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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before 앤드 after

"광란"의 그녀^^ 조회수 : 3,440
작성일 : 2008-04-28 18:17:34
며칠동안 참 무서운 나날들입니다.
늘 깨작거리며 밥을 먹지만 그나마 고기라도 있으면 한두점 먹는 큰아들과
반대로 너무나도 먹성이 좋아 보이는대로 먹어버리는 작은아들을 키우는지라
광우병 소 얘기가 게시판에 도배되는 요즘은
그야말로 어떻게 살아야 목숨을 부지하나...
걱정을 하게 되는 나날이지요

그런데 제가 건더기도 없는 이야기를 실없이 올려서
많은 분 김빠지게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오늘 남편이 제게 닭살스러운 짓도 쬐끔 하기에
광우병을 잠시 잊어보시라고
또 건더기 없는듯한 이야기를 풀게 되네요 ㅎㅎ~

오늘 외출한동안 남편이랑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자기 주머니에 항상 그랬듯이 지갑이 있는줄 알고
큰소리치며 밥을 산후
식은땀을 흘리며 제게 문자를 보냈어요.

......... 집에 내 지갑 보여? ........... 몰라!
......... 어디야? .............. 버스!
......... 점심은? .............. 먹었지!
......... 어디서? ............... **네 집에서!
......... 뭐먹었는데? ........... 밥!!
......... 응 그려(알았다는 의미의 '그래'의 울동네 방언) .............. 나도 그려!
......... 뭘 그려?(알면서도 실없이^^ 여기서는 그림그리다의 '그려') ............. 당신!!^^;;(적당히 맞춰주는 센쓰)

그 다음 남편의 문자내용이 뭘까요?

.......... 이 앙큼하고 귀여운것같으니라고, 오늘... 지둘려('기다려'의 울동네 방언)

크~
이게 결혼10년만에 가장 닭살스러운 멘트라서 제가 영구보관메세지에 저장해두었습니다.
가끔 미운짓할때 꺼내보며 용서해줄라고...

지난번 글에서도 냄새맡으셨겠지만
남편은 참으로 맹물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도 안주고 그렇다고 남에게 특별한 정도 안주고
삶에 대한 좌절도 없지만 그렇다고 뜨거운 열정도 없었지요.
심성은 착했으나 여자 특히 아내에 대한 배려를 잘 몰랐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내 마눌이 마음이 편하겠구나 하는거 전혀 모르지요
그래서 신혼초엔 주변의 일로 다투곤 했었습니다.
우리사이의 일은 별로 싸울일이 없었지만 둘만 사는게 아니니 가끔 싸울일도 생기더군요.

저는 6남매의 장녀이고
남편은 3남매의 외아들 막둥이에요
집에서 오냐오냐 키우진 않은것같은데 그래도 막내티가 좀 나더군요
이유없는 똥고집과 절대 자기손으로 자기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주변머리와
집안일에 대한 무신경...

생일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없던 집에서 자란탓에
마눌 생일이 되어도 빤쓰한장 선물하는걸 몰랐구요
게다가 짠돌이라 분위기있는곳에서의 외식? 없습니다.

남자인탓에 사회생활도 어느정도 마음을 열고 해야할텐데
늘 보는 사람들과 그저 그런정도의 친분을 갖고 있을뿐
친구고 직장동료고 데면데면하더군요.
지금이야 그분들 저랑 더 친하고
만나면 즐거운 분위기에서 식사도 하고 그렇지만...^^

그런데요
그게 고쳐보자고 작정하고 덤비면 싸움이나 되고 말지 절대 발전이 없더군요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정말 아들 키우듯 남편을 가르쳤습니다.
칭찬을 엄청나게 해주고 적당한건 자랑도 해 가면서
"아... 이렇게 하니 마눌이 좋아하는구나"하는걸 하나하나 알아가도록요
그러다보니 하나둘 저와 맞는 부분이 늘어가더군요.
무슨 날이 되면 작은 선물도 들고 올줄 알고
가끔 친정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고
처제 처남 동서들과의 만남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첨엔 선물만 들이밀더니
간단한 카드를 넣을줄 알게 되고
이젠 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도 써서 동봉할 줄 알게 되었어요.
10년이 걸리긴 했지만...^^;;

가끔 제가 머리에 풍성한 리본을 달고
"내 선물이야, 받아줘"하기도 하고
천방지축 아들들 목에 리본을 달아놓고
"오늘은 선물이 두개야 받아줘"하는 유치한 놀이도 하고
퇴근하면 불 다 끄고  숨어있다가 놀래켜주기도 하고
그날 알게된 유머나 찐한 성적 농담도 실실 웃어가며 들려주곤 했어요
왜냐하면 돈은 없어도 생활에 자잘한 재미가 있어야
인생도 즐거워질것같아서요

김치뿐인 밥상에 꽃한송이라도 올려두기도 하고
가끔 밥에 콩으로 하트를 그리는 만행도 저지르고
남편이 슬슬 다가올것같은 날엔
제가 먼저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
팬티속으로 손을 쑥~ 험험 ㅡ.ㅡ;;
넣었다가 얼른 도망가기도 하고 암튼 혼자 GR발광을?^^ ...

