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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육청 주최 학생 토론대회 성남시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쥐박탄핵 조회수 : 293
작성일 : 2008-07-17 10:31:11
얼마전 아이들이 교내, 소속시 토론대회 출전 준비로 바빴던 학부모님들 계시지요?
저희도 7월 12일에 성남 도촌중학교에서 있었던 경기도 교육청 주최 학생 토론대회 성남시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실망이 커서 상심도 크네요.
교내 토론대회를 거쳐 저희팀 세 명이 학교 대표로 선발되었고 기말고사 직후에 대회일정이 잡혀있어 대회준비하느라 기말고사 준비에 올인하지 못했습니다.
저희집에서 저희팀은 밤샘을 해가며 토론대회를 준비했고 저는 같이 옆에서 밤참 준비해주고 교복세탁해주고 새벽에 도시락싸서 피곤에 쩔어있는 아이들을 차로 바래다주며 고생은 했지만 우리는 불평없이 재미있게 대회 준비를 해 나갔습니다.
저의 아이를 제가 평가하기는 뭣하고, 나머지 두 친구는 책도 많이 읽었고 논리적이고 언변도 최상급입니다.

대회 당일 저희 팀은 대회장으로 가서 각 학교대표로 나온 학생들과 토너먼트로 토론을 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으로 나온 여자 선생님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치마 속 한쪽 맨 다리를 의자에 올려 쩍 벌리고선 토론 내용을 듣는지 않듣는지 벽시계만 자꾸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의 토론내용을 메모 해가며 심사를 하는데  메모도 하지 않은 심사위원은 짜증나는 얼굴로 앉아서 학생들의 외형적인 요인에 점수를 주는 인상을 받았답니다.

주제가 '하계 올림픽은 인류 화합에 기여할까요?'였는데 저희 팀과 토론을 벌였던 J고팀의 아이들은 작성한 원고를 달달 외워 발표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토론을 내용보다는 외형에 치중한 느낌을 주는 심사위원은 당연히 매끄럽게 빨리 빨리 암기해나가는 상대팀에게 나은 점수를 주었고, 준비한 자료를 암기하고는 있었지만 상대팀의 토론 내용을 들어가면서 그 때마다 토론의 오류를 지적해서 토론 시간을 연장시키는 저희 팀에게는 빨리 끝내지 않는다고 더욱 짜증난 얼굴을 해서 눈치가 보였답니다.
이 대회가 원고를 달달 외워서 매끄럽게 말하는 아나운서 대회가 아니잖습니까??

상대 J고팀이 논제에 대한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 해주는 예를 들자면 우선 토론의 주제인 올림픽에 대한 조사와 정보가 부족해서 토론 자체에 논리적 오류가 많았고, 이런 J고팀의 수많은 논리적 오류를 저희팀이 지적하려 하다보니 트집만 잡는 것처럼 보였으며, 상대J고팀의 세 번째 토론자는 논제가 끊겨 “죄송합니다... 생각이 안납니다”라는 말만하고 3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는 토론대회의 치명적인 감점요인을 드러냈고,
발언 도중에 찬성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우열을 가리는 경기’라고 직접 입 밖으로 꺼냈으며, 현재는 ‘이념과 사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은 인류화합에 기여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올림픽은 모든 국가들이 평등하게 친선 경기를 하는 대회이지 우열을 가리는 경기가 될 수 없으며, 올림픽에서는 우열을 가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순위도 정하지 않습니다.

