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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국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지인들과의 대화...
너무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이건 어제 20대 초반의 후배가 집에 놀러와서 나눈 대화들이 너무 답답해서
'어떻게 젊은 사람들이 60대 부모님들보다 더 막힌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후배와 나눈 얘기들을 들려주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어제 후배와의 대화는
이번 정국과 역사해석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후배는 기득권에 속하는 사람이거나, 또는 속하고 싶어하는 집안에서 자라난듯 합니다. 청순한 뇌는 아니고 이미 오른쪽으로 많이 기운 뇌로 추정되구요.
그녀의 어록을 몇가지 들어드리면,
* 박정희대통령때를 독재라고 욕해도 그 덕분에 한국경제가 이만큼 산거 아니냐,,
* 90년대 중반 너도나도 취업 잘되는 바람에 느긋&방만(?)하게 살던 국만들이 그래도 IMF 덕분에 더 자기계발에 열심이게 되지 않았느냐...
* 일단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은 국민의 잘못 아니냐, 자기가 잘못 뽑고는 왜 남탓인지 모르겠다,,
* 운하건설 시도하는 것도 나중에 역사가 돌아봤을때는 이게 더 나은 선택이 될지 모르지않느냐,,
* 경제 어려운데 대기업에 특혜 좀 몰아줘서 더 잘되면 한국을 위해 더 도움이 되지않겠느냐,,
더 많지만 말하면 숨 넘어갑니다.
20대 초반이며 경영을 전공하는 학생이 진지하게 내뱉은 말들입니다.
벽을 느꼈지요...
그래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저또한 나름대로 답해주었습니다.
박통---> 아직도 이런 얘기를 해야하나요... 일본이 우리나라 근대화 이루었다는 그분들과 친척일까 -_-; 82분들에게까지 할필요는 없는것같아 생략하지만, 그 친구는 정말 환상을 가진것같아서 길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IMF---> 그녀는 IMF 당시 초등학생. 90년대 중반 분위기를 알기나 할까요? IMF 필요도 없었는데 어영부영 들여놓구선 그나마 우리국민 저력있어서 IMF체제에도 불구하고 이겨낸겁니다. 그리고 자기계발? 아이 어른 할것없이 영어에 미치게 된것 말인가요?
대통령선출후----> 잘못 뽑았다고 그후 임기간 내내 포기하고 마음대로 내버려두면 그 무소불위의 권력에 멀쩡한 사람도 독재의 유혹 느낄겁니다. 더 잘할수 있도록 지켜보고 목소리 내주는게 국민의 의무 아닌가요? 국민의 목소리를 안들어주는 권력자의 문제가 더 큰건 아니구요?
운하건설---->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압니까? 효율성 제로인데다가 생태계 다 망쳐놓고 미안... 몰랐어...라고 하면 끝납니까? 국민이 무식(?)해서 안따라오는거라면 충분하고 투명한 토의를 해보기라도 하든지요.
대기업 몰아주기--->한국의 브랜드네임이 이렇게 올라간것은 대기업의 힘이 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은 것 같은데 대기업은 국가이름 내놓고 장사하지않습니다. 삼*이나 L*가 한국기업인거 아는 사람이 많은줄 아십니까? 한국 Korea 가 세계에 익숙해진 것은 차라리 스포츠의 힘에 기댄바가 더 큽니다. 또한 기업이 잘되는게 국가 재정에 무슨 도움이 되어왔습니까?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효과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회사에 속한 사람들에게 뿐이지요. 그것도 대부분 유명무실한 노조 또는 노조자체가 없었던 환경이었구요. 기업과 정치의 유착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오로지 기업의 사주와 그 국물을 받는 몇 소수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이 사회에 환원하거나 기부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는지? "재벌" 경영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두드러지는 특이한 현상이고, 한국경제를 연구하는 다른 나라 책에도 한국경제를 표현할때 따로 번역하지않고 학문용어에도 그냥 "Jaebul" 이라고 한국말을 그냥 가져다 쓸 정도입니다. 이미 이다지도 많이 쏟아줬는데 또 해야하나요? 다 양보해서, 나라 경제를 위해 잘나가는 몇몇에게 힘을 모아주었다면 그 결과물은 국민모두에게도 일정부분 돌아가야 맞는것 아닌가요?
