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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의 매튜 아저씨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얼마 전에 EBS에서 <빨간머리 앤>을 재방송해주더군요. 그걸 몇 번 챙겨보았는데, 아 또 눈물이 나는 겁니다. 가관인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눈물의 근원에는 나를 앤과 동일시 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_- 그래서 앤이 마릴라 아주머니의 자수정 브로치를 훔친 걸로 오해받아 학교 소풍을 못 갈 위기에 처했을 때 꼭 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처럼 막 서러워지면서 또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아까운 크리넥스를 대체 몇 장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재방송하는 걸 몇 번 보다가 내친 김에 원작도 주문해서 읽어보았죠. 그걸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답니다. 우리의 매튜 아저씨가 보수당 지지자더라구요.^^ (후반부로 가면서 당시 캐나다 정치현실이 은근히 많이 등장해서 놀랐답니다)
앤이 처음 초록 지붕 집에 도착한 날, 마릴라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했었죠. "아니 오라버니, 이 애를 어디다 쓰시려구요? 우리한테 필요한 건 농장 일을 도와줄 사내아이지 이렇게 삐쩍 마른 여자애가 아니잖아요." 그러자 매튜 아저씨는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 글쎄. 그런데 마릴라,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가 이 애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매튜 아저씨, 정말 짱 아닙니까? 그때도 눈물이 주르륵....)
하여 여차저차한 과정 끝에 초록 지붕 집에서 살게 된 앤. 무뚝뚝한 데다 청교도적인 결벽성 때문에 앤이 그토록 '퍼프 소매 달린, 화사한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싶어하는데도 맨날 무채색의 '튼튼한' 옷감으로 평범한 소매의 원피스만 만들어주는 마릴라 아주머니와 달리 매튜 아저씨는 매사에 앤의 편에 서서, 보이지 않게 앤을 다정다감하게 보살펴줍니다. 물론 이웃집의 린드 부인한테 몰래 부탁해서 앤이 입고 싶어하는 퍼프 소매의 원피스도 선물해 주고요.
앤이 길버트와 나란히 퀸스 전문학교에 1등으로 합격해 초록 지붕 집을 떠나게 됐을 때는 슬그머니 마당으로 나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혼자 눈물 짓기도 했죠. "저 아일 키우길 잘 한 거 같애. 잘 커줬어, 우리 아기 앤이..... 암, 참 잘 커줬어." (아 또 안구에 습기가 차 옵니다)
어쨌거나 그런 매튜 아저씨가 토리당 지지자라는 사실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 것도 같습니다. 아니, 너무너무 당연한 일이죠. 주중에는 근면하게 노동하고 일요에는 교회에 가서 원죄를 짊어지고 세상에 나온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개하는 생활. 만일 캐나다가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면 우리의 매튜 아저씨는 어떻게 했을까요? 젊은 시절이었다면 주저하지 않고 '조국을 위해' 참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비록 목사 부인을 비롯한 여인네들 때문에-_- 교구 모임에 참가하는 걸 싫어하고, 여자 앞에만 서면 어리버리해지는 버릇 땜시 평생 뜨거운 연애 한 번 못하고 홀아비로 늙어야 했지만 - 아저씨한테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하나 없다는 건 정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 매튜 아저씨는 기본적으로 가정과 국가, 신앙 등 전통적인 가치를 매우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아저씨가 보수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했을 때가 오히려 "오잉?" 해야 할 일인 거죠.
