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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 관한 두게의 글

mb의망상 조회수 : 467
작성일 : 2008-08-26 10:56:27
[박경철의 눈]‘두바이의 비극’


지금 우리나라 기업이 이들 나라에 과도하게 뛰어드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자원부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빠지면 내수의 취약성 탓에 위기가 크게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랜드 펜윅’은 포도 농사를 주로 짓는 인구 수천 명의 작은 섬나라다. 그리고 이 나라의 선조가 예전에 미국을 침공해 평화조약의 대가로 ‘와인 맛 껌’을 생산하는 회사의 주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국에 금연 열풍이 불고, 그 덕분에 껌 회사의 이익이 급증했다. 그래서 이 약소국 ‘그랜드 팬윅’에는 갑자기 껌 회사에서 어마어마한 배당금이 쏟아져들어왔다. 첫해에 100만 달러, 다음 해에 1000만 달러,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 해에는 더 많은 배당금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펜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 흥청망청 파티와 축제만 즐기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이에 이 나라를 통치하던 현명한 대공녀는 이 돈을 모두 날려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백성들에게 이 배당금을 미국의 주식에 투자해서 더 큰 돈을 벌자고 설득한 다음, 배당금을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부실한 철도회사에 투자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공녀가 이 주식을 사자마자 이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한다. 대공녀는 도리 없이 그 돈을 다른 최악의 주식에 투자하지만, 이번에도 그 돈을 날리기는커녕 그 주식이 폭등하면서 돈은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다. 결국 그녀는 월가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풍자한 것이지만, 실제 이 풍자에는 ‘네덜란드인의 비극’이라고 불리는 경제 현상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실제로 영국은 북해 유전이 발견된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증하고 이후 외환위기를 맞았으며, 네덜란드는 천연가스전을 발견한 이후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즉 일과 노력으로 번 돈이 아닌 급작스러운 행운은 필연적으로 불운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두바이의 변신도 바로 이런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지도자의 판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천연자원에 의존한 나라들은 제조업이 약화되고, 광업에 지나치게 집중된 투자는 생산성의 후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을 간파한 두바이의 신화도 머지않아 큰 실패가 예고되어 있다. 아무리 두바이가 금융과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려 해도, 열사의 나라 중동은 관광으로 승부하기에는 기후가 너무나 열악하고, 사막에 만든 인공 구조물을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이 일부러 두바이를 찾을 리는 없으며, 중동의 정세 불안은 두바이를 금융허브로 만드는 데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이는 두바이의 성장은 넘치는 오일 달러가 만들어낸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두바이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70%가 외국인 근로자인 상황에서, 두바이는 비싼 기름을 퍼낸 돈으로 외국계 건설사와 노동자의 주머니만 불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러시아, 브라질과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그 점에서 지금 우리나라 기업이 이들 나라에 과도하게 뛰어드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자원부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빠지면 내수의 취약성 탓에 위기가 크게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두바이 투자로 각광을 받던 모 중견 건설사의 모호한 행보는 이미 그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조만간 경제학 용어 중에 ‘두바이의 비극’이라는 새로운 조어가 등장하게 될지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http://blog.naver.com/donodonsu.do/



도올고함(孤喊)] 두바이에서 이 대통령께



나는 지금 이 글을 두바이에서 쓰고 있습니다. 환상의 팜트리 인공섬 다리 위에서 세계에서 제일 비싼 7성급 호텔이라는 눈부시게 하얀 돛단배 형상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을 바라보면서 문득 대통령 생각을 했습니다. 참 기묘했어요.

나는 스무 날 가까이 인류문명의 발원지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인류문명의 시원이 나일강변의 이집트문명을 제외하면 모두 아시아대륙에 있습니다. 그중 황하문명이나 갠지스·인더스강문명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또 비근한 정보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사이의 메소포타미아와 그에 인접한 비옥한 초승달(Fertile Crescent), 그리고 지중해 동부 연안의 레반트(Levant) 지역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도 없습니다.

서구문명의 시원을 기껏해야 그레코·로만문명으로 보는 시각은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양철학사도 희랍의 고전철학에서 출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희랍고문명의 물리적 모습이 그보다 자그마치 2000년을 앞선 이집트문명 앞에서 너무도 초라하게 보입니다. 희랍문명은 서구문명의 시원이 아니라, 시원의 말류에 불과합니다. 그 이전에 존재했던 페니키아, 히타이트,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아카드, 수메르 등등의 찬란한 모습을 직시하게 되면 희랍고전철학이 이러한 고문명의 성취를 집약시킨 사유의 결정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우리가 서구문명의 시원을 그레코·로만으로 보는 것은 기독교문명 때문입니다. 로마제국이 기독교의 유일신관을 이념적 토대로 하여 부활의 계기로 삼았고, 그 로마문명이 헬레니즘 영향권 속에서 성립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레코·로만을 종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기독교의 종주일 뿐이지 인류문명의 중추는 아닙니다.

