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의 악몽이 우리의 꿈입니다"
촛불시위 수배자가 촛불들에게 띄우는 편지
2008-07-02 오전 9:05:05
안녕하세요. 저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광일('다함께' 운영위원)입니다. 저는 지금 경찰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어 수배상태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서울시청 광장을 원천 봉쇄했던 6월 29일은 제 아버님의 환갑 잔칫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지 못했습니다. 장남의 환갑 수발을 받지 못하신 아버님의 마음이 얼마나 서운하셨을지. 비정한 이명박 정부는 제가 모처럼 효도할 기회조차 빼앗아 갔습니다.
6월 28일 시위 현장에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을 때, 위험하니 오지 말라며 몸조심하라고 당부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전에도 어머니는 촛불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평범한 우리 어머니들을 막심 고리끼의 소설 <어머니>에 나오는 닐로브나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당신의 아들로서 더욱 강인한 빠벨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그 말씀을 되새겼습니다. 몸조심하라는 그 말씀. 절대로 잡히지 말아야겠다고 말입니다. 수감생활의 불편을 피하고자함이 아닙니다. 그걸 두려워했다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사실을 뻔히 알면서 불섶으로 뛰어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잡히지 말고 계속 촛불에 헌신하는 것이 촛불을 끄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 공세를 좌절시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과 부시
청와대, 한나라당, 검찰, 경찰 등이 촛불 끄기 총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6월 29일 시청 원천 봉쇄와 6월 30일 참여연대·진보연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부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월 6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활동이 시작된 이래 거의 두 달 동안 상황실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일하며 정들었던 그 곳이 경찰들에 유린당하는 걸 보면서 분노가 일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의 폭거는 '문민독재'라고 불린 김영삼 정부 때도 없었던 참여연대 사무실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는 이명박 정부의 군색한 처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경찰력을 앞세우는 것은 그의 고립무원(孤立無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제 겨우 취임 120일을 넘긴 정부가 이렇게 됐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만큼 우리 촛불이 매우 큰 영향력과 힘을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무력에만 의존하는 데는 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실은 이미 촛불시위 과정에서 입증됐습니다. 5월 31일 밤부터 6월 1일 새벽까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선 시민들의 완강한 저항은 시위대에 투지와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촛불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방금 용감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과 수만 명이 다시 시청 광장에 모였다는 기쁘고 감동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6월 28일과 29일에 있었던 5공화국식 진압에 대한 우리 촛불의 화답입니다.
무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줬던 사람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입니다. 부시는 압도적인 무장력으로 이라크를 침략해 점령했지만 만 5년이 넘도록 이라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항은 더 확대됐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찰력 남용과 부시의 이라크 점령에는 핵심적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적 설득과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무장력 남용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한 번 무력에 의존하면 점점 더 무력이라는 수단에 매달리게 됩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 더 큰 화(禍)를 부를 부메랑이 될 것입니다.
물리력을 이용한 총공세가 이명박 정부의 취약함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간파하고 총공세로 맞받아쳐야 할 것입니다.
"역사가 우리를 무죄로 하리라"
이를 위해 우선 이명박 정부의 분열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분열시켜 지배하라(divide and rule)'는 고전적인 지배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촛불의 배후 운운하면서 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을 분열시키려 합니다. 이는 우리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최근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등이 한국진보연대를 '반미단체'로 부각시키며 촛불시위의 배후로 지목해 마녀사냥에 나선 것도 바로 이를 위한 것입니다. 지난 6월 21일 광화문에서 제가 마이크를 잡고 이명박 정부와 경찰을 규탄했을 때, 경찰은 선무방송에서 제 실명과 제가 속한 단체를 언급하면서 시위대를 이간질하려 했습니다. 고맙게도 그 자리에 있던 시민들은 경찰의 선무방송에 야유를 보냈고, 특정 단체와 개인을 언급한 경찰의 방송은 저들의 분열 책동이라는 글이 다음 아고라에도 많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분열 정책에 맞선 우리의 구호는 바로 '단결하여 저항하라'(unite and resist)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6월 25일 민주노총이 정부 고시를 관보에 게재한다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결정한 사실을 제가 광화문 촛불 시위에서 알리자, 참가자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도 파업을 지지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의 실질적인 파업은 정부의 정책을 좌절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촛불시위의 질적인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공안 당국과 노동부가 나서 파업을 진화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1968년 5월 파리에서도 학생들의 저항으로 시작됐던 투쟁이 1000만 노동자들의 파업과 점거로 확산되면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간부들과 조합원들께서 7월 2일 파업을 실질적이고 강력하게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셋째, 7월 5일 더 거대한 촛불의 바다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총공세에 맞선 가장 효과적인 저항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시위 물결이 존재한다는 것은 저들의 탄압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모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두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짬을 내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거리마다 동네 어귀마다 버스 정류장마다 7월 5일 촛불대행진을 알리는 벽보가 보인다면 더욱 장관일 것입니다.
저는 5일에 있을 촛불대행진이 고시를 강행하고 폭력적인 탄압으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부를 더는 묵과하지 않고 끌어내리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1953년 몬카다 병영 습격사건으로 수감된 피델 카스트로는 최후 진술에서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의 최후 진술은 6년 만에 바티스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현실이 됐습니다.
역사는 혁명가들이 아니라 친미 독재 바티스타 정권을 유죄로 기록했습니다. 우리 또한 촛불시위를 불법으로 몰아가며 탄압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유죄라는 것을 역사에 기록해야 합니다.
40년 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1968년 항쟁의 구호를 빌자면 "저들의 악몽이 우리의 꿈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악몽을 위해 우리는 여전히 거리로 나서야 합니다. 저 역시도 수배자의 신분이지만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7월 1일 밤에 김광일 드림
김광일/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저들의 악몽이 우리의 꿈입니다"
우린이긴다 조회수 : 213
작성일 : 2008-07-02 09:32:20
IP : 121.151.xxx.14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행복한사람
'08.7.2 10:06 AM (125.140.xxx.168)오늘 유인촌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대화를 해야겠다는 말을 했다네요.... 많은 님들이 체포영장 발부로 발을 묶고, 지역대책회의 실무진에 대한 소환장 발부및 영장발부를 준비하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더욱 힘내지 않으면 이분들에게 가시관이 쓰여지게 됩니다. 오늘도 한걸음만 더 나아갑시다. 영차....힘을 냅시다.
2. 인촌아
'08.7.2 12:32 PM (58.142.xxx.52)닌
암것두 말구
걍 목숨붙어있을때 까정
월급이나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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