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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오만한 언론의 대통령 만들기 (옛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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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7-01 23:47:55
오만한 언론의 대통령 만들기

“문민정부는 언론 때문에 망친 거요.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힘 있는’ 언론들이 김영삼 정권 초기부터 대북문제나 경제개혁 등 자신들의 이익에 손해나는 일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늘어져 개혁에 실패했 던 겁니다. 만약 언론이 잘 뒷받침해줬다면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착실 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언론이 문민정부 개혁 망쳤다?

김 정권 초기 청와대의 핵심 위치에서 일했던 한 인사가 사석에서 한 말 이다. 정권 실패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듯해 거슬리는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말에는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김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개혁대상으로 꼽았다가 당사자들의 반발 때문에 실패한 분야가 두개 있는 데, 바로 언론과 종교였지요. ABC(부수공사제도)제도와 언론사 사주의 재 산공개부터 유도했지요. 과거정권처럼 언론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라 사회 의 목탁인 언론의 경영도 이제는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나온 것이 지요. 그런데 언론사주들의 반발이 엄청났습니다. 왜 우리 밥그릇에 손을 대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지요. 각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더니 몇몇 사주들은 청와대로 찾아와 나에게 협박을 합디다. ‘권력이 센지 신 문이 센지 어디 한번 해볼 테냐’고 말입니다. 이때부터 김 정권의 기가 꺾인 겁니다. 언론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그의 말대로 ‘6공은 검찰공화국, 문민정부는 언론공화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기까지 했다. 언론이 김영삼 정권 아래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 른 것을 빗댄 말이다. 정책 결정에 대한 영향력뿐만 아니라 언론은 때로 횡포에 가까운 권력을 직접 행사하기도 했다. 북한 핵사찰 문제로 시끄럽 던 시절 모 외무장관은 김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 보고 시간에 늦어 혼쭐 이 났다. 그가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보고시간에 늦은 것은 모 언론사 사장과의 점심 때문이었다. 그 사장은 외국손님과의 오찬을 빛내 기 위해 외무장관을 느닷없이 호출했으며, 이 자리에서 술이 약한 장관에 게 반강제로 폭탄주까지 먹였던 것이다. 언론과의 알력으로 쫓겨난 장관 들도 많았다. 한완상 통일부총리가 조선일보의 집요한 밀어내기에 의해 그만뒀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또 문민정부 초대 환경장관이었던 황산성씨가 제대로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난 것도 언론에 밉보였던 측면이 강하다. 실질적으로 언론이 ‘정치’를 하고 권력을 직접 행사했 던 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 비밀은 무엇보다 정권의 탄생과정에 있다는 게 언론학자들과 정치권의 일치된 분석이다. 여론을 만들고 전파하는 언론이 특정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구실을 해온 데 그 비결이 있다는 것이다. 권언유착(權言愈着)은 대선에서 언론의 특 정후보 밀기에서 비롯된 셈이다.



YS를 집으로 부른 방일영 회장


92년 대선 때 김영삼 후보를 가장 열심히 밀었던 언론사는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당시 사설과 칼럼, 기사를 통해 ‘국민당 정주영 후보 죽이기 와 민자당 김영삼 후보 키우기’에 앞장섰다. 국민당은 이에 조선일보의 취재를 일체 거부하고 신문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항전을 벌였다.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날 김영삼 당선자가 맨 처음 만난 사람은 방일영 조선일보 회장이었다. 방 회장은 이날 김 당선자 부부를 흑석동 자택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축하와 함께 서로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자리였겠 지만, 어쨌든 이날 만찬회동으로 방 회장은 최고권력자를 사저로 부를 수 있는 힘을 가졌음을 과시했다.