나는 요번에 애마 부세팔로스를 탄 청년 알렉산더가 헬레니즘의 대제국을 건설하기 이전의 고문명들을 집중적으로 탐방했습니다. 코스모폴리스 이전의 폴리스들의 찬란한 모습은, 인간과 인간이 지어내는 문명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외경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저는 아랍에미리트가 세계 제8대 불가사의라고 자부하는 또 하나의 사막 폴리스 두바이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찬란한 고문명들의 폐허와 22세기에는 또 하나의 폐허로 남을 수도 있는 두바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우리 문명의 미래상이 결코 이러한 문명들의 진로를 밟을 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 문명들은 매우 현란한 모습을 지녔지만 아주 단순한 젖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오아시스)이 있고, 도로, 농경지, 방어적 입지가 보장되고 전제적 왕명이 있으면 사막에도 곧 신기루처럼 대도시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도시들은 지질 변화로 물만 없어져도 신기루처럼 네크로폴리스(죽음의 도시)가 되고 맙니다. 밖에서는 40도의 열기, 안에서는 20도 이하의 에어컨 바람에 시달려야 하는 이 완벽한 인위의 사막도시, 두바이에 세계의 검은돈과 벤처가들의 마지막 베팅의 로맨스가 모여든다 한들, 이 문명 모델은 결코 영화의 지속적 젖줄을 확보할 길이 없습니다.

저녁에 역사의 질감이 서린, 예술가들의 손때가 묻은 카페 하나를 찾아볼 길 없고, 변변한 대학이나 박물관 하나 없고, 더욱이 이런 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자체 교육재원이 부족한 이러한 두바이가 영속적으로 살아남을 길은 막막합니다. 우리는 두바이에서 장사를 잘해야 하지만 두바이를 우리 문명의 모델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막의 문명들은 영화와 단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박한 삶일지언정 지속과 문명의 다원적, 입체적 생명원천을 확보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번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죠. 당신이 대운하 구상을 통해 경제대통령의 화려한 꿈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아니 믿고 있다면, 왜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대운하를 반대하고 있는지, 그 국민들의 함성에 담긴 천의(天意)를 한 번만이라도 깊게 숙고해 주시오. 국민들은 당신이 그러한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을 초월하는, 그러니까 두바이의 패러다임조차 뛰어넘는 새롭고도 영속적인 시의(時宜)를 제시해 줄 것을 원하고 있소.

오늘 두바이 선창가에서 어느 후배를 만나 당신 이야기를 했더니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 어찌할 수 없는 시운”이라고 말하고 말더군요. 그러나 당신의 천운을 칭송한다 하더라도, 그 대권의 천운이 가난에 시달렸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야학에 나가 봉사하곤 했던 진솔한 이명박의 모습보다 더 위대한 운세를 당신에게 가져다 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돛단배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데 1만5000달러 든다는데, 우리 국민은 경제타령은 할지언정, 오순도순 초가삼간에서 솜이불 덮고 화롯불을 끼고 숙면하는 하룻밤을 더 사랑할 수도 있소. 번쩍이는 이불 덮고 눈을 뜨니 1만5000달러? 글쎄올시다.

당신은 지금 자신의 천운을 창출해 준 시운의 요청에 너무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를 뽑아준 국민에게 뭔가 확실한 것을 물리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단시간 내에 화끈하게! 그 단시간의 화끈한 처방이 토목공사일 수는 없습니다. 조지 W 부시와 친근하게 쾌활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제스처를 쓸 수 있다면 동시에 김정일과도 악수를 하는 호방한 여백을 보여주어야만 당신은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실리는 다원적 전략과 추상적 지혜에서 얻어집니다. 대미동맹만큼은 한국은 유례없이 충실한 우방의 자세를 견지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과도하게 미·일 일변도에 매달리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일제 청산도 가치를 바르게 정립하자는 것뿐입니다. 인물을 증오하는 것이 될 수는 없겠죠. 모든 것을 혼동하지 말고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십시오. 할 말은 너무도 많소.

우리는 문명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너무 다르오. 그러나 이 서생의 간언에 한 번이라도 충심의 귀를 기울인다면 당신은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되리라고 확신하오. 천국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미 와 있소. 안녕.

글=도올 김용옥 기자, 사진=임진권 기자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02&Total_ID=3132411

IP : 59.12.xxx.18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구름
    '08.8.26 11:05 AM (147.46.xxx.168)

    도올선생이 나이 들어서 그런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치기가 많이 보였는데 요즘은 철학과 사고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 2. 전에는..
    '08.8.26 11:16 AM (125.137.xxx.245)

    도올 별로 안좋아했어요. 요즘은 막 좋아지고 있어요.*^^*

  • 3. mb의망상
    '08.8.26 11:25 AM (59.12.xxx.187)

    보는 눈들이 변한건지도 모르죠

  • 4. 은덕
    '08.8.26 11:26 AM (211.178.xxx.178)

    전 대학 때 한참 좋아했다가 대화(? )- 김우중과 도올간의 대담형식으로 씌여진 책, 독점 자본가와 철학자와의 대화가 가능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서스리-이후 멀어졌습니다.
    요사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고요.
    우리 사회에서 오해받고 있는 대표적인 글쟁이를 뽑으라면 전 도올 김용옥과 소설가 장정일을 뽑습니다. 참으로 건전한 민주 시민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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