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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에 포함된 "우리들의 하느님"을 쓰신 권정생님의 유언장

airenia 조회수 : 738
작성일 : 2008-08-03 19:20:35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를 쓰신 권정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 불온서적에 포함된 것을 보고...

너무도 어이없고 황망했어요.

이 세상이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전에 읽었던 권정생님의 유언장과 그에 얽힌 소담을 옮겨 봤습니다.

참으로 맑은 글을 써 주셨던 권정생 할아버지... 전재산이 15억 가까이 되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안동 시골의 5평 흙집에서 밭일로 땀을 흘리시면서도

"그 돈은 기실 내 돈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니...ㅠ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소란소란 얘기하며 지내고 계실지....ㅠㅜ

오늘 같은 이 밤.. 그 분이 그립습니다.....

==================================================================================


권정생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자가 많은 동화작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나려고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오두막으로
그를 찾아왔지만 그는 사람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기자는 말할 것도 없다. 인터뷰 같은 것을 한 적도 없다.
어려서부터 앓아온 전신결핵의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홀로 살아가던 그는
“너무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사람을 맞을 자신이 없어서”
사람이 찾아와 불러도 아예 문조차 열어보지 않는다 했다.
직접 지은 다섯평짜리 오두막집에서 강아지와 둘이서 검소한 삶을 살다가
2007년 5월 17일 지병이 악화되어 대구 가톨릭대학교 병원에서
향년 70세로 별세하였다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가 알맞게 살아갈 하루치 생활비 외에
넘치게 쓰는 모든 것은 모두 부당한 것입니다.
내 몫의 이상을 쓰는 것은 벌써 남의 것을 빼앗는 행위니까요”
그의 소박한 삶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이 문장은
1996년에 출간 된 <우리들의 하느님 – 녹색평론> 책머리에 실린 것이다.




권정생 선생 유언장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 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
   사람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번 다녀 갔다. 나는 대접 한 번 못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 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것이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 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 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 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

유언장 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 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 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0일 쓴 사람 권정생
주민등록번호 370818-*******
주소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7
IP : 218.54.xxx.229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08.8.3 7:28 PM (125.179.xxx.197)

    왠지 찡해요. ㅠㅠ

  • 2. ,
    '08.8.3 7:28 PM (124.63.xxx.79)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볼온서적으로 꼽은 국방부의 선택은
    분명 위대한 선택입니다.

  • 3.
    '08.8.3 7:30 PM (121.151.xxx.149)

    권선생님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납니다
    저렇게 살다가 죽을수있으면 참좋을것같은데 그렇게 살기가 그리편하지는않았을것같네요

    지금 하늘에서 이나라를 보면서 권선생님은 어떤 생각을하실지

  • 4. 인천한라봉
    '08.8.3 7:30 PM (219.254.xxx.89)

    불온서적좀 사서 봐야겠네요..ㅠㅠ

    중간에 얼간이같은 폭군 지도자.. 공감해요..ㅠㅠ

  • 5. phua
    '08.8.3 7:33 PM (218.52.xxx.104)

    산다, 산다, 하구 미뤘던 불온서적 !! 작정하고 봐야겠어요.

    불온서적 많이 소개해 주셔요. ㅎㅎ 그리구 정보 감사합니다.

  • 6. 해국
    '08.8.3 7:34 PM (124.57.xxx.73)

    진실된 느낌이 가득 묻어나는 유언장이네요. 저도 저렇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을지...권정생 선생님이 존경스럽네요.

  • 7. airenia
    '08.8.3 7:37 PM (218.54.xxx.229)

    http://www.kwonjungsaeng.com/

    이곳은 권정생 할아버지의 모든것이 담긴 홈피입니다.

    http://bopboy.tistory.com/393?srchid=BR1http%3A%2F%2Fbopboy.tistory.com%2F393

    여기 가시면.. 권정생 할아버지의 지식채널 e 동영상도 있어요.

  • 8. ㅜ.ㅠ
    '08.8.3 7:38 PM (211.244.xxx.59)

    눈물이 나려 합니다..

    역시나, 좋은 책을 알아서 추천해 주는 국방부에게 감사해야 하는 일이군요..

  • 9. 이번에
    '08.8.3 7:44 PM (211.244.xxx.118)

    국방부에서 참 좋은 일 했어요.
    국방부지정 추천도서들이잖아요.
    덕분에 권정생선생님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조차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국방부에 2mb정부에 대한 고도의 안티가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airenia님 이렇게 아름다운 유서를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0. airenia
    '08.8.3 7:48 PM (218.54.xxx.229)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8288752&q=%B1%C7%C1%A4%BB%FD

    이 영상에는 권정생 할아버지의 생전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영상을 보니 눈물이 울컥하네요.

  • 11.
    '08.8.3 7:55 PM (116.122.xxx.89)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 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 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저도 권선생님처럼 저 스스로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할텐데...
    정말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유언장이군요.

  • 12. 비건
    '08.8.3 8:13 PM (124.80.xxx.209)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 13.
    '08.8.3 9:35 PM (125.186.xxx.143)

    이분이 작년쯤에 돌아가셨는데..아마 권정생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재단이나, 상같은거 못만들게 하셨다는데..

  • 14. ....
    '08.8.3 9:40 PM (219.93.xxx.67)

    눈물이....목이 메여서.

  • 15. 아!!!
    '08.8.3 9:48 PM (221.141.xxx.115)

    이런 편안하고 진정성 묻어나는 유언장도 있군요

  • 16. 자유
    '08.8.3 9:58 PM (118.34.xxx.210)

    권정생선생님 사망소식을 듣고 순수가 죽었다고 참 슬퍼한 적도 있었는데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다시 눈물이 고이는군요.
    검소가 너무 지나쳐 비참하기까지 한 생을 사셨는데...어찌 그리 순수한 이야기들을 쓰셨는지 유서를 보고선 알았지요.
    저 위에서 우리들 모습을 보시면서 열심히 생각하시다 환생은 아무래도 그만두어야겠다고 하실지도?

  • 17. 돈데크만
    '08.8.3 11:17 PM (211.54.xxx.51)

    짠하네요..ㅜㅜ

  • 18. 아,,,
    '08.8.3 11:49 PM (211.176.xxx.248)

    유언장을 읽고 또 읽고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불온서적 발표를 보고, 또 그 안에 좋은 책들이 있는 것을 알고, 저는 현실을 의심했습니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하구요.
    절망이 나날이 포개어지는 그런 시절을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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