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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위로 좀 해주세요....

넋두리 조회수 : 1,381
작성일 : 2008-12-03 11:29:39
친정아빠, 올해 칠순이십니다.

일흔 노인네가 ... 이 겨울에 아직도 일하십니다.

연세가 드셨어도, 운동삼아 소일거리로 일 하면 좋지요.

그런데, 운동삼아 소일거리로 하시는 일이 아닌 공사장 일을 하십니다.

노가다..라고도 하고, 막노동이라고도 하지요.

아빠가 열다섯살 쯤인가 더 어린 나이였던가..아뭏든 그 쯤  되셨을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이젠 이만큼 키워놓았으니 니가 날 먹여살려라..."

하시면서 일에서 손을 놓으셨데요..

미군부대에서 심부름도 하시고...이일저일 하시다가 배움 짧은 아빠가 손에 익힌 기술은

미장일 이셨고, 평생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열심히 사시면서 자식들 공부시켜주셨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친정엄마... 저 아주 어렸을 적 부터 무척 밖으로 도셨어요.

학교에 다녀와서 집에 엄마가 계시면 너무 의아할 정도로

그렇다고 일을 하신 건 아니었고, 그저 친구가 좋고 사람이 좋고... 늘 밖으로만 도셨지요.

넷이나 되는 자식들 키우고 공부시키며 아둥바둥 돈 모아 아빠가 땅 좀 사두면

아빠 몰래 엄마가 팔아먹고, 계하다 날리고, 전세금도 아빠가 지방 현장에 가신 동안

아빠 몰래 월세로 돌려놓고, 월세도 못내서, 월세보증금 다 까먹었을 때, 집주인이 찾아와서

당장 집 비우라고 큰소리치고... 쫓겨나다시피 한 겨울에 이사나온 적도 있었네요.

그런 과정에서 아무리 순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그리고 늘 엄마 등살에 눌려살던 아빠지만

다툼도 있었고, 언성이 높아진 적도 있었지요.

그래서인지...아님 풍족하게 해주지 못한 원망인지, 오빠들 둘은 늘 아빠 탓을 하고 아빨 원망하고...

마흔이 넘고, 마흔이 낼모레인 나이에도, 제대로 아빠 대접 해주지 않으면서 늘 무시하고 윽박지르죠.

평생 해온 고된 일로 허리며 어깨며, 무릎이며...안 아픈데 없이 아픈 몸으로

그래도 다달이 내는 월세랑 각종 공과금은 밀리지 않고 내야하신다고,

먹는 거 입는 거야 줄이고 안해도 그만이지만, 낼 돈은 제날짜에 내야한다며

일거리만 있으면 마다않고 가시는 아빠...

그나마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많이 불러주지도 않는데, 그리고 기력이 달려서 많이 일하시지도 못하고

한달에...기껏...며칠...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늘 빠듯하게 사시네요.

그나이 되도록 결혼도 안하고...못한거라 해야 맞겠지요...반백수로 지내는 두 아들은

집에 하다못해 치약이 떨어져도 사다놓을 줄 모르고

되려...칠순 노인에가 힘들게 벌어온 돈에서...가끔...만원 이만원...용돈 타간답니다....ㅜㅜ

정말 다 쓰러져가는 집.... 화장실도 밖에 있는....

월세 30만원씩 내고... 계시지 마시고, 저희집으로 오셔서 지내시라고 해도

한사코 안 오시네요.

애들 둘 키우며, 빠듯하게 사는 딸네 집에, 시어른 모시고 사는 딸한테

당신이라는 짐까지 보태주기 싫으신 거죠....ㅜㅜ

신랑 월급 250... 애 둘키우면서, 제 옷은 옥션 지마켓에서 3900원 4900원짜리 사입으면서

악착같이 적금 부었던 거.... 돌아가신 엄마 갑자기 쓰러시셔서, 병원에 게신 동안

병원비로 다 쏟아붓고, 그것도 모자라 얼마 안되는 결혼예물이며, 애들 돌반지며 죄다 팔아 쏟아붓고

결국은 카드론까지 써서...병원비 냈었습니다.

아무리 머리속을 뒤져봐도, 엄마와 좋았던 기억은 없는데,

저 고3올라가던 겨울 방학에 집에 있는 통장이랑 적금통장이랑 돈될만한 건 모두 싸들고 나가

연락두절되었다가, 저 결혼하기 직전에 다시 나타나 "너 시집가면 니가 끔찍히 여기는 니아부지

홀아비 신세 되는 거 아니냐...내가 있어야 밥이라도 끓여주고 옷이랃 깨끗이 빨아 입혀야

니가 편하게 결혼해서 살거 아니냐"며 되려 큰소리 치던 엄마라, 맺힌 것도 많고 원망도 많은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인지라..그렇게 빚까지 져가면서 병원배 댔지만, 결국 돌아가셨지요.

