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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법'을 환영한다. 단, 언론의 왜곡 오보부터 처벌하라--조기숙 교수 글

펌쟁이 조회수 : 1,187
작성일 : 2008-10-14 05:32:13
'최진실법'을 환영한다. 단, 언론의 왜곡 오보부터 처벌하라
(카페 '마법에 걸린 나라' / 조기숙 / 2008-10-09)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렇게도 빨리 국민들의 요구에 반응하고 신속한 대책을 세운 적이 있었던가?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다. 최진실 씨의 자살을 계기로 여당이 인터넷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규제하는 '최진실법'을 만든다니 말이다.

인터넷이 진보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이제 나이 든 보수들도 웬만하면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고 알바들도 끔찍하게 많이 설쳐댄다. 그들의 악플 솜씨는 이미 임수경 씨 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댓글로 처벌당한 사람들이 증명한 바 있다. 조동문 악플놀이의 먹잇감이 되어온 나로서는 '최진실법'만큼이나 반가운 소식도 없다.

하지만, 인터넷은 안 보면 그만이다. 왜 어청수 청장은 구태여 자신에 관한 댓글을 읽어가며 자괴감을 느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경찰청장이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인가 아니면 그렇게 시간이 많은가? 평화적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도 인터넷에서 칭찬받기를 기대했다는 말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엄청남 팬 부대를 건드린 사람도 인터넷에서는 덕담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은 데도 말이다.

정작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인터넷 댓글이 아니라 외면할 수 없는 종이신문의 언어폭력이었다. 청와대를 떠난 지 1년이 넘어서도 종이신문의 인신공격은 계속되었다. 몇 개월간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살다시피 해서 요즘은 좀 뜸해졌지만, 정치학도로서 그들을 비판했던 나에 대한 정치보복은 정말로 악질적이었다. 게다가 약간의 진실의 미끼를 던져가며 얼마나 왜곡,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일삼는지 우리 가족까지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오죽하면 모든 사람이 내가 안티조선운동 한 줄 알아"하며 불평을 했더니 남편이 놀라서 묻는다.

"여보, 안티조선운동 하지 않았어?"

"내가 부정적인 것 싫어하는 것 몰라? 참언모운동 한다고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잖아."

함께 사는 식구가 이 정도니 대다수의 국민은 신문에 나오면 모든 걸 진실인양 철썩 같이 믿는다. 십수 년 간 나를 알아온 사람도 기사 하나에 "조 교수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고개를 돌린다.

생전 농담으로라도 거짓말 한 번 못하고 살아온 사람에게 조선일보는 "조 수석 거짓말"이라는 헤드라인을 대문짝만 하게 1면 탑으로 올렸다. 친구들이 혹시라도 남편 인사청탁이라도 할까 봐 동창회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동창회에서 "아침에 눈만 뜨면 조선일보를 어떻게 죽일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월간조선과 조선닷컴은 보도했다. 다른 포털들은 쓰레기 기사인 줄 알고 아예 올려주지도 않았지만, 야후만 이 기사를 올려놓았고 다음 날 아침 무려 5천 개의 댓글이 달려 조회 수 1등을 자랑하고 있었다.

강사, 교수 생활 20년이 다되도록 휴강 한 번 안 해 본 나를 동아일보는 수업 빼먹고 MB 후보시절 후보 따라 해외출장 다니는 폴리페서들과 싸잡아서 동급으로 취급했다. 10여 년 전에 학교에 가다 뇌진탕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 CT 촬영만 하고는 오후에 수업을 했다. 이마가 터져 눈두덩이 새빨갛게 충혈되었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학교에 갔던 것이다. 뇌진탕 후유증으로 한 달간 어지럼증을 앓아 흔들리는 버스를 타지 못해 일산부터 신촌까지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도 한 번도 휴강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을 MB 따라다니는 폴리페서와 같은 급으로 취급하기 위해 동아일보는 내가 인수위에 있었다는 오보까지 했다.

"유권자가 합리적"이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책을 몇 권이나 낸 사람에게 '국민모독' 프레임을 덧씌우지를 않나… 있지도 않은 소문을 만들어내 사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조상까지 파헤쳐 부관참시를 한 치사한 언론이다.

그들이 성실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 내고 인격 살인을 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댓글과 뭐가 다른가?

물론 다른 점이 있다. 매우 다르다. 인터넷 댓글이 송곳을 쥐고 흔든다면 그들은 포크레인으로 한 인간의 생과 인격을 송두리째 깔아뭉갠다는 것이다. 인터넷 댓글은 피해자가 신고하면 처벌을 받지만, 언론은 언론중재위에서 직권조정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정에서 해보자는 배짱이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법의 처벌로부터도 자유롭다. 오죽하면 변호사가 그들과 소송을 '해보나 마나'라고 말리겠는가. 이들 언론은 번데기 파동, 만두 파동으로 회사를 망하게 하고 사람을 죽이고서도 최고 2천만 원 손해배상이 최고라고 한다.

청와대 근무 시절 나도 극단적인 생각을 자주 했었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막혀 있어 아무리 진실을 소리치고 외쳐도 굴절되어 괴물로 투영되는 상황에서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니었다면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최진실 씨의 죽음을 접하고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오죽하면 아이를 두고 엄마가 그런 선택을 했을지 너무 가슴이 아팠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내가 더 힘들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그들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느라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번 글을 쓰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 것도 그때의 힘든 기억이 떠올라 글을 쓰기 어려웠다.

내가 그들과 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비겁해서도 자신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들과 소송을 하다 보면 내가 망가져 버릴 것 같았다. 나를 위해, 아니 내 아이들을 위해 소송보다는 역사의 증인으로 남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뻐서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가 너무 소중해 언론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제약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쭉~ 조동문의 악행을 증언하고 또 증언할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칠 것이다.

"그들이 인터넷 악플보다 뭐가 더 나은가?"

그들에게 언론의 자유가 있다면 그들보다 양심적인 네티즌도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 조동문 잡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되듯이, 악플러를 잡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한나라당은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하기에 앞서 인터넷보다 백배 천배 더 큰 해악을 끼치는 언론의 왜곡보도, 오보부터 처벌하는 법을 만들라.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에 기대 '아니면 말고' 식 폭로하는 것도 처벌하라. 쓰레기 소설을 양산하는 월간지를 폐간시키는 법을 만들라. 그러면 나도 기꺼이 '최진실법'을 환영할 것이다.


※ 출처 - http://cafe.naver.com/chomagic/657



IP : 218.156.xxx.22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홍이
    '08.10.14 10:03 AM (219.255.xxx.59)

    말씀 시원시원하게 옳은 말씀만하시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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