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느 날에는
토요일 오후 정도였을까?
도까리 종이에 싼 개고기를 들고 할아버지께 갔다.
시외 버스 터미날에서 버스를 타고
신작로에서 내려야 하는 그 길을 갔다.
대문 앞 우물가에는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백일을 흐드러지고
나무 쐐기로 물구멍을 막던 돌 대야 옆 두레박에는
따가운 볕에
물방울 하나도 없었다.
삽짝 가까이 자리한 사랑에서
할아버지는 높은 방문에서
나와 눈을 맞추고
반가운 마음을
말 한마디로도 만들지 못하고
아버지가 물려 받은 그 큰눈을 껌벅이며
기침을 하시고
저 안채 부엌에서
종부인 사촌 올케언니
종종 걸음으로 반가이 달려온다.
언제 보아도
처음 본 듯 안아 줄 듯 환하게 웃는 그 새댁이......
할아버지께 문안을 여쭈고 나오면
언니는 그 사이 가마솥에 고기를 넣고 불을 지피고
다시 나를 위해 칼국수를 밀어주었다.
지금은 어디서도 못 먹는
누런 밀국수.
식구들 북적대던 명절에나 보던
그 너른 마당에는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고
온 동네가 여름 뙤약볕에
고요함을 삼키던 날.
고향의 그 지루한 여름에
아버지는 또 아버지를 위해
딸에게 짧은 여름 여행을 시키셨다.
가끔은
도까리 종이에 싼 짐을 들고
가슴 두근대며
혼자여서 길을 찾지 못할까 두려워하며
집을 나서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
오늘처럼
그 본향집 모습이 정지된 화면처럼 내 마음에 떠 오르는 날은 말이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버지 심부름
할배보고싶어요. 조회수 : 363
작성일 : 2008-08-21 21:16:27
IP : 121.167.xxx.18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어머나...
'08.8.21 9:24 PM (121.140.xxx.107)동심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읽은듯 합니다.2. ^^
'08.8.21 9:25 PM (222.111.xxx.108)오랫만에 듣는 단어 도까리
고향이 경상도 이신가 봐요'~^^3. 돌까리
'08.8.21 10:00 PM (222.237.xxx.167)누런 시멘트 푸대를 말씀하시는거지요
이젠 옛날 단어가 되어버린 돌까리(돌가루)종이
그말한마디가 이렇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다니..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405939 | 프랑스 요리 이름 중에 귀족.. 5 | 프랑스요리 | 2008/08/21 | 514 |
405938 | 광우병 정보 자료 까페 주소입니다. 2 | 흐.. | 2008/08/21 | 131 |
405937 | 재혼한 계모 시어머니 추가 입니다 33 | ann | 2008/08/21 | 4,036 |
405936 | 써니님께 ... 30 | 피가 거꾸로.. | 2008/08/21 | 1,682 |
405935 | 또 한나라당 뽑으실건가요? 25 | 대한민국 | 2008/08/21 | 618 |
405934 | 대책회의, 인권위에 '브래지어 사건' 진정 2 | 딸들이여 | 2008/08/21 | 142 |
405933 | 양도세 50%라는게 무슨 뜻인가요? 9 | ㅇㅇ | 2008/08/21 | 678 |
405932 | 오늘 글이 왜 이럴까요? 12 | ... | 2008/08/21 | 684 |
405931 | “경찰서 한번 안가봤지만 구속영장 안 무섭다” 1 | 감사합니다 | 2008/08/21 | 210 |
405930 | (펌)장경동목사 또 한건 했습니다. 16 | 스팀 | 2008/08/21 | 1,190 |
405929 | 대학 및 아파트값의 서열화 2 | 참 | 2008/08/21 | 502 |
405928 | 울근 감 (우린 감) 먹고 싶어요.^^ 7 | 울근 감 | 2008/08/21 | 373 |
405927 | 직장인 분 들 도시락 싸다니시는 분 노하우 있으신가요? 11 | 도시락 | 2008/08/21 | 1,440 |
405926 | 일본엔 왜 세계 10대 부자가 없을까? | 서늘한 오후.. | 2008/08/21 | 267 |
405925 | [펌]제 머리만 처박은 꿩 같은 청와대가 안쓰럽다 2 | 꿩사냥꾼 | 2008/08/21 | 298 |
405924 |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가는데요.. 23 | 신혼여행 | 2008/08/21 | 1,141 |
405923 | 잠시동안 수녀원에 들어가서 지내고 싶습니다. 5 | 미엘 | 2008/08/21 | 992 |
405922 | 벤타공기청정기문의 2 | 아들둘 | 2008/08/21 | 265 |
405921 | 이젠 쇠고기로 계급을 나누는군여 10 | 듣보잡 | 2008/08/21 | 762 |
405920 | 둘 다 맞습니다. 3 | 맞춤법 | 2008/08/21 | 321 |
405919 | 1억 2천의 실수령은 얼마이죠? 4 | 연봉 | 2008/08/21 | 1,217 |
405918 | 6억 고가관련... 17 | vina | 2008/08/21 | 1,441 |
405917 | 전화 구독신청 마감임박 1 | 마감임박 | 2008/08/21 | 169 |
405916 | 구속될지도 모르겠습니다. 7 | 아고라펌 | 2008/08/21 | 595 |
405915 | 애플컴퓨터 어떤가요 9 | 란2성2 | 2008/08/21 | 358 |
405914 | 일산에 피부관리실 추천좀 해주세요 ^^ 3 | 추천좀 | 2008/08/21 | 360 |
405913 | 아기돌인데.. 4 | 답답 | 2008/08/21 | 298 |
405912 | 나는야 하층민? 24 | 안녕 | 2008/08/21 | 4,124 |
405911 | 행주 매일 삶는게 말이 쉬운거더라구요.세탁기에 돌리면? 13 | dwn | 2008/08/21 | 1,497 |
405910 | 아래 6억이 고가인가요 를 읽구요 17 | 궁금해서요 | 2008/08/21 | 1,2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