이에 덧붙여 언론법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금 왜 국회에서 또 장외에서 다툼을 벌여야하는지... 이일이 향후 당신과 당신의 아이에게도 어떤 영향이 미칠수있을것인지 말 안통하겠지만 목아프게 열심히 얘기해보았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젊디 젊은 처자가 내 근처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뉴스도 제대로 안보고 인터넷도 잘 안쓰니 현 정국에 대해 아는건 많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본인의 주장만은 강합니다. 모두가 골수 순**교회파 집안(나중에 알고 허걱...;; 그전에 이장로를 위해 기도하라는 목사들에 대해 한마디 했었거든요..)의 가풍을 그대로 수혜받고 있는 듯한 후배였지요. 공지영, 이문열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그녀에게 점심부터 저녁까지 쭈욱 있으면서 해먹인 밥 두끼와 새로 베이킹까지해서 준 간식들이 아까워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화가 난것은 이런 얘기를 남자친구라고 오늘 통화할때 쏟아놨는데,
돌아가는 정국 큰 관심없는 이 사람 그냥 내말에 끄덕끄덕만 합니다. 나라 걱정을 하기는 하지만, 정치나 사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정도는 아닌 사람이거든요. 제가 말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자기의 주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씩 제가 추천하는 책이나 웹사이트 링크 걸어주면 제 기분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읽어보는 정도지요. 솔직히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인지라 제 의견에 백퍼센트 동의할거라고는 생각하지않습니다. 오히려 눈감고 귀닫고 사는게 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오늘 통화때 느낀 바로는 제가 말한 어느것도 본인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톤이더군요. 이황 선생도 아니고 이말도 맞고 저말도 맞다고 그냥 끄덕끄덕인가요? 본인은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이말도 저말도 다 들어보는 것이고, 본인의 의견은 아직 정확히 세워지지 않았으므로 말을 자제하는 것 뿐이랍니다.
내말이 이해가 되지않거나 아니다 싶은게 있었다면 그때그때 말을 할수는 없었을까요? 내가 하는 말만으로 내주장을 다 받아들일수 없었다면 본인이 노력해서 좀더 알아보고 다시 대화할수는 없었을까요? 그간 내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않아서 자기가 말을 삼가해왔다고 하는 말에 여지껏 별로 해본적 없는 고함을 버럭 지르며 끊었습니다. 그동안 내말을 듣고나 있었던 걸까요? 나랏일에 신경써봤자 당장 어떻게 할수도 없는데 지금 하는 일에나 충실하자...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이렇게 저는 제 남자친구에게도 그냥 이상주의자로 여겨지나보네요. 제 일에만 충실하면 잘 풀리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저는 제가 가장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느낌입니다.
정치판에 일일이 촉각을 곤두세우지않아도 먹고살기에 지장이 없는 시절,
개인의 일에만 충실해도 소시민의 작은 꿈이 이루어질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시절은 아직 멀었나요?
옛 고사의 '태평성대' 아시지요? 나랏님이 누군지 알 필요도 없는 '진정한 태평성대'가 우리에게도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1. ..
'09.1.6 10:12 PM (115.140.xxx.148)제 말이 그겁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냥 이렇게 비 자발적으로 복종되길 바라는거 아닌지.
괜히 몇 명 안돼는 깨어있는 사람들이 되지도 않는 누굴 설득하려 드는거 아닌지.
큰 역사의 흐름을 바꿀수 없는데 ,,,그냥 수준이 딱 이메가 수준인데..
대다수가 바뀌길바라고 있다고 우리가 착각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들이 미친게 아니라 우리가 미친거 아닐까요....
오늘 식사하다가 남편이..
야..10%도 안돼는거 같어...다 관심도 없고..어떻게 되던 자기랑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있지만..
몰라서 당한다니 할말없어요2. verite
'09.1.6 10:20 PM (211.33.xxx.35)음,,,,,,,,,,,,,,,,, 바로 무관심한 분들땜에, 더욱 화가 납니다....
누구는,,,, 문화, 취미, 여가,,,이런거 하고 싶지않아서 안할까요?
정치, 사회가 머가 재미나다고,,,,, 관심을 보일까요?
정말,,,,,
나는 관심없는데,, 골치아프게 떠드냐고,, 좀 조용히 있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땐
힘이 쫘악 풀리죠....
머,,,, 그렇다구요 ^^;3. 저는
'09.1.6 10:32 PM (125.190.xxx.48)그런 사람들과 인연을 끊었습니다..^^
다만..시부모님들과는 제 남편과의 관계로 차마 끊어지지 않더군요..
부모님은 어느새 제편에서 제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원당원이 되셨구요..
시부모님들만 개과천선 시키면 되는데..
대구골수라 멀고도 멉니다..남편도 포기했고...4. jk
'09.1.6 10:47 PM (115.138.xxx.245)읽다가 이상하게 내 속이 터지는건 왜인지...
아니 왜 도대체 그런것에 열불을 내십니까? 걍 적당히 무관심해지세효.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나 사회문제에 별 관심 없어효. 그리고 그게 절대적으로 뭐가 옳으냐 그렇지 않느냐? 두부로 칼 자르듯이 잘라질수도 없는 문제이고
또 잘라지는 문제라도 사람들이 무관심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후배말이 황당해서 열불나는건 이해하겠는데 남친님하의 태도가 이상한게 아니라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듣기좋은 소리도 몇번이상 하면 듣기 싫어지는데 듣고싶지 않은 소리는 그냥 말이 통하는 사람들에게나 해주면 되는거지 굳이 그 생각을 바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해줘봐야 소용 없습니다. 내 입만 아프지요.