마릴라 아주머니는 또 어떤가 하면, 저는 그녀가 현대적으로 진화(?)했다면 <위기의 주부들>에 나오는 브리가 됐을 거라고 확신하는 쪽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레이건을 열렬히 지지했고 이후에도 주욱 공화당 지지자며 당근 총기 소지는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막 북한에까지 가서 선교하는 교회의 열혈 신자인 브리는, 앤을 만나지 못했을 때의 마릴라 아주머니가 현대 미국에 환생했을 때의 초상이 아닐까 합니다. 얘기가 약간 빗나갑니다만, <위기의 주부들> 시즌 1의 주인공은 브리 드 캄프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런 가정에서, 게이로서의 성 정체성을 지닌 청년으로 자랐다고 하는 작가가 자신들의 부모(혹은 그 세계)에 대해 조용히 사망선고를 선언하는 내용이 <위기의 주부들> 시즌1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는 거죠. 저는 브리가 완벽한 중산층 가정의 모범적인 가장인데 알고 보면 SM 매니아인^^ 남편의 임종 소식을 듣고는 망연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서 은접시를 닦는 장면이 참 인상 깊었더랬습니다. 어떤 고요하고도 비극적인 침몰이랄까? 어디선가 그런 브리를 보며 "엄마, 끝났어. 이제 그만." 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답니다.
암튼요, 매튜 아저씨는 그래서 물건을 살 때도 항상 같은 데서만 삽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고 똑같이 보수당을 지지하는 사람의 가게에서만요. 장로교회 신자이자 보수당 지지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요게 요게, 막판에 흔들려버립니다. 우연찮게 그 가게 물건 가격이 다른 가게보다 높다는 걸 알고는 '이제는 다른 데서 사야 하는 게 아닐까?'하고 혼자서 쓸쓸히 회의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다 마침 몰빵을 해서 돈을 저축해둔 은행이 곧 파산할 거라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죠. 매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는 심각하게 고민을 합니다. 돈을 찾아야 하나.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거기 책임자가 냅둬도 된다고, 안전하다고 해서 냅둡니다. 뭔가 막 연상되는 게 있지 않으십니까?^^암튼 그랬는데 그 은행은 결국 파산해버리고 그 소식을 신문에서 접한 우리의 매튜 아저씨는 (평소 심장이 안 좋았죠) 그 자리에서 걍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는 TV채널이라곤 하나밖에 안 나오는 난시청지역(한 마디로 촌이라는 얘깁니다)에 사는 극동의 소녀 하나를 격하게 울려버렸던 것이죠.
이제 그 소녀는 자라서, 자라도 너어무 자라서 쫌만 있으면 30대가 쫑나고 막 마흔이 된다고 하네요????? 그 얼떨떨함 때문인지 가끔 쓸데없이 생각해본다고 합니다. 보수당 지지자인 매튜 아저씨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한국 스타일로 변해서 서, 설마 ...가스통??? 혹은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일제고사 거부한 교사들 해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앤과 길버트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소설 속 직업을 그대로 가져오면 두 사람은 부부 교사일 테니, '허튼 짓'만 하지 않으면 실직과 명퇴에 대한 두려움은 없겠군요.^^ 어쩌면 열심히 저축한 돈에 대출 껴서 수도권에 아파트 하나를 마련했는지도 모르겠고. 아이는 둘 정도 낳았을까요? 녹내장을 앓고 있었던 것인지, 소설 말미에 거의 실명 상태에 놓여 있던 마릴라 아주머니는 필시 눈이 완전히 멀었을 겁니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한 나라니 앤은 전적으로 자신의 힘으로만 그런 아주머니를 부양하고 있을 테고요. 길버트네 집이 그다지 넉넉찮은 형편이라 그쪽에도 생활비를 보내드리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고 있을까요? 시어니께 육아를 맡겼을까요? 앤도 아이들한테 선행 학습을 시키고 있겠죠? 특목고나 자사고를 목표로 열나게 학원과 과외를 돌리고 있을까요? 지금 혹시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을 갚고 전세로 갈아타는 게 나을지 어떨지 고민하고 있을까요? 길버트 엄마로부터 결혼한 뒤에도 친정 식구를 끼고 산다며 종종 싫은 소리를 들을까요? 그런 스트레스를 가끔 이 82게시판에 와서 풀어 놓을까요?
앤은 그래서, 지금 여기서 사는 게 행복할까요, 어떨까요? 혹시 기막힌 반전으로, 길버트가 바람 피는 게 준비되어 있으려나?^^
1. .
