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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교사의 글입니다. 펌.. 교사는 이래야하는 거 아닌가요?

전교조교사 조회수 : 790
작성일 : 2008-12-07 14:53:41

저는 전교조 교사입니다
(서프라이즈 / 지니샘 / 2008-12-06)




선생님 이름이 인터넷에 떴어요.


퇴근하는데 한 아이가 나를 보고 달려와서 말합니다.

"선생님 이름이 인터넷에 떴어요."
"그래? 왜?"
"전교조 선생님들 명단이라는데요."
"그렇구나."
아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은 제가 전교조인 줄 알고 있습니다. 어딜 가나 저는 전교조임을 밝힙니다. 떳떳하고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문제가 있어 저 자신도 비판하곤 하지만 '참교육'이라는 큰 뜻에 동의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가면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전교조라고 인터넷에 밝혀진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명단공개는 분명히 불법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명단을 공개한 그들과 지금 댓글로 찌질대는 분들의 개인정보를 조사해서 또라이 집단이라고 규정하면서 직업과 이름을 공개한다면 어떨까요? 예. 불법입니다. 그들이 그런 짓을 한 것입니다.



1. 한 집단을 이적단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명예훼손)
2. 개인의 동의 없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개인정보 보호법)



저는 6학년을 주로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라고 가르칩니다. 그들의 행동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러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으면 됩니다. 이렇게 6학년 아이들도 이해하는 간단한 사회적 규칙도 이해를 못하면서 '떳떳하다면서 왜 공개를 못하냐?'고 하시는 분들은 6학년 사회책부터 다시 공부하실 것을 권합니다. 이미 저는 충분히 제 의사에 따라 공개하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저의 의사와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공개한 것이 불법이라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이래도 이해 못하면 6학년 우리 반 아이보다 수준이 딸리는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저는 교포 교사입니다.


저는 이렇게까지 비난받고 지탄받는 전교조 교사이자 교포 교사입니다. 교포 교사가 뭔지 궁금하시죠? 교감-교장 포기 교사의 약자입니다. 교육계에서의 승진 구조는 평교사 - 부장교사 - (장학사) - 교감 - 교장 - (장학관) 대충 이렇습니다. 교감-교장이 교사를 평가하고 그것이 승진 점수가 됩니다. 당연히 전교조 교사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한 후배가 저에게 묻더군요.
"선배는 왜 전교조해요? 교장-교감이 되지도 못하는데?"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교사가 된 거지. 교장-교감이 되기 위해 교사가 된 건 아니야."





제가 전교조 교사로서 미움받게 된 사건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아래 사례는 제가 강남 지역에 살 때 경험한 것이고, 지금 강북에 살면서는 경험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제가 있는 학교에는 전교조 선생님이 25명 정도 되거든요(이번에 명단에는 8명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1.
"어이 정 선생. 나중에 자식 결혼할 때 말이야, 그래도 교감, 교장 정도는 되야지 위신이 서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식으로 저를 유혹합니다만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자식 결혼식장에서의 저의 위신 때문에 저의 뜻을 저버리지는 않습니다."
저는 싸가지 없는 선생이 됩니다.



2.
"정 선생. 스카우트하면 부모님과 업체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거 다 알고 있어. 나도 스카우트 꽤 했었다고."
"교감 선생님. 저는 출장비 외에 따로 받는 돈은 절대로 없습니다. 저에게 돈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또다시 교감-교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교사가 됩니다. 전 학교에서 돈과 향응을 요구하는 교감-교장 선생님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었습니다. 저에게는 안 통하니까 어머니들을 불러서 직접 요구하기도 했었습니다.