어쨌거나 남편은 밖에서 아무리 힘들거나 기분더러운 일이 있어도
집에서는 웃게 되요.
요즘은 아이들이랑 삼부자가 엉켜서 씨름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래서 더 잘 웃는것같아요.

즐기는 취미나 잡기도 없어서 컴퓨터게임 1시간이면 다 즐긴거구요
딱히 좋아하는게 없던사람이
요샌 등산, 다도, 음악, 여행등에 빠져있어서 같이 얘기하다보면 시간가는줄 모르지요
제가 취미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잘 사다주기도하고
누가 갖고 있으면 부탁해서 얻어오거나 심지어 주워오기도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지금 배우자와 잘 맞지않아 힘드신 분들 계실지 모르겠네요
살아보니 100% 나와 맞는 사람은 없는것같아요.
서로 양보하며 맞춰가는듯...

그럼 저의 과거는 어땠을까요?
결혼전 직장다닐때 전 일주일에 6일을
직장 패거리와 술에 쩔어 어울려 놀았구요
마지막 1일은 늘 어딘가로 혼자 또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곤 했어요
택시가 제 자가용인줄 알며 애용했고
계절마다 립스틱을 사는줄 알았으며
좋다는 공연 전시회 어지간하면 챙겨보았지요.
한마디로 실속없이 화려했습니다.

그러던 저 지금은
집에서 아이들 간식챙겨주며 알뜰하게 장봐다 맛난 밥상차리는게 취미가 됐고
벼룩장터에서 옷이며 생활용품 사기를 즐기는 아줌마가 됐구요
트로트장단에 발장단 맞추고
별로 돈도 못벌고 재미도 없던 사람과 살면서
네가 최고야 그러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인생 뭐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아웅다웅 정주며 사는거죠 헤헤^^

금요일밤 거시기 미수사건은
오늘밤 뭔가 거시기될것같은데
후기는 없을것같네요^^ 마음껏 상상하시길...

참고로 우리 부부의 부부생활 모토는
둘이서만 화끈하게!!
다른건 몰라도 어둠의 생활은 늘 재미있네요
남편도 이불속에선 은근히 야한얘기나 행동 좋아하구요
맨날 그러지는 않지만 남편이 시원찮을때도 리얼한 연기를 해서
안심시키기도 하네요 ㅡ.ㅡ
저도 왕성하게 즐기지만 늦게자는 아이들때문에 기회는 많지 않다는...
남편이 몸이 달아 늑대울음을 울기시작하면
할머니집 뒷산에 도깨비라도 팔아서 얼른 재우려고 노력합니다.(아직은 도깨비가 무서운가봐요 ㅋㅋ)
웃기지만 즐겁게 살려고 노력해요. 돈도 안들고 좋잖아요?ㅋㅋ

오늘도 별다른 건더기는 없지만 여기까지 내려오시느라 애쓰셨어요^^
그래도 오늘은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네요. 국물만 있다고... ㅋㅋ


IP : 211.177.xxx.190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이
    '08.4.28 6:25 PM (211.177.xxx.190)

    속독에 능하신 음님
    맞습니다.!!
    울동네 그 방송 잘 나옵니다.

  • 2. 원글이
    '08.4.28 6:25 PM (211.177.xxx.190)

    음님
    어째 댓글 삭제의 만행을...^^

  • 3. 음님 댓글이
    '08.4.28 6:30 PM (220.117.xxx.166)

    궁금~!

  • 4. 에고
    '08.4.28 6:30 PM (121.175.xxx.56)

    에고 에고 부러워서 할 말이 없이 한숨만 푸욱(땅이 십리나 밑으로 꺼지는 소리) !!!!!!! 납니다 그려 .

  • 5. 원글이
    '08.4.28 6:31 PM (211.177.xxx.190)

    윗님...^^
    별거 없었어요.
    CMB방송 나오는 동네냐고... ㅋㅋ

  • 6. 저두
    '08.4.28 6:40 PM (220.120.xxx.193)

    부럽.. 어제 싸워서 지금까지 냉전중이거든요.ㅠㅠ
    결혼하고 이렇게 화내는건 첨 보네요.ㅠㅠ

  • 7.
    '08.4.28 6:52 PM (122.40.xxx.16)

    저도 여기 산지 4년 넘으니까 그려~ 지둘려~가 익숙해졌네요.

    삭제한 이유는 광란님의 익명성을 제가 깨트릴 거 같아서요.ㅋㅋ

  • 8. ^^
    '08.4.28 6:53 PM (59.22.xxx.134)

    자게엔 추천이 없어 못하네요..아쉽~~

  • 9. ?
    '08.4.28 6:59 PM (220.127.xxx.153)

    단순하게 사는거..(좋은뜻이에요^^)
    그게 행복의 비결이죠..
    근데 cmb가 뭘까요??

