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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정치얘기 하면 안되나요?

답답 조회수 : 496
작성일 : 2008-08-22 15:32:13
어제 친구 둘이 저희집에서 자고 갔습니다.
하나는 초6,중2의 아들을 데리고 왔고
또 하나는 초6 아들을...
저는 애가 없구요.

두 세달에 한번씩 만나는 친구인데
쇠고기 사태 이후엔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어서 그냥 그렇게 지냈습니다.

이번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데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안 놀고 어른들 이야기에 자꾸 끼어 들더라구요.
내가 애가 없어서 그런지 좀 못마땅 했습니다.
졸린눈으로 어른들 이야기에 자꾸 끼어 들길래 들어가 자랬더니
안들어가고 버티더군요..
그러다 배고프다고 싸가지고 온 짐속에서 넝심 큰사발을 하나씩 꺼내서 물부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심히 못 마땅했지만 그거 먹는 애 앉혀놓고 말하기 뭐해 암말 안하고 있다가
이얘기 저얘기 끝에 이명박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입처럼 욕을 하더군요..
놀란건 애들도 막 욕을 하는거예요. 나쁜넘이라고..
이이들한테 왜 나쁜넘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쁜넘이라고...

여기서 제가 자연스럽게 조중동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친구 하나는 동아를 보다가 끊었고(남편이 시켜서)
하나는 중앙을 보다가 조선으로 바꿨다고..뜨아.....
아마도 상품권과 자전거때문에 보기 시작한걸로 보였습니다.말은 안했지만.
이명박은 미워 하면서 조중동은 보고..
조중동 보면서 이상한 기사를 쓴다고 하면서 농심을 먹고..

제가 물었습니다.
이명박을 싫어하면 욕만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그랬더니 친구 아들넘 하나가 눈을 치켜 뜨면서
`그럼 촛불집회에 나가란말이예욧!!`
그럽디다..
휴....

너희들이 이명박을  싫어 한다면서 말만 싫어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는거 뭐에가 있느냐..
이제부터 너희들이 할수 있는걸 알려주마 그러고..
왜 조중동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
왜 농심라면이나 롯데 과자를 먹으면 안되는지
왜 가전을 삼성거 사지 말아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대강~~~
너무 자세히 들어가면 거부감부터 들까봐서리...ㅜㅜ

근데 요대목서 제가 속상한건요.
친구 하나가 아이들에게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린애들에게 정치이야기하면 어렸을때부터 국가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새겨진다면서
자기 엄마도 어렸을땐 그런얘기 못하게 했다고...

제가 그랬습니다.
나도 얼마전까지 정치는 정치가들만 하는거고
나랑 상관없는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소고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는 생활의 일부이며
따로 떼어 생각할수 없는 부분이란걸 깨달았다 라구요.

친구가 요대목서 아이들에게 너네는 들어가 자라..
그러더군요.
저도 더이상 이야기 안했습니다.
참 마지막으로 요말은 했네요.
그냥 아무거나 먹고 아무거나 마시면
너희들이 엄마 나이가 되었을때쯤 지금보다 더 힘든세상이 될지도 몰라......라구요.

제가 아이가 없어서 일까요?
이해가 안됩니다.
아이들이 전혀 관심이 없는것도 아니고
이명박이 싫다면서 왜 나쁜지 설명은 안해주고 놔둬야 합니까?
이명박이 싫다면서 조중동은 보고 넝심과 롯데는 그냥 아이들에게 사주고..

친구들이 저보고 갑자기 운동권이 됐냐면서 변했다고 하데요.
물론 나쁘게 이야기한게 아니라 저의 모습을 좀 낯설어 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저 솔직히 87학번인데 그시절 데모한번 안했습니다.
세상에 관심도 없었고,
오래 공직생활하신 아버지에세 상당히 세뇌당한 구석도 있었구요.
지금 생각하면 좀 챙피한 일이긴 해요.

오늘 친구가 떠나기전에 어제 남긴 넝심라면을 먹으면서
한이이가 그러더군요,
`앗 농심을 먹었네? 롯데 음료수도...`

그건 어짜피 산거니까 괜찮구, 앞으론 안 사먹으면 돼 라고 했는데...

