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동아일보 사설

샐리 조회수 : 381
작성일 : 2008-07-04 10:53:47
정말이지 이념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똑같은 물 반 컵을 놓고 A는 “반 컵(이나) 남았네” 하는데 B는 “반 컵밖에 안 남았다. 누가 내 반 컵을 먹었느냐!”며 깃발을 쳐들고 나섰다. 이건 가치관, 세계관, 그리고 이념의 차이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왜곡된 민심도 섬기겠다면

색깔론을 들먹이는 게 아니다. 경제학 교과서로 널리 쓰이는 ‘맨큐의 경제학’ 저자 그레고리 맨큐도 자신의 블로그에 좌파와 우파의 차이점을 명쾌히 정리해 놨다. 우파가 인간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대체로 이성적인 존재’로 본다면, 좌파는 ‘정부가 보호하지 않으면 오류를 저지르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다. 정부란 인간의 오류를 초월한 존재여서 거의 완전무결하다고 믿는 좌파로선 정부 역할은 끝없이 확장돼야 마땅하다.

이 기준에 놓고 보면, “미국산 쇠고기가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된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는 상당수 국민을 끓어오르게 했으되 우파로선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나오자마자 꽤 팔리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촛불집회든 반정부시위든 이제 그만하자는 과반수의 여론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대체로 이성적인 국민’의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좌파는 다르다. 정부가 다른 어떤 협상도 아닌 꼭 ‘재협상’만을 통해 완전무결하게 위험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국민은 꼼짝없이 먹고 죽을 수밖에 없다. 경쟁을 시장경제의 요체로 보는 우파와 달리, 좌파는 경쟁 없는 평등공동체를 꿈꾼다. 경쟁 없는 학교와 공공조직은 다 같이 망하든 말든 지켜야 하고, 자유무역협정은 글로벌 경쟁을 심화시키므로 전기를 끊고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려서라도 막아야 한다.

더구나 사람은 경제 상황이 나쁘거나 정부가 부패했다고 여길 때 왼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이후 유럽은 한동안 좌파정부가 휩쓸었다. 지금이 3차 오일쇼크라고 진단한 현 정부는 ‘부자 청와대’만 물갈이하고는 공공기관장을 잇따라 자기 사람으로 채움으로써 가만있던 사람까지 좌측으로 돌게 만든다. 아무도 뽑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정권 퇴진 주장이 그래서 그들 사이에선 힘을 받고 있는 거다.

여론과 정치세력이 왼쪽으로 움직이면 개방화 자유화 민영화의 경제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좌파 민심에 놀란 정부는 민영화 보류, 정부 슬림화 연기, 가격 통제, 저소득층 통신요금 퍼주기 등 ‘우측 깜빡이 넣고 좌회전’ 정책을 바쁘게 쏟아내고 있다. 과거 정부가 5년간 용 썼던 좌파혁명을 우파정부는 취임 다섯 달도 안 돼 완수하는 형국이다.

한물간 좌파적 정책이 국리민복을 가져온다면 쌍수로 환영하겠다. 그러나 세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글로벌 시장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해도 큰 정부 아닌 스마트 정부는 여전히 중요하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152개인 국영기업을 2년 안에 80∼100개로 줄인다고 발표할 정도다. 오도된 민심까지 섬겨 권력을 부지하겠다는 정부라면 애당초, 구태여 정권을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고통 떠안을 아이들이 불쌍하다

유럽에선 일찌감치 거리를 떠나 의회로 들어온 좌파가 사회민주주의를 하고 있고, 깃발을 들고 나선 좌파는 공산혁명을 완수했었다. 촛불을 들고 나왔던 이들이 그럼 내가 빨갱이란 말이냐고 분노하지 않기 바란다. 순정으로 동참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혁명에 기여한 분들을 위해 ‘쓸모 있는 천치(useful idiot)’란 말이 존재한다.




