7 프린세스맘 2003/12/05 880
279114 맛있는 율무차 어디서 살까요?(마실 차 추천해주쎄염) 3 ms. so.. 2003/12/05 893
279113 혹성탈출 4 이정현 2003/12/04 882
279112 경희농원 이두영입니다. 이두영 2003/12/05 1,196
279111 [re] 경희농원의 반건시에 실망 나도 한마디.. 2003/12/04 1,535
279110 헤라 방판 하는 분 소개 부탁드려요~ 3 밍밍 2003/12/04 890
279109 아이들 용돈에 대해서.... 8 아리수 2003/12/04 887
279108 엄마에게 이야기 한후... 2 ^^ 2003/12/04 977
279107 담양찍고~ 돌려 광주, 순창, 남원 찍고~ 왔습니다. 7 깜찌기 펭 2003/12/04 983
279106 동서문제예요. 4 고민녀 2003/12/04 1,300
279105 그것이 알고 싶다-라면교!!!! 7 아라레 2003/12/04 1,037
279104 남편에게 싸랑담뿍담긴 요리 해준지가 언젠지.... 승이만울아 2003/12/04 905
279103 [re] 제사 때 몇시부터 일하시는지요? 땡땡 2003/12/04 881
279102 제사 때 몇시부터 일하시는지요? 14 소심녀 2003/12/04 1,127
279101 둘이 코드 안맞을 때 어떻게 하세요? 7 땡땡 2003/12/04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