현재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있는 15대 대선에서도 언론의 권력 줄대기, 좀 더 정확히 말해 대통령 만들기 작업이 깊숙히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언 론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문제제기는 정치권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신당 의 이인제 후보는 11월18일 경제정책 기자회견 도중 “특정 언론사가 특 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숨긴 채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이 특정후보를 지원하려고 한다면 당당하게 지지 사실과 이유를 밝혀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11월24일 경 기 안산갑·을 지구당 창당대회에서는 “요즈음 시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 비싼 돈을 들여 대통령선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언론사 사주들이 모 여서 대통령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특정 언론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신당의 당 지도부회의에서는 최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 이 국민신당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신당지원설을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충근 대변인은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이인제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는 보도하지 않다가 이회창 후보가 상승한 조사는 제목 뻥튀기를 하면서까지 보도하는 등 이회창 띄우기와 이인제 죽이기를 선도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와 중앙 일보를 위에서 언급한 ‘특정 언론’으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박범진 사무총장과 한이헌 정책위의장 등이 중앙일보 편집국을 항의방문했으며, 11월7일 중앙일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국민신당은 그후 언론중 재위 제소를 취하했으나, 앞으로 보도 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들 신문 사와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태세다. 92년 대선 때 국민당과 조선일보간의 ‘정-언전쟁’처럼 이번 대선에도 자칫 정당과 신문사간 싸움이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언론의 불공정성과 보도의 편파성 문제는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상당부분 동의하는 부분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8월 전국의 기자 6백명을 대상 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이 뤄진 이 조사에서 현직 언론인들은 10명 가운데 8명(79.2%)이 언론사의 대선후보 줄서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85.3%는 언론 이 잡고있는 줄은 이회창 후보에게 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기자들은 특히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방송사로는 KBS(68.0%)와 SBS(23.2%)를 꼽았으며, 신문사로는 조선일보(58.6%)와 중앙일보(21.2%)를 지목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줄서기에 대한 의혹은 서울신문(7.9%)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 나 주목됐다. 이 조사는 대선전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실시된 것이어서 시 의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한국 언론의 편파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데 는 별로 부족함이 없다. 언론의 대선후보 줄서기나 편파 보도는 선거전이 본격화될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조선·중앙은 우호적 신문”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언협 등이 주축이 돼 만든 ‘선감연’(선거보도감 시연대회의)의 신문, 방송 모니터 보고서를 일부만 훑어봐도 언론의 특정 후보 편들기와 깎아내리기의 심각성은 손쉽게 드러난다. 선감연의 11월5 일자 보고서는 “중앙일보 10월17일자의 <적은 내부에 있다>는 권영빈 칼 럼은 ‘DJ지지는 많아야 35%선이라는 한계를 지닌다’고 말해 특정후보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는 1 0월24일자 사설 <이회창의 자기 목소리>에서 이 총재에게 ‘이렇게 하라 ’고 직접적으로 충고하고, 칼럼기사 등을 통해 ‘3김청산’ 분위기를 유 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내부보고서(미디어오늘 12월3일자 보도)에서 조선과 중앙 두 신문을 ‘우호적인 신문’으로 규정한 것은 이런 지적들을 뒷바침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조 CLEAN 연대 이후 전략’이라는 제목의 이 보 고서(11월13일 작성)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후보를 반드시 추 월하기 위한” 지속적인 언론 대책을 밝힌 뒤 “특히 우호적인 태도를 견 지하고 있는 조선·중앙 양지(兩紙)를 100%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두 신문의 편파성에 대해서는 언론학자들도 지적 하고 있다. 전북대 신방과 김승수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언론들의 특정 후보 편들기가 다시 심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조선과 중앙일보는 드러 내놓고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조선과 중앙만이 특정후보 편들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의 다른 신문들도 이회창 후보에게 기운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선감연 은 지적한다. 한 중앙일간지의 정치부 차장은 “소유 구조상 여당 즉, 다 수당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는 방송은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신문들 이 현재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보수기득권층을 주요독자로 갖고 있는 보수언론의 특성 때문이기 도 하지만, 기득권 유지와 권력과의 밀착을 바라는 사주들의 뜻이 반영된 탓”이라고 진단했다. 또 여권 일각에서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일부 신문을 가리켜 야당후보를 편드는 신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한나 라당의 한 당직자는 “일부 신문이 최근 들어 우리에게 유리한 보도 태도 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동아일보나 한겨레신문은 김대중 후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차라리 사설로 떳떳이 지지하라”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이 정치보도 특히 선거보도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언론 강령이나 윤리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김승수 교수는 “언론은 사회의 각종 흐름을 반영하고 원활하게 하는 교 량 구실에 그쳐야지 독자적인 힘이나 세력을 가지면 안 된다”면서 “그 런데 우리나라 언론은 자기들이 모든 것을 다하고 자기 뜻대로 사회를 움 직이려고 하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선 거에서 특정후보를 편드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이나 마찬가지 행동으로서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특정후보를 지지하려면 미국 등 외국처럼 차라리 사설에서 떳떳하게 지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지 적도 나오는 등 언론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지만, 요점은 ‘제 발 일반 보도에서만은 각 후보와 정당에 대해 공정성을 유지하라’는 주 문이다. 한국 언론이 이번 대선에서도 끝내 보도의 공정성을 되찾지 못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11일 제 186호
IP : 122.32.xxx.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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