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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질병史 권위자 해리슨교수, "국민건강 위협에도 쇠고기 수입 이해안된다"

버디 조회수 : 617
작성일 : 2008-07-02 06:29:25
“국민건강 위협에도 쇠고기 수입 이해안된다”
입력: 2008년 07월 01일 17:54:54
  
ㆍ英 질병史 권위자 해리슨교수
ㆍ월령 구분·원산지 표시확신 심어줄 장치 필요
ㆍ정부의 협상·설명 태도국민 의혹 받기에 충분

“이명박 정부는 국민 대다수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 너무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영국의 질병사 연구 권위자인 마크 해리슨 옥스퍼드대 교수(44)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연구소(소장 최보문)가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해리슨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굳이 꼽자면 “대통령 자신이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꾼다는 전제 아래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장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원산지 표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말대로 한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죽음에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더이상 ‘과학’과 ‘광우병’만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해리슨 교수는 “전염병은 생물학적 질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반영”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가 광우병 발생 위험을 과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수입을 결정한 한국 정부의 접근방식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국의 고유한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영국은 최초로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인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영국에서 1990년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많은 농가들이 동물사료를 먹여 소를 기르고 있었는데도 정부는 이를 거의 방조했다. 존 거머 농수산부 장관이 TV에 나와 자신의 딸에게 쇠고기 햄버거를 먹이는 블랙코미디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정부의 말도, 전문가의 말도 믿지 않았다. 그후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햄버거에 들어가는 특정 쇠고기의 판매를 금지했다.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이는 일도 규제했다. 그러자 쇠고기 소비가 다시 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쇠고기에 대한 영국인들의 신뢰가 확보되지는 않았다. 프랑스가 영국 소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자 영국 내 쇠고기 소비가 늘기 시작했다. 일종의 애국심이 발휘된 것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과는 정반대다. 한국인들에게는 광우병 쇠고기를 사먹지 않고, 한우를 먹는 것이 애국이다. 그 차이는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점에 기인한다. 두 나라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질병의 수입이라는 공공보건 이슈에서 국가 정체성이나 애국심이라는 요인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 처신해 생긴 문제라고 본다. 이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말은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 대통령과 장관들은 미국의 산업적 이해에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아마 토니 블레어도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실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양해를 구할 때 보였던 매우 오만한 태도였다. 그것으로는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근거로 미국인들이 먹는 똑같은 쇠고기가 수입되고,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획득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많은 한국인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쇠고기 협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혹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말대로 되는 것인지도 알기 어렵고,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이를 의심하게 할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한국 정부의 말이 나를 만족시킬 수는 있다. 나는 안전장치만 확실하다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도 좋다고 본다. 원산지 표시가 확실히 되기만 한다면 위험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정부의 말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 쇠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 한국인들은 미국 쇠고기에 대한 과학을 좀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건 매우 사려깊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나는 미국 쇠고기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충분히 안전하다고 한다면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을 좀더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홍보의 관점에서도 매우 오만한 코멘트다.”

-한국인들이 광우병에 대해 과장된 위험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는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태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출 국가인 한국이 미국의 무역보복에 취약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너무 쉬운 방식을 선택하려 했던 것 같다. 한국인들은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고, 대부분 중요한 결정은 국민들이 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직결된 문제이다.

“FTA가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에도 중요해졌다. 한국은 외국에 수출해 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그런 상황에서 FTA를 아시아 지역을 제쳐두고, 왜 하필 국민 건강의 위협까지 무릅쓰고 미국과 먼저 체결하려 하는지 국외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은 한국 정부가 국민 대다수를 만족시킬 방법이 없어 보인다. 너무 늦은 것 같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나 자신을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스타일 자체를 바꾸고, 새로 출발할 것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결과를 좀더 투명하게 밝히고,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한 안전장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원산지 표시제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다.”

마크 해리슨은 누구

영국 옥스퍼드대 의학사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전쟁과 제국주의 속에서 의학과 질병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연구해 왔다. 2004년에는 ‘의학과 승리: 2차대전 중의 영국 의학’으로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템플러 메달 북 프라이즈’를 수상하며 질병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동식물과 관련된 질병과 국제교역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BBC방송의 보도와 한국 내 지인들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 강진구·손제민 | 사진 남호진기자>
- 내손안의 모바일 경향 “상상” 1223+N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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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닷컴 기사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7011754545&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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