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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100 조회수 : 529
작성일 : 2008-12-07 16:21:39
[한겨레] [매거진 esc]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Q 유부남과의 비밀스러운 연애, 고통스럽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이라 더 괴로워요



사람은 함부로 남 얘길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요. 바로 제 얘기입니다. 전 삼십대 초반 여태껏 반듯이 잘 살아온 직장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유부남과 연애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유부남과 연애하는 여자들 보면 흥분하며 욕하던 제가 지금 딱 그 꼴입니다. 예, 저도 정신나간 그 여자들처럼 감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겠습니다. 저 연애 초짜 아닙니다. 그런데 이토록 저와 잘 맞는 상대를 만난 건 난생처음입니다. 마음을 잡으려 다른 남자(물론 싱글남)들을 소개받기도 했지만 눈에도 안 찹니다.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고통스럽다가도 언제 또 이런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 황홀하기도 합니다. 가족 얘기를 잘 안 하는 그입니다만 와이프랑은 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자기 아이만큼은 무척 예뻐하는 것 같더군요. 질투 납니다. 그의 아이를 내가 데려다가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상상마저…(생략).

A 미안하지만 긴 사연 제가 생략했습니다.

이참에 한번 중간정리하려면 지면이 좀 필요하잖아요. 거두절미하고 지난 십여년간 주변에서 목격한 모든 유부남-싱글녀 연애사건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일반론부터 말씀드립니다.

l

여자가 어느 정도 나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괜찮은 남자들은 다 결혼해 있다. l 남이 100명 있으면 그중 95명은 바람 피워 본 적 있다. l 대부분은 당시 마누라를 사랑했었다. 다만 섹스는 하고 싶지 않을 뿐. l 한데 하고 싶지 않아도 마누라와 하긴 하고 있었다. l 아, 물론 그 마누라하고도 한때는 열렬한 사랑을 통해 결혼한 사이다. l 남자들은 마누라한테 돌아간다. 괜찮은 남자일수록 더 빨리. l 한번 유부남하고 연애하면 그다음에 또 유부남이 걸리기 쉬워진다. 연애는 습성이니까.

 
  정말이지, 그 나이대에 유부남이 꼬이는 건 당연합니다. 주변엔 찌질이 싱글남만 남아 당황할 시기이고, 유부남은 겉으로는 방어처럼 기름 잘잘 올랐어도 이래저래 속으론 싱숭생숭하니까 나 아직 쓸만한 놈인지 확인하고 싶은 거죠. 연애는 '어른들의 장래 희망'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미인 마누라를 둔 유부남이면 태생적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누라의 미모가 빛을 잃어가면 또다른 아름다움을 본능적으로 찾겠지요. 그들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사랑을 듬뿍 표현해줄 겁니다.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엔 없으니까. 집에선 마누라 허벅지 베고 누워 "바람? 누가? 난 그런 일 절대 읎어"라고 딴청 피울망정, 애인에겐 "아내랑 요새 안 좋다" "사실상 별거 중이다" "걍 사는 거지, 감정 없다" "나 몇년만 기다려줘" 심지어 "내 아이가 너를 잘 따랐으면 좋겠다" 하며 말 나온 김에 마누라 빼닮은 아들 사진 보여주며 너스레를 늘어놓습니다. 이런 갓뎀!

  물론 지고지순한 유부남도 있습니다. 계산이 없어 보여 드라마틱하기까지. 원래도 안쓰러운 스타일인데 당신에게 푹 빠진 그 남자는 더 안쓰러워 당신이 '자진 불륜 신청'해서 그를 지켜주고자 합니다. 알리바이도 먼저 알아서 챙겨 줍니다. 그는 항상 당신에게 미안해하지요. "왜 나 같은 놈 만나 가지고…." 귀엽게 토라지기도 합니다. "내가 너를 잡을 권리는 없어" "너 시간 낭비 말고 좋은 남자 만나" 그리고 당신의 젖무덤에 얼굴을 파묻으며 "너랑 살고 싶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가족 얘기는 최대한 안 합니다. 반복하지만, 미안하니깐요. 우연히 훔쳐본 그의 지갑 속 아내는 참 인상 굿입니다. 이렇게 안 만났더라면 참 친한 언니·동생 사이로 지냈을 터.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죠. 처자식이 있는 사람 일부러 골라 좋아한 게 아니고 좋아하다 보니 어쩌다가 처자식이 있던 것뿐." 맞아요. 누가 누굴 욕합니까. 그 누구의 감정도 금지된 욕망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주변에 널린 그렇고 그런 불륜들도 사실 그들에겐 진지한 사랑이란 말입니다. '어차피 불륜'도 '소 핫'인데 이게 순애보 '삘'이면 완전 인생을 통째로 건 드라마가 되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납니다. 애초부터 베이스가 대등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거짓말을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애인을 두며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삼켜내야 합니다. 마음은 구멍난 치즈처럼 좀먹힐 겁니다. 그가 앞으로 이별의 열쇠를 당신에게 넘길 일도 분통 터집니다. 상처 주고 싶지 않고 창창한 미래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지만 자기 손 더럽히는 것도 싫다는 거죠. 남자만 웃깁니까? 여자도 덩달아 웃겨져요. 사랑하는 남자에겐 입 뻥끗 하나 못하고 애먼 마누라에게 여자 대 여자로서 미움을 키웁니다. 요지는 단물 빼 먹는 맹랑한 악녀보다, 휘둘리며 답답해할 헛똑똑이가 이 게임에선 대다수라는 겁니다.

  왜 제멋대로 휘둘리냐고요? 극소수지만 마누라를 버리는 남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러면 믿게 되지요. 왜냐, 본인들의 사랑은 특별하니까. 이게 사람 환장하게 만듭니다. 막말로 눈 까뒤집히면 인간, 얼마든지 이혼하고 재혼합니다.
그러니 나를 사랑한다는 그 남자가 맘먹으면 할 수 있는데 그걸 안 해주니 납득이 안 되고, 그 희망 고문과 총체적 결핍감이 그녀들에게 살아 있는 생지옥을 안겨주는 것이죠. 지금은 '사랑'이 '고통'보다 크거나 같아서 유지가 되겠지만 곧 그 저울은 '고통'에 더 무게가 실릴 겁니다. 결단의 순간, 그렇게 찾아옵니다. 그리고 (다행히) 깨닫겠지요. '너 죽고 나 죽자' 따위는 없고 고통스런 연애는 오로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으로 최종 마무리된다는 유일한 현실을.
IP : 152.99.xxx.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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