3.
"정 선생. 이번에 결혼할 때 교장, 교감 선생님께 인사드려요."
"예. 당연히 인사드려야죠."
"내 말을 잘 이해 못한 것 같은데....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경조사에 다니려면 돈을 얼마나 많이 써야 하겠나? 그러니까 인사드릴 때 고맙다고 뜻으로...... 뭔 말인지 알지?"
당연히 돈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예의 없는 교사가 되었고 그 보복으로 사수한 꼬투리를 잡아서 저를 엄청 괴롭히셨죠. 사실 이런 식의 관행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4.
급식업체를 선정하는데, 몇 군데를 답사하고 왔습니다. 교장이 미는 업체의 수준은 심각할 정도로 열악했습니다만 교장은 적극적으로 밀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결국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교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교장이 미는 업체를 떨어뜨리고 객관적으로 우수한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이번에는 학교운영을 방해하는 교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만 이만 정리합니다. 제가 학교를 옮길 때 따라붙은 꼬리표는 '개XX'입니다. 처음에는 교감-교장 선생님께서 저를 많이 경계하셨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옮겨서 5학년을 맡았는데, 나중에 부장님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정선생이 5학년이라고 해서 다른 부장들이 힘들겠다고 걱정을 해줬었어요. 나중에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어요."
한 학기 지날 때쯤 이런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정 선생 소문으로 듣던 거와는 다르네라고 하더군요.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왜 강남에 있던 학교에서는 '개XX'였는데, 강북에 있는 학교에서는 열심히 하는 교사가 되었을까요? 학교 민주화 정도의 차이입니다. 물론 전교조 선생님들 중에도 잘 못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교조 교사라면 기본적으로 승진을 포기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전교조의 방침 중 하나인 '촌지'도 거부합니다(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제 주위에서 전교조 교사 중에 촌지받는 분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에 가서 깜짝 놀란 것은 군대 못지 않게 권위적인 조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비민주적인 학교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전교조 선생님들입니다. 저는 그 분들의 연수와 저서를 통해 공부했고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전교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전교조 교사만 훌륭한 교사라는 말이냐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전교조가 아닌 선생님들 중에도 함께 공부하고 존경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 전교조 선생님들 중에도 아닌 분도 있겠지요. 제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전교조 교사라는 이유로 비난받기 때문에 전교조 교사로서 항변을 하고 싶어서 입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학년 초 4쪽 내외의 학부모 편지를 씁니다. 거기에 어떠한 선물도 받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학부모 총회 때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런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학년 초 학부모 편지에 밝혔듯 저는 어떤 선물도 받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분한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항상 감사드리며 제게 맡겨진 아이들에게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그랬듯 더욱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공개가 불법적이긴 하지만 도리어 열심히 하는 것과 함께 학교의 부조리한 면을 개선하기 위해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힘이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제는 퇴근 길에 이름도 모르는 옆 반 아이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잠시 눈이 마주쳤다가 그 아이가 씨익~ 하고 미소 짓더군요. 저도 씨익~ 미소 지었습니다. 그 미소가 너무 아름답고 따뜻하더군요.



오래 오래 선생님을 하면서 그 아이들이 더 많이 미소지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주변에서 들리는 중징계 소식, 6.15 실천단 선생님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재판 소식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합니다. 교직에서 오래 오래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며칠 전 새벽,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고 패러디해 본 시를 한 편 올리며 이만 마칩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두 점, 열 점, 백 점, 천 점......
그 이상의 부끄러움이 있지만.


그래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아이들이 미소지을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밤은 깊지만 멀리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서울 우이초 교사 정유진 드림

홈페이지 : http://yujin.ba.ro

교육활동보기 : http://iswing3.cafe24.com/zbxe/classstory/1578

ⓒ 지니샘



IP : 121.145.xxx.18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평안과 평화
    '08.12.7 3:01 PM (58.121.xxx.166)

    다른 건 몰라도
    돈 받지 않는 교사,---- 대환영입니다.
    어떤 촌지도 받지않는 교사,

    이건 칭찬받아야 할 일이 아니며
    교사의 기본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교사의 기본이어야 합니다.

    도대체 거지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왜 돈을 받습니까???
    왜 그걸 당연히 여기는지,
    어떻게 요구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 2. .
    '08.12.7 3:02 PM (220.122.xxx.155)

    정말 훌륭한 사람이네요. 제 아이도 저런 선생님을 만날 행운이 있을지...
    제 아이가 내년에 들어갈 학교엔 몇 몇선생님이 엄마들 학교 찾아오지마라 하시며 학부모 동원하는거 싫어하시는분 몇 분 계시다고는 들었는데.... 전교조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듭니다.