솔직히 가는 친구들 붙들어 놓고 한 이틀쯤 하고싶은말 실컷 해주고 싶었습니다.
일단 교회다니면서도 명바귀를 무지 싫어하는 친구니 조금만 설명해주면 생각이 확 바뀔텐데..

이메가의 지지율이 바닥이네 어쩌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실제 생활은 어떤지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명바귀는 싫은데 생활은 예전처럼 아무 생각없이 하고요..

이런 날 보고 남편은 이상하답니다.
왜 친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근데 어쩝니까 이미 세상은 이렇게 변했는데..
나도 전처럼 시집흉, 남편흉만 보면서 살고파요.
정치이야기도 안하구요.
IP : 220.70.xxx.11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돼지네
    '08.8.22 3:39 PM (203.170.xxx.144)

    정치 이야기를 왜 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요.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배웠던) 그리스 시대는 (노예제와 여성하대만 빼고) 모든 시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생활과 정치가 떨어지지 않았던 시대였습니다. 대중사회가 되면서 생활과 정치가 분리되고 말초적 쾌락적 감각에 의존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이웃이 자신과 어떻게 연결되어 살아가는 지를 잊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옆에 살고 있던 순한 아저씨가 정규직에서 어느날 비정규직으로 떨어지고 그래서 못견뎌 치킨집을 열었다가 망하는 것이 과연 정치와 무관할까요? 그래서 그집 아이들이 부모의 가정불화를 못이겨 가출하는 것이 과연 정치와 무관한 일상의 일일까요. 문제는 우리가 그 연결망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거지요. 보고자 노력한다면 보입니다. 저희 아이들도 국회의원은 모두 도둑놈이야~ 라고 해서 사실 걱정도 많이 되지만 현실정치가 부정적이라고 해서 정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모두 부정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럴 수록 이득 보는 것은 '그들'이겠지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모두 가르칩시다. 그리고 꿈을 줍시다.

  • 2. ..
    '08.8.22 3:40 PM (121.166.xxx.176)

    토닥토닥.. 속상하고 불편한 심정 이해되어요. 무관심한 사람들은 시국이야 어떻든 잘들 사는데.. 애쓰셨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님 같은 분들 때문에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정치에 무관심 하면 제일 좋아라 하는 부류가 정치 장사꾼들이랍니다. 자기들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민화 정책을 쓰는 것이구요. 하지만 이제 많은 분들이 이렇게 나서고 계시니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깨림찍하고 억울한 맘 푸시고 기운내셔요.

  • 3. 명박추방
    '08.8.22 3:43 PM (121.151.xxx.149)

    저는 두아이가 중고생인데 울아이들은 어릴적부터 그런저런이야기들을 했어요 그렇다고 꼭 이렇게해라가 아니라 아이들 수준에 맞게 현실에대해서 말하는것이지요
    통일에대한이야기든가 근현대사에대한 이야기 역사이야기등등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하나하나 알아가는것같아요
    저는 정치가 당연 아이들도 관심가지고 살아야할것들이기에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말로는그러면서 행동안하는사람들이많죠
    아직 뼈저리게 몰라서 그런것이니 하나하나 설명해주세요

  • 4. 풀빵
    '08.8.22 3:57 PM (121.162.xxx.111)

    막연히 나쁜놈 소리하게 두는 것보다 어떤 점이 나쁜지 설명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안 하나 봐요.

  • 5.
    '08.8.22 4:03 PM (59.6.xxx.84)

    정확하게 알면서 자라는 것이 더 사고를 키우지 않을까요?
    저는 님이 하신 일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해요.(이쁘세요)
    저도 님처럼 할려고 노력해요. 약소하나마.....

  • 6. 글쎄요
    '08.8.22 4:18 PM (222.109.xxx.207)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들 부모가 원치 않는다면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 부모생각이 일단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못마땅하셔도 어쩌겠어요.
    그리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실만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건 나쁜지 않지만, 요즘 현실이 좀 그렇잖아요. 아무리 중립적으로 얘기하려고 해도 정부나 정치인들 하는 짓이 욕 들어 먹을 일 뿐이니...그런 부정적인 얘기를 애들한테 일부러 자꾸 해줄 필요는 없다고 봐요.
    과거의 역사,통일,근현대사에 대한 사실을 얘기 해주는 것과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나의 시각"을 얘기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겠죠.

