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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의 초경파티

루비 조회수 : 1,397
작성일 : 2008-04-26 23:07:43
얼마전 딸아이가 초경을 했어요.

엄마로서 축하하는 맘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런 맘도 드네요.

그래도 언젠가 인터넷에서 읽었던 칼럼 덕분에 저도 딸아이의 초경을 조촐하게 축하하는 파티를 준비했는데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여성이 생리하는 것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불임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글을
읽고는 깜짝 놀래서 되도록이면 그런 생각 안갖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혹시 초경을 앞둔 딸이 있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만한 글이라 퍼왔는데 이곳의 성격에 맞지 않으면 삭제하셔도 좋아요.   제 생각엔 아빠가 읽으면 더 좋은 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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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진료가 거의 끝날 시간 무렵,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하면서 장미 한 송이를 사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느닷없는 주문에   “ 허허… 아니 갑자기 왠 장미? 오늘이 무슨 날이야? ”

“ 아, 글쎄 우리 막내딸이 드디어 생리를 시작했다고 외식도 하고, 케익에 불도 켜서 축하를 받아야 겠데요. 그러니 케익도 작은 걸로 하나 사갖고 오세요. “

중학교 2학년인 막내딸은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 생리를 자기만 안 하고 있어서 약간 소외감 같은 것을 느끼고 생
리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래서였을까?   6개월 전쯤에 이런 일이 있어서 웃은 일이 있었다.
하루는 막내딸이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아빠, 나 오늘 좀 황당하다. 어떻게 소변을 팬티에 흘릴 수 있지? 나 참! 아까 뭐가 흐르는 것 같아서 지금 확인해 보니 소변이 묻은 것 있지. 난 또 생리가 드디어 시작되나 했지, 쳇! “

막내딸이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스타일이긴 해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아빠에게 얘기하는 것은
의외였고 반갑기도 했다. 이 해프닝은 초경 전에 가끔씩 전조증상처럼 나타날 수 있는 냉의 흐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정식으로 초경이 시작됐다니 희소식이었다. 꽃집에 가서 잠시 생각하다가 빨간 장미 세 송이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막내 딸에게 “ 왜 장미 세 송이일까? 퀴즈! 추측해서 맞춰봐”  했다.

옆에 있던 큰 딸이 “ 참을 인(忍)자 3개를 마음에 새겨라, 이런 건가? 히히히” 라고 웃었다.
예기치 않은 대답에 나는 다시 뭘 참느냐고 물어보았다.

“ 뭐, 생리통도 참아야 하고, 생리시 번거로움도 참아야 하고… 등등이겠지요.” 큰 딸이 말했다.

‘ 아! 그런 대답도 가능하구나 ’ . 여성이 생리 현상에서 갖는 부담감을 남자인 나로서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 이젠 몸을 소중하게 아끼고 조심하고, 스스로 성숙한 여성으로 생각하여 마음자세도 바르게 잡고, 영혼의 성장에도 이젠 관심을 가질 때라는 뜻으로 3송이를 해석하고 싶은데···” 라고 딸 가진 엄마의 노파심을 실어 말한다.  

“ 야! 정말 다 일리 있는 말이다. 아빠의 뜻은 어떤 것이었느냐 하면, 한 송이는 성숙한 여성으로서 태어나는 우리
딸을 축하하기 위해서, 또 한 송이는 우리 딸을 자신의 반쪽으로 받아들여 음양합일을 이룰 우리 딸의 미래 파트너를 위해서, 또 한 송이는 그 사랑의 결실로 생겨날 미래의 아이를 위하여 준비해 봤어. 너무 거창한가?”

“ 아니, 맘에 들어요. 좋은 것 같아요···”  하면서 막내딸은 배시시 웃는다.

자기를 이제 좀 어른스럽게 대접해주는 것 같아서인지 수줍어 하면서도 은근히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인다. 막내딸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라서 하늘이 주신 소중한 보물인 음양합일의 기쁨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염원하는 조촐한 파티를 마치며 케익에 붙여둔 촛불을 껐다.
마지막으로 큰딸이 한 말이 걸작이다.

“ 아니 근데, 생리 축하합니다~ 생리 축하합니다~ 이렇게 노래 부르려니 좀 그렇다. 하하하.”

- " 이재형 원장의 성스러운 성이야기 " 중 일부



IP : 222.233.xxx.1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8.4.26 11:21 PM (125.176.xxx.155)

    걱정 중이네요 빠른 아이는 초등 5학년에도 한다고들 해서요
    봉우리라도 있을까 하구 가슴도 살짝 만저 보고 하는데 아직은 이른지
    다행이다 싶기도 하구여 좀 늦게 했으면 하거든요.
    고생이잖아요...

  • 2. ♥♥
    '08.4.27 12:07 AM (125.133.xxx.100)

    다시 읽어도 좋네요.
    꼭꼭 기억했다가 딸 아이에게 그렇게 해 줄랍니다.

  • 3. 후후
    '08.4.27 1:55 AM (84.137.xxx.10)

    우리 딸에게 이렇게 했었어요..
    이 책과 얘기를 들은 건 아니였지만.,
    이제 숙녀가 되는 거라고 얘기를 했었지요.
    그랬더니만 울더라구요.,
    자긴 싫데요. 어른이 되는게...아이로 남고 싶다고..
    저 그 맘 알지요. 책임감이 없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정 순수한 어린이로 남고 싶어한다는 걸요..
    그래 꼭 앉고 얘기 했어요.
    너가 마흔이 되고 쉬흔이 되어도 넌 내 아이라고., 영원한 내 아이로 남으니 걱정말라고요..
    그랬더니 아빠에게 가서 얘기 해도 된다고 그 때서야 말하더라구요..
    그래 아빠에게 얘기해서 파티했지요..
    젤 좋아하는 도서상품권 주고 꽃도 사주고..
    제게도 참 좋은 추억이랍니다.

  • 4. 저도..
    '08.4.27 2:13 AM (211.204.xxx.165)

    그때 당시에는 좀 빠른 국민학교 5학년때 생리를 했는데 그날 아빠가 금은방에 데려가 얇은 금 목걸이를 사주시며 여자가 된걸 축하한다면서 그날 부모님과 케익에 촐불키고 축하했네요.
    그때 당시는 좀 챙피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고맙고 즐거운 추억이에요.
    저도 딸낳으면 꼭 해주고 싶어요 저희 부모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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