  • 10. 다시..
    '08.4.28 7:41 PM (222.97.xxx.233)

    글을 올려 주셨네요..
    참 재미있게 사시네요.
    올려주신 글도 재미 있었어요.
    다음에도 지나치지 않고 님의 글을 꼭 읽어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검색을 해서 읽어야 할지.....
    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참 편해지고 입가엔 미소가.....항상 건강하시어요^^

  • 11. ㅋㅋ
    '08.4.28 7:48 PM (203.244.xxx.8)

    재밌어요~ 삶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인생을 멋지게 사시는분 같아요~ ^^

  • 12. 역시나
    '08.4.28 7:55 PM (221.151.xxx.201)

    이번것도 따스하고 푸근하고 잼있네요. ㅎㅎㅎ
    가끔 글좀 올려주세요 ^_____^

  • 13. 글이
    '08.4.28 8:53 PM (125.186.xxx.18)

    맛깔스럽네요.어찌하면 글을 이렇게 잘 쓸수가 있나요? 사는 것은 다 같은데 원글님이 왠지 더 행복해 보이는건 왜일까요?

  • 14. ^-^
    '08.4.28 8:59 PM (61.106.xxx.55)

    지난번 글도 참 맛깔나게 재밌었는데,
    오늘 글은 뭔가 느끼는 바도 있고 좋네요.. ^^

    지난번 글 읽으면서 '우리집 남자랑 똑같은 남자가 더 있네' 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근데 오늘 글을 읽으니 어쩜 그리도 똑같은지...

    정말 무슨 날을 챙기는 집안이 아니라서 결혼 초 그런 일로 많이 싸웠거든요..
    지금 결혼하고 10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그 부분은 제가 포기하고 삽니다..

    근데 원글님 글 읽으니 고쳐가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쓰나미같이 몰려옵니다..
    어찌 가르쳐야 할까요???
    제 생일도 케익 하나 들고오는게 끝~
    아이들 생일도 케익으로 입막음.. OTL

    정말 자상하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인데
    그런 '이벤트'부분에서 살짝 미달이네요.. ^^

    비법을 전수해 주세요... ㅎㅎㅎㅎㅎㅎ

  • 15. 정말 재미있는 글
    '08.4.28 9:53 PM (218.54.xxx.240)

    아웅~~
    건더기 없는 듯한 이야기라 그랬지 국물만 있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
    건더기 가득 차 있고요 국물은 간이 딱 맞고
    정말 잘먹고 갑니다. ㅎㅎㅎ

  • 16. ^^
    '08.4.28 10:11 PM (222.111.xxx.145)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려~~~
    방송국에 꽁트 소재로 글 한번 올려보세요.......
    살아가는 모습은 이집이나 저집이나 다 비슷하거늘.......
    표현력이 재치가 있고 귀엽네요.
    늘 행복하세요

  • 17. 이젠
    '08.4.28 11:34 PM (123.111.xxx.193)

    커밍아웃을 해서 만천하에 알려진
    마법의물, 미쳐 등으로 유명한 某 님을 떠올리게 하는 말 솜씨와 글 솜씨네요
    정말 맛깔나게 쓰셧네요 ㅋㅋㅋ

  • 18. ^^
    '08.4.29 5:31 AM (125.187.xxx.55)

    원글님 글을 보니 참.. 밝고 긍정적인 사람같아서 보기 좋네요~
    얼마전에 자기 남편이 자상하고 돈도 잘벌어다주고 완벽한 남편이지만, 재미와 여유가 없다며 불평을 토로하던 어떤 분하고는 정말 대조적이네요^^;;
    남편의 단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려는 원글님의 마음이 참 이쁘네요..

  • 19. ...
    '08.4.29 3:21 PM (125.178.xxx.70)

    딸년(오죽하면 이런저질단어를 쓰겄습니까. 이해해주셔요~잉) 시험 지대로 망쳐줘서 기분이
    따운됐는데, 님땜에 크게 웃었습니다.
    감사드려요.^**^

  • 20. 어젯밤
    '08.4.29 5:34 PM (211.55.xxx.126)

    별거 아닌일로 다투고 우울했는데... 한수 배워갑니다. 선배님~^^

    저도 갈고 닦아 10년 20년후에는 더더욱 빛나는 중년을 보내고 싶네요.

  • 21. ..
    '08.4.29 6:23 PM (220.78.xxx.82)

    글에 행복이 느껴져요,,저도 결혼 10년차지만..뭔가 일상에 쫓겨 남편에게 짜증내는 일이
    더 많고 밤에도 아이 재운다는 핑계로 그냥 아이 침대에서 자버리고..암트 그런데..
    님 글 보니 반성도 되고..사소한것에서 긍정적인 자세로 행복을 꾸리시는 모습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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