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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주저리 주저리......

파란노트 조회수 : 459
작성일 : 2008-10-22 13:44:44
(아래 구름이님이 올리신 글에 댓글로 달려다보니 내용도 길어지고
쓰다보니 시간도 많이 흘러 단독글로 올리려 합니다.
사실 제가 너무 좀 지나쳤나 싶어 회원탈퇴를 했더랬는데,
키톡땜시 부득불 재가입했다 습관적으로 들렀다 이리저리 주저리 글을 남깁니다.
그냥 주저리 주저리니 너무 머무르려 하지는 마세요.)


이야기 하나:

조심조심님께서 지적하신 바대로
인문학의 죽음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는 데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뭐 굳이 인문학이 뭐냐를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의 죽음은 그 것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지요.
자연과학, 쉽게 말해 이공계에 대한 홀대의 근저에도 인문학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합니다.
학문을 당장의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라는 저열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사회에 무엇을 기대한단 말입니까?
얼마 전 시사매거진 2580에서의 서울대 이상묵 교수의 인터뷰가 시사하는 바가 크더군요.
현 한국의 자연과학에 대한 투자의 근원에는
Greed and Fear가 있다구요. 탐욕과 공포!
최소 10년도 아니고 당장의 탐욕과 공포에 따른 일시적인 접근법만 난무한다고!
심지어 뻥(이 교수 왈)만 잘치면 특정 부문에 대한 연구를 수주하는 게 현실이라고!
마지막이 압권이었습니다.
외국에선 법대, 의대는 전액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반면, 이공대는 조건에 맞는 학생에게는 전액장학금을 지급한다.
그 구별기준이란 게 전자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고, 후자는 공익을 위한 것이기에라는 데서는 뜨악.....

흔히들 IT분야는 이공계 전공자의 영역이라 여기지만,
실제 현장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바는 영 딴판입니다.
거기엔 그 무엇보다도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고요.
사실 외국의 경우 Computer Science는 Liberal Arts에 속한다고 하는군요.
하긴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학문적 연관성과는 전혀 관계없이 단과대학이 나뉘어졌던 게 비일비재했었으니까요.
뭐 학생을 많이 뽑아서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게 주 목적이었지
상아탑으로서의 대학 본연의 목적을 구현하려는 건 뒷전이었을테지요.

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는 게 저만의 생각일까요?
현 정권이야 아예 과기부와 정보통신부를 아예 없애버렸으니
비판 자체를 한다는 것이 의미없겠지요.
그렇지만 전임 정권 역시 그 책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지금도 진행중인 금융위기 상황을 보면서
예의 한국 경제의 펀더팬털을 다시금 살펴볼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습니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우리가 살아날 길은 역시나 예의 신성장 동력을 찾아나가야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신성장 동력이란 이야기가 자꾸 구성장동력처럼 들리는 건 저만의 환청은 아니라 봅니다.
들어도 들어도 너무나 많이 들었던 이야기니까요.
심형래가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 많던 신지식은들은 다 어디갔고, 그 정책들은 또 어디로?

이상묵 교수가 그러더군요.
(과학정책을 한국은 공무원이 결정하지만) 미국은 원로과학자들이 결정한다고.......
공무원(과학에선 비전문가)이 결정하는 사회에서 오직 필요한건 Lobby 뿐이겠지요.
많은 정권에서 작은 정부니 큰 정부니 말이 많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공무원 사회의 인력축소니, 시스템 개혁이니를 떠난
그것보다 더 큰 그림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무원 사회 일각만을 바라보는 건 이미나 지쳤으니까요.

사실 철밥통인 관료사회는 바뀐적도 없고 바뀔려 하지도 않지 않습니까?
시민단체 혹은 민주주의 투쟁 출신 장관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 구조가 바뀌리라 보는 건
유아적 사고 아닌가요?
인물 하나 바꾸고 하는 지랄들 떨지 말고 시스템을 바꾸라구요!
그게 정부조직법을 바꾸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몇 개 부 몇 개 처 몇 개 원....
그런다고 공무원들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전문적인 부분은 그 해당 기관에서 담당하고 공무원은 그것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정말 안되나요?



이야기 둘: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왜 인문학이 죽어나갔는 지 그 원인을 같이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대학생들이라고 상아탑 안에서 고결한 정신수양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고 한다면,
그들 역시 사회 전체의 분위기와 흐름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사회적 흐름의 변화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요.
인문학의 위기가 회자되고,
대학생들이 탈이념화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무관심해지고 있다는 탄식이 흘러나온 건
그런 전체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나서도 조금 후의 이야기고요.
그게 아마 YS때부터 이야기되었던 것 같고, 본격적으로는 DJ 집권 이후라 여겨집니다.
갈수록 사회전체가 보수화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지요.
혹자는 민주화의 완성이지 뭔 보수화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군요.

특정 세력은 잃어버린 10년(?)을 좌파 정권 치하로 규정하지만,
그 실내용을 보면 철저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중도 우파적 성향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파시즘 치하에서 이루어진 민주-반민주 구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쉽게 민주주의의 완성이니 뭐니 했지만,
가장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이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물론 지금의 현 집권세력은 말로만 비즈니스 프렌들리이지
지지기반이나 그 정책들로만 보면 파시즘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습니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극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10년 동안의 이른바 민주세력의 집권 기간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정당이 그 꽃을 핀 기간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역설적이면서도 정치경제학적으로는 당연한 사실일 겁니다.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이번 촛불 건으로 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대학 공간에서 조금 의식있는 친구들이 극좌로 치우친 느낌이 있더군요.
트로츠키즘은, 그 정치경제학적 옳고 그름을 떠나,
극우가 판을 치거나 범 스탈린주의(마오이즘, 주체사상 등등)가 대세인 곳에서 득세를 하는 경향을 보이더군요.