'08.12.12 9:46 PM (220.85.xxx.250)다른건 모르겠고 이런저런 문제로 맘이 무거웠는데 그냥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빨간머리 앤 보고 매튜아저씨가 돌아가셨을 때 너무 많이 울었기에..;; 얼마전엔 책도 다시 샀답니다..2. ...
'08.12.12 9:48 PM (124.111.xxx.95)으악...앤과 길버트는 그냥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사는 소설 속 인물들로 상상 속에 계속 있길 기원해요.ㅠㅠ
3. .
'08.12.12 9:51 PM (220.85.xxx.250)참, 책이 여러가지 버전이 있잖아요.. 앤이 할머니 되는것까지..
저는 앤하고 길버트가 뽀뽀하는 장면만 있어도 그 책 안삽니다 ㅎㅎ;; 왜그렇게 그 둘이 부부가 되는게 싫고 견딜수가 없는지..
앤하고 길버트는 걍 남친여친으로 손만 잡고 살았으면 좋겠어용 ^^;;4. 기억
'08.12.12 9:52 PM (67.85.xxx.211)저도 하도 오래전에 읽은거라 자신은 없지만....;;;
[소설 속 직업을 그대로 가져오면 두 사람은 부부교사일테니....]
이거 누구 얘기인지요?
길버트는 의사, 앤은 주부아니었나요?;;;5. 앤은
'08.12.12 9:54 PM (221.162.xxx.86)평생 선생님이 되는 게 꿈 아니었나요?? (역시나 오래전에 읽어서 자신은;;)
6. ㅎㅎ
'08.12.12 9:54 PM (61.98.xxx.75)그런 얘기있잖아요, 만약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절대 천재가 되지 않았을 거란 얘기요.
마찬가지로 앤도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해요.
애초에 '초록색 지붕의 앤', '빨강머리 앤'이잖아요.
우리나라엔 초록색 지붕도... 빨강머리도 없으니, 당연 불가능하죠!!7. .
'08.12.12 9:55 PM (220.85.xxx.250)앤은 퀸즈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었죠.. 길버트도 선생님이 되었구요..
길버트가 앤에게 교사자리를 양보하고 다른 지역 교사로 떠났죠.. 원글에 그래서 부부교사 얘기가 나오잖아요..8. 기억
'08.12.12 9:55 PM (67.85.xxx.211)앤은 결혼전엔 중학교 교사를 했지요.
길버트가 의대공부를 마칠 때까지.
길버트와 결혼후는 전업주부라 기억하는데.....9. 이런 글
'08.12.12 10:01 PM (124.49.xxx.213)참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기억이 새롭네요.^^
위기의 주부들은 본 적이 없어서 스킵....10. 글을
'08.12.12 10:02 PM (61.254.xxx.17)참 잘 쓰시네요...잘읽었어요..
저도 빨간머리앤 재방송하는거 보면서 ...말이 울었어요...(저도 30대아짐)
아그들이 '엄마왜저래??하는 표정..' ㅎㅎ
앤과 길버트...왠지 행복하게 살것같은데......11. 그리고
'08.12.12 10:05 PM (124.49.xxx.213)앤이 한국에 산다면 아마 더 고군분투해야겠지만 그래도 앤으로 살 것 같아요.
한국에도 열심히, 남들과는 다른 가치를 위해 사는 사람들 많아요.^^
아파트나 특목고같은 거에 초연하면서요.12. 훗날
'08.12.12 10:07 PM (218.237.xxx.65)앤 셜리는 아주 유능한 교사로서 교장까지 하고, 결혼 후에는 주부가 됩니다.