유럽의 사민주의도 받아들인 경쟁과 세계화를 거리의 세력은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권위도, 공권력도 포기한 정부는 마냥 끌려가는 모습이다. 이렇게 또 5년을 잃어버린다면, 대학까지 나온 내 딸이 중국인들 발마사지해서 보내주는 돈으로 암담한 노후를 보낼지도 모를 판이다.

IP : 61.254.xxx.5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초야선비
    '08.7.4 10:56 AM (59.14.xxx.77)

    아주 소설을 써라
    공상소설

  • 2. 조중동땜시
    '08.7.4 10:58 AM (211.37.xxx.210)

    고통을 떠안을 아이들이 불쌍하다!!!!!! 저쓰레기들을 우리아이들에게 물려주지말아여. 우리대에서 조중동명줄을 끊어놓아야해여..

  • 3. 딸만셋
    '08.7.4 11:00 AM (58.140.xxx.70)

    오호라! 스마트한 정부가 하는 작태가 물가가 널뛰어도 국민이 고통을 감수해야한다고 엄포를 놓으시나

  • 4. 샐리
    '08.7.4 11:06 AM (61.254.xxx.50)

    솔직히 대출이 너무 많은지라.. 유가 오르고.. 금리 오르는게 무섭긴 하답니다..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8323 불교계의 참석은 그야말로 4번타자의 등장 (아고라 펌) 14 촛불아모여라.. 2008/07/04 1,018
398322 모든게 오르는 시기에 내려 가는게 있네요... 5 거시기 2008/07/04 507
398321 인견이불, 리플이불...여름 이불좀 추천해주세요.. 5 여름이불 2008/07/04 690
398320 82쿡만이 할 수 있는 일 12 노원아줌마 2008/07/04 779
398319 펌)어느 의경이 쓴 시 3 큐레어 2008/07/04 455
398318 버거킹과 셀리는 알바 21 아꼬 2008/07/04 392
398317 광고주압박 1 맑음 2008/07/04 210
398316 놋떼 관광은 요즘 사랑 안해주나봐여? 1 놋떼관광 2008/07/04 215
398315 4일 밤(오늘이군요)엔 촛불아기 만드셔요 4 샐리 2008/07/04 414
398314 제가 가입한 이유 10 버거킹 2008/07/04 462
398313 도배 하지 마세요 4 제발 좀 2008/07/04 454
398312 감자의 종류가 궁금하네요~~ 3 감자 2008/07/04 313
398311 가입인사 드립니다. 8 노총각 2008/07/04 260
398310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의 글 7 샐리 2008/07/04 525
398309 그런데 솔직히 82쿡 보고 있으면 37 버거킹 2008/07/04 1,391
398308 와우~ 벌써 11시가 2 미친명박 2008/07/04 209
398307 라면먹고나면 뽀루지항상 올라왔었는데 6 라면ㅇ 2008/07/04 517
398306 임대업을 해보고 싶어요.조언부탁드려요 8 임대 2008/07/04 478
398305 조선일보 기자나 칼러미스트는 신춘 문예로 등단이나 하지 2 딸만셋 2008/07/04 247
398304 킴스클럽 삼양라면 전화 후기 11 춤추는구룸 2008/07/04 1,182
398303 CMA에 대하여 5 요조숙녀 2008/07/04 409
398302 전 솔직히 말해서 촛불집회 반대입장인데요 19 버거킹 2008/07/04 1,012
398301 동아일보 사설 4 샐리 2008/07/04 381
398300 맛있는 라면 2 이땅의자존심.. 2008/07/04 374
398299 아짐들 힘내시오 구름다리 2008/07/04 209
398298 광우병 소동 1년 후 11 샐리 2008/07/04 531
398297 한번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의 대한민국정부에 대한 우리의 생각 3 대한민국정부.. 2008/07/04 273
398296 흥미진진해보이는 한나라당 토론회;;; 2 체르비네타 2008/07/04 515
398295 생활정보 1 즐건하루 2008/07/04 314
398294 이와중에) 국민연금에 관하여 혹시 잘아시는분~ 7 국민연금 2008/07/04 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