극우, 중도 우파, 그리고 극좌(영향력은 미미하지만, 그리고 실상 극좌가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예는 전무하죠)라는
정치지형에서
중도 좌파, (진정한 의미에서의) 좌파의 행보는 조금은 답답해 보이는 군요.
이번 현대자동차의 표결 결과야말로 현재의 정치지형이 이럴 수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에
정확한 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몇 해전 신자유주의의 핵인 미국에서도 팀스터가 이루어냈던 것을
한 때 전세게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추앙을 받았던 한국에서 세번 연속 부결이라......

이런 일련의 흐름을 두고 대학생 만을 탓하는 것은 너무 지엽적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입니다.



이야기 셋:



그리고 마지막으로 촛불소녀들에 거는 희망 부분에 대해서도
욕을 먹을 각오로 염려스러운 걱정을 늘어놓으려 합니다.

뭐 제가 만난 친구들이야 대체적으로 그랬지만, 혹여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었을 터이니
지금부터 제가 할 이야기 역시 귀납법이 가지는 근본적인 오류를 안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후배로 들어온 전교조 세대들과의 교통에 전 무첫이나 애를 먹었습니다.
나름의 결론을 지우고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구요.
저 역시 동일한 시스템에서 사육되었던 사람이었지만,
열려고 하는 마음과 이미 닫힌 마음 사이에 놓인 간극이란 너무나 멀더군요.

꽉막힌 틀 속에서 하나의 밝은 빛으로 느껴졌을 그 사실(?)에 대한 집착을 털어내기엔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토론에 있어 기본적인 자세는
어떤 현상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그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올바름을 펼쳐나가는 겁니다.
따라서 상대도 그에 맞게 대응할 때 건강한 토론이 이루어지겠지요.
그런데 이런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항상 이런 말이 나왔지요.
'그렇지만......',  '그런데.......',  '우리 선생님은 그러지 않으셨는데.......'.  '왠지.......'  '딱히 뭐라 할 수는......' 등등

제가 나쁜 선배였는지는 몰라도 결론적으로 전교조 세대 후배들과는 좋은 결말을 보지 못했습니다.
순수해마지 않아 보였던 선생님과는 달리
극히 목적적이고 지극히 의식적인 선배들과의 간격을 극복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정치의 과잉과 그것을 받쳐주어야 할 논리가 부재한 사회의 단면이라고나 할까요?

저 역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담배를 피운다는, 여자라는 이유로 공개적인 공간에서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자란 세대라서....
그것에 누누이 맞서 싸웠다고 나름 자긍심을 가지지만......


물론 저 역시 당시의 사회 흐름에 따른 것인지는 몰라도
은사라고 할 수 있는 분을 스승으로 모시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교장한테 멱살잡이까지 하면서 학생 편에 서시려는 선생도 있으셨고,
역사에 있어서도 기존 교과서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가려진 역사도 짚어주시고,
중용의 미덕으로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하시려 한 선생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했던 개인적이자 역사적 경험이 이번엔 제대로 거꾸로가 될 듯합니다.

무뇌아 선배에 개념 후배!!!!!

아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유교적 질서가 뼈속 깊이 남아있는 이 곳 한국에서
선후배 간에 권력구도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까요?
게다가 앞서 말씀드렸듯 사회전체적인 우경화 분위기에 직격탄은 맞은 대학사회라면......


그런데.........
그럼에도 마지않고.............
그 무엇보다도.....................................

20~30대를 보수화 시킨 그 어떤 정신이 없고,.
그 근원이 어떤 경제적 이유에 근원하는 것이라면.....
그 근원적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십년을 희생해야 한다면.....
뉴라이트가 창궐하는 게 단지 우연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아고라에서 보여지는 준 스킨헤족의 출현 임박 신호는...........
이러한 흐름에 미래를 잃어버린 많은 젊은이들이 동조하고 함께 하는 건
여러 나라에서 이미 보아온 것인 바........




결국 널뛰기식 결론일지는 몰라도,
우리 촛불소녀들이 그 고운 마음을 계속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건
우리 세대의 남은 책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전교조 관련이야기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묶어서 생각해 주시면 감사 ^-^)







IP : 96.250.xxx.24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구름이
    '08.10.22 1:53 PM (147.46.xxx.168)

    생각이 깊은 글이네요.
    같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진보, 실증적인 진보가 아쉽지요. 제가 보기에 불행히도
    지금은 제대로 된 진보도 없은 세상인것도 맞습니다.
    공부도 현실도 모두 거리가 먼 진보...
    이념과 비판만 있는 진보....

    이제 바꾸어 나가야지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 2. 하바나
    '08.10.22 2:16 PM (116.42.xxx.253)

    요는 얼마나 대중과 연대하고 호흡할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에 보수는 자본의 환상으로서 대중의 시선을 잡았지만 진보는
    결국 이념으로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예전부터 이런말이 있었지요
    "진보는 분열로서 망하고 보수는 돈으로 망한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보수는 돈으로 망하지 않고 진보는 분열로서 망하니
    갈길 잃은 서민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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