길버트는 의사가 되고요.13. ^^
'08.12.12 10:08 PM (114.161.xxx.209)와 저도 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너무 반갑습니다. 적어주신 글을 보니 음 그럴수도 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튜 아저씨 돌아가셨을때 저도 울었던 한사람이에요. 어릴때는 왜 은행이 파산을 하는지,,,은행이 파산을 하면 왜 전재산이 없어지는를 이해를 못하기도 했구요. ^^;; 그런대 저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보니 은행이 파산을 왜 하는지와 왜 매튜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는지 그런점들이 이해가 되가는 한 사람입니다. 다른 시각으로 적어주신 앤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14. 한국에선
'08.12.12 10:09 PM (121.168.xxx.67)앤은 아마 길버트랑 결혼 못했을 걸요..
부모없는 고아라고 시댁에서 반대해서 ㅋㅋㅋ15. ㅋㅋ
'08.12.12 10:14 PM (67.85.xxx.211)한국에선님, 예리하십니다.
그 말씀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ㅋㅋ16. 님글
'08.12.12 10:17 PM (41.234.xxx.99)완전 재밌습니다. 상상력 죽이세요 ㅋㅋ
17. 필력
'08.12.12 10:21 PM (222.233.xxx.106)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에이번리에서 교사생활 2년(길버트의 양보로- 길버트는 화이트샌드학교)동안,
대학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둘은 나란히 레드먼드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앤은 길버트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로이와 사귀지만 마지막 순간에 청혼을 거절하고
고향에서 장티푸스에 걸린 길버트의 소식을 듣고는 사랑을 깨닫지요.
약혼 기간 동안, 길버트는 의대 공부, 앤은 서머사이드 여학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재직합니다.
꿈같은 신혼동안 첫아이를 사산하는 아픔도 겪지만
대저택을 구입할 만큼 능력되는 의사남편과 6남매의 대가족 살림을 행복하게 꾸려나가죠.
소설 곳곳에는 비록 좋은 사람일지라도 감리교 신자와는 영혼을 나누는 동류가 될 수 없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장인과는 정당을, 장모와는 종교를 공유해야 살기 편하다는 말도 나오고, 정치는 이승에서 끝나지만 종교는 저 세상까지 이어진다는 의견도 피력하지요.
몽고메리 당시의 세계관으로는 스코틀랜드를 고향으로 하는 이주민들 중 장로교파이자 보수당지지자가 1등 시민, 변변치않은 프랑스 출신 빈민이 최하위층이었던 것 같아요.
소설 속에는 앤이 육아에 시달리고, 맘에 안 드는 길버트쪽 친척 아주머니를 퇴치하고, 왜 애를 이렇게 많이 낳냐는 이웃들의 뒷공론(얘기를 듣고온 아이가 '어린애는 사치품이에요, 엄마?'하고 묻지요)에 시달리고, 대학시절 사귀던 크리스틴을 다시 만난 길버트가 어쩜 결혼 기념일을 잊을수 있을까 분개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뒤늦게 거둔 쌍둥이들이 장성하여 결혼한 후 에이번리에서 계속 생활하시구요.
저는 그 당시의 주방 풍경, 도구, 가구며 벽지(엄청 비위생적이었을 말총 쿠션같은 거)에 관심이 더 많이 가네요.
그당시 벽지는 모기를 때려죽인 얼룩을 감추기 위해 대부분 붉거나 어두운 색이었다는^^
말이 주저리주저리 길어지네요.
아무튼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저이지만,
그들의 한국에서의 환생은 감당하지 못하겠고
숟가락 하나까지 꿰뚫는 작은 마을에서는 못 살겠고,
인간의 품성이 우선이라고는 하지만 이명박과 소망교회 일파와는 한 하늘을 지고 못 살겠습니다.18. 시내
'08.12.12 10:28 PM (122.35.xxx.8)저도 앤을 못잊어 몇년전 동서문화사의 10권짜리 앤 사서 며칠을 팠답니다. 그때 생각이 나네요.. 우리가 흔히 만화로 대학 졸업하는 앤까지만 보았지만 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과정등이 그 뒷부분의 얘깁니다. 한 여인의 인생사? 대하소설처럼요..앤과 길버트의 사랑 얘기는 뒷편에는 별로 없습니다. 전 앤의 아들이 세계대전에 참전해 죽음의 장면에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꺼이꺼이..
