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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맞춤법 교실] 1.'갈 겁니다, 갈껍니다?' 의존명사 '것'의 경우....

프리댄서 조회수 : 1,562
작성일 : 2008-12-19 00:57:27
저는 '한글맞춤법 전문가'(이 표현이 좀 그렇긴 합니다만)가 아닙니다. 그저 그것에 관심이 좀 많은 사람이라고 할까? 하여 게시판에 종종 맞춤법과 관련된 글이 올라오기에, 그와 관련해 제가 아는 한에서 짬짬이 몇 가지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말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썰을 푸는 거라 두서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양해 바라고요...--;

우선 맞춤법에서 우리가 많이 틀리는 것 중의 하나가 의존명사 '것'이 들어간 말들입니다. 이 '것'이야말로 개인적으로 한국어 낱말 가운데 사용 빈도수가 가장 높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것'이 제 모습 그대로 쓰일 때는 그나마 양호한 편입니다.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얀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씨라', '기분 좋은 점은 그가 나를 보며 웃었다는 것이다'처럼 비교적 맞게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것'이 모양을 바꾸면 사정이 달라지곤 하죠. 그럼 '것'이 어떻게 모양을 바꾸느냐... 다음과 같습니다.

- 먹을 것을 달라 -->먹을 걸 달라
- 네가 올 것인지 몰랐다 --> 네가 올 건지 몰랐다
- BBQ는 누구 것인가? --> BBQ는 누구 건가?
- 대운하, 열심히 삽질할 것입니다 --> 대운하, 열심히 삽질할 겁니다
- 남의 것이 더 커 보인다 --> 남의 게 더 커 보인다
- 이 옷은 내 것이다 --> 이 옷은 내 거다
등등등....

그러니까 '먹을 껄', '올 껀지', '내 꺼', '할 껍니다, 말 껍니다'와 같이 쓰면 틀린 게 되겠죠. 자, 그럼 보다 더 기억하기 쉽게 정리를 해봅시다.

1) '것'이 들어가면 무조건 앞 말과 띄어서 씁니다.  바로 이처럼요.

긴 것을 긴 것을 사랑할 줄이야
긴 것 중에 숨어있는 것을 사랑할 줄이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긴 것 가운데
있을 줄이야

                  - 김수영, '원효대사 - 텔레비를 보면서' 중에서

'것'은 자기 혼자 쓰일 수 없는 단어입니다. 꼭 앞에 다른 말이 있어야 하죠. 그래서 꼴에 명사는 명산데, 반드시 앞 말에 의존한 채로 쓰인다고 해서 '의존명사'라고 불립니다. 의존명사는 무조건 앞 말과 띄어서 써야 한답니다. 저 위의 시에서 '것' 말고 '줄'도 바로 그런 경우예요. 의존명사여서 앞 말과 띄어쓴 거죠. (다른 의존명사들에 대해서도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니까 그것과 관련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명심하세요. '것'은 앞 말과 띄어서 쓴다....

단, '이것, 저것, 그것'은 예외고요. (언제나 예외규정은 우리를 피곤하게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벗으라면 벗...이 아니라 따르라면 따라야죠.^^)

2) 그러므로 '것'이 변신한 말들도 앞말과 띄어서 써야 합니다. '먹을걸 달라, 올건지 갈건지, 내거다, 아니 니거냐?, 할겁니다'와 같이 쓰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3) 또한 당연하게 '것'이 변신한 말들을 된소리로 표기해서도 안 됩니다. '먹을 껄 달라, 올 껀지 갈 껀지, 내 꺼다, 아니 니 꺼냐? 할 껍니다'는 물론 '먹을껄 달라, 올껀지 갈껀지, 내꺼다, 아니 니꺼냐? 할껍니다' 식으로 표기해서는 더더욱 곤란합니다.

4) 그래도 헛갈리신다면, 헛갈리실 때마다 '것'으로 살짝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르 쿠르제 그릴 팬을 살.... 거다? 살꺼다?'-->'르 쿠르제 그릴 팬을 살 것이다(고로 살 거다)', '나이트에서 놀거랍니다? 놀꺼랍니다?'-->'나이트에서 놀 것이랍니다(고로 놀 거랍니다)' 식으로.

