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지매가 다 커버린 딸내미를 데리고 광화문으로 갑니다
(서프라이즈 / 50대아지매 / 2008-6-21)
'맛이 있으려나?'
대학 4학년 졸업반인 딸내미와 고 3인 둘째 딸내미가 김밥을 만들면서 키득거립니다.
아직까지 가족을 위해 김밥 한 번 말아 보지 않은 딸내미가 둘째랑 새벽부터 일어나 말아 놓은 김밥이
벌써 한 30개는 되는 듯합니다.
서프가 뭔지 도통 인터넷엔 좀 썰렁했던 50대 어미에게 즐겨찾기 등록을 해주고
"엄마, 아빠~~, 하루에 한 번은 방문~~~~"
이렇게 애교를 떨어 들여다본 서프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은 조선일보에 세뇌된 저의 무지도 포함되겠지요.
너무 속은 것이 화가 나 그 신문 쳐다보는 것 자체가 소름이 끼치네요.
아고라도 등록해 두었는데 좀 복잡하고 너무 많은 글들이 올라와
50대가 빨리 그 글들을 읽고 해석하기엔 제 손이 못 따라갑니다.
좌우지간 지금 집안은 온통 난리입니다.
이왕이면 맛있게 만들자고… 혹여 자기들이 만든 김밥 받아 드시는 분들이 맛이라도 없으면
얼마나 실망스럽겠느냐며 김밥 맛 좀 보라네요.
고 3인 둘째가 만든 김밥이 좀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깟 일류대 못 들어가면 어떻고 혹 낙방해서 재수하면 어떻고 지방대면 어떻고
뭐 이런 거 따지지 않습니다.
부모 욕심이야 끝이 없겠지만 저야 원래 중간에서 중간도 못 가는 인생이라
욕심부려봐야 그것 채워줄 뭐 뾰쪽한 방법도 없고 그냥 남 피해 안주면서
중간쯤에서 사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살지요.
사실 딸내미들이 마는 김밥이 광우병 때문만은 아니라네요.
여기 서프에 올라오는 내용과 많이 흡사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거의 정치 경제 꿰뚫고 있는 것이 대견합니다.
저 같은 50대는 새마을 운동과 국민교육헌장 외우고
'10월의 유신은 김유신과 같아서 남북통일되듯이……' 어쩌고저쩌고 노래나 부르면서
삼양라면 하나 먹으면 특식이고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야간 고등학교 보내 준다는 것에
땀을 흘린 세대지요.
김밥에 쇠고기 다진 것이 들어가야 맛이 좀 난다는데 좀 꺼림칙해서 참치를 넣는다네요…
김밥 이름이 '신통방통'… 해석이 '새로운 합침, 방방곡곡 다 통하는…' 괜찮죠?
신통방통 김밥이라……
50대 아지매와 딸내미,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보탬이라는 것이
김밥 몇 줄이라는 것이 못내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러나 아직 50 되도록 소위 불특정한 사람들을 위해 온 가족이 김밥을 싸는 것도 처음이지만
새벽부터 온 가족이 모여 이렇게 흐뭇한 아침을 누군가를 위해 맞는다는 것도
새해 첫날 동해안 해돋이 보는 이상으로 감동이네요.
김밥 마는 손길 하나하나 단무지를 자르고 참치를 고르게 펴면서 밥이 좀 되게 되었다고 투덜대기도 하고
아빠는 "그러면 내가 밥 새로 지을까?"하고 맞장구를 치는 걸 보면 상어지느러미 아니어도 충분히 포만하네요…
딸내미가 그러네요…… '리필은 되지만 반품은 불가!!!'
재밌죠?
혹여 저러다 구둣발로 밟히는 불상사라도 일어나면 하는 걱정도 드네요.
우리 가족이 지금 만드는 김밥은 그냥 김밥이 아니랍니다.
그 손끝 하나에서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찾는 간절한 마음, 굴욕이 아니라 당당함…
적어도 '염치'는 있어야 한다는 바램… 뭐 이런 것이 버무려진 거겠지요….
김밥을 채우면서 새겨보는 '내려놓음, 낮춤, 더불어 살기…'등등
약 50인분 만들자고 했는데 혹 50인분 다 나누어주고 나면 좀 허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좀 더 싸 올 걸 하고 아쉽기도 할 것 같고……
참 재미있는 그러나 웃고 넘기기엔 좀 씁쓸한 출정식이 곧 있을 겁니다.
구호는?
"더불어~~~"
광화문에서 만나요~~~~~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우리 가족 모두 끝까지 함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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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아지매가 다 커버린 딸내미를 데리고 광화문으로 갑니다
50대아지매 조회수 : 670
작성일 : 2008-06-22 00:24:22
IP : 121.187.xxx.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발상의 전환
'08.6.22 12:34 AM (125.141.xxx.23)임신 중인데 유달리 먹고 싶은 게 집에서 만든 김밥이라지요.
맨몸으로 가는데 이런 횡재가...!
완전 설렘니다.2. 무지개짱
'08.6.22 1:47 AM (125.183.xxx.25)힘들지만 너무나 귀한일을 하고계시네요...
3. 원글님
'08.6.22 3:03 AM (70.173.xxx.188)참, 멋지십니다. 식구분들도 다 멋지세요. 님같은 분들이 진정한 우리의 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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