19. 앤
'08.12.12 10:34 PM (218.153.xxx.167)앤의 줄거리도 재미있었지만
그 뒤의 동네 이야기들도 기억들을 하시는지요?
책 뒷편에 앤과의 별도의 이야기들이 단편 처럼 펼쳐진것
앤의 아이들이 커서
군에간 큰 아이인가 기다리던 개 이야기도 좋았어요
앤의 아들 하나를 전쟁에 잃었던것도 기억이 나네요.
샤아리 월터 등등..짐 정리한다고 책 버린거 갑자기 아까운 생각이 드네요20. 3babymam
'08.12.12 10:39 PM (221.147.xxx.198)저도 앤이 좋아요.
오래전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전 덜렁대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한번 한 실수는 다음에 하지 않아요"
뭐 이런 내용인데 이부분이 지금까지 쭉 기억에 남네요.
어린마음에 참 대단하다 했거든요...
전 같은 실수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안한다니 그런 앤이 정말 부러웠어요...^^21. 맞아요
'08.12.12 11:01 PM (99.246.xxx.189)맏아들 젬이 키운던 강아지가 먼디였죠.
월요일에 들어온 강아지라고 이름을 먼디라 지었었죠.
젬이 전쟁에 나가고, 그가 떠난 기차역에서 하루도 떠나지않고 눈이오나 비가오나 기다리던 먼디.
늙고 지쳐 관절염까지 생긴 먼디가, 어느날 홀로 도착한 젬을 단숨에 알아보고 그를 향해 달려가던 그순간... 펑펑 울던 기억이 납니다.
윌터의 죽음....너무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어 학교에 갔더니, 애들이 왜그러냐고 물었었죠.
윌터가 죽었어.라고 했더니 뜨악해하던 그 표정들. 저는 또 눈물 펑펑.
하지만 저는 소심하고 마음따듯한 막내딸 리라가 너무 좋았어요.
전쟁고아를 스프냄비에 가져와 키우던 스무살 처녀,
단한번의 입맞춤을 그저 청혼으로 받아들이고 켄을 그리워하던 그 착한 아이.
리라 마이 리라...
원글님 덕분에 지난날 추억에 빠져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22. 저도요
'08.12.12 11:25 PM (67.85.xxx.211)맞아요님 글을 읽으니....저도 예전에 그랬습니다.
젬과 먼디.....그리고 리라.
지금 또 기억나는 것은, 목사관의 막내딸.
월터를 짝사랑 했던 유나.
리라가 월터의 마지막 편지(전사통보후에 도착되죠)를
유나의 짝사랑을 짐작하고 있던 리라가 유나에게 주지요.
저도 지난날 추억에 빠집니다.... 아,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23. 전
'08.12.12 11:25 PM (121.166.xxx.194)저도 앤 매니아랍니다..
중학교때부터 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다녔어요...
프린스에드워드 섬!!! 제가 살아 있을 동안 그곳을 다녀올 수 있을까요. ㅜㅜ
위에 한국에서 앤은 길버트랑 결혼 못했을 거라는 말을 듣고 공감해서 웃었어요.
ㅎㅎ
근데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 당시에도 그런 반대를 무마(?)시킬 코드가 존재합니다.
고아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은 그 시대도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앤이 고아라는 점을 무마시키는 코드가 무엇이냐면,
앤은 고아지만 아빠가 "목사"였어요...그 부분이 굉장히 강조됩니다.
(앤의 아이 중 월터가 앤의 아빠 이름일꺼에요...나중 앤은 부모가 살던 신혼집도 찾아가죠)
부모가 버리거나 부모이름도 모르고 태어나는 고아가 아니라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 살다간 목사의 딸로
어쩔수 없이 고아원에 "잠시"간 아이로 나와요...