이렇게 우리를 하릴없이 골치 아프게 하는 의존명사 '것'이지만 다음에서처럼 아름다운 시를 구성하는 멋진 말이 되기도 하네요.^^

1
아침마다 꽃들은 피어났어요
밤새 옆구리가 결리거나
겨드랑이가 쑤시거나
밤새 아픈 것들은
뜬눈으로 잠 한숨 못 자고
아침엔 손을 뻗쳐
무심코 만져지는 것이
뭔가 아름다운 것인 줄 몰랐지요

2
저녁이면 꽃들이 누워 있었어요
이마에 붉은 칠을 하고요
넘어져 다쳤는지 몰라요
어쩌면 더 먼 곳에서 다쳐
이곳까지 와서 쓰러졌는지도
엎드리면 꽃들의 울음 소리 들렸어요
난 꽃들이 등물하는 줄만 알았지요

                                   - 이성복, '무언가 아름다운 것'  

IP : 118.32.xxx.6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12.19 1:10 AM (220.75.xxx.247)

    이런 공부 너무 좋아요...
    계속 가르쳐주세요.
    원글과 같은 이치로
    '먹을께요, 갈께요, 할께요'가 아니라
    '먹을게요, 갈게요, 할게요'가 맞지요.
    계속 연재 부탁드려요...

  • 2. 파워오브원
    '08.12.19 1:11 AM (59.11.xxx.121)

    프리랜스님 정말 대단하고 고맙습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맞춤법이나 철자법이 틀린 글을 접하면 마음이 개운치 못했는데
    이렇게 정성껏 정리해주시니 좋네요. ^^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

  • 3. 이글
    '08.12.19 1:20 AM (122.36.xxx.221)

    시리즈인가요?
    그렇담 다음 편도 기대해도 되나요?
    정성스런 배움글 주신 원글님 넘넘 감사하구요
    학구적인 82분위기 정말 좋아요 ^^

  • 4. 프리댄서
    '08.12.19 1:21 AM (118.32.xxx.61)

    어... 제가 또 칭찬에 막 약한데...^^ 12월 말까지 좀 바빠서 어케 될진 모르겠네요.
    (근데 이렇게 딴 짓거리나 하고 있답니다...)

    암튼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쓴 거라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건 다른 분이 지적해주시면 땡큐베리감사겠죠.^^

  • 5. 저도
    '08.12.19 1:25 AM (123.212.xxx.169)

    감사하게 잘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부탁드려요~

  • 6. 마구 좋아요
    '08.12.19 1:58 AM (220.117.xxx.104)

    까먹은 국어책 생각 다시 나네요. 계속 연재해주세요!!!

  • 7. 오호~
    '08.12.19 2:22 AM (211.108.xxx.50)

    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연재 부탁드려요.
    눈에 쏙쏙 들어와요~ 고맙습니다~ ^^

  • 8. 와우!
    '08.12.19 9:17 AM (121.167.xxx.239)

    감사합니다.
    따로이 챙겨 공부하지 않으면 소홀해지는 맞춤법이 제법되더라고요.
    그리고 재미있어요.ㅎㅎㅎ

  • 9. 예쁘세요^^
    '08.12.19 9:38 AM (211.237.xxx.199)

    땡큐 감사^^

  • 10. 진짜
    '08.12.19 12:22 PM (203.100.xxx.136)

    존경스럽습니다..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 11. 오오
    '08.12.19 12:50 PM (211.201.xxx.156)

    프리랜서님 다음편 기대합니다^^

    "추천하기"클릭하고 싶습니다!

  • 12. ㅎㅎ
    '08.12.19 1:00 PM (218.237.xxx.181)

    저도 추천하기 버튼 찾았네요.
    자게게시판도 추천 생겼으면 좋겠어요~~

  • 13. ..
    '08.12.19 4:22 PM (211.59.xxx.106)

    저도 추천하기 있으면 마구 누를텐데....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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