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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내어 현수막을 주문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교사에 대한 기대와 요구-에 따른 더 많은 무엇-에
사실 '교사임'을 밝히는 것이 좀 거북합니다.
그러나 높은 기대는 매운 채찍질이라 생각하며
오늘 하루 부끄럽지 않게 살았나 아이들 앞에서 반성해보려 노력하는,
일개 교사입니다.
오늘 우리학교에서 저와 함께 전교조에 가입되어있는 선생님들과
'광우병 현수막'을 주문해 받았습니다.
각자 자기 집 베란다에 걸기로 했습니다.
저는 주문하는 김에
아랫층에 사시는 옆 학교 선생님 것도 주문했습니다.
그 분도 전교조 조합원이시라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주문을 했습니다.
퇴근 후에 잠깐 들러달라 문자를 날렸더니
들르셨네요.
조심스럽게 현수막을 내어드렸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그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학교의 학구입니다.
학부모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공간에서 교사가 자신의 성향을 커밍아웃한다는 것이
저와 같이 소심한 사람에게는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행여 과람한 행동일까 걱정했는데
"안 그래도 이걸 좀 사고 싶었는데 어디서 샀어?"
하시며 너무도 반겨하십니다.
저는 이제 겨우 3년차, 젊은 교사이지만
그 분은 고3 딸이 있는 중견 교사십니다.
교직의 분위기는 짐작하시다시피 꽤나 보수적입니다.
(솔직히 말해 직업적 안정성을 담보로 한, 수구적 행태들이 좀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그만한 경력을 가지신 분이,
든든하게 함께 해주시니 너무도 마음이 기뻤습니다.
아랫집 선생님과 제가 사는 동은
아파트의 입구입니다.
저희 아파트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과 사람들은 저희 동을 지나게 되어있습니다.
그 선생님은 2층, 저는 3층.
게다가 우리는 모두 차도 바로 옆 라인이랍니다.
장사로 치자면 '목이 참 좋은'집이지요.
선생님께 현수막을 드릴까 말까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자기, 쎈쓰 짱이다."라며 너무도 반겨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오늘 저녁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우리 아랫집 선생님.
요새 애들 말로
'님 쫌 짱'인 듯 합니다. ㅎㅎ
1. ...
'08.5.23 8:43 PM (221.140.xxx.188)기분이 참 좋아지는 글입니다...
원글님도 완전 킹왕짱이십니다...2. ---
'08.5.23 8:45 PM (218.48.xxx.101)저는 2400세대 아파트에 저 혼자 한 것 같아요.
우편함에 부쳐논 광우병쇠고기 반대 스티커도 누가 떼어버렸네요.
강남에 있는 아파트라 그런가 관심들이 없는 것 같아 우울합니다3. 고맙습니다
'08.5.23 8:52 PM (117.123.xxx.97)정말 고맙습니다. 그야말로 목도 좋은 곳에 두 집이 아래위로 걸었다니 반갑고도 기쁘네요.
제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선생님께서 다른 나라의 고기를 잘못 먹으면 5년후에 아프게 된다고 설명해주셨다고 하더군요. 교실에서 그런 말씀해주신다는 것부터 힘이 납니다.
물론.. 저는 제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고서 미안하다고 살려면 조심하라고 가르치기 전에 막아보고 싶습니다.
선생님도 선생님의 이웃 선생님도 모두 참 고맙습니다.4. ......
'08.5.23 8:57 PM (220.88.xxx.82)마음이 따뜻한분들이 많아 우리가 원하는대로 꼭될거라 생각합니다
그냥 쉽게 할수있는일은 아닌데 감사합니다
저도 아이들 대리고 촛불집회에 꼭나가야겠습니다
어른으로써 부끄럽지만 더 부끄럽지않기위해 ........5. 저는
'08.5.23 9:35 PM (121.55.xxx.69)현수막2개를 한꺼번에 사면 저렴한것같아 2개를 주문했습니다.
한개는 아이반 선생님께 드릴까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담임샘께서 아이들에게 평소 광우병소에 대해 우려하시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걸보고 선생님과 뜻을 함께 하고있는것같아 동지애도 느끼고 또 그런샘이 계셔서 조금은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만 여긴 지역이 완전 보수성향이라서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현수막준비는 못하셨을것 같아 드리고는 싶은데 지금 망설이고 있는중입니다.
조금 더 고민을 하고 있는데 드려도 될까요?6. 작은 걸음
'08.5.23 9:54 PM (58.124.xxx.145)원글입니다.
저녁밥 해먹고 왔더니 그새 댓글까지 달렸네요.
이래저래 기분 좋은 밤입니다.
'저는'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하신 말씀으로 보아 '저는'님의 뜻과 정성을 나쁘게 생각지는 않으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무언가를 행동하기엔 많이 어렵습니다.
현수막을 드리는 것이
'꼭 걸 줄로 믿는다'는 뜻으로 전달된다면
어쩌면 그 분은 조금, 혹은 많이 부담스럽거나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조심스럽게 제안드리면
진심과 정성이 듬뿍 담긴 편지와 함께 드리는 건 어떨까요?
'선생님께서 이걸 꼭 거셔야 한다는 생각으로 드리는 게 절대 아닙니다.
직업상 쉽게 행동하기 어려우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현수막은 평소 선생님께서 제 아이를 비록한 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치시려 노력하셨던 것에 대한 작은 감사의 표시입니다.
이 현수막을 그냥 보관만 하고 계시다가
먼 훗 날, 떠올리길
그때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져서
우리가 이런 것도 주고받았지.. 하면서 추억하실
작은 기념품으로라도 써주신다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으로 전해드리면
부담도 덜어드리고 '저는'님의 마음도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니
'저는'님께서 더 좋은 내용과 표현을 덧붙여
조심스럽게 전해드리세요.
교사와 학부모 사이가
멀고도 가까운지라
서로간의 언어가 '개와 고양이' '화성인과 금성인'의 대화로
잘못 풀리는 경우가 드물게 있고
이런 경우 그 오해를 풀지 못하고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을 남기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건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이고
괜히 겁만 드리는 것 같아 제가 참 곤란합니다)
어쨌거나
'저는'님의 진심을 담는다면
혹 그것이 오해를 낳더라도 한 번 해볼만한 일이 아닐까요?
이건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7. .........
'08.5.23 10:29 PM (220.91.xxx.168)선생님 감사 합니다..^^
8. .
'08.5.23 10:36 PM (219.254.xxx.85)잘하셨어요. 저도 어제 부텀 걸구있는데..
여기 아파트에 조금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저게 뭐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보면모르나?)9. 참
'08.5.23 11:04 PM (211.206.xxx.71)고맙네요..현직 공무원인 분이 선뜻 하기 쉽지 않을텐데..,,화이팅..
10. 힘내요~! 멋지십니
'08.5.23 11:31 PM (125.184.xxx.150)멋지십니다~!! 공무원의 신분이..쉽지는 않을텐데..그래도 힘써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11. Pianiste
'08.5.24 1:25 AM (221.151.xxx.201)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이 따스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