똑똑하고(그 당시 대학교까지 나왔죠), 거의 교장선생님에 가까운 위치까지 오르죠.
그리고 로이라는 부잣집 남자까지 쫓아다니는 매력있는 여성으로 나와요.
"고아"라는 약점을 충분히 메꿔주는 요소랍니다.
그 당시 고아에 대한 선입관이 레이첼아줌마의 말에서 자주 나온답니다.
그런 선입관이 다이애너 포도주 사건에서 증폭되었다가
동생 미니메이의 병 치료 사건에서 해소되고요...
빨간머리앤 소설을 자세히 뜯어보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비슷한 이야기로 로라잉걸스의 초원의 집 시리즈도 정말 재미있죠..24. 와우
'08.12.12 11:32 PM (75.143.xxx.48)오늘 본 최고의 글입니다
정말 필력 대단하십니다
82cook 회원 상당수는 앤이 아니라...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아저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사랑하는.... 이게 사실 진짜 보수 아닙니까..하하
앤은? 우리가 키워내는 아이들이고요..ㅎㅎ
험난하고 미쳐돌아가는(-.-) 한국에서 우리가 앤을 소설처럼 건강한 가치와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가진 성인으로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암튼 원글님 다시금 대단하시다는 찬사 날립니다!25. 동화속 세상
'08.12.12 11:46 PM (116.121.xxx.238)저 이거 퍼가요~넘 멋진글이라 두고두고 읽고 싶어서요~
26. 굿잡!
'08.12.12 11:52 PM (124.54.xxx.18)정말 필력 대단하십니다.222222222222222
정말 최고의 글입니다.
저도 앤의 열렬 광팬인데 ebs에서 해주는 바람에 4살짜리 제 아들도 같이 보게 되서
주제가도 혼자 맨날 부르고 다니고, dvd도 언젠가 다시 보려구요.
컬러링과 벨소리도 빨간머리앤이구요, 제 아들에겐 항상 강조하죠.
길버트 같은 남자가 되라고.영어이름도 길버트라고 해줄까 싶네요.길버트 강~~~~.27. 아아-
'08.12.13 12:28 AM (116.44.xxx.154)저도 어렴풋이 저 첫대사 기억납니다 ㅠ-ㅠ
다시 보고 싶네요 빨간머리앤...
전 사실 앤처럼 같은 디자인에 색깔다른 옷 많이 입고 살아서 -_-;;;;;;;
근데 또 요새 드는 생각으로는 기본색 (회색, 감색, 갈색)이 짱이라는 ! ㅋㅋㅋ 마틸다 아주머니의 센스 굿. ㅋㅋ28. 전시회
'08.12.13 1:10 AM (59.30.xxx.191)http://www.nlcy.go.kr/section/program/display_view.asp?seq=13
빨강머리앤 전시회가 있어 알려드려요.
강남 어디에 있다는 국립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에서 합니다.
저도 애들 방학하면 한번 데리고 갈거에요.29. 추천해주세요.
'08.12.13 1:13 AM (59.30.xxx.191)윗글 올린이..교육방송에서 재방송할때 애들과 같이 못봤어요. 별로 관심에 없는듯.. 은하철도는 잘챙겨보는데.. 울 큰애라도 전시회가기전에 책을 같이 읽고 싶은데 제대로 된 책 추천해주세요. 시립도서관갔더니 썩내키는 책이 없더라구요. 지금 초6년이에요. 책은 제법 읽어서 좀 두꺼운 책도 잘 읽습니다.
30. 농담
'08.12.13 1:59 AM (24.203.xxx.172)몇년전에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갔었어요.
정말 설레는 맘으로 초록 지붕 집을 갔었고 여기는 누구방 저기는 누구방 하고 꾸며놓은 집안을
구경했었습니다.
집 근처에 유령이 나오는 숲길 (haunted wood trail)이며 소설속 배경이 되어 이런저런 이름이 붙은 산책길도 걷구요.