  • 7. 아꼬
    '08.8.22 4:33 PM (221.140.xxx.106)

    예전같으면 정치애기는 피하는 편이 좋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아이들 둘인데 애기하고요 아이가 초등이라 어린데 일본만화 도라에몽에 깊이 빠져있을 때 정신을 지배당하는 게 지금의 식민지화라고 애기도 잘 안듣길래 독립군 처형된 사진까지 확 보여줘 버렸네요. 아이가 울면서 이제 다시는 안보겟다고 햇고 지금껏 지켜지고 있지요. 쫌 신하게 모난 엄마이지만 개념없이 사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인간사가 열엽편주라면 적어도 내가 어디로 흘러가는 지는 알고 살아야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님, 너무 속상해 하지마세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찍 성장하고 내주변을 모르는 아이들은 자기안의 좁은 세계속에서 작은 일에 부대끼며 사는 협소한 인간으로 박에 살수없을 겝니다. 위로드려요

  • 8. 노을빵
    '08.8.22 4:40 PM (211.236.xxx.26)

    왜 농심이나 조선일보 얘기가 정치얘기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사람입니다.
    우리 생활이잖아요
    제 주변에도 이멍박욕은 하면서, 집회도 나가려 하지않고 ,나가는 저를 말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사람들이 이해가 안갑니다.
    입으로만 욕하고 있으면 세상이 바뀌나요 ..참 답답합니다.

  • 9. 부모대로
    '08.8.22 4:48 PM (218.55.xxx.222)

    내노라하는 특목고 1년 아이 엄마입니다.
    애가 어릴 때부터 남편이랑 늘 정치얘기했는데 의미없이 듣더니 탄핵 집회(2004년) 때 같이데리고 나갔더니 신문을 보기 시작하더라구요.
    물론 헤드라인만보고 아주 관심있는 것만 기사까지.

    논술이나 국어 관련 학원 보낸적 전혀 없구요.
    중3 3월에 특목 학원에 보냈습니다.
    영,수는 약한데 국어, 사회 잘 하더군요. 덕분에 작년에 합격했구요.

    학교의 국어수업은 거의 토론인데 모두들 똑 부러진다고 감탄한다네요.
    -중3 겨울방학 때 논술 학원에서 글쓰기 했는데 아주 잘했다고 저의 아이 원고를 복사해 학원생들에게 돌렸답니다.-
    광우병, 촛불, 종부세, 영어 공용화 모두 토론 주제였는데
    학급 학생들이 반반이랍니다. 진보와 보수가.
    그리고 집에서 보는 신문에 따라 확연이 다르다고 합니다.

    스페셜이나 다큐 프로 자주 보구요.
    논리성이 떨어지면 제대로 반박할 줄 압니다.

    정치 얘기하는 것 반대는 안합니다.
    아이들에게 얘기할 때 절대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면,
    나중에 면접이나 논술의 화법, 논법은 스스로 터득한다고 봅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토론 주제가 될만한 기사 나오면
    "엄마, 아빠 우리 토론해봐요"라고 까지 합니다.

  • 10. 하바넬라
    '08.8.22 11:03 PM (218.50.xxx.39)

    저희는 뭐 아이들이 먼저 끄내는데요 수입대상업체도 큰 아이가 5월2일날 제 폰에 먼저 보냈구요
    아이들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되면 신문 읽기 시작 하지 않나요?
    저희 아이들은 그 당시 한겨레만 봐서 조선일보도 일부러 보여줬어요 한 6개월 자연히 보는 눈도 길러지고 덕분에 좋은 사설 좋은 신문을 구분하던데요 사실 저희는 정치면에서는 다들 일명 빨갱입니다 또 아이들에게도 너희도 크면 시민운동 해라 너희만을 위해 사는건 죄다 라고 말해오고 있는데
    요즘은 제가 못지키고 있어서 울 딸아이는 군시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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