빠듯한 살림에...병원비때문에 생긴 빚 매달 조금씩 갚느라...

아빠한테 매달 이십만원 정도 보내드립니다.

그나마 그걸로... 밥 먹고 사신다고... 고마워하시고, 미안해하시지요.

하나 도움 안되고...아빠 알기를 정말 뭘로 아는 두 아들 때문에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지 않는 남보다도 못한 아들 둘 때문에

정부에서 어떤 혜택이나 지원도 못받는 아빠...

가끔 반찬 해서 가져다드리고, 매달 꼴난 20만원 쥐어드리는 딸한테

그리고 사위한테 너무너무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아빠가...

한쪽눈이 안 보이신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백내장과 녹내장을 같이 앓고 게셨던 줄은 알았지만..

결국 한쪽눈이 안 보이고 남은 한쪽 시력도 아주 흐릿하시다네요..

그 눈으로, 그 몸으로...이 추위에 일하고 돌아와 반찬 없는 밥 대충 챙겨드시며

얼마나..삶이 고단하고 힘드실지...

전화통화하다가 우연찮게 "꽃게 좀 실컷~ 쪄서 먹어봤으면 좋겠다..." 하시다가

아차 싶으셨던지, "에이.. 근데 그노무거 발라먹기도 힘들고 뭐 먹을 거 있냐...."

하시고는 혹여 딸한테 부담될까... 얼른 말 돌리시며 무안해하시는 아빠...

월급날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지갑에 남은 돈은...얼마 안되..

그 말을 애써 못들은 척 하는 저....

이제 날도 추워지고 일거리도 없을 거 같다고,

봄이나 되야 일거리가 좀 있을런지 어쩔런지 모르겠는데

당신이 그때까지 그나마 일할 기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월세 못내 끝내 길거리로 나앉더라도... 해준 것 없이 혼자 잘 커준 딸한테 신세지는 일은

안하고 싶으시다고, 그게 애비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이라고....ㅜㅜ

평생...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노년은 너무 가엾기만한 아빠도...

빠듯하게 사느라... 아빠한테 더 많이 도와드리지 못하는 저도...

가진게 없는게... 죄는....죄인가봅니다.....

ㅠㅠ
IP : 218.39.xxx.175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식이라고
    '08.12.3 11:36 AM (218.147.xxx.115)

    너무 고이 키운것도 잘못이랍니다.
    장성한 아들 둘이 백수로 지내며 아버지 푼돈까지 갉아먹어 대는데
    한심하네요.

    건강하시면 일 하는 거 안타깝게만 볼 일은 아니어요.
    기술 있으셔서 그 기술 이용해 일 하시는 거 보람이지요.
    다만, 아들들이 문제네요.

    그렇기 되기 전에 니들 힘으로 살아보라 강하게 내치면서 배우게
    했어야 하는데
    자식이라서~ 안타까움에 싸고 돌면 결국 자식을 망치는 일이지요.

  • 2. ....
    '08.12.3 11:44 AM (211.187.xxx.53)

    고단하신 아버지의 삶을 그렇게 이해하는 님이라도 계셔 참 다행이십니다 .
    남편분도 착한 분이신가봅니다 .그냥 ...위로만 드립니다 힘내세요

  • 3. 기도할게요
    '08.12.3 11:45 AM (124.58.xxx.192)

    제가 위로해드리고 싶지만 뭐라 할말이 없이 가슴이 막막하네요.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친정 생각하면 마음이 어찌나 쓰려지는지... 저 또한 그렇거든요.

    기도할게요. 마음 따뜻해지시라고요...

  • 4. 맘이 아프네요..
    '08.12.3 11:56 AM (122.37.xxx.16)

    안그런 부모들도 많지만 왜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자식을 위해 평생을 고생을 해야 할까요..
    저도 자식을 낳고 보니 부모 맘 너무 이해하고 헤아리지만 정말 님의 글 읽고 맘이 아프네요..
    아버지가 더이상 고생 안하셨음 좋겠는데 철없는 두 아들이 그러고 있는 이상 고생을 계속
    하실듯 합니다..참 속상하네요..

  • 5. 가슴이......
    '08.12.3 12:05 PM (116.127.xxx.232)

    너무 아파요.
    저도 위에 친정 일 땜에 넋두리 썼는데..
    저희는 아빠가 원글님 어머님처럼 그러세요..ㅠㅠ
    근데 전 정말 약과네요..
    원글님과 아버님..오래도록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음 좋겠어요...

