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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이 손아래동서와 두 번째로 같이 지내는 명절입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아리송 조회수 : 1,102
작성일 : 2009-01-22 16:03:04
안녕하세요,  인생선배분들이 많으셔서 도움되는 말씀 좀 해주십사 글 올립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이런거 여쭤볼 사람이 없어요. 에궁.

전 아들 둘 있는 집안에 맏며느리구요. 아기는 없지만 결혼한지 좀 되어서 시댁 분위기에 익숙해요.

저희 시댁은 그냥 평범합니다. 어머니께서 며느리 부려먹으려고 하시진 않지만 그래도 적당히 며느리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구요. 잘 따르면 예뻐해 주세요. 식구들 모이면 맛난거 해먹이는걸 힘들어도 보람있게 생각하는 스타일이십니다. 성격이 조금 강하신 편이죠. 아버지는 자식에게 아무런 요구사항도 없고 무조건 예뻐해주시는 스타일^^;
시댁이 서울, 전 지방이라 가끔 뵈어서 그런지 시댁 가는거에 별 스트레스나 거부감이 없습니다.

시동생이 하나 있는데 작년에 결혼했어요. 손아래 동서는 저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요.(몇달 빠름) 얘기 들어보니 동서의 친정아버지께서 집안일을 많이 돕고, 어머니 혼자 희생하는 분위기가 아닌 집안에서 자랐어요. 명절 등 연휴에는 두 분이서 해외여행을 다니시고 자식들은 알아서 자기 스케줄에 맞춰 보내는거 같더라구요.

저는 워낙 외가, 친가가 대가족이라서 명절때면 여자들이 죽어라 일하는거 보고 컸어요.(저희 아빠는 집안일을 잘 도우시는 편이셨지만 명절에는 남자들이 일 안하는 분위기라;;) 때문에 식구가 적은 시댁에 와서는 명절 치고 일이 없는 편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아, 시댁은 차례도 안지내요) 하지만 명절기간 식구들 먹을 음식장만을 어머니가 혼자 다 하시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세요. 식구가 적은 대신 일할 사람도 없는거죠. 그래서 명절 전날이나 전전날 정도는 시댁 가서 도와드리는데요. 동서네는 지난 추석엔 추석 전날 저녁에 왔었네요.


전 미리 일하는 것에 아직 불만이 없고, 제가 보기에 동서는 명절에 일한다는게(그것도 여자만 일한다는게) 아마도 좀 억울하게 느껴질 상황이구요. 어머니는 제 눈치를 보시는 것 같아요. 똑같이 며느리인데 큰애만 많이 일하니까요.객관적으로 봤을 때에 어머니가 동서를 저보다 더 어려워하실 거에요. 동서는 시댁에 비해 꿇릴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저도 꿇릴건 없는데 친정어머니도 안계시고.. 집안에 돈이 좀 없어요. 게다가 어머니가 바라시는만큼 못해왔어요.; 그거로 뭐라 하신적은 없구요.

만약 어머니께서 이번 설에 일 안한다고 동서를 잡으면 참 분위기 싸해질거 같은데..
전 시댁가면 웬만하면 아무런 의견표시를 안하거든요. 좀 곤란하다 싶으면 꿀먹은 벙어리로 가만히 있기-.-
지난 추석에 이런 적은 있어요.
어머니 曰 :  "얘야, 동서가 나중에 음식하기 싫어하면 어떻게 할거니?"
저 曰        : ''그럼 사오라고 하지요"
어머니 曰 :  "그래도 어찌 그러냐"
저 曰        :  "에이, 하기 싫은거 억지로 시키면 싸움밖에 안나요.헤헤"
대충 이런 대화...

전 지금은 어머니댁에서 명절을 지내니까 무조건 어머니 뜻대로 따라하지만, 나중에 어머니 나이 드시고 울집으로 모이게 되면 조금씩 바꿀 생각이에요. 남편 살살 시켜볼까 했는데 명절 때 일하느니 안먹고 만다는 생각이거든요. 자긴 왜 명절에 힘들게 이것저것 음식하는지 모르겠대요-.-
시동생은 일하려 할지 잘 모르겠고..동서가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르겠지만요 ㅎㅎ 하여간 적당히 즐겁게 먹고 너무 힘들게 일할 생각은 없어요. 먹는거에 목숨거는 사람도 없으니..(사실 제가 먹는거 무지 좋아하네요 ㅋㅋ)

하여간 이번 설에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제가 현명하게 처신할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어머니께 미리 동서가 일찍 와서 일하지 않아도 별 상관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주제 넘는거 같고..
그래서 가만 있으면 어머니께서 혼자 속앓이하면서 제 눈치 보실수도 있고,
아니면 어머니께서 동서를 잡았다가 동서가 당당하게 거부해서 분란날 수도 있고,
혹은 동서가 그냥 굽히고 들어오면서도 저를 원망할 수도 있겠고..(제가 알아서 기니까 동서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구도)
그렇게 된다 해도 동서한테 미안하다고 할 수도 없고(어머니가 우습게 되니까요. 좀 그럴 것 같네요.)

