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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가고 싶어하는 남편

어떡하죠 조회수 : 870
작성일 : 2009-02-04 11:06:47
전 이제 10개월 된 아이 한 명 있고 결혼 1년 9개월차 울산사는 주부입니다.

저희는 맞벌이 하는 부부입니다. 지금 아기는 친정엄마가 봐주고 계시구요.

요즘 제게 큰 고민이 하나 생겨버렸습니다.

작년 11월 부터 남편이 군산에 가고 싶어합니다.

남편이 현대중공업에 다니는데 선박 수주 물량 초과로 인해 울산에서 모두 다 만들 수 없어 현대중공업에서 몇 년 전부터 군산에 또 다른 조선소를 만들었다고 하고 이번 년도부터 거기 가는 사람을 자의 반이든, 타의 반이든 모집해서 보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새로 채용하는 사람들은 군산 중공업에 가는 조건으로 채용한다고 하구요.

남편이 지금 하는 일이 넘 힘들다고 거길 가면 좀 더 일이 수월할 거라고 간절하게 가고 싶어 하네요

지금 남편이 37세인데(저와 6살 차이입니다.) 13년 째 다니고 있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거진 위험에 노출되어 일하는 곳이 중공업이긴 합니다.

남편은 벌써 한 번 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군산에 가겠다고 회사에 서류 올려놓고 저한테 말하더군요.

그때 저희 친정은 물론, 강원도에 계신 시부모님까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뜬금없이 회사 잘 다니는 사람이 아무 연고도 없는 군산에 가겠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요.

강원도가 고향인데 중공업에 입사하면서 홀로 10년 이상을 울산에서 생활해 왔으니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몸에 뱄을지도 모르겠는데, 암튼 어른들과, 심지어 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에 내린 것에 전 많은 실망과 분노를 했습니다.

암튼 이래저래 설득을 하고, 때마침 친정에 안좋은 일이 생겨 남편이 억지로 강행하고자 한 일을 한 수 접고 포기하기로 했는데, 1월 들어서 또 시작입니다.

저흰, 이제껏 별로 싸울 일이 없었는데, 이것때문에 언성도 높아지고, 신경전이 대단해서 전 요즘 두통과 눈물을 달고 삽니다.

남편과 달리  전 울산에서 30년 동안 계속 살아왔습니다. 시댁이 멀기 때문에 친정이라도 가깝게 지내서 살고 싶고, 또한 제 일도 지금으로선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학교에서 일합니다.)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또, 떨어져 사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군산하고 울산하고 5시간 반 거리입니다.

이건 주말 부부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막말로 명절이나 생일때나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직 애가 또 어려 이래 저래 정서적으로 아빠의 부재가 괜찮을지도 두렵구요.

결정적으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군산중공업이  몇 년 후에 개인사업장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그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까지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금가면 조건은 좋다고 남편이 말합니다.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거기 가면 당장에 주야간 해야 합니다.(이거 정말 못할 짓입니다. 친정아버지가 한때 주야근근무 했었는데,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5천 무이자 대출도 해준다고 합니다(도대체 오천만원 대출을 왜 받아야 하는 겁니까! 지금 저희 집 사면서 대출 약간 있는 것도 못갚았는데....)

1년간인가, 2년간인가 출퇴근 할 때 교통비 준다고 합니다.

내가 더 대보라고 하자, 그 정도 얘기하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좀 더 편한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자신이 먼저 갈 테니 1년 정도 정리하고 오랍니다.

정말 미치겠습니다. 제 가족, 직장, 친구 그 외에 다른 쌓아온 인맥들을 버리면서까지(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일테죠)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면 안되는 이유를 달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면서 얘길해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아직 터를 잡는 중이라 그곳에서 일해보지도 않고 저러는 게 답답합니다.

근데 이번에는 제 허락을 받고 가고 싶답니다. 혼자 결정하진 않겠다고, 하더군요.

일전에 술 잔뜩 마시고 와서 가정 불화 일으키면서까지 거기 가고 싶지 않다고 얘길할 때는 언제고, 가장 친한 친구가 거길 가니 맘이 심란한 거 같기도 하고...(둘이서 군산 가자고 굳게 약속했었는데, 자기가 배신한거라고 얘기도 하네요...)