가끔씩 필요할때 그런 얘기를 정말 하고 싶거나 상대방이 말을 꺼낼때
혹은 절대적으로 사실관계가 틀렸을때 그때만 살짝 지적해주면 되는거지(이런 경우에도 안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설득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마시와효~~~5. m
'09.1.6 11:25 PM (125.131.xxx.132)원글님과 저는 비슷하군요. 가진 생각이나 주변사람들이나 특히 남자친구 성향이 허허 -_ㅜ
제 남자친구는 지난 봄여름에 제가 시청광화문을 초 한자루 들고 출근하는 것도 싫어해서 한 두달간
매번 싸웠네요.
원글님 남친님 처럼 특별히 국개스타일도 아니지만 머랄까, 별 생각이 없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열을 내고 하는 걸 이해 못하고 늦게 들어온다고, 위험하다고 화만 내던데요.
그땐 정말 '남편도 아니고, 이런 가치관의 남자와 계속 만나야 하나?' 라고 심각하게 고민도 했습니다
근데 머.. 이젠 어느정도 서로 이해? 포기? 하게 되더군요.
전 일단 제 남친이 '딴나라당빠' 혹은 '개독교' 혹은 '국개' 는 아니라는 점을 감사했고;;
처음엔 정말 열을 내면서 온갖 이 나라의 말도 안되는 일들을 다 말해주며 이해시키려 했지만
방법을 바꿨습니다.
어려운 법안이나, 관심 없으면 와 닿지도 않는 언론 문제 등등은 그냥 치워버리고
듣기에 자극적인 문제들..
제가 직접 보고 들은 전견들 견찰들의 x짓거리들.. 100분토론의 뉴라이트들의 또라이언행들..등등
조계사 앞 칼부림 사건 때는
제가 그 날 아침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고 화나고 해서 남친에게 전화 해 난리를 쳤더니
본인도 깜짝 놀래 아프리카에서 생중계 등을 검색해서 보더라구요.
이때다 싶어 조계사 바자회 할 때
일부러 물건 바리바리 싸 들고 남친 짐꾼으로 시켜서 같이 조계사도 다니고 했습니다..
경제 세미나다 라고 꼬셔서 정태인교수님 세미나도 들으러 가고..
이젠 머,
'쟤네는 나쁜놈들이다' 라는 대명제는 서로 통하네요;;
다만 온도차가 너무 나서 문제지만..
저는 제 남친 설득 프로젝트를 10년 계획으로 잡고 있습니다-_- 그동안엔 어찌 되겠지요..ㅎ6. 나르샤
'09.1.7 12:13 AM (124.57.xxx.154)후배님이 아직 대학생이라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이력서 받아주는데 없고 삽자루 들고 운하파게 생기면
정신 차릴겁니다 ㅎㅎ7. 저도 동감
'09.1.7 12:35 AM (59.25.xxx.246)광고 카피에 이런 말이 있던가요? '당신이 머리 아픈건 더 정열적이어서이다'
문구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님의 열정과 답답함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저도 우리나라에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하면
내가 밤마다 이렇게 잠들 수 있는가
아침마다 그런 일상을 보내야 하는가 미치도록 고민이 되니까요.
많은 현상이 8:2 법칙으로 설명되는 것처럼 우리사회의 심각한 위기에 대한 인식들도 미치도록 고민하는 20%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80%가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또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내 의견에 대해 그 때는 상대방이 거부하더라도 그 말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부드럽지만 진실한 말은 울림이 있어 사람들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구요.
저도 급흥분하는 한사람으로서 다짐을 하곤 합니다. 흥분하지 말고 그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조금씩 한템포 늦추어보자구요.
님 후배에게 참 잘하셨구요. 저도 태평성대를 꿈꾸어봅니다.8. 아꼬
'09.1.7 8:57 AM (125.177.xxx.202)m님 방법이 진짜 좋으네요. 법안애기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와닿는 애기로... 한수 배웁니다.
9. 원글
'09.1.7 2:35 PM (41.236.xxx.19)공감해주시는 댓글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니 같은 꿈을 꿨으면 하는 생각에 기대치가 더 높아서 별로 볼일없을 후배보다는 남자친구에게 더 화가 났던 거겠지요. 서로의 관심사가 다를수는 있겠지만, 가치관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사람, 제가 왜 화가 났는지 정확히 몰라서 어쩔줄 몰라했는데 제 글 복사해서 메일로 전했으니 지금쯤은 좀더 정리된 제 생각을 보고있겠지요. 앞으로도 무관심해지기보다는 님들의 조언을 잘 활용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m님의 팁 감사하지만 제 남자친구 '국개' 또는 '국개스타일'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약간은 과격한 이런 표현이 싸잡아 적을 만들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도 좀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동감'님의 말씀으로 위로가 많이 되네요.'흥분하지 말고 그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겠습니다. 읽어주시고, 말씀 남겨주신 분들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이런 공간이 있어 그나마 숨이 트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