저 때문에 동서가 비교 당하면서 혼나는 건 정말 싫은데..어머니 성격상 언젠가는 한번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게다가 동서가 가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


IP : 221.141.xxx.17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09.1.22 4:36 PM (125.186.xxx.199)

    가만히 계시는 게 낫겠어요.
    동서는 원글님 편이 아니에요^^;;;;;; 82에서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던 걸 생각해 보세요.
    공연히 미리 나서셨다가 시어머니와 이상하게 될 수도 있고, 동서는 동서대로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시어머니가 유난히 며느리 부려먹고 싶어하는 타입도 아니신 것 같은데, 제사를 지내자는 것도 아니고, 명절에 다 같이 먹을 음식 장만하며 어른이 일하시는데 나이 어린 사람이 '흥, 왜 내가 일해야해!' 이러는 것도 그닥 보기좋은 건 아닙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하는 거야 원글님이 하시기 나름이겠지만, 딱히 원글님이 나도 동서처럼 일 안하고 싶어!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지금 시어머니와 동서간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로 놔두세요. 사람이란 어느 정도의 선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고, 그게 상식이며 인간성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한 뭐라 참견할 것은 아닙니다.

  • 2. 아리송
    '09.1.22 5:00 PM (221.141.xxx.177)

    말씀 감사합니다. 혼자 있을 때는 어머니 눈치만 보면 됐는데, 동서가 생기니 참 가운데 끼어서 불편하네요. 그냥 제 할일만 묵묵히 하렵니다..^^;

  • 3. 저도
    '09.1.22 5:06 PM (59.5.xxx.203)

    맨 첫글 단 분이랑 같은 생각요...이래도 저래도 결국 말나오는거니 님 할 도리만 하세요~

  • 4. 저도
    '09.1.22 6:00 PM (211.243.xxx.231)

    그냥 가만히 계시라는데에 한표요.
    괜히 나섰다가 원글님 욕만 먹고 말아요. 어차피 원글님 하실수 있는 일도 없네요.

  • 5. 바세린
    '09.1.22 6:42 PM (116.37.xxx.48)

    그런데요... 동서를 잡는다는 표현이 무척 거슬리네요.
    시어머님이던... 원글님이던... 잡긴 누굴 잡아요..

    어머님과도 형님과도 사이 무지 좋고 노동력이던 경제력이던 뭐든지 반땅 이상 확실히 하고 있지만 누가 날 잡는다는 생각을 한다면.. 끔찍하네요.

    결혼한지 1년도 안되었다면 조금 기다려보시고 그게 힘들다면 넌지시 한마디 하세요.

  • 6. ㅗㅗ
    '09.1.22 8:13 PM (58.120.xxx.4)

    저희랑 틀리네요.. 저먼저 결혼하고 형님이 늦게 들어왔는데..

    임신하면서부터 일을 아예손에서 놓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번추석때는 일하실꺼죠??

    이렇게요.. 한마디 은근히 꺼내세요..

    그럼 찔려서 합니다.

  • 7. 아리송
    '09.1.22 11:00 PM (221.141.xxx.177)

    답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감사해요^^
    바세린님/ 저도 누굴 잡고,잡히고..그런 관계는 우습다고 봅니다. 근데 제가 실제로 어머니께 잡혀삽니다. 왜냐하면 연을 끊고 살 수 없으니까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옳다고 믿는걸 며느리에게 강요 하세요. 선택권은 없지요. 예를 들면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면 널 결혼시키지 않았다. 교회가거라. 네가 혼자라도 다녀야 **(남편)이도 교회에 가까워지지..' 전 분란일으키기 싫어서 다니겠다고 대답은 잘 합니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어머님께 잡혀 사는거죠.ㅋ 시댁에서는 제가 남편한테 잡혀 살고 있다고 인식되어있습니다. 그래야 최악의 경우 남편 핑계를 댈 수 있거든요. '어머니, 그이가 교회에 못가게 해요. ' ......지금은 어머니가 뒤집어지실까봐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는 말씀 못드리지만요. 언젠가는 연극을 해야죠. 교회갔다가 남편이 문안열어줘서 친정가서 잘 수 밖에 없다는 시나리오. 전 시댁에선 바보 시늉을 합니다.ㅎㅎ
    근데 동서는 저처럼 설설 기는 시늉은 못할 것 같아 보이네요. 다행히 동서는 원래 교회 다니던 사람이라 가장 큰 화살은 피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머니도 다른건 다 눈감아주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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