  • 3.
    '08.12.7 3:32 PM (211.212.xxx.91)

    눈물이 나다...뜨거운 눈물이...정유진 선생님...화이팅
    사견으로 초등교육에는 촌지와 더불어 체벌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저학년에는 어떤 경우든 체벌은 막아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 4. 제 가슴도
    '08.12.7 4:24 PM (118.223.xxx.41)

    따뜻해져 옵니다.
    저런 전교조 선생님들이
    우리 교육 현실에 깊게 뿌리내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5. 좋은 선생님
    '08.12.7 5:13 PM (61.253.xxx.159)

    정유진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많이 계셨으면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 하겠지요?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 6. 감사합니다.
    '08.12.7 5:42 PM (113.10.xxx.21)

    정유진 선생님처럼 좋은 분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 7. 고맙습니다.
    '08.12.7 6:00 PM (116.39.xxx.140)

    제 자녀가 아직 취학연령은 아닙니다만,
    후에 정유진 선생님같은 분을 한 분이라도 은사로 모실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제 아이의 선생님이 아니실지라도 ...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지금처럼 반듯하게 아이들을 잘 가르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8. ㅎㅎ
    '08.12.7 9:29 PM (124.49.xxx.249)

    정유진 선생님 글을 82에서도 보게 되다니..
    그런데 좋은 선생님들 많이 계셔요.
    솔직히 정말 나쁜 선생님을 한 번도 못 겪어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학생때에도 엉덩이에 뿔난 못된 친구들은 많이 봤어요.
    물론 나쁜 선생님도 있겠죠.
    그러나 비율적으로 보면 좋은 선생님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냥 제 학생때 경험이나
    우리 아이들 선생님 겪으면서나..

  • 9. 구름이
    '08.12.7 10:15 PM (147.47.xxx.131)

    교총 소속들은 대부분 교감 교장을 하지요. 그들이 떳덧할까요?
    나는 아니라고 봅니다. 세상의 모든 더러움에 물들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지요. "너만 잘났냐?" 하구요..

  • 10. *^____^*
    '08.12.7 11:51 PM (61.98.xxx.124)

    그럼, 지켜주세요.
    싸잡아서 욕하지 마시고...
    이 분과 같은 류의 선생님들 요즘 정말 많이 힘드세요..

  • 11. 은석형맘
    '08.12.8 12:03 AM (203.142.xxx.73)

    이런 선생님을 만날 행운이...우리 아이들에게도 있을까요.........
    공개된 명단을 보고 찾아가야 하나요.......

  • 12. 고1때 담임쌤
    '08.12.8 11:28 AM (118.176.xxx.205)

    저는 학창시절에서 젤로 생각나는 선생님이
    2분계십니다.
    한분은 국민학교시절 6학년 담임쌤이시고
    또 한분은 고등학교1학년때 담임쌤이십니다.

    내나이 39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것
    초6때 엄마가 소풍에 촌지봉투를 주셨어요.
    울 남동생이 초4이였는데 울 동생을 어찌나 힘들게 하는지
    저도 그런꼴 당할까봐 억지로 (당신은 챙피해서 못주고 애매한 저에게 시켰죠)
    소풍가방에 담아 주셨는데
    제가 밍그적거리다 드렸는데 울 담임쌤이 엄마 다시 갖다드리라고해서
    무서운 엄마 얼굴 생각나 드리지도 못하고 옷장에 넣어두었다가
    담임쌤이 전화해서 담부터 봉투보내지 말아달라고 하셔서 엄마돌려드렸어요.

    고1때 담임쌤이요....
    제가 고3때인가 전교조가 생겼습니다.
    같은 재단의 신생학교로 발령나서 가셨는데 (원래 실력은 인정받으셨거든요)
    전교조 단체행동도 하시다가
    그때 그야말로 짤리셨죠.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많이 나는 분들입니다.

    우리의 아이가 살고 있는 세상에요
    촌지와 상관없이 선생님을 대하고
    왜곡된 역사관없는 선생님을 만날수 있을까요?
    참 걱정스럽습니다.

    인지상정이란말 있지요?
    사람이 하나를 받으면 뭔가 하나라도 해주거나
    반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지요.
    어떻게 울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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