J고팀과의 토론을 끝내고 저희팀은 대기실에서 한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의 승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발표자는 J고팀은 대기실로가고 저희팀은 집으로 가라고 했다는군요.
토론의 가장 큰 감점요인인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30초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기만했던 상대팀에게 왜 졌는지 인정하기 힘든 어이상실한 상태로 저희 아이들이 대회장을 나서는데 J고팀 학교선생님이 휴대전화통화를 하고 계셨답니다.
지나가면서 들은 말이 “상대방 아이들이 말끝마다 꼬투리를 잡았다”라는 말을 듣고 우리 아이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상대J고팀 아이들이 많은 논리적 오류를 범해서 그 오류를 지적해야 토론이 되는데 그 지적을 ‘꼬투리’라고 치부하는 것이 토론대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토론의 기본에 충실한 죄 밖에 없는 아이들을 떨어뜨리고 꼬투리만 잡았다고 하는 이 대회는 왜 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논제의 전개내용을 알고 그것이 잘못된 지적임을 알아야하는데 내용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빨리 끝내라는 무언의 압력을 얼굴표정에 담고 벽시계만 쳐다보는 심사위원을 데려다놓고 녹화도 하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하는 졸속한 대회는 왜 개최해서 아이들의 수능 준비 시간의 빼앗고, 기말고사 준비 시간을 빼앗고,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걸까요?
권투 선수가 각고의 트레이닝으로 튼튼한 기본기를 갖춘 다음 시합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심판이 상대편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면 억울하게 진 선수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습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한민국 공교육에 실망한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되는 날 국적을 바꾸자고 했답니다.

내년에 열릴 이 토론대회가 또 이런 식으로 되면 제2의 피해자가 다시 생길 것이기 때문에 익명성을 보장한다던 교육청 민원실에 글을 올렸더니 교육청에서 아이 학교로 전화해서 선생님하고 통화했나봐요.
담당 선생님이 아이들을 불러서 누구 엄마가 교육청에 글을 올렸냐고 물어보시더라는군요.
해당장학사가 저에게 보낸 답변은 전혀 문제가 없는 대회였고 심사위원도 자질을 의심할 바 없는 선생님이며 대회에 미흡한 점이 없었으니 노력해서 다음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과를 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단 벽시계는 다른 시계로 바꾸겠다는 말과함께...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바랬던 제가 바보였습니다.
IP : 221.150.xxx.6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타깝습니다
    '08.7.17 10:42 AM (220.65.xxx.2)

    아이들의 상심이 크겠습니다.
    더구나 심사위원의 심사평가 안목이 의심스럽기도 하네요.
    논리적 오류를 지적한 것을 꼬투리라고 폄하한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안타깝습니다.
    대회의 진행 요령이 경기도식 토론 대회였다면 갑을병의 입론과 반론 최종 발언 이외에 확인심문 시간이 있었을텐데.. 준비해온 원고를 외우는 정도로 어떻게 상대팀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상처 달래주시고, 그럴수록 더 완벽하게 무장해서 다음 대회에 나오자고 해주세요. 학교대표로 시대회에 나갔던 것 같은데.. 학교 대표가 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청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상처받았을 학부모님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 2. 원글이
    '08.7.17 11:11 AM (221.150.xxx.66)

    안타깝습니다님.
    토론 대회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셔서 놀랬습니다.
    위로의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완벽하게 무장을 해도 이번과 같은 심사위원을 복병으로 만나면 어찌할 도리가 없더군요.
    더구나 대회를 관리하고 담당하는 교육청의 태도 역시 도무지 소통이 되질 않고...
    체면상 학부모나 아이 앞에선 잘못한거 없다고 했지만 그들도 느끼는게 있다면 내년 대회부터는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겠죠.
    위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속이 꽉찬 하트 보내 드립니다 ~ ♥

  • 3. 나나
    '08.7.20 10:29 AM (218.233.xxx.47)

    저도 성남시대회에 참가했던 고등학생입니다. 사실 제1회라서 그런지 부족한 점이 조금있었습니다.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만 토론장에 들어올수있었고 아무런 비디오촬영도 허용되지않았습니다. 심사위원분이 3분 계셨는데 전문전인 토론심사위원이 아닌듯하여 판정에 있어 공정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듯 했습니다. 그점은 다음 2회대회 부터는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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