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버지 심부름

할배보고싶어요. 조회수 : 382
작성일 : 2008-08-21 21:16:27
여름 어느 날에는
토요일 오후 정도였을까?
도까리 종이에 싼 개고기를 들고 할아버지께 갔다.
시외 버스 터미날에서 버스를 타고
신작로에서 내려야 하는 그 길을 갔다.


대문 앞 우물가에는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백일을 흐드러지고
나무 쐐기로 물구멍을 막던 돌 대야 옆 두레박에는
따가운 볕에
물방울 하나도 없었다.


삽짝 가까이 자리한 사랑에서
할아버지는 높은 방문에서
나와 눈을 맞추고
반가운 마음을
말 한마디로도 만들지 못하고
아버지가 물려 받은 그 큰눈을 껌벅이며
기침을 하시고


저 안채 부엌에서
종부인 사촌 올케언니
종종 걸음으로 반가이 달려온다.
언제 보아도
처음 본 듯 안아 줄 듯 환하게 웃는 그 새댁이......

할아버지께 문안을 여쭈고 나오면
언니는 그 사이 가마솥에 고기를 넣고 불을 지피고
다시 나를 위해 칼국수를 밀어주었다.
지금은 어디서도 못 먹는
누런 밀국수.


식구들 북적대던 명절에나 보던
그 너른 마당에는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고
온 동네가 여름 뙤약볕에
고요함을 삼키던 날.


고향의 그 지루한 여름에
아버지는 또 아버지를 위해
딸에게 짧은 여름 여행을 시키셨다.



가끔은
도까리 종이에 싼 짐을 들고
가슴 두근대며
혼자여서 길을 찾지 못할까 두려워하며
집을 나서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

오늘처럼
그 본향집 모습이 정지된 화면처럼 내 마음에 떠 오르는 날은 말이다.

IP : 121.167.xxx.18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나...
    '08.8.21 9:24 PM (121.140.xxx.107)

    동심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읽은듯 합니다.

  • 2. ^^
    '08.8.21 9:25 PM (222.111.xxx.108)

    오랫만에 듣는 단어 도까리
    고향이 경상도 이신가 봐요'~^^

  • 3. 돌까리
    '08.8.21 10:00 PM (222.237.xxx.167)

    누런 시멘트 푸대를 말씀하시는거지요
    이젠 옛날 단어가 되어버린 돌까리(돌가루)종이

    그말한마디가 이렇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다니..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5988 아들이(고2)알레르기비염인데,집에서.. 6 아들아 2008/08/21 897
405987 압력밥솥태웠어요 ㅠㅠ 8 ㅠㅠ 2008/08/21 605
405986 젖불시위/순둥이(히로꼬) 순둥이댓글삭제요망. 7 듣보잡 2008/08/21 277
405985 심한 색맹인데.. 어쩌죠! 4 순둥이 2008/08/21 402
405984 북청주IC가 어디인가요? 8 알려주세요 2008/08/21 198
405983 민박을 찾는데 다음에서 검색을 해봐도 없네요.무플절망 2 나고야 2008/08/21 179
405982 부동산시장에 대한 예측 6 구름 2008/08/21 1,357
405981 아기 잘 낳으시는분 너무 부러워요.. 9 아이생각 2008/08/21 999
405980 (펌) "DJ가 KBS 사장 '임명권'으로 바꾸라고 지시" 7 올림픽 싫어.. 2008/08/21 360
405979 젖불시위 쒸레기통(단! 분리수거) 무플대응 21 듣보잡 2008/08/21 282
405978 동네에서 애들은 몇시까지 뛰어노나요? 7 2008/08/21 538
405977 자궁 적출수술 합니다 12 드디어..... 2008/08/21 1,761
405976 조중동 기자들의 놀라운 능력 3 roman 2008/08/21 350
405975 82에서 엘지파워콤 가입해보신분 4 궁금증 2008/08/21 346
405974 어제 귀에서 피난다는 글 올렸는데요.. 4 ㅠㅜ 2008/08/21 527
405973 장경동목사를 보면서... 21 거창갈매기 2008/08/21 1,398
405972 (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헌법 정신 되살려야-'대한민국사의 재인식' 토론회 1 올림픽 싫어.. 2008/08/21 159
405971 촛불시위에 대한 강남아줌마들에 대한 시각 27 뒷골땡긴날!.. 2008/08/21 1,318
405970 함몰유두 2 소심 2008/08/21 487
405969 신내림은 피할 수 없는 타고난 운명 인가요? 1 저기요.. 2008/08/21 1,058
405968 오늘 아파트 매매 잔금을 받았는데 양도소득신고 2 세무사에게 2008/08/21 361
405967 (겨레 펌) 검찰, 노 전 대통령 기록물 열람 착수 4 올림픽 싫어.. 2008/08/21 203
405966 입덧할 때 먹기 싫은 음식은 언제까지 안 땡기나요?? 3 냠냠.. 2008/08/21 328
405965 초간단 김치 만드는 방법 아시는분 계세요?! 2008/08/21 182
405964 아버지 심부름 3 할배보고싶어.. 2008/08/21 382
405963 죄송. 장조림 급질 4 오디헵뽕 2008/08/21 359
405962 우연히 봤어요. 1 우연히 2008/08/21 634
405961 핸드볼중계 SBS아나운서 미쳤나요 41 ㅈㅈ 2008/08/21 7,653
405960 피터팬 가족 뮤지컬 어때요? 2 구름 2008/08/21 256
405959 친여 KBS 이사회, 5명의 사장후보군 확정 1 2008/08/21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