  • 6. 좋은 따님 두신 아
    '08.12.3 12:19 PM (68.4.xxx.111)

    아프지 않으시고 이 겨울을 나시고 계신것으로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시고요.

    그래도 맘 이해해주는 따님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따님도 아버지도 복받으시기를......

  • 7. 그렘린
    '08.12.3 12:24 PM (218.239.xxx.108)

    그래도 아버님은 이런 따님이 계시니까 살아가시는 걸꺼에요.
    원글님 너무 효녀시네요.

  • 8. mimi
    '08.12.3 12:26 PM (211.179.xxx.245)

    이집은 또 드물게 아빠,엄마의 모습이 적당히 바뀌어있는거같네요....그래서 더 님이 맘아프고 속상하고 하시겠어요...음..일단 아버님 병원비정도만이라도 받을수있는 실비보험이라도 드시는건 어떨까요? 나중에 병원비 나가는거 생각하면 한달에 몇만원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될꺼같고요...
    희생하는사람은 원래 끝까지 끝도없이 희생만해야하고 그런거같아요...
    그래도 님처럼 착한딸 두시고 착하게딸 키우신것만도 만족하고 계실꺼에요...
    그리고 집은 음...돈이좀 들겠지만...화장실만이라도 목욕탕하고 화장실하고 같이있는거 집에 공사하시는게 어떨까요?
    집전체다 새로짓거나 이사하거나하는건 너무 비용이 많이 들수있고...그래도 목욕탕 화장실만이라도 춥지않게 편하게 사용해야 식구들가고 손주들가고할때도 편하지않겠어요?
    님한테는 정말 어찌보면 엄마보다 더한 아빠신거같네요....아버지마져 지금같이 자식들위해서 지키고 희생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를일이고요...
    마음이라도 말만이라도 자주 안부전해드리고 잘해드리세요...님도그렇고 아버님도 그렇고 건강하고 행복하셨음좋겠네요

  • 9. 원글님
    '08.12.3 12:30 PM (58.126.xxx.245)

    정말 효녀세요.
    저같으면 그저 친정부모가 짐처럼 느껴질텐데
    그렇게나 아빠 마음을 헤아리고 마음아파하시다니....
    막 부끄러워집니다.
    원글님 아버님도 원글님 그 마음 잘 아시고 원글님땜에 기운내서 살아가실 거예요.
    지금은 맘 아프고 힘드시지만 언젠가는 다 원글님에게 공덕으로 돌아갈거라 생각합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선업을 쌓고 계시는군요.
    오늘 저도 혼자계신 친정엄마한테 좀더 신경써야 겠다 생각하게 되네요.

  • 10. 토닥토닥
    '08.12.3 12:58 PM (211.225.xxx.188)

    누구한테 얘기도 못하실텐데,, 여기서라도 푸셨으니,,
    마음의 짐 한짐 내려놓으세요..
    참,,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사람 따로 있다고
    같은 가족이지만,,
    님~ 기운내세요...

  • 11. ㅠㅠ
    '08.12.3 1:11 PM (61.251.xxx.232)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
    뭐라 위로도 못드리겠고, 그저 힘내세요..원글님도 건강 꼭 챙기시구요..

  • 12. ㅜㅠ;;
    '08.12.3 3:31 PM (125.186.xxx.3)

    제가라도 꽃게 보내드리고 싶어요...정말로요.
    부디 힘내세요 ㅠㅠ 그래도 아버님은 원글님이 계셔서 정말 큰 힘이 되실 거에요...

  • 13. 원글이...
    '08.12.3 8:03 PM (218.39.xxx.175)

    정말... 어느 누구한테도...제대로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
    너무 답답하고 답답해서 여기서라도 풀어놓았는데..
    두서없는 글에 마음 느껴지는 따뜻한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해요.....ㅠㅠ

  • 14. 가슴아파요
    '08.12.3 8:30 PM (69.153.xxx.42)

    꽃게 소리에 눈물이 납니다.
    저희 친정아버님도 꽃게 좋아하시는데
    엊그제 생신에도 못 가본 불효녀입니다.

    효녀인 원글님 형편이 나아지도록 , 멀리서나마 기도드려요... 힘 내세요!

  • 15. 원글님도
    '08.12.3 9:53 PM (125.190.xxx.5)

    남편분도 타고난 효자,효녀시네요..
    존경스러워요..
    부니 앞으로 생활이 활짝 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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