그냥 혼자일 때라면 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시국도 불안한 판에, 가라고 또 가서 평생을 살겠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개인 사업장으로 바뀌면 어케 될런지...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IP : 203.250.xxx.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2.4 11:23 AM (121.165.xxx.25)

    일이 너무 힘들면 피하고 싶기도 하지요.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떤지......군산으로 가기로 맘 먹었다면 언젠가 가려할텐데요. 정 붙이고 살면 고향이고 군산도 좋은데요. 더 많은 대화를 해 보세요

  • 2. 전 군인가족입니다.
    '09.2.4 11:31 AM (116.122.xxx.89)

    전 이사를 거의 2년에 한 번 꼴로 하죠..
    남편이 옮겨다니니...
    처음엔 제가 이십여년을 살아왔던 고향을 떠나 친구도 없이 낯선 곳에서 살아간다는게 너무 무섭고 두렵고 했어요..
    아이가 없었을 땐 살~짝 우울즐도 겪었구요..
    원글님이 맞벌이 하시는게 조금 걸리긴 합니다만..그래도 남편이 앞으로의 승진이나 뭐 이런거 때문에 옮기시는 것 같아요...
    남편도 아무 연고 없는 곳에 가시고 싶진 않겠죠...
    전 이제 10년동안 한 6번 이사하고 나니(이것도 다른 동기에 비함 적은편...^^;; 국제이사도 2번했죠...ㅋㅋ) 2년쯤 지나면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답니다..^^;;
    이사 한 번 할 때마다 가구배치며 짐정리 하는 것도 나름 재밌구요...
    이젠 역마살(?)이 꼈나봐요...ㅡㅡ;;
    원글님도 남편 분이랑 잘 상의 해서 좋은 쪽으로 결정 내리세요..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답니다..

  • 3. 군산
    '09.2.4 11:52 AM (210.95.xxx.19)

    저도 뭐.친정이나.. 고향에서 3시간쯤 떨어진..곳에시집와서 잘~살고 있어요^^
    군산으로 직장옮기시면 전주에서 살림 차리셔도 되구요^^
    출퇴근 하는사람 많거든요..

    거기가서도 직장구하신다면..괜찮으실꺼 같아요^^

  • 4. .
    '09.2.4 12:20 PM (121.184.xxx.236)

    우선 반가워요.
    저희도 그리로 가는데.. 저흰 워낙 경상도가 친정이나 시댁에서 멀어서 그동안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신청해서 옮기는데 아무래도 연고가 없으면 좀 꺼려지겠네요.
    제가 알기론 인사이동이 1월초쯤인가에 난걸로 알고 있어요.
    남편되시는 분이 신청하셔서 가겠노라하고 말씀하신거라면 이미 의견이 수용되고 회사에서 그렇게 발표를 낸 것 같은데요.
    무이자5천은 정착금조로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아요.
    '만약' 오신다면 그 금액으로 적절한 전세아파트를 얻으시고 현재 살고 계신 집을 세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분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저희는 처음이라 체계도 안 잡혀있기 때문에 그렇게 일이 수월하지만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시댁에 군산 옆도시이고 저도 친정이 충남이라서 옮겨요. 원글님의 입장에선, 30여년을 살아온 울산을 떠나오시는 것이 어려운 결정일 수 있겠지만 두분이 잘 상의하셔서 좋은 결정 내리세요. 하지만, 너무 타지 사시는거 겁내지 마세요. 저도 경상도에서 2년은 살았는걸요. 제 남편 동문 선배 와이프되시는 분들 중에 울산분이 계신데 친정 다니기 좀 힘들어도 군산에서 잘 정착해서 살고 있어요. 그 선배분은 해경이시라.

  • 5. 남편분과
    '09.2.4 12:50 PM (115.136.xxx.20)

    잘 상의하세요..
    전 구관이 명관일듯 한데요..

    일단 본사 말고 자회사든 지사든 암튼 한번 나가면 들어오기는 영 힘듭니당..
    나가는건 다음에도 들어오는 것보다는 수월할겁니다..
    울오빠도 그런일로 나갔는데 지금 후회막급입니다..
    돌아갈수 없습니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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