기억에 일본 관광객이 많았던것 같아요.
다들 앤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겠지만 흥분된 모습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샬롯타운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주도)에서는 여름마다 빨강머리 앤 뮤지컬이 공연됩니다.
기회가 있어 보았는데 훌륭했고, 만석이었습니다.
앤의 초록지붕 집이 있는 주변으로 동네가 캐번디쉬 (cavendish)라는 곳인데
바다가 가깝고 아주 예뻐요.
바다 가깝게 숙소들이 많이 있구요. 카티지 (cottage)를 뭐라 하는지 모르겠는데, 조그만 집들이 옹기종기 혹은 조금씩 떨어져 그렇게 있어요.
여름에 아이들과 가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구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작고 수수하면서 참 예쁩니다.
등대가 많아 지도갖고 운전하면서 등대 투어를 해도 재밌구요.
광물질 성분때문이라는데 흙이 붉어서 그것도 인상적이고,
넓고 푸른 언덕에 집이 하나둘씩 있고 그 앞에 헤이롤들이 말려져 있고 감자밭이며 (거기 감자가 유명합니다.) 천천히 운전하며 돌았는데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에요.
저희 남편과 저는 나이들어 여기서 살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 곳입니다.
원글님, 참 글 잘 쓰시네요.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31. 그리고
'08.12.13 2:04 AM (24.203.xxx.172)원글님 아이디만 봐도 걍 알겠습니다. 재밌어요!!
32. 저는
'08.12.13 4:06 AM (207.215.xxx.221)그야말로 오래전에 빨강머리 앤을 읽었습니다
'신지식' 번역의 손바닥만한 책들이었죠
그 책들을 사고, 참지 못해 버스에서 펼쳐보며 행복해 했던 어린시절의 제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일본번역본을 다시 번역해서 명칭들이 지금과 조금 다릅니다
앤 샤아리, 마슈, 마리라, 다이아나, 아봔리마을....^^
앤의 쌍둥이 딸 중, 다이가 친구에게 상처받았을때, 막내딸 리라가 전쟁중에 겪는 일들.....
우리 딸한테 인생의 지혜가 되라고 많이 얘기해주곤 했습니다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던 앤.....
저는 소녀시절의 앤보다 엄마로서의 앤이 더 마음에 듭니다33. 헐헐
'08.12.13 6:15 AM (67.85.xxx.211)위의 저는님,
신지식 번역의 앤을 보셨군요. 저도 그책 봤답니다.
손바닥만 하고 한페이지가 아래위로 나뉘어 세로로 씌여진 책.
제 어머니가 60이신데, 어머니가 여학교때 부터
출판될 때마다 한권씩 사신 책이래요.
그당시에 다 출판될 때까지 몇년이 걸려서
저희 것은 한 질이 책 나온 출판사가 다르답니다.
저희집엔 신지식선생님의 책이 몇권 더 있었어요.
감이 익을 무렵, 하얀길....같은 청소년 소설.
제 어머니로 부터 물려받아 본 책을 만나니 너무 반갑습니다.^^;;34. 꿍
'08.12.13 10:42 AM (220.76.xxx.36)전 프린스 에드워드섬도 가보고 싶지만(위엣분 너무 부럽네요 ㅜㅜ) 앤이랑 길버트가 결혼해서 사는 그 항구마을;-이름이 기억안납니다끄응-에 너무너무 가보고 싶어요. 전 8권읽다가 말았나? 그랬는데 앤아들이 전쟁나간거까진 알았는데 죽었군요(아 스포 ㅜㅜ).
어릴때는 1권내용(만화까지의내용)만 알다가 대학가서 장편으로 읽고서는 처음으로 충격받았던부분이 어릴때 그 하얗고 예쁘던 영혼을 나눈 친구 다이애나가 아기 낳았던 장면이였어요-_-. 너무너무 예쁘고 착한 소녀였던 다이아나가 애엄마가 되다니...의 충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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