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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막내며느리 조회수 : 784
작성일 : 2008-09-16 23:46:32
찢어지게 가난한 집으로 시집 와 10년..
제 복인지..무난한 시부모님 만나 사랑 받고 살았답니다.
본인들이 경제력 없어 저희에게 부양받는 일을 언제나 미안해하던 아버님이 촛불처럼 조용히 떠나신 후
2년이 지나 이번에는 어머님께서 쓰러지셔서 뇌졸중..병원 몇 군데를 거쳐 결국 요양원에 모신지 1년..
이번 추석에도 요양원에 가서 어머님을 뵙는데..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의 후처로..(전처는 사별) 30년을 사셨습니다.
그 동안 능력 없는 시아버님 대신 하숙 치시면서 전처 아들들과 딸들도 키워내시고 출가시키시고..
어머님이 직접 낳은 아들이 저희 남편이고, 어머님이 직접 낳은 따님도 있답니다.
그래도 전혀 차별 없이 키우셨답니다. 이야기를 듣자니 전처 소생 딸 시집보낼 때는 금반지 해 보내고
당신이 낳으신 딸 시집보낼 때는 홑이불만 해서 보냈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다들 10여년 살다 간 본부인보다 30년 사신 저희 어머님이 본부인이라고 하셨구요.

아버님 생전에는 명절 때라도 드문드문 오시던 전처 아들과 딸들(제게는 아주버님, 손윗형님이지요)은
아버님 돌아가시자, 어머님 댁에 발을 끊고
어머님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이제 요양원 침대에 여생을 맡겼는데
누구 하나 와 보지를 않습니다.
어머님의 배신감이 얼마나 크실까..말 못하는 어머님 눈을 맞추고 있기가 어찌나 슬픈지..

하긴 아버님 생전에도 잘 오지 않던 분들..
명절날에는 막내며느리인 제가 일을 하고 있으면
형님들 중 2명은 안 오시고, 그래도 착한 형님 한 분이 오셔서 일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어느 명절날 풍경은요..
언제나 남편과 딸만 보내던 둘째 형님, 그 때도 본인은 몸이 피곤하다고 안 오시면서..
기르던 강아지 밥 주기 귀찮다고 강아지까지 딸려서 저희 시댁에 보낸 사건입니다.(전화 한 통 없이)
자기 엄마 대신 온 대학생 조카딸이 손톱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그 강아지 끌어안고 부엌에서 노닥거리는데
그 좁은 부엌에서 개털 날릴까봐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요.
이 형님의 두뇌구조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래도 아무 말 못 하시고 늘 미안해하시던 우리 어머님 아버님..정말 순하신 분들이었죠.

명절 때마다 오시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1년에 한 번이라도 들러 얼굴 보여주시면
비록 사지는 마비되었어도 정신 멀쩡하신 우리 어머님 얼마나 기쁘실까요.
어머님이 너무 가엾어요.
그나마 본인이 낳으신 따님이 근처 요양원 알아봐서 모시고 거의 매일 찾아가서 대화해 드리고 돌봐 드린답니다.
멀리사는 저는 불량며느리..가슴만 아파요.

누군가 재혼해서 전실자식 키운다고 하면
전 도시락 싸들고 말릴래요. 절대 그러지 말라고..
어머님..죄송해요..

IP : 211.109.xxx.12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9.16 11:55 PM (211.178.xxx.148)

    가슴아픕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 많이 하세요.

  • 2. d
    '08.9.16 11:58 PM (211.117.xxx.148)

    안타깝지만

    그쪽 전처 자식들도 마음속으로 서운한것이 맺혔나봅니다
    하기사
    내가 낳은 친자식도 친부모에게 서운한것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전실 자식들은 왜 안그러겠습니까
    숙명이네요
    잘해드리세요,,,

  • 3. .....
    '08.9.17 6:54 AM (211.117.xxx.125)

    원래 좋은 기억은 쉽게 잊혀지고 나쁜 기억만 오래 가는 법이랍니다.
    님 어머님이 잘해주셨어도, 전처 자식들은 서운한 기억만 끌어안고 살았을겁니다.
    그래도 당신 아들, 딸이 잘하시니 어머님 복받으신거예요.

  • 4. g
    '08.9.17 9:11 AM (210.122.xxx.177)

    저희 아빠도 님 남편님과 같은 케이스 이신데
    공부도 하고 싶다는 대로 다 시켜주고(옛날에는 그랬죠.. 똑똑하다고 학교 갈수 있는게
    아니었다죠) 했더니 결혼하고 다들 모른척 살더군요. 할아버지 돌아가시기도 전부터.
    근데 돌아가시고 나니 아빠가 일궈드린 할아버지 살림들 달라고 생떼를 - -;;
    (조부모님과 사시면서 아빠가 엄마에게 공무원 쥐꼬리 월급 한번도 주신적 없었다네요.
    할아버님 터전 다져주시느라)
    거기다 더 황당한건 그쪽 집들이 다들 자식들이 잘되서 잘 사는편인데
    아빠의 동생들이 잘 산다고 그쪽편 들어준다는거죠.
    무뚝뚝하시지만 평~생 할머니 시집살이 견뎌가며 돌봐드린 저희 엄마는
    할머니 사시는 집안정리 깨끗이 안해드린다고 욕이나 얻고,
    (저희 엄마가 제가 봐도 정리에는 잼뱅이세요. 지금 친정 살림도 제가 가서
    정리해 드리거든요. 안해드릴려고 그러신게 아니라는거죠.)
    모두들 할머니 안스럽다고 모셔가서는 한달 이상을 못모시고 다시 모셔다 놓으시곤 했죠.
    돈과 명예 앞에서는 핏줄도 아무 소용없더이다.

    그래도 시어머니께서 착한 며느리 만나 마음 한쪽이 행복하실 거에요.
    복 많이 많이 받으실거에요.
    그런 사람들은 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아요.
    그런걸 배은망덕하다고 하는거죠.

  • 5. 전실
    '08.9.17 1:51 PM (59.27.xxx.133)

    자식들의 배은망덕이란...
    제가 원글님과 같은 처지네요... 그래도 전실자식들이 원글님 괴롭히지는 않잖아요...
    그걸 낙으로 삼으시고... 시부모님도 착하고 예쁜 며느리에게 효도 받으시면서 행복하실꺼에요...
    제 경우는 전실자식들이 이간질을 일삼고, 게다가 돈까지 시시때때로 해달라고...
    그래도 끝까지 좋은 소리는 커녕... 시어머님은 아버님 봉양하다가 결국은 암으로 일찍 가셨네요..
    지금은 꼴도 보기 싫고... 연락 끊고 지내요...
    만약에 결혼 전에 시댁의 복잡한 가족관계를 알았다면 절대로 결혼 안했을꺼에요...
    정말 머리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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